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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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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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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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3)

DUMMY



어느덧 혼잡스러웠던 아침은 빠르게 흘러가고, 햇볕이 가장 강한 오후가 되었다. 입장이 마무리되어 내부에 사람들이 모두 착석하자, 이 재판의 핵심 인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각또각-


“오, 저분이 그....!”


“누군데?”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이번 재판의 변호사이자 법조인 협회의 수뇌인 호젠이었다.


“몰라? ‘불곰’이잖아. 얼마나 무자비하게 상대 변호사를 논리로 찍어 누르는지, 그 모습이 깊은 산속에서 만난 곰 같다더라.”


호젠이 재판장의 중앙을 걸어 변호사석에 앉자, 옆에 대기하고 있던 후배 변호사가 그녀를 맞이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 그녀에게 향해있었으나, 정작 호젠은 남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옆에 유렌 가문의 변호사들과 증인들이 채워지는 동안에도 의례적인 인사만 건넸을 뿐, 그녀는 앞에 놓인 종이에 집중했다. 사람들은 호젠이 재판에서 유렌 가문을 공격하기 위해 벼르고 있는 모양이라고, 역시 ‘불곰’이라며 수군거렸다.


슥-스윽-


“협회장님, 다 보입니다. 종이 좀 그만 내버려 두십시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호젠은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였고,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후배 변호사는 애를 쓰는 중이었다.


그녀는 수첩의 종이 끝을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아까는 다리를 떨었고 그 이전에는 손톱을 물어뜯으려 했다. 후배 변호사는 호젠의 이런 습관들을 막느라 재판이 시작하기도 전에 진을 뺐다.


“... 긴장되는 걸 어떡해.”


복화술을 하듯 호젠은 입을 열지도 않고 후배에게 대답했다. 아무리 대단한 경력과 지위를 가졌다지만, 몇 번 열리지도 않는 황실 재판에서 변호사를 맡다니 그녀는 도저히 평온할 수가 없었다.


“증인은 아직이야?”


“예, 오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빈 증인석이 호젠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이번 사건을 겪은 피해자의 증언은 꼭 필요했기에,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녀는 초조해져만 갔다.


“기립-!”


그때 문 앞을 지키던 기사가 모두가 들을 수 있는 큰 소리로, 황실이 들어옴을 알렸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재판장에 있던 이들 전부 자리에서 일어나 묵례했고, 여왕과 국서는 나란히 입장해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손짓하자 다시 사람들도 착석하며 아까와는 사뭇 다른 공기가 재판장에 흘렀다. 이윽고 지정된 시간이 되자, 마지막으로 재판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 황실 재판을 개정하겠습니다.”


탕-탕-탕-


끝내 법봉을 두드리는 소리가 재판장에 울려 퍼졌고, 호젠은 질끈 눈을 감았다.


‘대표, 결국.... 실패하신 겁니까.’


재판을 준비할 당시, 리비티는 호젠에게 한 가지 당부를 남겼다. 최악의 경우 티시포네의 습격으로 증인이 참석하지 못할 수 있으니, 이를 염두에 두란 말이었다. 작금의 상황도 문제였지만, 호젠은 리비티가 무사할지 덜컥 겁이 났다.


“호젠 브리오, 고발하고자 하는 내용을 발언하시오.”


재판관이 순서에 따라 호젠을 지목하자,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 일어났다. 여전히 불안감과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한 상태였지만, 호젠은 고개를 들고 재판장 벽에 새겨진 천칭을 바라보았다.


‘정신 차리자. 그저 조금 늦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돼. 이런 상황도 대비해서 준비를 마쳤잖아.’


그녀가 눈을 깜박이자, 서서히 익숙한 재판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재판관과 변호사, 증인, 상대편의 변호사, 높게 쌓인 서류들... 황실 재판이라지만, 수도 없이 겪어왔던 재판과 다를 것이 없었다.


‘.... 좋아, 해보자고.’


낮게 숨을 내쉰 호젠이 입을 뗐을 때, 더 이상 그녀에게서 부정적인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의 두 눈에서는 불꽃이 튈 것만 같았고, 곧은 자세가 당당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오늘 일을 기록했던 한 기자는 이렇게 서술했다. 포효 소리와도 같은 호젠의 목소리가 재판장에 뻗어 나가자, 사람들은 재판이 시작되었음을 체감했다고 말이다.




.

.

.




“젠장, 아주 작정들 했네!”


