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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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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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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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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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4)

DUMMY



카앙- 챙- 키기기기긱-


우두머리인 그림자의 명령이 끝나자마자 6명의 티시포네가 클로이에게 달려들었다. 수많은 칼날이 그녀를 향해 뻗어져 갔으나, 클로이는 눈에 잡히지 않을 만큼 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이를 모두 피했다.


‘무슨 속도가...!’


그토록 단련을 했음에도, 티시포네는 클로이의 보폭을 따라붙기가 어려웠다. 회심의 일격을 가해도 치명상은커녕, 얕은 상처를 입히는 것이 다였다.


“엉겨 붙지 마라! 허점을 노려! 또 벌을 받고 싶은 거냐!”


샬럿의 납치에 실패해 대가를 치렀던 그때를 기억한 티시포네는, 순식간에 분위기가 더욱 위험하게 바뀌었다. 이제 그들은 동료가 다치는 것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채 칼을 휘둘렀고, 끝내 클로이는 다리를 깊게 베였다.


그녀는 고통을 참으며 다시금 검을 뻗었지만, 거센 공격에 밀려 막다른 벽이 손에 닿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 스스로의 오만함에 대해 이제 후회가 되나?”


“조금? 요즘 단련을 게을리했더니 확실히 발이 느려졌어. 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무리네.”


클로이는 손목에 찬 시계를 힐끗 바라봤다. 세 사람이 비밀 통로로 들어간 지 10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고, 전투불능이 된 그림자도 없었다. 리비티라면 이만큼 버틴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말할지는 몰라도, 클로이는 티시포네의 전력에 흠집조차 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무사히 살아서 만나겠다고 약속했으니, 위험한 짓은 이 정도에서 멈춰야지.’


그림자들이 궁지에 몰린 클로이의 목숨을 가져가고자 칼을 높게 쳐든 순간, 그녀는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하늘로 쐈다.


탕-탕-!


일반적인 총격보다도 더 큰 소리가 울려 퍼지며, 색깔 있는 연기까지 공중에 맴돌았다.


“.....?!”


“앞으로 1-2분 안에 경관들이 올 거야. 마침 근처를 순찰할 시간이거든. 그 시간 안에 날 죽이고 시체까지 숨긴 뒤, 도망칠 자신이 있으면 그렇게 하고.”


숨겨 뒀던 클로이의 마지막 수가 밝혀지자, 그림자는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봤으나 쉽사리 공격하지 못했다.


자신들에게도 총은 있었으나, 발포하는 순간 누군가는 죽게 될 것이었다. 그게 클로이든, 티시포네든 시체가 남을 수밖에는 없는데, 이는 흔적을 남기지 않고 움직여야 하는 그림자들에게 그 자체로 불리했다.


타다다닥-


“.... 빌어먹을.”


게다가 그녀의 말대로 어디선가 발걸음까지 들려오자, 우두머리인 그림자가 낮게 욕지거리를 내뱉더니 후퇴하라는 듯이 티시포네에게 손짓했다. 물러설 것처럼 한 두 명씩 티시포네가 시야에서 사라졌으나, 명령을 내린 그림자는 그대로 클로이에게 칼을 휘둘렀다.


카앙-


방심하지 않았던 클로이는 다시금 칼을 들어 막아냈지만, 불안정한 자세로 인해 힘에서 조금 밀렸다.


탕-


이로 인해 그녀는 목 근처를 얕게 베었으나, 그림자 또한 멀쩡하진 않았다. 곧바로 클로이가 쏜 총알이 팔을 스쳐가, 검은색 옷을 타고 피가 흘러내렸다.


“그 알량한 목숨을 언제까지 부지하나 지켜보지.”


“하-. 누가 할 소리인지.”


이제는 웅성거리는 소리까지 가까워지자, 그림자는 칼을 치우며 이내 모습을 감췄다. 클로이의 앞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그녀는 한참 동안 총을 든 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 클로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골목 끝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그녀에게 익숙한 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리사 경관님.....”


이제야 안심이 된 클로이는 긴장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녀가 다친 것을 안 리사 경관은 서둘러 다가와 다리를 지혈했다. 상태가 괜찮은 건지, 어쩌다 이렇게 다친 건지 경관들이 걱정했으나, 그녀는 웃으며 괜찮다고 대답했다.


비로소 완전히 안전해졌다는 판단이 들자, 클로이는 세 사람이 뛰어 들어갔던 비밀 통로 쪽을 바라보았다.


‘부디 에디스가 무사히 증언을 끝내고 돌아올 수 있기를...’


