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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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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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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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8)

DUMMY



“이제야, 단 둘 뿐이네. 배럴.”


“.... 제, 제이드.”


얼굴이 허옇게 질린 배럴은 제이드가 가까이 다가오자 뒷걸음칠 쳤다. 투기장에서 배럴의 보호를 위해 부하들을 붙여주었으나, 잔뜩 화가 난 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렇게나 날 무서워하면서, 무슨 생각으로 그놈들한테 붙었어?”


“오해야, 제이드. 너희를 배신하려던 것이 아니...”


타앙-


제이드가 쏜 총알이 아슬아슬하게 배럴의 목 근처를 스쳐 지나갔다. 피가 나지는 않았지만, 배럴은 놀라 주저앉았다. 주변에 널브러진 시체들이 자신의 미래처럼 느껴져 그는 덜덜 떨었다.


“마지막인데, 우리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건 어때?”


그를 배려해 주는 것처럼 제이드는 총을 집어넣었으나, 살기는 여전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이드의 호리호리한 체형 탓에 그를 얕잡아보곤 했으나, 그는 카지노에서 에반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한 자였다. 총과 칼을 주사위 굴리듯 다루는 그의 능력을, 배럴은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압박감을 느꼈다.


“혹시 모르잖아, 이번 일에 오해가 있거나 절절한 사연이 숨어 있을지. 그러니 네 입으로 사실을 말해주었으면 좋겠네?”


제이드의 입매가 일그러지듯 벌어졌다. 한껏 웃음을 지어 보려 한 듯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아 괴상한 표정이 되었다.


“.... 오늘 에반을 회의장으로 끌어들인 것, 너야?”


“제이드, 들어봐. 나, 난 합리적으로 행동한 거야. 너희만큼이나, 나한테도 카지노는 소중해. 그렇다고 목숨과 바꿀 수는 없잖아!”


카지노의 대표 이사이자, 오래된 자신의 친우는 열심히 스스로를 변호했다. 눈은 공포에 질려있었으나, 입만큼은 평소보다 유려하게 움직였다.


“그자들이 약속했어. 자신들은 세력을 키우려는 것이니, 카지노의 일원들을 죽일 생각은 없다고. ‘약간’만 에반이 다친다면 카지노를 쉽게 제압할 수 있을 테니 평화롭게 일이 마무리될 수 있다 했어.”


제이드는 이 대목에서 이야기를 더 들을 필요가 있는지 고민했으나, 배럴은 바락바락 소리치기 시작했다.


“내가 늘 말했잖아, 카지노는 투기장을 이길 수 없으니 최대한 그들에게 협조하는 것이 나을 거라고. 하지만 너희는 늘 내 말에 반대했지, 나에게도 선택지가 없었어!”


배럴의 기저에 있던 진심이 점점 밖으로 튀어나왔고, 제이드는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동안 알고 지냈던 배럴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침몰하는 배에서 우리 목숨을 살리고자 발버둥 쳤어, 그게 그렇게 잘못이야?!”


할 말을 끝낸 배럴은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그동안의 답답함을 토로하듯 얼굴이 붉어져있었다. 자신의 말이 분명히 옳은데도 이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제이드가 진심으로 미운 듯했다.


“.... 우리?”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그 틈새로 제이드의 분노가 새어나갔다. 배럴에게 퍼부어주고 싶은 말들이 산더미 같아 고르고 골랐으나,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꾸욱-


얼마나 세게 입술을 깨물었던지, 입가에 피가 묻어났다. 셋이서 함께 했던 수많은 날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결국 제이드는 결정을 내렸다.


“틀렸어, 배럴. 끝을 맞이하는 건 너뿐이야.”


눈 깜짝할 새에 제이드는 배럴에게서 그의 총을 빼앗았다. 배럴이 이를 눈치채고 반항하기도 전에, 제이드는 어깨를 밟아 밀어 넘어뜨렸다. 방아쇠를 당길 때는 이미 망설임이 남아있지 않았다.


타앙-


총성과 함께 배럴의 눈동자에서 이지가 사라졌다. 그의 숨이 멈추며 바닥에 피가 번져나가는 것을 본 제이드는, 그 길로 창고를 나섰다. 벌써 몇 년이 흘렀지만, 제이드는 여전히 잊지 못하는 기억이었다.


