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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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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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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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6)

DUMMY



‘드디어 가장 중요한 논쟁을 시작하는가. 양쪽 모두 맹렬한 기세군.’


재판을 내려다보고 있던 여왕은 날카로운 눈으로 두 변호사를 훑었다. 유렌 공작가가 오르뷔를 불법적으로 이용했다는 주장이 펼쳐지자, 아까와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단어 하나에도 열을 올렸으며, 상대방의 말꼬투리를 잡거나 빈틈을 억세게 파고들었다.


“하... 좋습니다. 이 의견에 대해 도저히 거리가 좁혀지지 않으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유렌 가문이 ‘인체실험’을 진행했다는 것 말입니다.”


한참 동안 언쟁을 했음에도 결론이 나지 않자, 페인은 다른 주제를 끌어들여왔다. 호젠 또한 더 이상 이 안건을 논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것 같아, 페인의 말을 막지 않았다.


“그 주장을 인정합니다.”


당연히 그의 입에서 반박이 튀어나오리라 예상한 사람들은, 페인의 파격적인 대답에 크게 술렁였다. 호젠도 뜻밖의 서두에 무슨 꿍꿍이인가 싶어 그를 쳐다보았다.


“유렌 공작가는 ‘멜티’라는 제약 회사를 오래전부터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최근 신제품을 출시하고자 준비 중이었지요. 기존에 판매하던 진통제의 효과를 강화시킨 프리미엄 제품을 말입니다.”


역시나 페인은 피해자들의 주장을 순순히 인정하고자 꺼낸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다며 호젠은 반박할 자료들을 책상 위에서 재빨리 찾아냈다.


“이를 위해 제약 회사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것은 사실이나... 인체 실험이라고 말씀드리긴 적절치 않군요. 이미 동물 실험까지 끝난 약을 테스트한 것뿐입니다. 설마, 모든 제약 회사가 다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페인은 과장되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옆에 있던 다른 변호사에게 시켜 몇 가지 보고서를 재판장에게 전달했다.


“자료를 확인 부탁드립니다, 재판장님. 제약 실험에 관한 자료와 더불어... 실험에 참가했던 이들의 계약서와 자필 서명입니다.”


신문 기사로 알려진 것과 다른 내용이 튀어나오자, 사람들은 어떻게 된 영문인가 싶어 여론이 흔들렸다. 뜻대로 흘러가는 분위기에 페인은 입꼬리를 올렸으나, 호젠은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냐는 듯이 그를 노려보고는 입을 열었다.


“비밀리에 진행되었던 불법적인 인체 실험을, 제약 회사에서 진행한 테스트로 둔갑시키려는 모양인데 거짓말은 그만하시죠.”


진실에 가짜를 섞어 사람들을 혼동시키는 페인의 말에, 호젠은 문제가 되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냈다.


“계약서에 피해자들이 서명했다는 것은 저희도 인정합니다. 다만 이는 자의가 아닌 압박에 의한 것이었으며, 피해자들은 대부분 정규교육을 받지 못해 글을 모릅니다."


피해자들이 갖고 있는 어려움이 진실인지 여부는, 인터뷰를 진행했던 기자들이 증언해 주었다. 자신의 이름이나 간단한 단어는 인지했지만, 신문은커녕 쉬운 말로 되어있는 잡지조차 그들은 잘 읽어내지 못했다.


"애초에 실험에 참가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찾아간 자가 없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피해자들은 팔려왔거나 납치되었더군요.”


호젠의 설명에 관중들에게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실험뿐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동정심과 연민을 느끼는 듯했다.


“먼저 ‘인체실험’에 관한 말씀을 시작하셨으니, 저도 이에 관해 질문을 하나 드리지요.”


페인이 반론할 틈조차 주지 않기 위해, 호젠은 타이밍을 뺏으며 계속해서 주장을 이어갔다.


“제출하신 제약 실험 보고서, 작성자가 누구입니까?”


“서류를 보시면 적혀 있지 않습니까, 프-”


“기회를 드리지요. 위증이시라면 지금 돌이키시는 것이 나을 겁니다.”


“이보세요! 무례하게 구는 것에도 정도가 있지!”


말도 안 되는 의심에 화가 난 척 굴었지만, 페인은 호젠이 무엇을 들먹이려는 것인지 깨달았다.


“이 서류의 작성자... 샤토 유렌, 아닙니까?”


한 사람의 실명이 거론되었을 뿐이었으나, 효과는 상당했다. 샤토 유렌이 누구였던가. 오르뷔 참사의 책임자 중에 한 명으로서, 제국민에게 지탄을 받았던 과학자였다.


“샤토 유렌이 이 보고서를 제작했다면,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군요.”


호젠이 제기한 내용에, 사람들은 숨을 들이쉬고는 아무도 수군거리지 못했다. 샤토 유렌이 이 상황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그것 자체로도 문제였다.


