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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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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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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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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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2)

DUMMY


재판 당일, 해가 밝아오며 아침이 찾아왔다.


완연히 여름이 찾아와 더운 날씨였으나, 수도는 이 열기가 무색하도록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어라, 자네. 오늘 출근 안 하나?”


“그럼, 못 들었는가? 대부분의 직장들이 오늘 문을 닫았다네. 겉으로는 정전이 되었다나, 뭐가 고장 났다나 그런 별의별 이유를 댔지만, 다들 무엇 때문인지 알고 있지.”


“하긴, 회사에 나간다 한들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되겠어.”


“대체 얼마만의 황실 재판인지.... 다른 지역에서 수도로 온 이들도 보이는군.”


법원 앞은 사람들로 아침부터 북적거렸다.


이 기회를 틈타 간식과 음료를 팔고 다니는 노점상부터, 수없이 무언가를 써 내려가는 기자들, 이들을 통제하기 위한 기사단과 경관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의도는 일부 다를 수 있었으나, 이곳에 서 있는 사람들은 어떤 역사의 흐름 위에 있음을 모두 느꼈다.


“정신 똑바로 들 차려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만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안전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울여.”


“예, 경감님.”


이번 재판에서 법원의 외부 경계를 맡게 된 루테 경감과 휘하 부하들은 날이 바짝 서 있었다. 모두들 긴장하고 있음을 루테도 알긴 했으나, 혹시 몰라 한번 더 단단히 주의를 준 그녀는 부하들을 순찰 보냈다. 아직 팀에서 막내를 벗어나지 못한 론다는, 선배인 폴라와 팀이 되어 움직이게 되었다.


“론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보렴. 방해된다고 생각해서 괜히 넘어가지 말고.”


루테의 밑에서 리사 다음으로 오래 있었던 폴라는, 후배가 긴장해서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분위기를 조금 풀어주려 했다. 하지만 이 의도는 반대로 적용되어, 론다는 궁금한 것이 없음에도 꼭 질문을 해야만 하는 줄 알고 허둥지둥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그대로 물었다.


“저 선배님, 황실 재판은 뭔가 더 특별한가요? 유명했던 재판들은 많았지만, 오늘은 유독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질문을 하면서도 론다는 이게 아닌가 싶어 점점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쓸데없는 걸 물었다고 혼나려나 싶은 론다의 표정이 그대로 보였기에, 폴라는 괜찮다는 듯이 가볍게 웃으며 친절하게 답했다.


“황실 재판은 특이한 점이 몇 가지 있어. 첫째, 평범한 제국민도 일찍만 줄을 선다면 재판을 볼 수 있다는 점. 둘째, 유명한 지식인들부터 내로라하는 가문, 여왕 폐하까지 모두 참석한다는 점.”


설명을 하면서도 폴라는 주변을 경계하는 것을 늦추지 않았다. 론다 또한 그를 본받아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사람들을 주시했다.


“셋째. 재판관이 아니라, 황실과 귀족, 지식인층을 대표하는 배심원이 재판에 판결을 내리는 점. 이러한 것들 때문에 온 제국민의 관심이 쏠리지.”


“자주 진행되는 재판의 형식은 아닌 건가요?”


“평생을 통틀어도 열리는 횟수를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걸? 아무래도 황실 재판은 각 집단의 이익에 따라 판결을 내릴 위험이 있어서 잘 안 하는 방식이거든.... 다만 이번 재판 같은 경우에는 사안이 사안인지라, 모든 제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겠다는 느낌에 가깝지.”


무언가를 더 설명하려던 폴라는 갑자기 뒤를 돌았다. 론다도 의아해하며 그의 시선이 향하는 쪽을 보니, 저 멀리에 있는 건물 뒤편에서 함성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지식인들이 입장을 시작하나 보네. 지금부터는 더욱 집중해서, 위험한 물건을 지니거나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확인하렴.”


폴라와 론다가 군중들을 주의 깊게 살피는 동안, 지식인들은 모두 결연한 표정을 지은 채 사람들의 호응을 받으며 등장했다.


다들 개인 마차가 있었으나, 제국민들에게 친화적으로 보이기 위해 일부러 무리 지어 걸어온 것 같았다. 그들은 법원의 문 앞에서 멈춰 섰고, 기자들이 그 앞에 몰려와 일제히 펜을 들고는 누군가 입을 떼길 기다렸다.


“제국민 여러분, 저희는 참혹한 일을 저질렀던 유렌 가문과 이를 침묵한 황태자 전하를 좌시하지 않고자, 오늘 이곳에 나왔습니다.”


