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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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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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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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0)

DUMMY



“..... 그것뿐만이 아냐.”


천장을 멍하게 올려다보던 루테는, 끔찍한 것을 본 사람처럼 인상을 찡그렸다.


“다시 취조를 하러 가보니, 감옥에 갇혀있던 경관들이 앞다투어 스스로가 카지노 소속이라 하더군. 카지노 이사들의 명령을 받아, 경찰국에서 정보를 빼내기 위해 이곳에 들어왔다고.”


그 짧은 새에, 누군가 그들에게 투기장의 새로운 명령을 전달해 준 것이었다. 결국 이번에 잡아낸 이들은 끄나풀일 뿐, 몸통은 그림자도 보지 못했음을 경관은 깨달았다.


추측건대 정체를 숨긴 그들은 경찰국 간부 이상의 자리에 앉아있을 것이기에, 경감으로는 감히 의심조차 하기 어려웠다.


“심지어는 집무실로 돌아오니, 내 부서에 배치된 인원들이 바뀌어 있더군."


말로는 생각해 보라고 해놓고, 서장은 이미 모든 것을 끝내놓았다. 괜한 반항은 하지 말라는 암시에, 경감은 자신이 처신을 잘못해 소중한 부하 경관들이 약점으로 잡힌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군. 이대로 가만히 있는 건 묵과하는 짓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경찰국에서 있으면서 이렇게 무력한 기분은 처음이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을 많이 마주했었지만, 이번만큼은 더 절망스러웠다.


“비겁하다 못해, 한심하더군.”


루테는 스스로가 부끄러웠을뿐더러, 경감의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경찰국을 떠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 그만두지 마십시오. 경감님께서 이곳을 나가면, 그들을 누가 보호해 주겠습니까.”


부하 경관들을 떠올린 루테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맨날 투닥거리긴 했어도, 그녀에겐 내 새끼들이었다. 자신이 이곳을 떠난 뒤 누군가 그들에게 해를 가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았다.


“얼마 안 가 기회가 있을 겁니다. 이번 사건만 해도 처음에는 아예 배신자를 잡지 못하리라 생각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녀가 느낄 죄책감과 무력감이 어떤 기분일지 에드워드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당장은 그만두는 것이 마음은 편하겠지만, 어느 순간 후회할 것임을 그는 겪어보았다.


강경한 그의 대답에 루테는 무심코 에드워드를 바라보았다. 사건이 미궁에 빠져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홀로 정답을 찾아내 확신하던 눈동자였다.


“.... 다음번에도, 날 도와줄 거냐?”


아직 심란한 마음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내려놓았다.


“물론입니다, 경감님.”


루테를 안정시켜 주듯이 에드워드가 다짐하자, 그제야 경감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조금이나마 경감이 기운을 되찾으려는 때, 갑자기 문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벌컥-


“경~감~님~!!”


“노크는 어디다 팔아먹었어?”


문을 활짝 열어젖힌 이들은 경관의 부하들로, 상당히 활기찬 표정이었다. 그들 또한 다른 부서에서 별의별 고생을 겪었는지라, 이곳으로 돌아오자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저희 돌아왔..... 어? 집무실에선 담배 끊으셨다 들었는데.”


“너네 때문에 다시 핀다, 이 XX들아.”


거칠게 말하는 루테의 모습에도 그들은 개의치 않아 하며 의견을 덧붙였다. 집무실은 예전처럼 금방 떠들썩해졌다.


“에이~~ 이참에 아예 끊으시는 건 어때요?”


“저희가 말씀드릴 땐 들은 척도 안 하시더니! 다른 사람 말은 잘 들어주시고~~!”


복잡한 사정이 얽혀있긴 했지만, 그래도 루테는 이들이 돌아와 한층 즐거워 보였다. 재회의 시간이 필요해 보이기에, 에드워드는 조용히 집무실을 나왔다.


“정신 사납게 하지 말고, 나가!”


루테의 호령이 저 멀리서 들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에드워드는 경찰국을 벗어났다.




.

.

.




