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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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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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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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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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7)

DUMMY



“모든 레지스탕스 지부에 알린다. 현 시간부로 당장 업무를 중단하고, 재판 때까지 지부를 폐쇄한다. 최소한의 인원만 움직일 것이며, 그 명단은 아래와 같다.”


에이미에게서 서쪽 지부의 일을 전해 들은 레지스탕스는 충격에 빠졌으나, 그들은 멈춰있지 않았다. 서둘러 연회를 마무리하고 다른 지부에 소식을 알렸으며,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레지스탕스가 이렇게 즉각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몰아치는 감정을 억누른 채 명령을 내리고 있는 리비티와 데릭 덕분이었다.


“데릭, 이번 재판에서 변호사로 나설 호젠과, 증거를 입증해 줄 센테스가 위험할 수 있으니 호위를 붙여줘. 다른 협회장들도 혹시 모르니 당분간 조심하라고 하고.”


“대표, 현 지부에 비전투인원은 모두 돌려보냈습니다.”


“.... 전투가 가능한 사람들 중에서도 실력이 좋은 몇 사람만 남도록 해. 인원이 많을수록 위험한 건 우리야.”


레지스탕스가 숨 돌릴 틈 없이 바빠지자, 에드워드와 클로이는 그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 조용히 돌아가려 했다.


“탐정, 클로이. 잠깐만...”


많은 보고를 받고 있는 와중에도 그 기색을 어떻게 눈치챘는지, 리비티는 두 사람을 멈춰 세웠다.


“괜찮다면, 여기서 대기했다가 나를 도와줄 수 있어?”


방금 전 상황을 함께 들었던 두 사람은, 리비티의 간절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무슨 요청인지 몰랐음에도, 에드워드와 클로이는 그녀를 얌전히 기다렸다.


“대표! 각 지부에서 지시를 이행하겠다는 답을 모두 받았습니다. 서쪽 지부와 같이 습격을 당한 곳은 없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열 명 남짓한 인원만이 남았을 때, 그나마 나은 소식이 전해져 왔다. 다른 지부들이 무사하다는 말에, 남은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거나, 얼굴을 쓸어내렸다.


끼이익-


급한 상황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마지막으로 리비티는 현 지부를 폐쇄한 뒤 데릭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레지스탕스는 각자의 임무대로 흩어졌고, 데릭은 당분간 지낼 아지트를 찾아놓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기다려줘서 고마워. 지금 확인해야 할 곳이 있는데, 만약 최악의 상황이 벌어져 있다면 나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말이야.”


리비티가 가려는 곳은, 레지스탕스 안에서도 극비인 사항이었다.


원래는 혼자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서쪽 지부의 일을 겪고 나니 그녀는 안전장치를 필요로 했다. 레지스탕스가 아니면서도 누구보다 믿을만할뿐더러, 특출 나게 강한 에드워드와 클로이는 이번 일에 꼭 맞는 사람이었다.


“.... 어디로 가는 거지?”


처음에 에드워드는 혼자가 된 리비티에게 괜찮은지 묻거나, 위로를 건네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을 본 순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님을 알아챘다. 레지스탕스의 상황이 정리된 지금도, 리비티는 여전히 초조하고 걱정이 가득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미안, 장소를 말해줄 순 없어.”


당연한 에드워드의 질문에도 리비티는 고개를 저을 뿐, 대답해주지 않았다. 입 밖으로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지 그녀는 손짓했고, 두 사람은 조용히 그 뒤를 따라갔다.


똑똑-


세 사람은 어지럽게 꺾이는 골목들을 지나, 낡은 돌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돌아가는 길이 걱정될 정도로 복잡한 길들이 이어진 끝에, 탁 트인 공간에 여러 집들이 모여 있었다.


고도가 높아지자 밤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고, 동네는 평화롭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이윽고 리비티는 어느 공방 앞에서 멈춰, 영업이 종료됐다는 팻말을 보고도 문을 두드렸다.


“나야, 민티. 문 좀 열어줄래?”


“대표?”


처음에는 아무 반응이 없었지만, 대표가 목소리를 내며 다시 문을 두드리자 안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세요? 이분들은....?”