다급한 상황 탓에 꺼내지 못했던 격려가 마음으로나마 전해지길 바라며, 클로이는 본래의 맑은 눈동자를 되찾았다.




.

.

.




“유렌 공작가는 오르뷔를 이용해 인체 실험을 진행해 왔으며, 황태자 전하께서는 이를 알고도 묵인하셨습니다.”


호젠이 말한 내용을 모르는 자는 이곳에서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투의 차이가 있을 뿐 이 문장은 첫 번째 신문기사의 헤드라인이었기에, 기사를 수없이 읽어 내린 이들은 익숙하기까지 했다.


“상기의 이유로 유렌 공작가와 황태자 전하를 고발하오니, 배심원들께서는 이에 대한 죗값을 판결해 주시길 바랍니다.”


호젠이 발언을 마치자, 장내가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이번 일에 관련된 자들이 처벌받기를 원하면서도, 막상 눈앞에서 공작가와 황태자가 지목되자 기분이 이상했다. 평소 입에 담기조차 어려워했던 황족을 죄인으로 세우다니, 이래도 되는 것인가 괜히 눈치를 살피는 자들도 있었다.


“페인 루모스, 유렌 공작가의 입장은 어떠한가?”


이번에는 재판장이 유렌 공작가에서 선임한 변호사를 지목했다. 그러자 고급스러운 차림을 한 젊은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는 호젠의 인상과는 달리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신사였다.


길거리에서 마주친다면 뒤를 돌아볼 정도의 수려한 외모였으나,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그 뒷줄에 앉아있는 베르트에게 쏠렸다. 그녀는 호젠의 주장들에 눈 하나 깜박하지 않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먼저, 이 자리를 빌려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그간 악의적인 신문기사로 인해, 유렌 공작가와 황태자 전하께서는 숱한 비난과 경제적인 피해를 참아오셨습니다.


페인은 재판장을 향해 묵례하며,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오기 위해 유려하게 말을 이어갔다. 능글맞은 그의 말투와 행동은, 무거운 법정의 분위기를 풀어나가며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신께 맹세하건대 호젠 변호사가 주장하는 바는 모두 거짓이며, 선량한 공작 가문과 황태자 전하를 모욕한 자들의 죄를 묻기 원합니다.”


마지막으로 페인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주장을 끝내자, 사람들 사이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페인은 주눅 들거나 난감한 기색 없이, 과장스럽게 속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실컷 미워하라지. 이런 적이 한두 번이었던가.’


그는 한쪽이 여론의 지탄을 받은 재판을 많이 맡아왔지만, 승소율이 좋은 편이었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이 없거나 남 탓을 하는 이들, 사기꾼과 거대한 조직의 인물들까지 고발을 당하면 모두 페인을 찾았다. 그는 욕심이 그득했기에 풍족한 돈을 가지고 있거나, 거대한 권력자이거나, 자신의 명예를 드높여 줄 수 있는 자라면 누구든 반겼다.


특히나 이번 재판은 그에게 있어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작위와 영지를 받은 내게, 그때도 저렇게 손가락질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이번 재판에서 승소하거나 적어도 과한 처벌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는 이러한 것들을 받기로 황태자와 베르트에게 약속받았다. 신분 상승이라는 꿈같은 기회 앞에서, 페인은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재판장님, 제 발언을 먼저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페인은 재판장을 향해 질문했지만, 고개는 호젠 쪽으로 꺾여 있었다. 순서는 중요치 않다는 듯 호젠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자, 재판장은 이를 승낙했고 그는 자연스럽게 법정의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먼저, 황태자 전하께서 유렌 공작가의 인체 실험을 묵과하셨다라....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페인은 말의 악센트와 억양에 신경 써가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처음에는 일반 제국민을 향해 있었으나, 몇 걸음새 위치를 바꿔 귀족 배심원 쪽을 바라봤다.


“이건 매 해 열리는 신년회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다섯 개의 공작 가문 중, 신년회 때 수도에 가장 길게 머무르는 가문이 어디인 줄 아십니까?..... 엘든모어입니다.”


신년회에 관한 이야기에 귀족들 몇몇은 그의 의도를 모르면서도, 그 말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가장 짧은 곳은 어디일까요?”


페인은 대답을 알려주지 않았으나, 다들 그가 유렌 가문을 지목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단순한 비유를 통해 황태자와 유렌 가문의 사이가 좋지 않음을 사람들이 떠올리게 하며, 호젠의 발언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황태자 전하와 유렌 가문은 접점조차 없었습니다.”