모여 있는 지식인들 중 입을 연 것은 넬리 협회장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어 한 마디를 이어갈수록, 좌중은 점점 조용해지며 넬리 협회장에게 집중했다.


“-이번 재판을 통해 무너져 내린 제국의 정의를 다시 세울 것입니다!”


와아아아-


마지막으로 그녀가 외치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넬리 협회장의 연설이 워낙 뛰어났던지라, 몇몇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거나 그녀의 이름을 연달아 부르기도 했다.


“결과를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넬리 협회장님, 오늘 변호는 누가 맡으시나요?”


“귀족들의 표가 분산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그들이 입장을 밝힌 후 법원 문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기자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어 질문했으나 그다지 실익을 얻지는 못했다. 경관들이 중간에서 잘 제지하기도 했고, 지식인들도 빨리 법원 안으로 들어갔기에 곧 분위기가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떠들썩했던 지식인들의 입장이 끝나자, 이번엔 마차 소리가 들려왔다.


다그닥-다그닥-


“빨리 움직여, 마차에 최대한 가까이 붙어야 돼!”


귀족들의 마차 소리임을 알아챈 기자들은 사진사들에게 지시했다. 지식인들과 달리 귀족들은 입장 표명은커녕, 그대로 마차를 타고 법원 안으로 들어갈 것인지라 뭐라도 건지려면 기자들은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만 했다.


“가만, 저거 유렌 가문의 마차가 아닌가?”


“뻔뻔스럽기도 하지...”


여러 가문의 마차가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나, 유렌 가문의 마차가 등장하자 분위기가 싸늘하게 변했다. 금방이라도 튀어 오를 듯한 분노가 사람들 사이에 퍼졌고, 폴라와 론다는 아까보다도 더 예민하게 감각을 끌어올렸다.


이를 느꼈는지 유렌 가문의 마차는 속도를 조금도 늦추지 않은 채 문을 통과해 버려, 다행히도 법원 앞에서는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황실인가...’


지식인층, 귀족, 황실은 모두 오전 중에 입장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그 후 제국민들이 선착순으로 재판장에 들어오게 되는 순서였다. 몸수색까지 포함하면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지라, 실제 재판은 2-3시쯤에 시작하리라 경관들은 언질을 받았다.


황실이 등장할 때까지 잠시 소강상태가 되자, 폴라는 론다를 데리고 루테에게로 돌아갔다.


“이상한 상황은 없었습니다, 경감님.”


“좋아. 이제 고비 하나만 남았으니, 마지막까지 주의를 놓치지 말고.”


루테는 귀족들의 모든 마차가 들어갈 때까지 가장 앞에서 지켜보았던지라, 긴장감과 더운 날씨 때문에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앗차, 오늘은 리사 경관님이 다른 쪽에 지원 간다고 했지.’


폴라는 리사 경관이 자신 대신 루테를 보좌해 달라고 부탁했던 것을 기억해 냈다. 평소라면 어색함에 론다를 시켜 음료를 전달했을 테지만, 지난 카지노 사건 때 떨어져 지낸 이후로 폴라는 지금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결국 폴라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루테를 툭툭 쳤다.


“왜? 할 말 있으면 말로...”


“.... 받으십쇼.”


“웬일이냐?”


루테에게 물을 건넨 폴라는 어깨를 으쓱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후배들을 챙기거나 루테에게 투덜거리는 것은 쉬운데, 그녀에게 잘해주는 것은 어쩐지 좀 민망했다. 루테도 이런 폴라가 어색했지만, 그래도 목이 무척 말랐는지 물을 꿀꺽꿀꺽 넘겼다.


“잘 마셨다.”


여전히 고맙다는 말은 못 하는 루테는, 폴라에게 다시 물병을 넘겼다. 론다는 선배들의 대화를 흐뭇하게 바라보다, 꼭 리사 경관님에게 전해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뿌우우우-


귀족 가문의 입장이 끝난 후 사람들이 잡담을 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나팔소리가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황실의 등장을 알리는 위엄 있는 소리에, 사람들은 웅성거림을 멈추고 하나둘씩 무릎을 꿇거나 자세를 낮춘 채 고개를 숙였다.


장엄한 공기가 법원 앞을 뒤덮으며, 황실의 마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

.

.




“폐하, 잠시 괜찮으십니까?”


“.... 페투스.”


재판장을 향해 출발하기 전, 먼저 준비를 끝낸 국서는 여왕을 찾아왔다. 그녀는 아직 단장 중이었으나, 기꺼이 주변 사람들을 모두 물렸다.


“무슨 일인가.”


