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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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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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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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

DUMMY




‘렌텐이라...’


5월 15일, 에드워드는 협박장을 빙자한 편지를 들고, 이곳 렌텐에 도착해 마차에서 내렸다. 혹시라도 유렌가의 눈에 띌까 싶어, 그는 서둘러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변장까지 했음에도, 에드워드는 최대한 주의를 기울였다.


‘이곳에서 날 만나고자 했다면, 한 곳밖에는 없지.’


편지지에는 ‘렌텐‘이라고만 기술되어 있을 뿐, 정확히 어느 곳인지는 쓰여 있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에드워드는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렌텐의 가장 유명한 명소. 그중에서도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어, 유렌가의 사람이라면 애착을 가질만한 곳.’


에드워드는 마을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 좁은 산책로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눈앞에 탁 트인 공간이 펼쳐졌다.


쏴아아아-


바람에 나무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묘한 소리를 만들어냈고, 이 중심에는 오래된 조각상 4개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여전히 처절함 하나는 이 작품에 비할 것이 없군.’


‘전쟁’이라는 명칭의 이 작품은, 제국이 세워지기 이전부터 있었다. 유명한 ‘폴리’라는 작가가 만든 것으로, 전쟁으로 인해 삶을 잃은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해 놓았다.


살아 움직일듯한 동세와 깊은 감정이 새겨진 조각들은, 거대한 크기까지 갖춰 보는 이로 하여금 압도당하게 했다. 특이점이라고는 하나 없는, 렌텐이란 지역이 관광지로서 자리 잡게 된 이유였다.


지금은 새벽인지라 에드워드 말고는 아무도 없었지만, 낮에는 사람들이 북적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슬슬 시간이 되었을 텐데...’


시계가 없는 에드워드로서는, 약속 시간이 되었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조각을 유심히 들어다보고 있을 때, 누군가 뒤에서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 조각상을 구경하러 오셨나 봅니다.”


에드워드는 그가 편지의 주인이라는 직감이 들었지만, 모른 척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습니다, 밤에 조각상들을 보면, 낮과는 다른 감상이 들까 해서 말입니다.”


“좋은 선택이십니다. 이 조각상은 주변의 환경까지 함께 감상해야 의미가 있는지라, 다른 느낌이 드실 겁니다. 어떠셨습니까?”


그의 목소리에는 조각상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유렌가의 지역에 있는 예술품 중, 이만한 아름다움과 역사를 지닌 작품은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글쎄요, 생각보다 아쉬운 마음뿐입니다.”


“아쉽다?”


에드워드가 이를 부정하자, 부드럽던 그의 목소리에 노기가 깃들었다.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지는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알 수 있겠더군요. 조각상이 가진 명성과는 달리 관리가 엉망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렌텐의 조각상은 곳곳에 문제가 많았다. 관람객의 짓인지는 몰라도 조각이 인위적으로 떨어져 나간 부분이 있었고, 바닥은 정리되지 못해 잡초가 올라왔다. 주변 나무들도 예전과 달리 빽빽하게 자라, 답답한 느낌을 주었다.


“렌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더 안타까울 뿐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에드워드의 지적에, 그는 고개를 떨궜다가 조각의 명패를 보게 되었다. 명패 위에 먼지가 한참 쌓여있어, 제작 연도 부분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 먼지를 닦아냈지만, 이것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베르트가 이런 것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지.’


유렌가의 유명했던 작품들은 모두 이런 수난을 겪고 있었다. 그녀가 가주의 자리에 오른 뒤 기존의 문화 사업 지원을 모두 폐지했기에 벌어진 사태였다. 예산이 없어지자 각각의 지역에서 나름의 돈을 투자해 관리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무엇 때문에 저를 만나고자 하셨습니까?”


에드워드는 몸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망토를 두른 그는 얼굴은 물론이고 체형도 파악하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이미 그의 정체를 확신하고 있었다.