같은 날 아침, 클로이와 에드워드, 리비티와 에디스는 티시포네에게 쫓기는 중이었다.


수도는 재판 때문에 경비 인력이 큰길과 재판장 주변으로 집중되어, 이런 뒷골목에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게다가 일반 사람들 또한 많이 자리를 비워, 웬만한 곳은 휑한 상태였다.


아지트에서 나올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으나, 이런 날 망토를 뒤집어쓴 4명은 티시포네의 눈에 너무 쉽게 띄었다.


“옆에-!”


클로이는 리비티에게 주의를 주려 했으나, 티시포네의 칼날이 훨씬 빨랐기에 그녀는 직접 그 앞을 막아섰다.


카앙-


금속끼리 부딪치며 살벌한 소리가 났고, 이를 쳐낸 클로이는 공격 대신 서둘러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마주쳤던 이들을 세어보면 전부 8명 정도인가.’


재판장까지 남은 거리가 멀지는 않았으나, 문제는 에디스였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세 사람과는 달리, 에디스는 일반인이었기에 뛰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티시포네가 경관이나 기사단을 염두에 둬 총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이대로는 금방 따라 잡힐 것만 같았다.


“... 대표, 다음 계획은?”


그들의 눈을 피하면서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네 사람은 어느 폐건물에 들어왔다.


에드워드가 화두를 던지자 리비티는 일이 꼬였다는 듯이 머리를 헤집었다. 티시포네가 따라붙을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나, 길목마다 그들이 매복하고 있어 생각보다도 선택지가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플랜 C로 가죠.”


리비티의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클로이가 검집에서 칼을 꺼내며 말했다. 클로이는 싱긋 웃고 있었지만, 잘 버려진 칼날이 그녀의 주장을 뒷받침하듯 반짝거렸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그건 너무 위험해.”


“대표, 기사로서 맹세한 것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줘요.”


클로이를 말리고 싶었는지 리비티는 에드워드를 바라봤지만, 그는 그냥 놔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싱그러운 녹음 대신 늪지와 같이 차분한 눈동자가 된 클로이는, 단 한 번도 진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너무 위험하다 싶으면 계획이고 뭐고 중지야. 도망쳐야만 해.”


리비티는 클로이의 고집을 꺾지 못하자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클로이는 기꺼이 그러겠다고 답했고, 그녀는 이를 믿는다는 듯이 클로이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폐건물의 뒷문을 열었다.


밖으로 나온 네 사람은 리비티를 따라 또다시 한참을 달렸다.


피잉-


“조심해!”


어디선가 날카로운 무기가 날아오자, 에드워드는 에디스를 끌어당기며 머리를 숙였다. 빠르게 움직였음에도 그의 팔이 베였으나, 그는 상처보다도 뒤쪽에 더 집중했다. 벌써 4명의 티시포네가 그들 뒤에 따라붙어 있었다.


“얼마나 더 가야 돼?!”


“다 왔어, 조금만 더...!”


쫓아오는 티시포네는 점점 더 늘어나 이제 클로이 혼자서는 그들의 공격을 쳐내기 무리였다. 에드워드까지 합류해 짧은 시간이라도 그들을 떼어내는 동안, 에디스는 리비티를 따라 큰 건물을 끼고돌았다.


다리가 후들거려도 죽을힘을 다해 뛰던 에디스였으나, 눈앞의 펼쳐진 풍경에 그녀는 그대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 막다른 길.’


숨이 턱 막히며 쓰러질 것만 같아 에디스는 벽을 짚었다. 당황한 그녀와는 달리 이곳으로 이끈 리비티나, 뒤따라온 에드워드와 클로이는 침착했다. 리비티는 무기를 꺼내 들며, 두 사람에게 크게 외쳤다.


“시간을 벌어야 돼, 알지?”


에드워드와 클로이가 리비티의 말에 대답할 틈도 없이, 곧바로 8명의 티시포네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나 대단한 작전을 펼치나 했더니.... 고작 희생인가.”


티시포네는 리비티가 에디스를 벽 너머로 보내려 한다 생각했다. 리비티의 말과 이 장소로 유추해 볼 때, 에디스가 무사히 도망칠 수 있도록 남은 3명이 미끼가 되어 자신들을 붙잡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희생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한참은 이르지. 마지막에 살아남는 자가 누가 될 줄 알고?”


“서쪽 지부의 일을 겪고도 이런 계획을 실행할 생각을 하다니, 객기 하나는 높게 사주지.”


