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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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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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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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2)

DUMMY

‘제이드, 배럴. 어디에 있는 거야.’


어두컴컴한 창고 안에서, 에반은 다친 상처를 부여잡은 채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투기장과의 격렬한 총격전 끝에, 그는 극적으로 살아남았지만 큰 부상을 입고 정신을 잃었다. 병원에서 눈을 뜬 에반은, 의사의 절대 안정을 취하라는 말에도 투기장 근처로 다시 향했다.


두 사람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부하들의 대화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남아 있는 투기장 놈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조심해야겠어.’


이미 창고는 입구부터 처참한 상태였다. 이곳저곳에 핏자국이 남아 있는 것은 물론, 수습되지 않은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멀리서 이따금 총성이 들려오기도 했고, 여기까지 오는 길에 경관들과 마주칠뻔하기도 했다.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에반은 친우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끼릭-


기둥 뒤에 몸을 숨긴 그는 총의 안전장치를 푼 채 인기척을 죽였다. 평소라면 소리 때문에 총의 사용을 주저했겠지만, 지금은 치명상으로 인해 선택지가 없었다.


‘말소리?’


한창 내부를 수색하던 그는 누군가 대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왠지 귀에 익은 목소리인 것 같아, 에반은 창고의 더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 제이드!’


다행히도 에반은 적이 아니라, 익숙한 금발을 보았다. 반가운 마음에 상자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려던 그는, 이어진 제이드의 행동에 그대로 몸이 굳었다.


타앙-


날카로운 총성이 창고 안의 탁한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제이드는 상대방이 죽은 것을 확인하기 위해 몸을 숙였다가, 손에 쥔 총을 옆에 던졌다.


저벅저벅-


모든 것을 끝낸 제이드는 뒤를 돌아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두 눈에서는 어떠한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조금 지친 듯한 모습 외에는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


다만 무언가 기시감을 느낀 듯, 밖으로 나가려다가 돌아 서서 다시 안을 바라봤다.


“이사님, 큰일 났습니다!”


기분대로 움직이는 제이드의 성격상, 부하가 그를 찾아왔음에도 먼저 창고를 둘러보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못했다.


“에반 이사님께서 병원에서 사라지셨답니다!”


“뭐?”


부하가 가져온 소식이 충격적이었기에, 제이드는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여러 명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에반은 그제야 자신이 숨을 참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배럴...!”


그는 제이드가 총을 쏜 자리로 뛰어갔다. 부디 자신이 잘못 본 것이길 바랐으나, 현실은 냉정했다. 소중한 친우는 심장이 뚫린 채,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배럴을 확인하느라 무릎을 꿇은 그는, 의도치 않게 제이드가 버린 총에 손이 닿았다. 아직까지도 남은 열감이 방금 본 광경이 사실이라 일깨워주는 것만 같았다.


‘.... 제이드.’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제이드가 베럴을 향해 총구를 겨눴고, 망설임 없이 죽였다.


‘에반, 잘 왔어. 이 고지식한 말 좀 들어봐. 속 터질걸?’


‘답답한 건 너야, 배럴! 에반, 쟤 지금 헛소리한다니까?’


세 사람은 함께 카지노를 만든 주역이자 각별한 친구였다. 최근 들어 투기장에 대한 견해차이로 자주 싸우기는 했지만, 사소한 다툼에 불과했다.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면 에반이 사이에 끼어들어, 늘 중간에서 두 사람의 의견을 조율해 갔다. 어떤 때는 배럴의 편을 어느 날에는 제이드의 말에 동의를 표하면, 다른 한 사람도 순순히 그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러면 이긴 쪽이 술을 샀고, 한바탕 취하고 나면 평소의 관계로 돌아갔다. 특히 배럴은 늘 와인을 마셨기에, 가끔씩 셔츠에 붉은빛이 배어드는 날도 있었다. 심장에 총을 맞은 오늘과 같이.