“탐정님께, 의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차분하고 잠잠한 목소리와, 망토로 숨길 수 없는 올곧은 자세. 유렌 가문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망가지는 가문에 책임감을 느끼는 자.


“현 유렌 가문의 가주를, 막아주십시오. 이를 위해서 무슨 일이든 협력하겠습니다.”


굳은 다짐이 섞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에드워드에게 얼굴을 보였다.




.

.

.




“에드, 클로이! 오랜만이에요, 커피 마시러 오신 거죠?”


벤자민의 카페에 문을 열고 들어간 두 사람은, 갑작스러운 환대에 움찔했다. 분명 며칠 전에도 에드워드가 들렸으나, 벤자민은 그 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두 사람을 기다린 것 같았다.


“... 무슨 일이지?”


질문을 받은 벤자민은 슬쩍 시선을 옮겼다. 그 시선을 따라가 보니, 야외 테라스에 앉은 라울을 볼 수 있었다.


“오픈 시간 때부터 와서, 지금까지 저러고 있어요. 오래 앉아 있는 건 상관없는데, 샷 3번 추가한 아메리카노 3잔에다가 방금, 한 잔 더 시켰거든요.”


“.... 위에 구멍 뚫리겠는데.”


동의한다는 듯이 벤자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라울이 고민이 있다는 것은 눈치챘지만, 아침은 벤자민으로서도 바쁜 시간이기에 그를 신경 써줄 수가 없었다.


마침 카지노 사건 때 벤자민의 도움을 받았던 에드워드는, 맡기라는 듯이 손짓하고 간단한 음료와 오늘의 간식을 주문했다.


“누구..... 에드?... 클로이? 왜 여기 앉아?”


에드워드와 클로이는 벤자민이 주문한 것들을 내오기 전에, 라울의 자리에 다가가 합석했다.


“출근 안 하고 뭘 하고 있나 싶어서.”


“나 오늘 반차거든? 경감님도 뭐라 안 했는데, 왜 시비야?”


“소중한 반차 날에 라울이 커피만 마시고 있으니, 무슨 일이 있나 해서 그렇죠~”


벤자민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는 라울을 다정하게 대하지는 못했다. 둘이 싸울 것만 같자, 언제나처럼 옆에 있던 클로이가 개입해 분위기를 풀었다.


“.... 병원 앞까지 갔는데 오늘 휴무일이었고, 하는 수 없이 은행이라도 들리려 했는데 집에 신분증을 두고 왔어.”


남들이 보기에는 운이 없는 날이었지만, 라울은 덤벙거림이 심한 탓에 늘 있는 일이었다.


이 정도로 낙담할 성격이 아니기에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클로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여주며 호응했다. 에드워드마저 몇 마디를 거들어주자, 라울은 조금씩 평소의 기분을 되찾아갔다.


달카닥-


때마침, 두 사람이 시킨 주문을 벤자민이 테이블로 가져왔다. 클로이가 시킨 자몽 주스와 에드워드의 커피가 향긋한 향을 풍겨, 두 사람은 말을 멈추고 각자 한 모금씩을 마셨다.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려던 에드워드는, 벤자민이 내놓은 오늘의 간식에 순간 말을 잃었다.


“황실 파티시에도 이건 못 만들겠는데.”


“하하- 그렇게까지 안 띄워주셔도 돼요, 에드.”


단순히 보자면 딸기 밀푀유와 레몬 에끌레어였지만, 플레이팅에 있어 작품이라고 봐도 될 만큼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차마 이 외형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 디저트를 좋아하는 클로이조차 감히 포크를 갖다 대지 못했다.


“라울, 네가 해라.”


에드워드가 진지한 눈빛으로 라울에게 디저트 칼을 건네자, 그는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라울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칼을 움직여 밀푀유의 중간을 잘랐고, 파사삭-하는 소리와 함께 겹겹이 쌓인 단면이 드러났다.


간식을 주문한 것은 에드워드였지만, 예쁘게 잘라낸 라울의 공이 있기에 그가 먼저 포크를 들었다.


