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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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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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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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9)

DUMMY


“에반 이사의 복수가, 진실로 그의 의지였을까?”


에드워드는 질문의 형식을 빌려 하나의 의제를 던졌다. 이번 사건의 의문점들은 대부분 파악되었지만, 이건 어떤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였다.


“먼저, 배럴 이사를 죽인 이유에 대해 에반 이사가 아예 관심조차 없었을 거라 생각하나?”


“소문을 진짜라고 여겼겠지. 그 당시 내가 카지노를 차지하고자 배럴을 죽였다는 얘기가 떠돌았으니.”


“다른 이들은 몰라도 에반 이사만큼은 그 소문을 믿지 못했을 걸세. 자신이 살아있었으니까.”


설명하던 것을 멈추고, 에드워드는 레온에게 무언가를 부탁했다. 그는 바로 집무실을 나갔으나, 제이드는 굳이 막지 않았다.


“카지노를 차지하고자 배럴과 에반 중 한 명을 죽여야 한다면, 총격전에서 심한 부상을 입은 에반 이사가 더 없애기 쉽지 않은가.”


의외의 관점에도 제이드는 미심쩍다는 표정을 했다. 눈앞에서 목숨을 위협받았던 그로서는, 증오로 불타던 에반의 눈동자가 아직도 선명했다.


“카지노의 부하들은 배럴의 죽음에 관해 소문을 믿거나, 혹은 카지노의 발표를 믿었겠지. 그렇다면 에반 이사는 어디에서 ‘확실한 이유’를 듣고 왔을까?”


제이드는 대답하지 않았으나, 에드워드와 같은 곳을 떠올렸다. 처음부터 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었던 투기장이었다.


“두 번째, 에반 이사는 온전한 상태였는가?”


제이드는 인상을 찡그리며 질문의 의미를 곱씹다가 유리병을 바라봤다.


“과도한 불안이나 초조, 공격적인 행동, 충동적인 분노, 강박, 회피.”


이 시선을 따라 에드워드는 탁자 위 유리병을 손톱으로 두드렸다. 그가 나열한 현상들은 모두 이 약의 증상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우연이 상황을 바꾸었지.”


에드워드는 에반이 화원의 약을 먹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눈치는 챘으나, 제이드는 납득이 잘 가지 않았다.


“집무실을 에반 이사와 자주 바꾸지 않았나?”


“종종 그랬지. 여긴 차분한 분위기라 서류를 볼 때 집중이 잘 되곤 했거든. 에반은 어느 쪽 집무실에서 일하든 상관없어했고...”


채앵-


잠시 밖을 나갔던 레온이 에드워드의 부탁대로 술 하나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제이드 이사님의 집무실에 있던 위스키예요."


에드워드는 이 방의 찬장에서 술을 하나 꺼내더니, 두 가지 술 모두 컵에 조금씩 따라냈다.


“‘화원’이 대단한 조직이긴 하지만, 나도 믿을 만한 구석이 하나쯤은 있지.”


에드워드는 이 유리병 안에 든 약을 센테스에게 맡겼었다. 그는 기꺼이 약에 관해 조사해 주었을뿐더러, 짧은 시간 안에 검사 용액까지 만들어냈다.


이 투명한 용액을 한 두 방울 술에 떨어뜨린 에드워드는, 컵을 흔들어 잘 섞일 수 있도록 했다.


“.... 말도 안 돼.”


한쪽의 술이 이내 서서히 보라색으로 변해갔다. 제이드의 방에서 가져온 술이었다.


“클로이가 카지노를 조사했을 때, 모두들 입을 모아 그러더군. 제이드 이사님께서 점점 변덕이 심해지셨을뿐더러, 잔혹해지셨다고.”


레온은 문득 제이드와 체스를 두었을 때를 생각했다. 투기장을 향해 들끓는 분노를 보일 때도, 술이 함께였다.


“에반 이사도 마찬가지였지. VIP가 모여 있는 곳에서 갑자기 총을 꺼내든 것, 이상하지 않나?”


제이드는 마주한 진실에 입을 열지 못했다. 배럴의 사건 이후 스스로가 예민해졌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저 술에 대한 의존이라고 판단해 왔었다.


“한 가지 더 말해주자면, 이 약은 레온이 카지노의 바텐더에게서 뺏어온 것일세.”


혼란스러워하던 제이드는 레온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천천히 그 당시 상황을 제이드에게 말해주었다.


