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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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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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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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6)

DUMMY



“커헉-”


“델, 피... 으윽-!”


원래라면 즐겁게 파티가 열렸어야 할 때, 레지스탕스의 서쪽 지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대신 비명 소리가 난무했다. 피 비린내가 곳곳에 퍼져나가며,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습격에 속절없이 쓰러져갔다.


레지스탕스를 공격한 이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눈에 보이는 모든 이들에게 칼을 휘둘렀다. 도망을 치든, 살려달라고 빌든 그들의 자비는 없었다. 뒤늦게 레지스탕스도 이들에게 대항했지만, 의미 없는 발버둥이었다.


‘빌어먹을. 공격 속도도, 완력도 모두 뒤처져. 이래서는... ’


케니스는 최선을 다해 칼을 휘둘렀지만, 모든 면에서 적을 이길 수 없었다. 레지스탕스의 특이한 무기도, 다른 동료를 도망치게 만들려는 계획도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 함께 싸우던 델피는 죽었고, 몸에는 적의 공격으로 점점 큰 상처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불리한 상황이었으나, 그는 칼을 고쳐 잡으며 숨을 골랐다.


‘티시포네의 손에 순순히 죽어줄 수는 없지.’


샬럿을 구하는 것에 함께했던 케니스는, 그들이 유렌가의 그림자인 티시포네인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이를 인지한 순간, 그는 이 가망 없는 싸움에서 반드시 무엇이든 이뤄내야만 했다. 그들의 손에 여동생을 잃었기에, 케니스는 한 명이라도 좋으니 이들에게 똑같은 죽음을 선사해주고 싶었다.


푸욱-


하지만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았으므로, 케니스는 티시포네가 휘두른 칼에 일부러 찔렸다. 끔찍한 고통에도 소리 하나 내지르지 않으며, 그가 자신의 칼을 눈앞의 이에게 꽃아 넣으려는 순간.


퍽-


이러한 시도는 뒤에 있던 다른 티시포네에 의해 무산되었다. 칼을 휘두르기도 전에, 손이 티시포네의 발에 눌러 공격 자체를 하지 못했다.


케니스는 복부의 출혈로 인해 희미해지는 정신 속에서, 더 이상 지부 안에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마지막인가....’


죽음을 목전에 앞두었으나, 그는 원통함에 눈이 감기질 않았다. 한 명의 동료조차 구하지 못했고, 여동생을 위한 복수도 실패했다.


“네, 놈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입을 움직이는 것뿐. 한가득 저주라도 퍼부어주고 싶었지만, 그는 눈앞이 흐려져만 갔다.


“죗값을-”


끝내 케니스는 말을 다 마치지 못한 채, 눈을 뜬 채로 숨을 거뒀다. 그가 미동하지 않자, 티시포네는 그제야 칼을 빼냈다.


“.... 끝났군.”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벤투는,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마침 이곳이 집무실이었기에, 쓸 만한 정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천천히 주변을 살피고 있을 때, 한 그림자가 급히 뛰어와 보고를 올렸다.


“벤투 님, 지부를 샅샅이 뒤졌으나 실험체들은 이곳에 없습니다.”


이를 들은 벤투는 얼굴을 찡그리고는, 턱 끝으로 책상을 가리켰다. 명령을 하지도 않았건만, 그림자는 의미를 알아차리고 집무실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깟 놈들에게 그동안 휘둘렸다니...’


임무를 실패하게 한 이들에게 복수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벤투는 분노가 가라앉질 않았다. 최종 목표였던 실험체들을 찾지 못했고, 예측했던 것보다도 레지스탕스는 훨씬 약했다.


베르트에게서 ‘벌’을 받은 그날 이후, 티시포네와 벤투는 더욱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행동했다. 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경험을 한 이들은, 갈 곳 없는 분노를 풀듯이 어떠한 임무도 완수해 냈다.


‘같잖은 정의감으로 실험체와 제로원을 빼돌렸으면, 죽은 듯이 살았어야지. 스스로의 처지도 모르고 한없이 기어오르는군.’


티시포네가 레지스탕스의 단서를 잡은 것은, 두 번째 기사 탓이었다.