으득-


에반은 포효하듯이 입을 벌렸으나, 비명 하나 나오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조차 창고가 투기장의 영역이란 것을 기억했기에, 마음껏 감정을 드러내지 못했다.


표출되지 못한 괴로움에 그는 손가락과 목이 꺾일 것처럼 괴상하게 굽어졌고, 얼마나 입 안을 세게 깨물었던지 피맛이 계속해서 퍼져나갔다.


이대로 있다가는 미쳐버릴 것만 같아, 에반은 남은 친우를 보고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난 다음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어떤 행동을 보여야 할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는 걸음을 옮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주먹을 세게 쥔 에반은 상처가 다시 터진 것조차 알지 못했다.


창고 밖을 나오자, 하늘에서는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었다.


웅성웅성-


한참을 걸은 끝에, 에반은 카지노의 부하들이 몰려 있는 곳을 발견했다. 에반은 제이드를 찾고자 카지노의 구역을, 제이드는 에반을 찾고자 투기장의 구역을 다닌 탓에 엇갈려 시간이 제법 소요된 후였다.


“에반!”


그들이 마주친 곳은 카지노의 어느 골목길이었다. 먼저 상대방을 알아본 것은 제이드로, 그는 에반을 보자마자 뛰어갔다.


“세상에, 어딜 쏘다녀! 부상을 당했으면, 병원에 곱게 누워있어야 될 것 아니야!”


제이드는 상처가 터져 피가 밴 에반의 셔츠를 보고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에반이 허옇기 질려있기까지 했기에, 그는 다친 곳이 악화된 줄 알고 서둘러 확인하려 했다.


타악-


에반은 그런 제이드의 손을 거칠게 쳐냈다. 가증스럽다 못해 분노가 치밀어 올라 참을 수가 없었다. 비가 내려 날씨가 추워진 데다가 쫄딱 젖어 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그는 이마저도 느껴지지 않았다.


“에반, 혹시... 오는 길에 들었니?”


그가 먼저 배럴에 대해 따지려는 순간, 제이드는 고개를 숙인 채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두려움과 망설임이 담긴 목소리에, 에반은 제이드가 배럴에 관한 것을 털어놓으려는 것인가 싶어 잠시 멈췄다.


“애들이, 말해주었나 보네.”


제이드의 입에서 나온, 끊기듯이 이어진 단어들이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후였다.


“맞아, 다 사실이야. 배럴이... 투기장 놈들에게 습격당해서...”


그는 다시 고개를 들어 에반을 마주했다. 제이드의 눈가는 마치 운 사람처럼 빨개져 있었다. 비가 아까보다 거세졌기에 정말로 울었는지는 에반조차 판단이 서질 않았다.


누가 봐도 제이드는 배럴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었다. 울먹거린 끝에 제이드가 죽음조차 선언하지 못하자, 부하들은 그 처참함에 울음을 터트렸다.


“애들이 시, 체를 수습하러 갔어.”


비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가리고 있던 제이드는, 토해내듯이 ‘시체’를 언급했다. 이로 인해 피투성이의 배럴을 떠올린 에반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는 마치 시시껄렁한 연극 속에 서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모두 내 잘못이야. 배럴에게 애들을 더 붙여줬어야 했어. 적어도 오늘 투기장에 간다 했을 때 말렸어야만 했는데...!”


제이드가 말을 하면 할수록, 에반은 혐오감과 함께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그는 제이드가 하는 행동들이 기만을 넘어 광기로 보였다.


‘내가 미친 건가?’


눈앞에서 벌이지는 이 모든 일들이 이해는커녕, 정리조차 되질 않았다. 오늘 본 것들을 모두 부정하고 싶기도 했지만, 그러기에는 손끝에 닿았던 감각들이 생생했다.


차라리 총성이 울렸을 때 제이드 앞에 나섰다면, 다른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몰랐다. 그 순간 망설였던 것이 그는 처절히 후회되었다.


‘대체 왜....’