“에드워드에게 언질을 받았어요. 경관들과 카지노가 대치하던 그날, 바텐더를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아니나 다를까, 이 유리병을 소중히 챙기더군요.”


레온은 그 병이 이렇게까지 비싼 물건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한 채, 바텐더를 뒤쫓았다.


“도망치던 그녀를 잡아 실랑이 끝에 이 유리병까지는 훔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주변에서 그들의 동료로 보이는 이들이 나타나 아쉽게도 바텐더를 잡을 순 없었죠.”


제이드에게는 간략히 설명했지만, 사실 레온은 상당히 위험했었다. 아직 상처가 다 낫지도 않은 상태로 5-6명의 적들을 마주했고, 그들은 레온을 죽이려 들기까지 했다.


“집무실의 술을, 바텐더가 모두 관리해 온 건 맞지만....”


때때로 바텐더가 술의 취향을 물어보거나, 위스키를 추천해 주던 일들이 떠오른 제이드는 속이 울렁거렸다.


이 일의 배후 또한 투기장외에는 용의자로 삼을 만한 단체가 없었다.


“.... 결론적으로 에반 이사는, 투기장의 손에서 카지노를 지켜냈지. 약의 부작용이 모두 그의 몫이 되었으니.”


“부작용?”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제이드는 얼빠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너무 많은 정보들이 머릿속에서 섞여 수많은 감정들을 불러일으켰다.


“일정량 이상 이 약을 먹으면, 기억에 문제가 생긴다더군. 에반 이사에게 이러한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네.”


경감이 그를 취조하는 모습을 에드워드 또한 보았었다. 에반은 어제와 오늘의 증언이 달랐고, 아예 특정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몇몇 과거를 잊어버리기까지 했다.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가자면, 내 답은 ‘아니다’일세.”


그는 에반이 본인의 의지로 카지노에 복수한 것이 아니라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에반의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올지는 알 수 없기에, 모든 것은 추측일 뿐 해답이 되지 못했다.


타악-


“스스로 답을 찾고 난 뒤, 필요하다면 사용하게.”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낸 에드워드는 이것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제이드가 손을 뻗어 펼쳐보자, 에반의 면회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감이 순순히 허용해 줄 리가 없는 문서였기에, 에드워드가 직접 그녀를 설득해 받아온 것 같았다.


“.... 그럼, 이만.”


제이드는 종이를 만지작거릴 뿐, 인사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의 속마음이 복잡할 것임을 알기에, 에드워드와 레온은 그대로 카지노를 떠났다.




.

.

.




“뭐 하십니까?”


카지노에 다녀온 다음날, 에드워드는 경찰국을 방문했다. 이번 사건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 애먹고 있는 경감을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한창 바쁠 경감은 신문을 얼굴에 뒤집어쓴 채, 의자에 몸을 파묻고 있었다.


“.... 에드.”


혹시 자고 있는 건가 싶었지만, 그녀는 자세를 유지한 채 힘없이 대답했다. 에드워드가 가만히 살펴보자, 경감의 얼굴을 덮은 신문에는 온통 카지노를 비난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본색을 드러낸 카지노,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가?]


[사망한 경관, 생명을 위협당한 손님, 그들의 속내를 파헤친다.]


물끄러미 기사들을 읽으며 에드워드는 루테의 맞은편에 앉았다. 한참을 더 침묵하던 그녀는 폭탄 같은 말을 내뱉었다.


“나, 그만둘까?”


“....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분노를 터트리거나 짜증을 내는 경감은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 풀이 죽은 그녀는 에드워드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루테가 고개를 떨어뜨리며 한숨을 깊게 쉬자, 자연스럽게 신문이 살랑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번 사건 말이다. 에반 이사를 체포하는 것과는 별개로, 경찰국의 배신자들이 투기장 소속인 걸 쉽게 밝힐 수 있다 생각했어.”


“여전히 배신한 경관들이 아무 발언도 하지 않고 있는 겁니까?”


“그래. 처음엔 에반 이사의 증언이 있으니 상관없다 여겼는데, 번복 때문에 효력이 없어졌잖아. 하는 수 없이 자잘한 증거라도 긁어모아서, 투기장 수색이라도 걸어보려 했는데....”


루테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가만히 있었다. 이제는 집무실 안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뭐라 하는 경관도 없지만, 어느새 습관이 된 듯했다. 이 상태를 유지하며, 그녀는 에드워드에게 어제 겪었던 일을 풀어놓았다.


