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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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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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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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5)

DUMMY



타악-


법정 안에 있는 모두에게 똑똑히 보란 듯이, 호젠은 책상 위에 올려놓은 종이봉투를 집어 들었다. 봉투에 무엇이 들었는지 호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기에, 사람들은 궁금해하며 수군거렸으나 딱 한 사람만은 점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이 서류에 대해 모를 수가 없는, 황태자 케레스였다.


“재판장님, 저희 쪽에서 제출한 증거를 확인해 주십시오. 이것은 모종의 제보를 통해 입수한 ‘수도출입명부’입니다. 기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유렌 공작가에서는 황태자 전하께서 허가해 주신 출입증으로 한 달에 1-2번 수도를 넘나들었습니다.”


호젠에게서 봉투를 넘겨받은 재판장은, 조심스럽게 안의 서류를 꺼내어 내용을 읽어 내렸다. 한참을 살펴본 끝에, 그는 직인을 확인하고 호젠이 가져온 자료를 증거로서 인정했다.


“황실 인장이 찍힌 출입증은, 검문 없이 수도를 입출입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사소하게 여기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이는 무척 중대한 문제입니다. 그동안 유렌가가 그 마차 안에 무엇을 싣고 왔고, 어떤 것을 가지고 나갔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의미니까요.”


심각성을 잘 인지하지 못했던 제국민도, 호젠의 설명에 의미를 이해하고 표정이 험악해졌다.


“페인 변호사님께서 아까 공평성을 언급하셨죠. 그토록 황실과 가깝다는 엘든모어 공작가조차 이런 대우를 받아보지 못했는데, 어째서 사이가 안 좋다던 유렌 공작가는 이러한 이점을 얻었을까요?”


그녀가 제시한 물음에, 귀족들은 배심원과 참석자를 가리지 않고 웅성거림이 일었다. 황태자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랐고, 처음부터 케레스를 믿지 않았던 자들은 씁쓸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분명 증거가 없을 거라 그랬는데...!’


이 중에서도 제일 당황한 것은 다름 아닌 페인이었다. 그는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하기 위해 케레스와 베르트를 번갈아 쳐다보았으나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케레스는 넋이 나가 아무것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듯했고, 베르트는 페인과 시선이 마주쳤음에도 별다른 설명은 해주지 않은 채 혀를 찰 뿐이었다.


‘머저리.’


어떻게 하면 이리도 도움이 안 되는 짓만 골라서 할 수 있는지, 그녀는 황태자의 멍청함에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차라리 케레스가 자신을 배신해 지금의 결과에 이르렀다면 뜻밖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의 반응으로 보아 단순한 관리 부실로 인해 서류가 유출된 듯했다.


“반박하지는 말되, 빠져나갈 여지를 남기는 선에서 마무리하도록.”


이 논점에 대해 더 싸워봤자 이득이 없다고 판단한 베르트는, 페인에게 작은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그녀의 명령에 따라 페인은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무난한 변명을 늘여놓았다.


“이는 가벼운 호의였을 뿐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그렇다면 떳떳하게 이 자리에서 이유를 밝혀주시지요. 합당한 사유였다면 저도 받아들이겠습니다.”


호젠의 지적에 당연히 페인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의 침묵이 길어지자 재판장 또한 논쟁이 끝났다고 판단해,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


“페인 변호사, 추가적인 반론이 있습니까?”


“.... 없습니다.”


논쟁을 포기하는 페인의 대답이 법정에 울려 퍼지자, 그제야 케레스는 귀족들의 표를 얻는 것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간신히 정신이 든 그는 두리번거리며 법정 안에서 누군가를 찾으려 애썼다.


‘에드워드...!’


일부러 넘겼다는 가능성을 떠올리지 못한 케레스는, 이 서류가 새어나갔다고 생각해 에드워드의 실책이라 여겼다. 당장이라도 이 사태를 따지고 싶어, 한참 동안 관중들을 눈으로 훑었으나 그는 에드워드를 발견할 수 없었다.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재판이 시작될 때 유렌 공작가에서 황태자 전하와의 관계를 부정했으나 말을 바꾼 점. 또한 유렌 가문에서 뚜렷한 이득을 황태자 전하께 제공받은 것으로 보아,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판단됩니다. 다만, 이것이 인체실험과 관련되어 있다고 까지는 보기 어렵군요.”


재판장은 최대한 중립적인 의견을 내놓았으나, 사람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지식인층은 물론 일반 제국민과 귀족들까지도, 호젠의 주장이 맞다고 여겼다.