'.... 모든 걱정과 우울함이 사라지는 맛이네.'


마치 봄의 싱그러움이 입안에 퍼지는 듯해, 라울은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한결 기분이 풀어지자 그는 속에 있던 고민을 쉽게 털어놓았다.


“..... 그냥, 좀. 별건 아니고.... 경찰국말이야. 그만둘까 하고.”


클로이는 막 딸기를 집으려던 포크를 내려놓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충격적인 고민이었기에, 덩달아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왜? 이번 카지노 사건 때문에?”


“그것도 있고.... 하, 모르겠어. 예전 같지가 않아.”


남에게 이 얘기를 꺼내는 것은 처음이기에 조금 두서없었지만, 라울은 천천히 생각해 왔던 이유를 하나씩 짚어갔다.


“경찰국 안보다 안전한 곳은 없을 것이라고 믿어왔는데, 요즘 보니 그런 것 같지도 않고.”


라울은 과거 검시관으로 일하면서, 범죄자에게 협박을 받은 적도 있었다. 이로 인해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쓰곤 했는데, 경찰국 내부에 배신자가 있었다는 것이 그에게는 충격인 듯했다.


“보람도 있고, 일 자체도 나랑 잘 맞기는 하는데...”


항상 경감과 싸우고 퇴사를 자주 언급하기는 했지만, 진짜로 그만두려고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퇴사를 한 번 고려하기 시작하자, 그동안 불만이었던 일들이 연달아 떠올랐다.


“출근 날짜가 뒤죽박죽인 건 당연하고, 급하게 부를 때도 너무 많고. 사소한 실수 하나가 큰 책임을 불러일으킬 때도 있고. 무엇보다... 같이 일했던 경관들이 언제라도 다른 이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이번 인사이동 때문에 라울도 새로운 사람과 적응하느라 무척이나 고생했었다. 간신히 손발을 맞춰났더니 배신자라 판명되어 그들이 없어지자, 라울은 허탈감과 회의감을 느꼈다.


“.... 좀 지친 것 같아.”


“경감님 하고는, 얘기해 봤어?”


“설마, 무슨 호령을 들으려고.... 솔직히 말하면, 경감님도 남 신경 써주실 상태는 아닌 것 같던데.”


그토록 싸우다 정이라도 든 건지, 라울은 경감이 힘들어하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는 경감에게 자신의 고민까지 더해주고 싶지 않아, 그동안 혼자서 속을 삭혀 왔다.


“라울...”


에드워드로서는 라울이 경찰국에 남아있는 편이 좋았지만, 친우로서 그가 원하는 선택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다.


최대한 부드럽게, 나름대로 위로와 같은 말을 라울에게 전해주려는 찰나, 갑자기 거리가 시끌벅적해졌다.


“호외요, 호외! 유렌 가문의 엄청난 범죄가 드러났답니다!”


신문을 파는 아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런 일이야 자주 있었지만,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심상치 않았다. 에드워드는 말을 하다 말고, 테라스를 넘어 아이에게 다가갔다.


“한 부 주렴. 잔돈은 되었다.”


“감사합니다!”


아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에드워드에게 신문을 넘겼다. 주변을 보니 자신 말고도 호기심에 가득 찬 사람들이 이미 몰려든 상태였다. 신문을 산 에드워드는 다시 라울과 클로이 곁으로 돌아왔다.


[제국민을 인체 실험한 유렌가, 이를 묵인한 황태자.... 익명의 제보를 통해 알려진 그들의 만행.]


신문의 1면은 진한 글씨로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라울마저 테이블에 펼쳐진 신문을 눈으로 훑느라, 대화가 끊겼음에도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기사를 읽은 에드워드와 클로이는 ‘익명의 제보’가 어디서 온 것인지 바로 알아챘다.


‘...... 레지스탕스군.‘


황태자의 폐위를 위한 그들의 계획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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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3) 24.06.24 10 0 11쪽
9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2) 24.06.23 6 0 11쪽
»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 24.06.22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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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8) 24.06.18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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