문 안쪽에서 여러 잠금장치를 푸는 소리가 들리더니, 갈색 머리의 여성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녀는 낯선 두 사람을 경계했는지, 표정이 굳은 채 손을 몸 뒤쪽에 두고 있었다.


“민티, 두 사람은 실험실에서 사람들을 구출할 때 도와줬던 동료들이야. 이쪽은 탐정인 에드워드, 그리고 조수인 클로이.”


“어머, 그분들이셨군요! 이를 어째, 죄송해요. 제가 요즘 좀 예민해서...”


대표의 설명에 민티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반 발자국 앞으로 다가와 기쁘게 인사를 나눴다. 긴장이 풀린 그녀는 차를 끓이겠다며 부엌으로 향했고, 대표는 공방이 제집인 것 마냥 위층으로 올라갔다.


달칵-


“엇, 대표다!”


“제이든! 잘 지냈어?”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곧바로 마주친 한 소년이 리비티에게 뛰어들었다. 이를 시작으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한 두 명씩 그녀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대표! 너무 오래간만에 오는 거 아니에요~?”


“미안, 미안. 요즘 통 바빠서 말이야.”


2층의 사람들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는지, 밤인데도 모두 거실에 모여 있었다. 클로이는 어딘가 그들이 익숙해 기억을 곱씹다가, 모두 실험실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이란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그때와 달리 다들 생기가 넘쳐흘렀고, 무엇보다도 평온해 보였다.


“다들 전할 말이 있어서 그런데, 모여 줄래?”


떠들썩하게 안부를 나누고 있을 때, 민티가 차를 끓여 소박한 다과와 함께 간식을 내왔다.


이를 한 모금 마신 리비티는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이목을 모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평소처럼 밝지 않자, 안 좋은 소식임을 눈치챈 그들은 어린아이들을 방으로 돌려보냈다. 거실은 금세 조용해졌고, 리비티는 괴로움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 레지스탕스의 서쪽 지부가 티시포네에 의해 습격당했어.”


불안감이 감돌던 내부가 공포로 바뀌며 거실이 순간 서늘해졌다. 리비티의 말에 호응을 하는 자도, 설명을 요구하는 자도 없었다.


“티시포네가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선 듯해. 아마 재판 전까지 우리를 찾아내려 들 거야.”


정확하게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죽이려 한다는 것이었지만, 리비티는 이를 최대한 돌려 말했다.


“다만, 이 공방만큼은 어느 곳보다 안전해. 정확한 위치를 아는 사람도 몇 되지 않을뿐더러, 만전을 기울여놓은 장소니까. 문제는...”


“.... 증인이군요.”


이들을 책임지고 보살피는 역할을 맡았던 레지스탕스 소속의 민티는, 리비티가 하고자 하는 말을 바로 알아챘다.


“맞아. 너희가 용기를 내서 증인을 하겠다고 말해주었고, 우리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었지. 하지만 서쪽 지부가 당해버린 이상, 우리는 너희에게 이를 증명해내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어.”


에드워드는 리비티의 발언을 잠자코 지켜보았다. 그녀는 늘 이런 방식의 싸움을 택해왔다.


서쪽 지부 일만 하더라도, 그녀가 직접 말하지 않았다면 이들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그들이 두려움에 증인을 포기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리비티는 정도를 걷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두 번째 신문 기사를 낼 때, 인터뷰를 허락해 준 것만으로도 너희가 보여준 용기는 이미 차고 넘쳐. 그러니....”


그들의 증언이 리비티는 꼭 필요했다. 단순한 진술서와 직접 발언하는 것의 차이는 무척 크기 때문에, 호젠이 알았다면 그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아가며 말릴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해서 승리를 얻고 싶지 않았다.


“대표, 저는 증인으로 참석할 겁니다.”


리비티가 말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순한 인상의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선언했다. 갓 성인이 된듯해 보이는 그녀는, 티시포네가 언급된 순간부터 계속 손이 떨리고 있었다.


“에디스, 목숨이 걸린 일이야. 솔직히 말하면 실험실을 탈출할 때보다도 지금이 더 위험해.”


“상관없어요. 설령 레지스탕스가 보호해주지 못한다 할지라도 전 갈 겁니다.”


고집부리는 듯한 행동에 리비티는 에디스를 의아스럽게 쳐다봤다. 그녀는 평소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늘 남을 먼저 배려하는 성향이었던 지라, 다른 이들도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거기 서 계신 분, 혹시 저를 기억하시나요?”