“호젠 변호사, 이의 있습니까? 배심원들께서도 질문이 있으시다면 해주십시오.”


“없습니다.”


요약된 내용이 마음에 든다고는 할 수 없었으나, 호젠은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온 것에 의의를 두어 굳이 정정하려 들지는 않았다. 무사히 고비를 넘긴 그녀는, 빈 증인석이 다시금 눈에 들어왔으나 담담하게 다음 논지를 준비했다.




.

.

.




“이를 어쩐다....”


세 사람은 여러 난관 끝에 무사히 법원 앞까지 도착했으나,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근처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티시포네의 방해로 인해 너무 늦게 도착해 버려, 원래의 계획이 완전히 틀어진 상태였다.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면 에디스는 호젠과 함께 증인으로서 입장하고, 나는 에드워드의 동행으로 별 탈 없이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법원이 안전할지 확신이 들지 않았기에, 리비티는 법정 안까지 에디스를 보호할 예정이었다. 귀족들은 몸수색을 강하게 하지 않으니, 에드워드와 함께한다면 간단한 분장으로도 그녀가 들어갈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에디스가 증인이라지만 평민이니, 법원 앞을 지키는 기사들이 입장을 허가해주지 않겠지. 나 대신 에드워드의 동행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단 둘이서 법원 안에 들어갔다가 예기치 못한 공격이라도 받으면 대처하기 어려울 거고.’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리비티는 세 사람이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어떤 방향이 더 안전하고 가능성이 있을지 따져보던 중, 그녀는 갑자기 무기를 꺼내 팔을 뻗었다.


휘익-


“자... 잠깐. 저예요!”


리비티뿐만 아니라 에드워드도 위쪽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총을 겨눴으나, 다급히 두 사람을 말리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격이 가해지기 전에 얼른 나무에서 뛰어내린 자는, 다행히도 적이 아니었다.


“.... 레온? 너 왜 여기 있어?”


“증인석이 비어있는 걸 보고, 문제가 생겼구나 싶었거든요. 혹시나 도움이 필요할까 싶어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죠.”


그는 평소에 입던 편한 복장이 아닌, 황자로서 정복 차림이었다. 머리는 깔끔하게 포마드로 넘기고 적당한 장신구까지 착용한 레온은, 동화 속 왕자님 같아 에디스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정문으로 통과하기 어려우셔서 고민하고 계셨던 거죠? 여기 이 나무로 올라가서, 저쪽 담장의 나무 넝쿨을 타고 내려가면 검문 없이 들어가실 수 있어요.”


아무도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레온은 단번에 문제를 알아보고 해결 방법까지 제시했다. 좋은 판단이기는 했으나, 에디스는 나무의 까마득한 높이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에디스가 올라가기에는 너무 높은데...? 게다가 나무 넝쿨이 좀 약해 보여. 에드워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저, 저는 할 수 있어요!”


리비티가 우려를 표하자, 에디스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이렇게 높은 나무를 타보는 것이 처음이기도 하고, 리비티가 자신을 걱정해 주는 것이 고마웠지만 더 이상 무력하게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럼 이렇게 하지. 리비티의 말대로 내가 잡고 내려가기에는 넝쿨이 약해 보이니, 나는 정문을 통해서 법정 안으로 들어가겠어. 에디스, 나무를 올라가겠다는 다짐은 좋지만, 높이가 있으니 날 밟고 올라가도록 해.”


생각지 못했던 에드워드의 배려에 에디스는 어쩔 줄 몰라했으나, 리비티와 레온은 그게 좋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에디스가 다른 말을 덧붙일 틈도 없이, 리비티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시범을 보이듯 나무를 타고 올라가 담을 넘어갔다.


“자- 레이디.”


에드워드가 나무 앞에 한쪽 무릎을 꿇어주자, 에디스는 망설이다가 그의 허벅지를 밟고 올라섰다.


하지만 여전히 팔 힘으로만 올라가기에는 무리가 있자, 에드워드는 어깨를 가리켰다. 조금 망설이던 에디스는 이내 마음을 굳히고, 그의 어깨를 밟은 뒤 온 힘을 다해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동안 에드워드는 흔들림 하나 없이, 무표정을 유지한 채 가만히 자세를 유지했다.


‘돼..... 됐다!’