“배럴이 두려움에 도망치길 원했다면, 보내줬을 거야. 아니, 배신을 해서 카지노의 정보를 넘겼다고 할지라도 용서할 수 있었어. 내가 참지 못했던 건...”


과거를 말하던 제이드는 힐끗 액자를 바라봤다. 즐겁게 웃고 있던 저 때는 이 우정이 영원할 거라 여겼다.


“- 우리를 죽을 뻔한 상황에 몰아넣고도, 스스로가 옳은 선택을 했다고 믿고 있던 것.”


제이드는 씁쓸한 표정으로 검지손가락을 만졌다.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끝이었고, 이런 방식으로 맞이할 줄은 상상한 적도 없었다.


‘배럴이 살아있었다면, 제이드와 에반은 그의 손에 죽었을지도 모르겠군.’


짧은 일화임에도, 에드워드는 배럴이란 자가 어떤 사람이었을지 예상이 되었다. 친우를 적의 손에 넘기고도 자기 합리화에 빠져 있던 이. 한번 더 기회가 주어졌다면, 그때는 자신을 위해 더 과감한 수를 벌일 사람처럼 느껴졌다.


“에반에게는 솔직히 비겁했어. 사실을 밝혀서 에반마저 잃고 싶지 않았고, 그렇다고 완전한 거짓말로 속이고 싶지도 않았거든.”


그 당시를 되돌이켜 볼 때, 제이드가 후회했던 유일한 점이었다. 배럴을 자신의 손으로 죽인 직후였기에, 에반과는 더욱이 조금이라도 관계가 틀어지고 싶지 않아 도망쳤다.


“언젠가 내가 배럴을 죽인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했어. 에반도 나름대로의 선택을 할 것이라 여겼고. 투기장을 끌어들인 데다가 나에게 이유조차 물어보지 않은 건 좀 서글프지만.”


이야기를 마무리한 제이드는 웃어 보였다. 에드워드에게 질문을 들었을 때는 못마땅했지만, 막상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니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과거를 조금이라도 떨쳐낸 것만 같아, 제이드는 능청스러운 태도를 되찾았다.


“자, 공평하게 나도 하나 물어볼 기회를 주셔야지. 이런 건 왜 물어봐? 단순한 호기심? 아니면, 사건 하고도 관계가 있나?”


모든 대답을 들은 에드워드는 생각 끝에 결론을 내렸다. 비록 첫인상이 좋지는 못했지만, 제이드는 어느 선을 넘지 않을 자라 판단되었다. 그에게 진실을 숨길 이유가 없기에, 에드워드는 이를 솔직하게 털어놓고자 했다.


타악-


에드워드는 코트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탁자에 내려놨다. 사탕 2개 정도의 크기인, 포도나무가 그려진 유리병이었다.


“.... 화원의 약?”


냉큼 유리병을 쥐어 이리저리 살펴본 제이드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정보가 튀어나오자, 에드워드는 흠칫 그를 쳐다보았다.


“자기, 지금 나 떠본 거야?”


당했다는 생각에 제이드는 에드워드를 노려봤으나, 인상을 쓴 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이 유리병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지?”


“그거야.....”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려던 제이드는 이내 입을 닫았다. 숨기는 것이 있는 건지 그는 에드워드의 시선을 피했다.


“아, 나 진짜 극비인 내용까지 자기한테 말해줄 순 없는데? 레온한테도 마찬가지고.”


“그럼 내가 가진 정보도 이대로 사라지는 거지.”


제이드가 망설이자, 에드워드도 강수를 뒀다. 고민하던 그는 주사위를 몇 개 집어 손에서 빠르게 굴리더니, 4가 그려진 면이 나오자 멈췄다.


“물난리 나서 망가진 네온사인, 자기가 물어내는 선에서 합의 보는 건?”


“좋아.”


단번에 에드워드가 제안을 받아들이자 놀란 쪽은 제이드였다. 그는 에드워드가 좀 더 흥정을 붙일 줄 알았기에 나름 세게 부른 건데, 바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자 아까운 기분이 들었다.


“화원이 뭘 의미하는지는 알....”


“설명해 줘야지.”


‘그럼 대체 가지고 있는 정보가 뭐야?’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는 생각에 제이드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거래를 무르지는 않았다.