“증거, 있습니까?”


페인의 말에 어디선가 야유가 터져 나왔으나, 그는 굴하지 않았다.


증거와 증인이 없다면 호젠의 말은 모두 의혹에 불과했고 끼워 맞추기였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를 증명할 수는 없을 것이라 그는 장담했으나, 호젠의 무표정에 익숙한 불안감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샤토 전 연구소장님께서 그 제약 보고서를 작성하셨음을, 제가 증명할 수 있습니다.”


호젠의 뒷자리에 앉아있던 한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왔다.


이 살벌한 대화에 끼어든 이가 누구일지 사람들은 궁금해했으나, 그의 모습을 보고 모두들 눈을 깜박였다. 분홍색 머리카락과 동글동글한 얼굴형, 짧은 걸음걸이까지 이 싸늘한 분위기와는 결이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그대는?”


“국립 연구소의 현 연구소장인, 센테스 엘리어스입니다.”


처음에는 그가 누구인지 의문을 가졌던 사람들도, 직책을 듣고 센테스를 단번에 기억해 냈다.


샤토가 연구소장이었던 시절 불이익에도 오르뷔의 불안정성을 문제로 대두시켰으며, 오르뷔 참사로 샤토가 물러난 뒤 그녀를 대신해 연구소장의 자리에 오른 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등장을 반겼으나, 한 사람만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센테스... 또 네가, 모든 것을 망치려 드는구나.’


한여름인데도 망토와 모자를 둘러 얼굴을 가린 이는, 이글거리는 분노를 감추지 못한 채 센테스를 노려보았다.


꼬옥-


“.... 무슨 말이 들려오든, 가만히 계셔야 합니다, 샤토 님.”


샤토의 옆에 앉아있던 평범한 차림의 여성은, 손을 꼭 잡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질린다는 듯이 샤토는 그녀를 째려보았으나, 예전과는 달리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시선을 휙 돌렸다.


‘참석하는 것은 허락하나, 정체를 들키면 그 자리에서 널 죽일 것이다.’


그녀는 베르트의 경고를 떠올리고는, 손이 하얘지도록 주먹을 꼭 쥐었다.


원래 베르트는 샤토를 저택에 두고 오려했으나, 페인이 이를 만류했다. 연구 자료에 대해서는 샤토보다 잘 아는 자가 없기에, 혹시라도 호젠 변호사가 물고 늘어질 때를 대비해 그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자신의 의사는 한 줌도 들어가지 않은 지금의 사태가, 샤토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좋습니다, 센테스 연구소장님. 무슨 근거로 주장하시는 겁니까?”


페인이 퉁명스러운 태도로 센테스를 향해 묻자, 그는 제약 회사의 자료를 들고 설명을 이어갔다.


“12p, 23p를 보시면 도표가 있으실 텐데, 수치의 기입이 특이합니다. 보통은 1L라고 표기할 텐데, 굳이 1000ml로 되어있지요. 60p도 이런 부분이 존재합니다. 현재는 잘 사용하지 않는 사어인 ‘Θ’가 쓰여 있죠. 이밖에도-”


“그게 뭐 어쨌다는 겁니까?”


“저는 오르뷔 문제로 부딪치기 전까지 오랜 기간 샤토 님의 제자였기에, 논문이나 보고서를 작성하실 때의 사소한 습관들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는데도 샤토 님만이 가지신 특유의 버릇들이 20가지는 보이더군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지적에 페인은 움찔했다. 내용에 대한 이의면 몰라도, 보고서만을 보고 그녀를 떠올릴 수 있는 이가 있을지는 몰랐다.


“다른 분이 내용을 대필하셨을 테니 글씨체야 다르겠지만, 이런 습관들은 본인도 자각하기 어려우니 모르셨겠지요. 연구소에 남아있는 예전 샤토 님의 논문을 보시면, 제 말이 사실이란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센테스의 발언이 끝나자, 호젠은 바로 분석한 자료를 재판장에게 제출했다. 모두 증인이 오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 준비해 두었던 것이었다.


“고작 버릇들입니다. 글씨체도 아닌데, 이것만으로 샤토 님께서 작성하셨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럼 이 보고서를 작성하신 이를, 증인으로 요청드립니다. 곳곳에 몇 가지 사어들이 있던데, 뜻을 알고 사용했다면 그분이 직접 작성하셨다고 인정하겠습니다.”


뒤쪽에 보고서를 작성했던 연구원이 앉아있었으나, 페인은 그를 증인으로 세울 수 없었다. 연구원은 별생각 없이 필사한 데다가 수치적인 부분에 집중했기에, 센테스가 이를 언급한 순간부터 사색이 된 상태였다.


‘빌어먹을 것. 기어코 제 스승을 말려 죽이려 드는구나.’