“오래간만입니다, 밀렌 님.”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화원과 투기장의 수장은 예의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마주 보고 자리에 앉았다.


이곳은 투기장의 응접실로, 안락하기는 했으나 조금 답답한 느낌은 여전했다. 예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지 슬쩍 훑어보던 카넬은,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올렸다. 두 사람 뒤로는 각자의 부하들이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한 채 서 있었다.


‘나름 머리는 굴릴 줄 안다만, 아직도 차에 관해서는 무지하군.’


카넬은 입술만 축일뿐, 차를 마시지는 않았다. 형편없는 맛이었기에 목구멍으로 도저히 넘길 수가 없었다. 찻잎은 고급인 것 같았으나, 우리는 방식이 잘못되어 쓴맛만이 났다.


“이리 저를 불러주신 것은, 거래에 대해 마음을 정하신 것이라 생각해 보아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화원과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이젠 새로운 단계를 밟을 때라 생각이 들더군요.”


밀렌은 시원스럽게 카넬의 말을 받아들였다. 이 자와의 대화 방식은 늘 이런 식이었다. 말 한마디, 단어 하나까지 계산해서 말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터놓은 듯한 태도 뒤에 날카로운 한 수를 숨겨놓곤 했다.


“‘파인’의 샘플은, 어떠셨습니까?”


“오, 훌륭하더군요. 카넬 님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파인’을 맛본 이들은 황홀함과 함께 모든 근심들이 사라지는 듯했답니다.”


밀렌은 카넬에게서 받은 ‘파인’을 사람들에게 먹이고 경과를 지켜보았다. 투기장의 손님들 중, 인간관계가 좁아 사라져도 모를 이들이었다.


그들은 ‘파인’을 먹고는 행복해하다가, 약의 효과가 사라지자 배로 절망감을 느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그들은 투기장의 도박보다도 약을 받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투기장에서 이 약을 판매하기 시작할 때가, 무척 기대되더군요.”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입에 발린 말들을 주고받으며, 카넬은 몇 년 전 밀렌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화원에서 오셨다면, 다른 약들도 취급하고 계시겠군요. 저희가 필요로 하는 약들을 판매해 주신다면, 추후 기꺼이 이 거래를 진행하지요.’


꽤나 대담한 제안이었다. 화원을 사칭한 자들이 어떤 말로를 맞이하는 줄 알기에, 이 거래가 거짓이 아님을 밀렌은 알았다. 그럼에도 그는 화원에게 역으로 조건을 내걸었다.


카넬은 투기장과의 거래를 포기하고 다른 루트를 찾을 수도 있었지만, 그의 제안을 수용했다. ‘파인’을 퍼트리기 위해서는 밀렌처럼 겁이 없는 자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거래 양은 70% 정도로 조율했으면 합니다. 당장은 저희도 몸을 사려야 하는지라...”


“최근 수도가 떠들썩하더군요. 조심해야 할 때란 말씀에 동의합니다.”


“참, 기존에 거래하던 약 또한 반으로 줄였으면 합니다.”


통보와도 같은 밀렌의 말에, 카넬은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흠, 방금 주신 말씀은 조금 갑작스러운지라...”


“그럼요, 저희도 무례한 부탁인 줄 압니다. 대신 이 약의 단가를 조금 높여 거래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이 정도 가격으로 말입니다.”


밀렌은 손가락으로 숫자를 보였고, 카넬은 뜸을 들이며 이득을 계산했다.


“이미 만들어 낸 양이 있어 그래도 저희 쪽에서 손해입니다만, 어쩔 수 없지요.”


“하하, 다음부터는 꼭 미리 전달드리겠습니다.”


‘지독하기는, 매 번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군.’


사람 좋은 웃음으로 분위기를 풀어낸 밀렌이었지만, 속으로는 만만치 않은 카넬의 반응에 짜증이 났다.


‘후, 되었다. 쓰지도 않을 약을 괜히 사서 썩힐 순 없지. 카지노는 더 이상 손 쓸 필요가 없고, 원로들은 나이가 있으신지라 소량만 먹여도 배로 효과가 나타나니.’