그들은 첫 번째 기사가 나간 이후 ‘익명의 제보’에 주시하고 있었고, 신문사에 일하는 이들을 미행 끝에 레지스탕스에 대해 알아냈다. 귀족이나 황실과 연관되어 있지도 않으며, 심지어는 비밀조직이었기에 티시포네에게는 더없이 좋은 먹잇감이었다.


“벤투 님. 지도를 발견했습니다만.... 암호로 이루어져 있어 파악하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림자는 마지막 서랍을 부순 끝에 지도를 찾았지만, 당장 쓸모 있지는 않았다. 그 밖에도 여러 곳을 확인했으나 남아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고, 대부분 지도처럼 암호로 되어 있었다.


‘벌레 같은 놈들. 온갖 곳에 숨어서는 박멸시키기 쉽지가 않군.’


여기서 다음 지부의 위치와 실험체들이 숨겨진 곳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벤투는 실망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레지스탕스는 일반적인 가게를 위장시켜 지하나 숨겨진 공간에 아지트를 만들어놨기에, 이곳을 찾은 것처럼 또 다른 지부를 발견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쯧, 복귀한다.”


암호를 해석하든 또 다른 지부를 찾아내든, 더 이상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 판단한 벤투는 돌아갈 것을 명했다. 그의 지시에 티시포네는 하나둘씩 칼을 집어넣고 방 밖으로 나갔다.


“거기, 잠깐. 칼을 가져와라.”


이를 지켜보고 있던 벤투는, 불현듯 그림자 하나를 불렀다. 방금 전 케니스를 찔렀던 이였다.


사악-


그에게서 칼을 받은 벤투는 벽에 글자를 새기기 시작했다. 나무 벽이 파이며 칼에 묻어있던 피가 그 위로 스며들었다.


‘경고를 보고도, 레지스탕스가 지금처럼 행동할지 궁금하군.’


벤투가 굳이 흔적을 남긴 것은 두 가지 이유였다. 하나는 레지스탕스를 향한 선언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 짓을 벌인 것이 티시포네임을 암시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티시포네가 움직였다는 것을 실험체들이 알았으면 했다. 그들이 이를 알고 두려움에 떨어 재판장에 증인으로 참석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도록 말이다.


‘그녀의 표정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군.’


제로원을 다시 빼앗길 당시, 상황을 지휘하던 그 여자. 벤투는 그녀가 레지스탕스의 우두머리라 짐작하고 있었다. 얼굴을 가려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목소리와 체형을 그는 아직도 기억했다.


부디 자신보다 더 괴로워하기를 바라며, 벤투 또한 방 밖으로 나갔다. 집무실 안에는 시체와 벤투가 쓴 문장만이 남아있었다.


[교만한 자들이여, 너희의 죗값을 치를 차례다.]


에이미가 서쪽 지부에 방문하기 30분 전의 일이었다.




.

.

.




“이게 대체 뭐 하는 짓들이냐! 이곳은 황태자 전하께서 지내시는-”


“여왕 폐하의 명입니다.”


여왕이 병상에서 깨어난 이후, 케레스는 단 한 번도 어머니를 보러 가지 않았다. 두려움과 안일함 그 외 복잡한 감정이 섞여, 그는 또다시 침묵하기를 선택했다.


그 결과 여왕은 황태자에게 진위여부조차 묻지 않은 채 재판을 열겠다 선포했고, 케레스는 증오심만 불태울 뿐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여왕 앞에서 죄를 고백하고 도와달라 하거나, 이건 거짓말이라며 호소하는 일도 없었다. 그는 여왕을 더 이상 가족이 아닌, 무너뜨려야 할 적으로 여겼다.


케레스가 완전히 여왕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여왕은 이 속내를 훤히 보고 있다는 듯이 똑같이 행동했다. 기사단을 보내 황태자의 집무실과 침실을 조사하라 시킨 것이었다.


“.... 이 서류들은 저희가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케레스는 꼼짝도 안 한 채, 기사단이 하는 짓을 우두커니 서서 똑똑히 지켜보았다. 시종들은 케레스가 기사단을 감시하는 줄 알았으나, 기사단으로서는 그가 자신들의 얼굴을 외우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들은 꿋꿋이 제 할 일들을 이어갔고, 십여분 가량이 지났을 때쯤 부기사단장이 케레스에게 몇 가지 말을 남긴 뒤 모두 떠났다.