여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으나,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였다. 국서가 하려는 말이 황태자에 대한 판단을 재고해 달라는 것인 줄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제가 잘못했습니다, 폐하. 케레스를 아끼는 마음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잠시 침묵하던 국서는 이내 눈을 질끈 감으며 잘못을 시인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국서의 대답에 여왕은 놀라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 아이는... 폐하의 말씀대로 성군은커녕, 자칫하면 폭군이 될 것입니다.”


“어찌하여, 생각을 바꾼 것인가.”


“....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자세히 국서가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여왕은 더 캐묻는 대신, 케레스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국서에게 상처를 입혔으리라고 넘겨짚었다.


“폐하, 며칠 전 저는 어떤 계기로 생각이 완전히 변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폐하께 그동안 무례를 저질렀던 것이 떠오르더군요.”


달칵-


그는 품에서 보석함을 꺼내 여왕의 앞에 열어 보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무사히 깨어나신 것을 축하드린커녕 화를 내다니, 이리도 불충한 자가 또 있겠습니다. 이에 대한 사죄라고 표현하기에는 제 마음이 모두 담기지 않습니다만은....”


보석함 안에는 두 개의 붉은색 펜던트가 놓아져 있었다. 이 펜던트들은 크기도 색깔도, 세공된 금테두리까지 모두 똑같아 보였다.


“한 쌍으로 된 펜던트입니다. 받아주시겠습니까?”


여왕은 그의 권유에 눈을 깜박였다. 솔직히 180도 바뀐 국서의 태도가 낯설었으나, 그녀는 보석함을 잡고 있는 손이 떨리고 있음을 알아챘다.


“.... 오늘 입은 옷과 잘 어울리는군. 하필 시녀들이 곁에 없으니, 그대가 달아주는 것이 어떠한가?”


그녀는 국서가 진심으로 반성했기에, 자신이 사과를 받아주지 않을까 봐 동요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여왕의 말이 떨어지자, 페투스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수 펜던트를 여왕의 드레스에 조심스럽게 달아주었다.


토옥-


아까부터 긴장하고 있었는지, 페투스는 간단한 장식인데도 클립을 채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끝내 펜던트가 드레스에 장식되고 나자, 이번에는 여왕이 남은 펜던트를 집어 들었다.


“흠, 모양은 썩 마음에 드나... 내부가 비어있는군. 내 것도 그러한가?”


국서가 말릴 틈도 없이, 여왕은 바로 펜던트를 열어 보았다. 펜던트라는 장식품의 의미가 무색하도록, 이 붉은색의 보석은 조그만 사진 하나 없이 안이 텅 비어 있었다.


“송구하옵니다, 폐하. 제가-”


혹시나 그 점이 여왕의 기분을 거슬리게 했나 싶어, 국서는 사죄하려 했으나 여왕은 그의 말을 막았다.


“이번 재판이 끝나고 나면, 펜던트에 넣을 사진을 함께 찍으러 가세.”


온화한 미소를 지은 여왕은 손을 뻗어 국서의 망토에 펜던트를 달아주었다. 여왕의 드레스에 달린 것과 비슷한 위치였다.


“..... 예, 폐하.”


한참 뒤에야 국서는 목이 매인 목소리로, 여왕에게 대답했다. 창문을 통과해 들어온 햇빛에 두 사람의 브로치가 반짝거리며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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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5) 24.07.06 8 0 11쪽
102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4) 24.07.05 9 0 11쪽
101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3) 24.07.04 6 0 11쪽
»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2) 24.07.03 7 0 12쪽
99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1) 24.07.02 6 0 12쪽
98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0) 24.07.01 8 0 12쪽
97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9) 24.06.30 9 0 11쪽
9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8) 24.06.29 8 0 11쪽
95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7) 24.06.28 8 0 12쪽
94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6) 24.06.27 7 0 11쪽
93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5) 24.06.26 6 0 11쪽
92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4) 24.06.25 9 0 11쪽
91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3) 24.06.24 10 0 11쪽
9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2) 24.06.23 6 0 11쪽
89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 24.06.22 10 0 11쪽
8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1) 24.06.21 7 0 11쪽
87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0) 24.06.20 10 0 11쪽
86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9) 24.06.19 8 0 12쪽
85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8) 24.06.18 9 0 11쪽
84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7) 24.06.17 7 0 11쪽
83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6) 24.06.16 8 0 11쪽
82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5) 24.06.15 9 0 11쪽
81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4) 24.06.14 7 0 11쪽
80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3) 24.06.13 8 0 11쪽
79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2) 24.06.12 8 0 11쪽
7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1) 24.06.11 7 0 11쪽
77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0) 24.06.10 5 0 11쪽
76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9) 24.06.09 8 0 11쪽
75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8) 24.06.08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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