센테스가 페인의 말을 논리적으로 반박해 내자, 온갖 욕설과 저주가 샤토의 입 안에 맴돌았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센테스에게 따지고 싶었으나, 모두 삼켜내야만 했다.


“흠, 흠. 연구 보고서는 연구원들이 함께 작성하는지라, 표현적인 부분에서 책임자가 모르는 단어가 서술될 수도 있지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런 사소한 것들이 아니라, 강압적으로 진행된 인체실험이 없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더 이야기를 끌어봤자 득 될 것이 없음을 깨달은 페인은 해명 대신 말을 돌렸다. 그에게 남은 카드는 이제 몇 가지 남지 않았다.


“호젠 변호사님, 인터뷰했던 사람들 중 그래서 이곳에 누가 나와 있습니까?”


페인은 빈 증인석을 손가락질하며, 호젠이 가장 우려했던 점을 공격적으로 질문했다.


“똑똑히 보십시오. 단 한 명도 증인으로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신문 기사의 익명성 아래에 숨어, 유렌가를 음해하려 한 것입니다!”


“그분들의 진심을 왜곡하지 마십시오. 지워버리고 싶은 괴로운 기억임에도, 피해자분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 애써 진술서를 적어 보내주셨습니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그분들이 직접 가해자와 마주하란 말입니까?”


“그들이 진정 피해자인지, 그걸 가리고자 이 재판이 열린 것입니다.”


두 사람의 논쟁이 격화되자, 재판장은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잠시 발언을 멈추게 했다. 페인은 자신의 양복 깃을 잡아끌며 옷매무새를 다듬었고, 호젠은 물을 한 모금 넘겼다.


‘여론은 호젠 변호사 쪽으로 대부분 기울었으나, 이래서야 엄중한 처벌은 내려지지 않겠군.’


여왕은 법정에 앉은 이들을 둘러보았다. 60% 정도의 사람들은 호젠의 말을, 20%는 페인의 말을 믿는 듯했고 나머지는 중립을 유지했다. 배심원단의 평가는 여론보다도 호젠에게 호의적이긴 하겠지만, 결국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공작가문을 상대로, 이만하면 잘 싸웠지.’


누가 와도 이보다 훌륭하게 재판을 이끌 수는 없을 것이라, 여왕은 호젠에 대해 판단을 내렸다.


재판이 시작된 지 꽤 시간이 흘렀기에, 어느새 하늘은 서서히 노을이 지려하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해도 달라질 것이 없으리라 생각해, 재판장에게 슬슬 정리하자는 신호를 보내려 했다.


끼이이익-


잠시 찾아온 법정의 침묵이, 정문이 열리는 문소리에 의해 깨졌다.


“.... 누가 문을 열었는가?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네.”


일반 재판에서도 중간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은, 재판장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일이기에 그가 엄중한 목소리로 이를 언급했다. 사람들도 대체 누가 저런 무례를 저질렀나 하는 표정으로 뒤쪽을 기웃거렸다.


“.... 죄, 죄송합니다. 재판장님. 사정이 있어 지금에서야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재판장은 자신이 꾸짖었으니, 문을 연 이가 그대로 돌아나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자는 오히려 당돌하게 상황을 설명하며 모자를 벗고 얼굴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에디스’라고 합니다.”


맑은 목소리가 법정에 울려 퍼지며, 재판의 공기가 또 한 번 바뀌고 있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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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5) 24.07.06 8 0 11쪽
102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4) 24.07.05 8 0 11쪽
101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3) 24.07.04 6 0 11쪽
10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2) 24.07.03 6 0 12쪽
99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1) 24.07.02 6 0 12쪽
98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0) 24.07.01 7 0 12쪽
97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9) 24.06.30 8 0 11쪽
9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8) 24.06.29 8 0 11쪽
95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7) 24.06.28 7 0 12쪽
94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6) 24.06.27 7 0 11쪽
93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5) 24.06.26 6 0 11쪽
92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4) 24.06.25 9 0 11쪽
91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3) 24.06.24 10 0 11쪽
9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2) 24.06.23 6 0 11쪽
89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 24.06.22 10 0 11쪽
8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1) 24.06.21 7 0 11쪽
87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0) 24.06.20 9 0 11쪽
86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9) 24.06.19 8 0 12쪽
85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8) 24.06.18 8 0 11쪽
84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7) 24.06.17 7 0 11쪽
83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6) 24.06.16 8 0 11쪽
82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5) 24.06.15 9 0 11쪽
81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4) 24.06.14 7 0 11쪽
80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3) 24.06.13 8 0 11쪽
79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2) 24.06.12 8 0 11쪽
7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1) 24.06.11 7 0 11쪽
77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0) 24.06.10 5 0 11쪽
76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9) 24.06.09 8 0 11쪽
75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8) 24.06.08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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