당장이라도 총구를 겨눌 것처럼 화가 나 있던 에반이었지만, 예상치 못했던 제이드의 반응에 그는 할 말을 잃었다.


뒤덮였던 분노가 일시적으로 가시자, 이번에는 신체가 그의 감각을 지배했다. 강렬한 어지럼이 일어나 몸을 비틀거린 에반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

.

.




“이사님, 경찰국에서 방금 전 넘어온 보고입니다.”


에반과 부하들은 에드워드가 경찰국 안으로 들어간 뒤, 카지노로 돌아가지 않고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경찰국에서 정보가 넘어오면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위해서였다.


‘인질을 몰래 빼오고, 카지노를 경찰에 넘기겠다라....’


그 기다림이 헛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정보가 에반의 손에 떨어졌다. 루테와 에드워드가 흡연 구역에서 몰래 나눈 대화를 담은 내용은, 그의 답답함을 풀어주었다.


카지노 입장에서 보면 불쾌한 모의였지만 에반은 무감했다. 부하들 또한 예상치 못한 에드워드의 태도 변화에 당황했을 뿐, 아무도 카지노를 걱정하지 않았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군, 탐정.”


에반은 그의 계획을 평가하듯 작게 중얼거린 뒤,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제이드 이사님께 가서 전해라. 탐정이 인질을 빼돌리려 하니, 경비를 강화하라고.”


카지노를 위한 당연한 명령이었다.


에드워드와 경감이 카지노를 범인으로 확정했으나, 오늘 밤 조수를 빼앗기지 않는다면 다른 가능성이 남아있었다. 조수의 목숨과 경감이 찾았다는 증거를 교환하자고 해, 이번 사건에서 빠져나갈 기회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 너희는 돌아가서 이 명령을 수행해라. 조수를 구출하러 온 이들과 대치하다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죽여. 동시에 제자는 이를 목격하게 한 뒤, 살아서 경찰국으로 도망치도록 만들어라.”


“예, 이사님.”


그러나 다음 명령은 카지노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것과 같았다. 조수가 부하들의 손에 죽고, 제자가 이를 본 채 탈출한다면 명분을 경관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탐정, 네가 바라던 정의가 이루어지겠군.’


오래간만에 드는 만족감에 에반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에드워드가 나타난 이후, 계획을 세우는 족족 꼬여만 갔다. 왜인지 제이드가 심한 변덕까지 부리는 통에, 이때까지 그는 수많은 기회들을 흘려보내야만 했다.


‘이래서야, 경관을 죽인 보람이 없었지.’


투욱-


무심코 에반은 자신의 총을 매만졌다. 그날 밤, 경관을 죽였던 것은 바로 이 흉기였다.


모든 일은 투기장과 자신이 카지노의 몰락을 위해 계획한 일이었다. 투기장에서 경찰국에 심어놓은 배신자를 카지노로 보냈고, 에반은 손수 그를 죽였다.


이로 인해 카지노와 경찰국은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었고, 원래는 경관들이 잠입한 그날 밤 그들마저 모두 죽여 계획은 끝날 터였다.


‘X어 먹을 탐정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에반은 어제를 아쉬워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에드워드가 끼어들어 딱 하나 좋은 점이 있었다면, 투기장에게서 전권을 받은 정도였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통에 그들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에반에게 경찰국의 정보원까지 넘겨주며 투기장은 뒤로 빠졌다.


‘제이드, 여기까지야.’


그는 벽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아직도 배럴이 죽었던 모습이 눈에 선히 그려지는 듯했다. 그때 이후로 준비해 온 이 긴 복수의 끝이, 이제 하루도 채 남지 않았다.


에반이 담뱃갑을 여니, 안에 딱 한 개비가 남아있었다. 그가 입에 문 뒤 불을 붙이자, 하얀 연기가 공중으로 흩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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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4) 24.06.14 7 0 11쪽
80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3) 24.06.13 8 0 11쪽
»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2) 24.06.12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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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9) 24.06.09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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