“전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저희가 내부를 정리...”


쾅-


기사단이 나름 신경을 쓰며 방 안을 확인했다지만, 시종이 보기에는 난장판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케레스에게 의견을 올렸으나, 케레스는 문을 부술 듯이 세게 닫으며 홀로 방으로 들어섰다.


대답 하나 없이 케레스가 시종의 말을 거절하자, 그는 오늘 무슨 사달이 나겠다 싶어 두려움에 떨었다.


‘설마....’


집무실로 들어선 케레스는 곧바로 벽으로 향했다. 그가 멈춘 곳은 여동생인 카린이 자신에게 선물해 주었던 [환회의 축제]라는 그림의 앞이었다.


덜커덩-


케레스는 곧바로 액자를 떼어낸 뒤, 그림 뒤의 얇은 나무 판을 빼냈다. 그러자 원래는 그림이 있어야 할 위치에 이와 동일한 나무판과 함께 봉투가 드러났다. 그가 그림을 고정하기 위에 뒤에 들어가는 나무판을 두 개로 나누고, 그 사이에 중요한 서류를 넣어놓은 것이었다.


‘역시, 이것까지 발견하지는 못했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케레스는 봉투 안의 서류를 확인했다. 이 그림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방 안 곳곳에 비밀스러운 장소를 숨겨두었고, 유렌가와 했던 계약서나 중요한 서류들은 모두 이런 식으로 보관해 놓았다.


이를 여왕도 모르지 않을 터였으나, 그럼에도 방을 수색하게 한 것은 케레스에게 자신의 의도를 보여준 것이었다.


‘날 아들로서 여기지 않겠다는 뜻을, 이렇게 바로 드러내실 줄이야.’


여왕은 철저하게 케레스를 용의자로 여기고 있었다. 케레스가 느끼기에는 여왕이 이번 사건에서 완전히 자신을 폐위시키고자 하는 것만 같았다.


‘젠장, 여왕 폐하께서 깨어난 이상 아바마마와 내 권력을 이용해 황실을 내 멋대로 다룰 수가 없다. 게다가 당장 재판이 열릴 테니 이를 대비해야만 하는데....’


케레스는 에드워드를 떠올렸으나, 후작가인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권력도, 재력도 아닌 특출 난 머리뿐이었다. 이로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조급해진 그는 끝내 가장 하기 싫었던 선택을 떠올렸다.


벌컥-


“... 저, 전하.”


케레스가 집무실에 들어간 지 몇십 분이 흐를 동안, 시종들과 그의 호위기사들은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드디어 그가 방문을 열었으나, 그들에게 떨어진 명령은 다른 것이었다.


“해가 지는 대로 잠행을 나갈 것이니, 준비하도록 해라.”


시종들은 당황했으나, 분노에 찬 케레스에게 감히 반문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머뭇거리는 일 없이 그들은 능숙하게 흩어졌고, 케레스는 갑갑하게 느껴지는 집무실에서 벗어났다.


‘유렌가와 대화를 나눠보진 않았지만, 그들 또한 재판에서 결백하다 주장하려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터. 내가 도움을 주어 무죄로 판명받는다면, 오히려 이 문제로부터 아예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케레스는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임에도, 거만하게 생각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계약을 유렌가와 케레스가 한 이상, 어느 한쪽의 배신은 공멸이었다. 이를 케레스 또한 잘 알고 있기에, 그는 마지막 만남에서 유렌 가문을 불쾌하게 했음에도 당당했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누가 될지 똑똑히 보시죠, 여왕 폐하.’


단단히 이를 간 케레스는, 그날 밤 유렌가의 저택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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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2) 24.07.03 7 0 12쪽
99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1) 24.07.02 6 0 12쪽
98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0) 24.07.01 8 0 12쪽
97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9) 24.06.30 9 0 11쪽
9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8) 24.06.29 8 0 11쪽
95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7) 24.06.28 8 0 12쪽
»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6) 24.06.27 8 0 11쪽
93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5) 24.06.26 6 0 11쪽
92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4) 24.06.25 9 0 11쪽
91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3) 24.06.24 10 0 11쪽
9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2) 24.06.23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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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8) 24.06.18 9 0 11쪽
84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7) 24.06.17 7 0 11쪽
83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6) 24.06.16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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