“.... 이름까지는 잘 모르지만, 가장 마지막에 탈출하셨던-”


갑작스럽게 지목을 받은 클로이는,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봤다. 파란색의 눈동자가 어딘가 낯이 익게 느껴져, 그녀는 곧 에디스를 기억해 냈다.


“맞아요. 저는 그날 실험실에서 벗어나는 것을 가장 망설였던 사람이었어요. 밖으로 나가면 뭐가 달라질까, 어차피 예전에 살던 곳인 빈민가로 돌아가 봤자 나아질 것이 없다 생각했었지요.”


실험실은 지옥이었지만, 밖의 세상은 가시밭길이었다. 어느 쪽을 가든, 고통받는 길인 것은 매한가지였다.


“매캐한 연기가 점점 들어오기에, 이대로 있으면 끝을 맞이할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그렇게 웅크린 채 가만히 있을 때 저분이 제 손을 끌어주셨죠.”


에디스의 이야기를 들은 클로이는 두 눈을 깜박였다. 그녀는 당시에 에디스가 다리를 다쳐 움직이지 못하는 줄 알았지, 이런 마음인지는 몰랐다.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 오게 된 뒤, 언제나 행복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살아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이들과 따뜻한 빵과 수프를 함께 먹으며 하루를 나눌 때. 공방에서 기술을 배워 처음 조각품을 완성시켰을 때. 민티가 사비를 털어 사온 초콜릿을 나눠먹곤 할 때.


특히나 다락방에서 어둑어둑 해가 지는 것을 멍하게 보고 있을 때면, 클로이가 내민 손을 잡았던 것이 후회되지 않았다.


“그러니 저는 살아남기 위해 기꺼이 투쟁할 겁니다. 온전한 삶을 되찾기 위해서요.”


이곳의 사람들은 행동에 제약이 있었다. 혹시라도 티시포네와 마주칠까 봐, 밖에 나갈 일이 있을 때면 밤까지 기다려야 할뿐더러 로브로 얼굴과 몸을 감싸야만 했다.


그마저도 짧은 시간 안에 돌아와야 했으며, 길에서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만 봐도 흠칫거리기 일쑤였다. 원래 가족이 있던 사람들은 유렌 가문에 추적당할까 봐 만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에디스는 이들과 함께 좀 더 자유로워진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다.


꼬옥-


이 마음을 모를 리 없는 사람들은 에디스의 곁으로 다가와, 손을 잡거나 애정이 담긴 눈길로 그녀를 바라봤다.


모두들 그런 세상을 꿈꾸고는 있었지만, 그들의 마음은 양분되어 있었다. 에디스를 소중이 여겼기에 그녀를 말려야 할지, 에디스의 다짐을 존중해줘야 할지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티시포네와 유렌가가 그들에게 남긴 상흔은, 쉽게 떨쳐낼 수 없는 일이었다.


“에디스. 기사로서의 명예를 걸고 맹세하건대, 당신을 꼭 지켜드리겠습니다. 재판장에 도달하기까지도, 그 이후로도 요.”


이들의 감정을 알아챈 클로이는 대표가 안전을 약속하기도 전에 먼저 나섰다. 그녀는 에디스의 믿음에 바로 답해주려다, 기사일 적 버릇이 불쑥 튀어나왔다. 한쪽 무릎을 꿇은 클로이는 에디스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 신뢰하기 어렵겠지만은, 에디스가 다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레지스탕스의 정예들은 물론 나도 함께할 테니까.”


리비티가 말을 덧붙이자, 고민하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에디스의 앞을 비켜주었다.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이가 에디스를 꼭 껴안았다가 놓아주었고, 격려를 받은 에디스는 클로이의 앞으로 다가가 손을 맞잡았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에디스의 손은 아직도 떨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의연히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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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1) 24.07.02 6 0 12쪽
98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0) 24.07.01 8 0 12쪽
97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9) 24.06.30 8 0 11쪽
9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8) 24.06.29 8 0 11쪽
»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7) 24.06.28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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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4) 24.06.14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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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1) 24.06.11 7 0 11쪽
77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0) 24.06.10 5 0 11쪽
76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9) 24.06.09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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