“루테 경감, 이번에 큰 사건을 맡아 아주 수고가 많더군.”


한창 취조 중에, 경감은 경찰서장의 부름을 받아 급히 서장실로 향했다. 왠지 좋은 일로 부르는 것 같지 않아, 그녀의 마음 한편에서는 불안감이 치솟았다.


“아닙니다, 서장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허허, 참~ 겸손하기까지. 경감과 같은 인재가 많아져야 할 텐데 말이야.”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서장이 자신을 살살 구슬리려는 태도를 보이자, 경감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도 상사 앞이라고 그녀는 최선을 다해 무례하지 않은 표정을 유지했다.


“열정이 넘치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괜한 곳까지 들쑤시면 되겠나?”


“서장님, 이는 명백히 조사 중 나온 증거와 증언에 따라...”


“그래, 그 증언 말일세. 듣자 하니 자주 말이 바뀐다던데 믿을 수 있겠나? 게다가 그는 카지노의 대표 이사지 않나. 당연히 다른 쪽을 범인이라 몰고 싶어 하겠지.”


경감은 굳이 서장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따져봐야 자신의 입만 아플 뿐이었고 결국 서장의 마음대로 끌려갈 것이 분명했다.


맨 처음 이 사건을 맡아 배신자에 대해 언급했을 때도 이와 같은 분위기였다. 허울 좋은 말들로 둘러대며, 경감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러니, 투기장에 대해서 조사하는 건 기각일세.”


역시나 상황은 경감의 직감대로 흘러갔다. 눈앞에서 일이 꼬여버리자 경감은 담배가 무척 당겼다.


“조금만 더 수고해 주게. 아, 그렇지. 기존의 자네 팀원들, 단합력이 좋다고 들었네. 이번에 배신자들 때문에 인원이 비었을 테니 원래대로 배정해 주도록 하지.”


‘.... 뜬금없이?’


“게다가 카지노의 대표 이사 중 하나를 잡다니, 이게 얼마나 큰 공헌인가? 응? 연말에 상이라도 하나 받아야 자네도 일할 말이 나지 않겠어?”


모두 경감으로서는 좋은 일이었으나, 어쩐지 기분이 묘했다. 팀원과 관련된 문제는 몇 번을 말해도 바꿔주지 않더니, 이제 와서 들어준다는 것이 속셈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말인데, 루테 경감. 경찰국 내부 배신자들 말이야. 투기장이 아니라, 카지노 같지는 않나?”


“..... 서장님.”


“크흠, 나는 왜 경감이 이들을 투기장의 소속이라고 여기는지 잘 모르겠더군. 결국 일을 벌인 건 에반 이사지 않나.”


“서장님!”


참을 대로 참았던 루테는 결국 얼굴이 시뻘게졌다. 자신의 상관에게 하면 안 될 짓임을 인지하고는 있었으나, 그녀는 더 이상 넘어갈 수가 없었다.


“.... 목소리가 크군, 경감.”


“다른 곳도 아니고, 경찰국 안에 다른 조직이 침투해 있었던 사건입니다! 이를 제대로 조사해 뿌리 뽑지 않는다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겁니다. 이걸 아시고도 지금 제게 수사 방향을 명령하시는 겁니까?”


혹시 투기장에 돈이라도 받으셨냐 묻고 싶었지만, 루테는 마지막 이성을 붙잡았다. 그럼에도 서장은 기분이 무척 상했는지, 험악하게 표정을 구겼다.


“명령? 허, 참. 자네 못하는 말도 없군 그래. 도움을 주려던 것을 이리 곡해하면 쓰나? 그럼 지금 자네가 하는 짓은 하극상이지.”


마치 농담과도 같은 말투였지만, 루테에게는 서장의 진심처럼 들렸다.


“경감, 내 충고하는데 그리 꼿꼿하게 굴다간 언젠가 부러질 걸세. 이거야 원, 그렇게 불만이 많으면 당장이라도 배지를 내려놓고 다른 일을 알아보던가.”


이것이야말로 밑도 끝도 없는 협박이었으니, 경감은 숨이 턱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내 얘기 잘 생각해 보도록 하고, 가보게.”


간신히 짧은 대답을 한 뒤, 경감은 서장실을 나왔다. 그 뒤로는 줄담배를 뻑뻑 피워댄 기억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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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0) 24.07.01 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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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4) 24.06.14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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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1) 24.06.11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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