“‘화원’은 제국이 창시된 이래 가히 최고라 부를 수 있는 독약 상점이야.”


뒷세계에 알음알음 퍼져있던 소문이기에, 딱히 비밀인 내용은 아니었다. 사실 진위 확인도 어려운 내용인지라 어느 면에서는 괴담 같기도 했다.


“필요한 효과를 말하면, 그에 꼭 맞는 독약을 구하다 준다고 하더라. 무색무취는 기본이고 원하는 향을 첨가할 수도 있을뿐더러 증상과 강도도 선택할 수 있다 했어.”


“거래가 진행되는 숨겨진 장소가 있나?”


“아니, 희한하게도 방문 판매야.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간절히’ 원하고 그에 맞는 재력을 갖추고 있다면 그들이 찾아간다고 하더군.”


제이드의 말에 비춰 본다면, 화원은 독약뿐이 아니라 만만치 않은 정보력까지 갖춘 단체였다.


“가격도 어마어마하다고 들었어. 이 작은 병이 귀족의 별장 한 채의 값이라는 말도 있거든.”


병을 들여다보던 레온은 제이드의 말에 조심스럽게 내려놨다. 빈병이었음에도 떨어뜨려 깨질까 봐 순간 겁이 난 탓이었다.


“정체가 확실치는 않지만, 다들 존재는 한다고 생각해. ‘화원’의 이름을 빌려 사기 치는 놈들도 있었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했거든.”


화원은 경고조차 없었다. 사기꾼들은 일주일이면 이 바닥에서 없어졌고, 아무도 그들을 다시 보지 못했다.


“극비라는 건?”


“.... 화원이 카지노에 거래를 제안하러 온 적이 있어.”


제이드가 ‘화원’을 만났었다는 말에, 레온은 물론이고 에드워드마저 놀랐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 제이드는 특이했던 그들과의 만남을 풀어놓았다.


“거래 내용은, 우리 쪽에 유희성 약을 납품하고 싶다는 것이었어. 이름은 ‘파인’이었던가, 하얀 가루약처럼 생겼는데 먹으면 환상을 보여준다나?”


그들은 이 포도나무가 새겨진 유리병에 약들을 소분해 담아 가져왔었다. 독한 술과 담배는 물론이고 별희별 것들을 봐왔던 제이드였지만, 그조차 이런 약은 처음 접해보았었다. 그들은 꽃에서 추출되었다고만 말할 뿐, 재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파인'을 한 번이라도 먹으면 절대 손님들이 카지노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 그들은 장담했지.”


화원에서야 제이드를 설득하고자 꺼낸 말이었지만, 그로서는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불쾌했었다.


“설마, 계약을 하신 건...”


“나를 너무 돈에 미친 사람으로 보는 거 아냐? 당연히 안 했지.”


레온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가 다시금 안도했다. 만약 제이드가 약을 납품받고 있었다면, 그는 이 친분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수상한 약을 판매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하겠어? 게다가 그들의 분위기가 너무 이상했거든.”


화원과의 대화는 기괴하고 소름 끼쳤다. 사람이 아니라 인형을 대하는 것만 같았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이라고는 하나 없는 느낌이었다. 제이드가 일부러 도발을 걸어 봐도 그들은 별다른 반응 없이, 제이드의 말에 맞장구를 치기까지 했다.


“그때 거절한 이후로, 화원에서 우리를 다시 찾은 적은 없어. 애써 만든 약을 버렸을 리는 없으니 다른 판매처를 찾은 거겠지.”


제이드는 이들이 화원의 사칭이 아니라 여겼고,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리란 계산도 되었지만 끝내 거절했다.


‘돌이킬 수 없는 강 같았지.’


발을 넣는 순간, 자신에게 주도권은 사라지고 휩쓸리게 될 것만 같았다. 직감이 이 배팅은 실패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음을 울렸다.


“자기야말로, 이 유리병을 왜 가지고 있어?”


화원과의 접점이 없다는 것을 밝힌 제이드는, 에드워드에게 가진 정보를 내놓으라 손짓했다. 드디어 에드워드는 그에게 자신이 알아낸 것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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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5) 24.06.15 9 0 11쪽
81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4) 24.06.14 7 0 11쪽
80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3) 24.06.13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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