그동안 화원에게서 사온 약을, 제이드가 아닌 에반이 먹은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비싼 값을 투자했으나 물거품이 되어버린 줄 알고, 밀렌은 투기장으로 복귀한 바텐더를 그 즉시 죽여 버렸다.


다행히도 상황은 투기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갔지만, 그전까지 그는 헛돈을 썼다는 생각에 날이 서있었다.


“대략적인 조율은 마무리된 것 같은데,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실까요?”


“좋습니다.”


카넬이 먼저 유려하게 계약서를 써 내려갔고, 밀렌이 이를 확인한 뒤 서로 도장을 찍어 거래를 마무리했다.


“계약서에 적힌 양의 ‘파인’입니다. 다음번의 거래부터는 예전처럼 저 대신 이 아이가 올 겁니다.”


카넬이 손짓하자, 그의 종들이 3개의 가방을 내려놓았다. 똑-하는 소리와 함께 가방을 열자, 포도나무가 그려진 유리병에 하얀 가루가 조금씩 들어 있었다.


“이거 아쉽군요, 카넬 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거웠는데 말입니다.”


밀렌은 유리병을 하나 짚어 살짝 뒤집었다. 하얀색 가루가 그 안에서 우수수 흔들리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의례상 그가 병을 살피고 내려놓자, 부하들이 돈이 가득 든 가방을 화원에 넘겼다.


“다음번에 또 기회가 있지 않겠습니까.”


처음 만났을 때처럼 웃음을 나눈 두 사람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화원의 주인이 완전히 투기장을 벗어나자, 밀렌의 부하들이 한결 긴장을 풀었다.


“하아- 언제 봐도 꺼림칙한 놈들입니다.”


“특히나, 카넬이란 놈 말입니다. 목소리나 얼굴은 저리 순한데, 볼 때마다 섬찟하다니까요.”


부하들이 하나둘씩 너스레를 떨었으나, 밀렌은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었다.


“대장?”


“아, 미안.”


밀렌은 여전히 성의 없는 대답을 할 뿐, 하얀 가루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일 때는 건드리지 않는 편이 낫기에, 부하들은 옆으로 자리를 피해 자기들끼리 낮은 목소리로 잡담했다.


“지금 당장 중간급 놈들까지 다 불러. ‘파인’에 관해 경고해야겠으니.”


생각을 끝낸 밀렌이 명령을 내리자, 가장 어린 부하 하나가 밖으로 나갔다. 파인을 판매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소문과 배신을 단속하는 것이 먼저였다.


게다가 화원은 파인의 해독제에 관해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만약에라도 호기심에 부하들이 먹었다가 중독된다면, 괜히 그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다.


“그리고 빅터, 경찰국 상황은 어떻게 정리되었어?”


“대장 뜻대로 흘러가는 중입니다. 잡힌 경관들이 카지노의 명을 받고 왔노라고 실토한답니다.”


나시를 입어 우락부락한 몸을 그대로 드러낸 그는, 어깨를 풀며 밀렌에게 다가갔다.


“아주 좋아. 우선은 그들이 경찰국의 구속을 벗어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그 뒤는 알지?”


“걱정 마십쇼, 대장.”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부하들이 저속하게 웃었다. 몇몇은 그들이 불쌍해서 어쩌냐며 빈정거렸다.


‘아쉽지만, 쓸 만큼 썼으니 버릴 때가 되었지.’


경찰국에 배신자로 잡힌 경관들은, 미끼로 보낸 몇 명을 제외하고는 사실 대부분 진짜 경관이었다. 하지만 투기장에서 도박을 하다가 점점 빠져나갈 수 없게 되었고, 여러 가지 담보를 잡혀 경찰국을 배신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 빚을 갚아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들의 살려주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조금만 더 고생들 해라, 곧 질리도록 돈을 쓸어 모을 수 있을 테니”


“예, 대장!”


우렁차게 부하들이 대답하자, 밀렌은 만족스러움에 눈을 빛냈다. 투기장의 독주가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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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5) 24.06.15 9 0 11쪽
81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4) 24.06.14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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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1) 24.06.11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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