솔직히 말하자면 가능할지 스스로도 의심이 들었지만, 결국 나무 위에 자리를 잡은 그녀는 빨개진 손을 내려다보며 살며시 웃었다. 자신감을 느낀 에디스는 리비티가 움직였던 길을 생각하며 더듬더듬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가 한 발자국씩 걸어가는 사이, 밑에서는 소란이 일었다.


“윽-! 너 이...!”


“왜? 나도 밟으라고 가만히 있는 거 아니었어?”


혹시라도 에디스가 떨어질까 봐 걱정되어 가만히 있던 에드워드였으나, 그새 레온은 일부러 에드워드를 밟아 위로 올라갔다. 그는 이글거리며 레온을 노려봤으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거칠게 먼지를 털어낼 뿐이었다.


“.... 안에서 보자.”


경고를 날리듯 에드워드가 중얼거렸으나, 레온은 어깨를 으쓱하며 담을 넘어갔다. 어차피 법원 안쪽에서는 마주쳐봤자, 후작가의 소가주로서 보는 것이기에 별로 두렵지 않은 듯했다.


‘복수 한 번 어린애처럼 하는군.’


에드워드는 레온이 왜 저러는지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다.


재판 전 케레스를 만나기 위해 황궁에 방문했을 때, 레온은 레지스탕스의 현 상태에 대해 질문했다. 에드워드는 자신이 언급할 사항이 아니라는 판단에 대답해주지 않았고, 이를 마음에 담아뒀던 그가 지금에서야 심술을 부린 것이었다.


슬며시 올라오는 짜증을 참아내며, 에드워드는 법정으로 들어가기 위해 입구 쪽으로 향했다.


쿵-


그때, 에디스는 나무 넝쿨을 잡고 내려가다가, 벽을 잘못 디뎌 쭉 미끄러졌다. 이 탓에 구르다시피 바닥으로 떨어져, 온몸이 엉망이 되었다.


“에디스! 괜찮아?”


리비티가 다급히 그녀의 몸 상태를 살폈으나, 이미 이곳저곳이 까지고 부어오르고 있었다. 꽤나 아파 보이는데도, 에디스는 민망하단 듯이 손을 내저으며 벌떡 일어났다.


“괘, 괜찮아요. 이 정도는 다친 것도 아닌데요.”


그 사이 레온도 담을 넘어왔는데, 그는 날렵한 몸집 덕에 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에디스는 멀쩡한 레온을 잠시 쳐다보았다가, 자신이 넘어온 담으로 시선을 옮겼다. 분명 방금 전에 해냈음에도, 다시 넘어가야 한다면 못할 것만 같았다.


“.... 대표, 이번 재판이 끝나면 저도 이런 거 배우고 싶어요.”


“그래, 저깟 담 정도는 눈 감고도 넘을 수 있게 가르쳐 줄게.”


리비티는 에디스의 말투 속에 담긴 다짐을 느끼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약속했다.


“자, 그럼 가실까요?”


목소리만큼은 누구보다 우아했지만, 레온은 예법처럼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알려주듯 앞서나갔다. 그의 상반된 모습에 웃음을 터트린 에디스는, 몸 곳곳이 따끔거리고 아팠음에도 두 사람을 따라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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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5) 24.07.06 9 0 11쪽
102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4) 24.07.05 9 0 11쪽
101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3) 24.07.04 7 0 11쪽
10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2) 24.07.03 7 0 12쪽
99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1) 24.07.02 7 0 12쪽
98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0) 24.07.01 8 0 12쪽
97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9) 24.06.30 9 0 11쪽
9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8) 24.06.29 8 0 11쪽
95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7) 24.06.28 8 0 12쪽
94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6) 24.06.27 8 0 11쪽
93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5) 24.06.26 7 0 11쪽
92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4) 24.06.25 9 0 11쪽
91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3) 24.06.24 11 0 11쪽
9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2) 24.06.23 6 0 11쪽
89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 24.06.22 10 0 11쪽
8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1) 24.06.21 7 0 11쪽
87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0) 24.06.20 10 0 11쪽
86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9) 24.06.19 8 0 12쪽
85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8) 24.06.18 9 0 11쪽
84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7) 24.06.17 8 0 11쪽
83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6) 24.06.16 8 0 11쪽
82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5) 24.06.15 9 0 11쪽
81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4) 24.06.14 8 0 11쪽
80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3) 24.06.13 8 0 11쪽
79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2) 24.06.12 8 0 11쪽
7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1) 24.06.11 8 0 11쪽
77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0) 24.06.10 5 0 11쪽
76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9) 24.06.09 8 0 11쪽
75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8) 24.06.08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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