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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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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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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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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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3)

DUMMY




“아아악-! 사지를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기사가 나간 지 일주일, 케레스 황태자는 틈만 나면 소리를 지르며 분통을 터트렸다. 곁에 누가 있든 상관없이 장소를 불문하고 신경질을 부렸기에, 황실은 하루종일 살얼음판이었다.


쿠웅- 퍼억!


“케레스, 진정하거라.”


이는 그의 아버지인 국서가 함께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하려고 국서는 케레스를 자신의 방으로 자주 불렀으나, 역시나 오늘도 물건들만 잔뜩 깨져나갔다.


“아바마마, 저들이 거짓된 정보로, 이 제국의 황태자를 모욕하고 있습니다! 어찌 제가 침착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는 핏발이 선 눈으로 거친 숨을 내뱉었다. 황실의 예법은커녕 아비 앞에서 보일 태도가 아니었으나, 국서는 그를 혼내지 못했다. 괜히 자극을 더했다가 돌발적인 짓을 저지를까 봐 망설인 탓이었다.


“후우-....”


국서로서는 이 일을 감당하기에 벅찼다. 처음 기사를 접했을 때부터, 그는 바로 반박 기사를 내길 원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 주장들을 처음부터 부인했다면, 적어도 귀족들과 제국민의 20%는 황실의 말을 신뢰했을 것이었다.


‘거짓이라고만 할 뿐, 대체 왜 반박조차 하지 않으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구나.’


케레스는 대답할 가치가 없는 기사라고 못을 박았다. 황실이 기사를 무시하면 제국민들 또한 허황된 내용이라 판단할 것이라며, 그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침묵하기를 선택했다.


까득-


방 안을 아수라장으로 만들다, 케레스는 제 풀에 지쳐 소파에 털썩 걸터앉았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더니 깊게 생각에 잠겼다.


‘기사에 적혀 있던 ‘익명의 제보’.... 그들은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그가 단순히 화만 내며 시간을 죽이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따져본 끝에, 인체실험만 밝혀진 것이라면 자신에게 빠져나갈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상태였다.


문제를 일으킨 주체가 유렌가였기에 자신은 이를 몰랐다고 주장함으로써, 그는 무능하다는 지적을 받을지언정 같은 편으로 엮이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케레스는 켕기는 구석이 있기에, 그동안 반박 기사를 내지 못했다.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추가적인 보도가 없는 것을 보니, 그들도 오르뷔 무기 개발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해....’


케레스가 두려워했던 상황은 오르뷔 무기 개발이 제국에 밝혀지는 것이었다. 이 얘기가 수면 위로 올라온다면, 그때는 여론이 문제가 아니라 반역으로 치부되기 때문에 수습이 불가능했다.


‘그래. 만약에라도 그들이 이를 알고 있었다면, 벌써 기사를 터트려 날 압박했겠지.’


생각 끝에 케레스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유렌가에게 몇 가지 이권을 넘겨주는 대신, 자신과는 거래한 적이 없는 것처럼 꾸미자고 잘 협상하면 될 일로 여겨졌다.


그들에게 화살이 돌아간 상태에서 반박 기사를 계속 내 물고 늘어진다면, 공방이 지속되느라 사람들의 기억에서 이 일은 점점 잊힐 것이 분명했다.


“케레스, 부디 다시 생각해 보거라. 당장은 여론이 조용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기름이 가득 찬 통이나 다름없다. 작은 불씨 하나라도 던져지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모든 것을 태울 것이야.”


국서는 케레스가 호흡을 되찾자, 다시금 설득을 시도했다. 황태자는 신문기사에 관해 무대응을 고수할 뿐만 아니라, 직언을 올리는 이들에게 벌까지 내렸다.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시종장이나 시녀장, 길버트 황자와 카린 황녀가 그에게 걱정 어린 조언을 건넬 때면, 되려 역정을 내고 만나주지조차 않았다.


이제 케레스가 대화를 허락하는 이는 국서밖에 남지 않았다.


“아바마마...”