제국민의 여론이 조금이나마 흔들리는 것을 본 페인은, 좀 더 통념적인 생각을 건드렸다.


“이 주장은 다섯 가문을 공평하게 대하려 노력해 오셨던 황태자 전하를 무시하는 발언입니다. 귀족분들께서는 아시겠지만 전하께서는 황태자비의 아버지인 엘든모어 공작에게조차 어떠한 이득을 더해주신 적이 없습니다.”


엘든모어 공작에 대한 언급에, 귀족들 몇몇이 헛기침을 하며 서로 속닥거렸다. 황태자가 고르텐을 싫어해 이점을 주지 않음을 귀족들은 몰랐기에, 그들은 페인의 말이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어차피 황실 재판은 대중도, 재판장도 아닌 배심원단이 판결하는 것. 지식인층은 내가 무엇을 얘기하든 반대할 테고, 황실은 황태자의 편이겠지. 그렇다면 귀족들의 표만을 가져오면 된다.’


특히 이 논점에 관해서는 정황뿐이지, 계약서와 같은 명백한 증거가 없었다. 주장끼리 맞붙는 것이라면 딱딱하게 설명하는 호젠보다는, 농담과 비유를 곁들여 시선을 휘어잡는 자신이 이길 수 있으리라고 페인은 생각했다.


‘귀족들은 '인체 실험'보다는, 황태자가 유렌 가문과 결탁했다는 것에 더 감정이 상했을 테지. 이 점을 해소해 준다면, 그들은 오히려 황태자를 비호하려 할 것이다.’


이번 논쟁에서 이긴다면 황태자를 처벌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을 물론, 부가적인 이득 또한 존재했다. 한 가지 가정이 거짓으로 생각되면, 나머지에 대해서 의심되는 것이 당연했기에, 유리한 분위기까지 선점할 수 있었다.


페인은 꽤 괜찮은 수를 두었다고 자부하며, 마지막으로 여유가 넘치는 미소까지 보였다.


“호젠 변호사, 발언하십시오.”


페인이 발언을 끝냈다는 듯이 자리로 돌아가자, 재판장은 호젠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화려한 제스처와 표정들을 보였던 페인과는 달리, 호젠은 마치 교수처럼 천천히 반론을 시작했다.


“우선, 유렌 공작 가문에서 진행된 연구는 ‘오르뷔’와 관련되어 있기에, 황실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서두부터 지루한 말들의 연속에 페인은 눈가를 매만졌으나, 호젠은 그를 쳐다보지조차 않았다.


“이에 유렌 가문은 황태자 전하께 거래를 제안했고, 이를 바탕으로 대가를 받았습니다.”


“호젠 변호사님, 소설에 재능이 있으신 것 같군요. 증거도 없이 이런 말을 잘도 늘여 놓....”


“증거, 누가 없답니까?”


호젠을 방해하려던 페인은, 그녀의 말에 동공이 커지며 멈칫했다. 모두의 시선을 받은 호젠은 여전히 무표정이었으나, 이러한 태도가 사람들의 신뢰를 끌어 모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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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5) 24.07.06 8 0 11쪽
»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4) 24.07.05 9 0 11쪽
101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3) 24.07.04 6 0 11쪽
10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2) 24.07.03 6 0 12쪽
99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1) 24.07.02 6 0 12쪽
98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0) 24.07.01 8 0 12쪽
97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9) 24.06.30 8 0 11쪽
9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8) 24.06.29 8 0 11쪽
95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7) 24.06.28 8 0 12쪽
94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6) 24.06.27 7 0 11쪽
93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5) 24.06.26 6 0 11쪽
92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4) 24.06.25 9 0 11쪽
91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3) 24.06.24 10 0 11쪽
9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2) 24.06.23 6 0 11쪽
89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 24.06.22 10 0 11쪽
8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1) 24.06.21 7 0 11쪽
87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0) 24.06.20 10 0 11쪽
86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9) 24.06.19 8 0 12쪽
85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8) 24.06.18 9 0 11쪽
84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7) 24.06.17 7 0 11쪽
83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6) 24.06.16 8 0 11쪽
82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5) 24.06.15 9 0 11쪽
81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4) 24.06.14 7 0 11쪽
80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3) 24.06.13 8 0 11쪽
79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2) 24.06.12 8 0 11쪽
7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1) 24.06.11 7 0 11쪽
77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0) 24.06.10 5 0 11쪽
76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9) 24.06.09 8 0 11쪽
75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8) 24.06.08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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