그림자의 도발에 단번에 에드워드와 클로이의 표정이 구겨졌다. 정작 리비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모자 탓에 그녀의 표정을 티시포네는 읽을 수 없었다.


“너희, 눈치가 없구나?”


분노로 일그러져 있거나 어쩌면 울음을 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들의 예측과는 달리, 리비티는 티시포네를 비웃고 있었다.


“서쪽 지부의 일이 있었기에 이러는 거야. 덕분에 신념 같은 건 버리고, 네 X들을 한 명도 살려주지 않을 생각이거든.”


그녀는 에드워드와 클로이를 지나쳐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무게가 담겨있거나 검술의 보법과 같이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티시포네는 긴장하며 그녀에게 집중했다.


레지스탕스의 전력이 전반적으로 자신들보다 밑이라는 것은 확인했지만, 수장으로 추측되는 그녀가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기에 그들은 조심스러웠다.


저벅저벅-


1.5m 정도를 남겨두고 리비티는 멈춰 선 채 그들과 대치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긴장감은 고조되었고, 순간 리비티는 공격을 할 것처럼 칼을 고쳐 잡았다. 이 신호를 알아들은 에드워드는 바로 티시포네 앞쪽에 무언가를 내던졌다.


파앗-


“윽-!”


몇 번 같은 수를 겪었기에, 티시포네는 바로 눈을 감았다. 시각에 피해를 입지는 않았으나, 몇 초 정도의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림자들은 혹시라도 습격에 대비해 감각을 끌어올렸고, 벤투에게 지휘권을 받은 그림자는 대담하게 앞으로 나아가며 칼을 휘둘렀으나 아무것도 닿질 않았다.


“.....?”


10초가 채 되지 않았으나 10분 같은 시간이 지나갔을 때, 그림자들은 감았던 눈을 떴다. 앞을 확인한 그들은 자신이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인지 두 눈을 의심했다.


“너희가 상대할 사람은 나 하나야. 우리 사이에도 빚이 좀 있지?”


막다른 길에는 망토를 벗어던진 클로이 한 명만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더운 날씨 탓에 망토가 정말 갑갑했다며, 티시포네를 향해 투덜거렸다.


“..... 두 명은 골목길을 빠져나가 주변을 확인해라. 나머지는 저 자를 죽이고, 이 길 어딘가에 있을 비밀 통로를 찾는다.”


갑작스럽게 세 명이 사라져 당황했을 법한데도, 그림자는 빠르게 상황 파악을 했다. 높은 벽을 그 짧은 시간 안에 넘기는 어려우니, 분명 숨겨진 길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클로이가 홀로 남은 것은, 무력이 뛰어난 자이기에 시간을 벌다 역방향으로 도망치려 한다고 예측했다.


“자신감이 넘치네, 저번에도 날 죽이지 못해 놓고, 이번에는 할 수 있겠어?”


티시포네를 도발하며, 클로이는 금방이라도 공격할 듯이 자세를 다잡았다. 이번에는 잠깐의 대치조차 없이 곧바로 서로의 칼이 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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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5) 24.07.06 8 0 11쪽
102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4) 24.07.05 9 0 11쪽
»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3) 24.07.04 7 0 11쪽
10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2) 24.07.03 7 0 12쪽
99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1) 24.07.02 7 0 12쪽
98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0) 24.07.01 8 0 12쪽
97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9) 24.06.30 9 0 11쪽
9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8) 24.06.29 8 0 11쪽
95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7) 24.06.28 8 0 12쪽
94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6) 24.06.27 8 0 11쪽
93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5) 24.06.26 7 0 11쪽
92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4) 24.06.25 9 0 11쪽
91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3) 24.06.24 10 0 11쪽
9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2) 24.06.23 6 0 11쪽
89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 24.06.22 10 0 11쪽
8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1) 24.06.21 7 0 11쪽
87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0) 24.06.20 10 0 11쪽
86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9) 24.06.19 8 0 12쪽
85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8) 24.06.18 9 0 11쪽
84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7) 24.06.17 8 0 11쪽
83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6) 24.06.16 8 0 11쪽
82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5) 24.06.15 9 0 11쪽
81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4) 24.06.14 7 0 11쪽
80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3) 24.06.13 8 0 11쪽
79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2) 24.06.12 8 0 11쪽
7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1) 24.06.11 8 0 11쪽
77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0) 24.06.10 5 0 11쪽
76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9) 24.06.09 8 0 11쪽
75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8) 24.06.08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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