다행히도 케레스가 이번에는 다른 반응을 보이려는 것 같기에, 국서는 기대에 찬 얼굴로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똑똑-


그의 입이 열리려는 순간, 대화가 방해받자 국서의 표정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말씀 중에 송구하옵니다, 전하. 급히 보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밖에서 문을 두드린 자는 하인이 아닌 집사장이었다. 평소라면 그는 여왕의 곁에서 의사의 보고를 받고 있을 터였는데, 여기까지 온 것을 보니 심각한 사건이 생긴 듯했다. 국서는 짜증이 솟구쳤지만, 일단 그에게 들어오라 명했다.


“방금 전, 수도에 발행된 오늘 자 신문입니다.”


타악-


케레스는 불안한 마음에 낚아채듯이 신문을 집어갔다. 이와 달리 국서는 집사장이 전해주는 것을 기다리느라 보다 늦게 1면을 읽었다.


앞부분을 조금 읽었을 뿐이었지만, 그는 원만히 수습할 수 있는 때가 모두 끝났음을 깨달았다.




.

.

.




♪♬♩♪♬♩


어둠이 내려앉은 밤, 어느 공작가의 저택은 오늘따라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활짝 열린 저택은 입구부터 사람들로 북적였고, 연회장 안은 사교의 장으로서 두런두런 이야기가 오갔다.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자, 교향악단이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며 이 연회의 시작을 알렸다.


“연회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 제 생일을 축하해 주시기 위해 이 먼 길을 찾아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부디 즐거운 시간을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가주가 인사를 건네며 연회장의 계단을 천천히 내려오자, 사람들이 모두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더글라스 공작님, 축하드립니다.”


“오, 마리스 백작님.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수려한 외모와 훤칠한 키를 가진 더글라스는, 공작가의 가주치고는 다정한 성격을 가져 누구에게든 친절했다. 이뿐일까 사람들을 신분으로 무시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늘 신사다운 태도를 유지했기에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게다가 그는 현재 부인은 물론이고, 약혼자조차 없었다.


‘아가,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있으렴. 우리 차례가 되면, 널 소개드려야 할 테니.’


‘오늘 공작님께서 네게 첫눈에 반해 인연이 시작될지 누가 알겠니? 다섯 개의 공작가 중 하나인, 베리마테 가문의 안주인보다 좋은 자리는 몇 안 된단다.’


영애들의 관심은 물론이고, 딸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모두 그에게 눈독을 들였다. 이로 인해 더글라스는 본인의 생일임에도, 한참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꿍꿍이가 섞인 인사에 치여야만 했다.


“푸훕.... 이 불쌍한 친우여...”


원래는 좀 더 기다려주려 했지만, 더글라스가 안쓰러워진 그의 친구들은 인파를 뚫고 그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여유를 가지라는 듯 술 한 잔을 더글라스에게 건네며, 더 이상 곁에 사람들이 오지 못하도록 자리를 차지했다.


“비비안. 날 놀리러 온 건지, 구하러 온 건지 하나만 해주겠나?”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시는지요? 당연히 살려드리러 온 거 아니겠습니까?”


말은 장난스럽게 주고받았으나, 비비안은 그가 당장이라도 연회장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을 알았다. 목소리 톤을 가다듬은 그녀는 표정을 단숨에 바꾸며, 더글라스를 향해 예를 갖춰 말했다.


“더글라스 공작님, 상단 일과 관련해 급히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으신지요.”


“흠, 꼭 지금이어야 하나?”


짐짓 더글라스가 거절하려는 듯이 연기하자, 비비안은 좀 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흘렸다.


“제국에 퍼진 기사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그리 큰 목소리는 아니었으나, 정확한 발음 덕에 멀리 있는 자들에게까지 그녀의 말이 들렸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일순간 멈칫했고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 틈을 타 비비안과 그의 친구들은 더글라스를 데리고 연회장을 빠져나가, 나머지 친구들이 모여 있는 발코니로 향했다.


“드디어, 주인공께서 오셨군!”


“더글라스, 또 사람들의 인사를 하나하나 받아주고 있었나? 자네도 참....”


“하하- 이 친구가 쩔쩔매는 걸, 너희들도 봤어야 하는데.”


그들은 짖꿎게 더글라스를 맞이하면서도, 앉을자리를 마련해 주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치즈를 앞에 놓아주었다.


“하- 이래서 파티를 열고 싶지 않았는데...”


“바랄 걸 바라라. 어머님께서 이만한 기회를 놓치려 하시겠어?”


더글라스는 상당히 지쳤는지, 대답 없이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 연회장이야 사교를 위해 한 두 번 다닌 것도 아니건만, 왠지 오늘따라 더 기운이 빠지는 것만 같았다.


“.... 그나저나 오늘 기사, 다들 봤어?”


“안 본 사람을 찾는 게 빠를 거다.”


친구들 중 한 명이 피곤해 보이는 더글라스를 배려하고자, 가장 뜨거운 이야기를 꺼내 화제를 바꿨다.


째앵-


“X친 거 아니냐?”


비비안은 술잔을 세게 내려놓으며, 이 기사에 거친 반응을 보였다. 다른 귀족들 앞이었다면 할 수 없는 언행이었으나, 이 모임에서는 다들 격식을 차리지 않았다.


“솔직히 처음 기사가 났을 때만 해도, 설마 진짜일까 했는데.... 어떻게 그런 짓을....”


“가히 충격적이었지. 그곳에서 벌어진 일들은 고문보다도 끔찍해 보이더군.”


유렌가의 인체실험과 관련하여 오늘 추가 보도된 기사에는, 실험실에서 도망친 자들의 인터뷰가 쓰여 있었다. 입에 담기조차 어려웠을 그들의 고통에 제국 전체가 술렁였다.


“..... 이번 일은 유렌 공작가와 황태자 전하께서 선을 넘으셨더군. 귀족이라 할지라도, 결코 황실의 편을 들어줄 수 없는 문제야.”


더글라스는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말을 얹었다. 당사자인 유렌 가문과 황실을 지지하는 엘든모어 가문을 제외한 타 공작 가문에서는, 벌써부터 급하게 편지가 오간 상태였다.


“게다가 이는 공평성에도 어긋나는 문제지. 황태자 전하께서 명분 없이 한 가문만을 편애하셨다는 것은 다른 가문을 무시하시는 것이나 다름없어.”


여왕조차 황태자비의 출신인 엘든모어 가문을 그렇게 대하지 않았다. 조금의 이득을 더해주시는 경우는 있었지만, 항상 다섯 가문이 서로를 견제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개입을 최소화했다.


유렌가가 벌인 인체 실험 자체도 문제였지만, 귀족들로서는 황태자가 한 가문과 결탁을 했다는 것 또한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렇다면 역시....”


“황실이 반대할지라도 재판이 열릴 거다.”


예상했다는 듯이 더글라스의 친우들은 깊게 숨을 내쉬거나, 고개를 끄덕였다. 상단을 가진 이들은 제국에 한바탕 파란이 불어올 것만 같아,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했다.


“지식인층과 손잡는 것이 달갑지는 않지만.... 이번만큼은 힘을 합쳐야겠지.”


귀족들은 이권을 두고 지식인층과 자주 부딪혀 왔기에, 앙심이나 편견을 가지는 이가 있을 정도로 사이가 나빴다. 하지만 제국의 위기 앞에 두고, 두 집단끼리 싸울 정도로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다들 여러모로 준비해 둬. 황실에서 재판을 수용할지 여부도 문제지만, 만약에 재판이 열린다고 해도 후폭풍이 있을 테니.”


더글라스의 조언에 그의 친우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모두 이 일이 너무 많은 상처를 만들지 않고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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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2) 24.07.03 7 0 12쪽
99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1) 24.07.02 7 0 12쪽
98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0) 24.07.01 8 0 12쪽
97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9) 24.06.30 9 0 11쪽
9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8) 24.06.29 8 0 11쪽
95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7) 24.06.28 8 0 12쪽
94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6) 24.06.27 8 0 11쪽
93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5) 24.06.26 7 0 11쪽
92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4) 24.06.25 9 0 11쪽
»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3) 24.06.24 11 0 11쪽
9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2) 24.06.23 6 0 11쪽
89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 24.06.22 10 0 11쪽
8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1) 24.06.21 7 0 11쪽
87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0) 24.06.20 10 0 11쪽
86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9) 24.06.19 8 0 12쪽
85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8) 24.06.18 9 0 11쪽
84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7) 24.06.17 8 0 11쪽
83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6) 24.06.16 8 0 11쪽
82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5) 24.06.15 9 0 11쪽
81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4) 24.06.14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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