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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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디투
작품등록일 :
2024.06.17 20:42
최근연재일 :
2024.09.11 18:00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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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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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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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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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0쪽

2화-1997년

DUMMY

2화-1997년


“으아아아아악!”


“엄마야!놀래라.야가 와이카노?”


이신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일어났고

그의 앞에는

엄마가 깜짝 놀라 서 있었다.


“야이야.니 개안나?”


“허억~허억~”


가뿐 숨을 몰아쉬며

침대 위에서 상반신만

앉아 있는 상태인 이신.


몇 초간 상황 파악이

안되고 헉헉 거리기만 하다가

갑자기 정신이 돌아 왔다.


“지갑!!”


“지갑!!”


“내 지갑 어디갔어?!”


이신은 정신이 나간듯

이불위를 휘져으며 소리쳤다


“신아!”


이신의 엄마가

날뛰는 이신의 손목을

잡았다.


“니 와이카노?

어데 아프나?”


“!!!!!!”



“어···.엄마?”


“엄···마?”


이신이 한손으로 엄마의

볼을 만지며 말했다.



“엄마.왜···왜 이렇게 젊어?”


이신은 눈물로 시야가 흐려졌고

그 흐려진 시야에

눈 앞에 젊은 엄마와


이신이 알던,

자식도 못 알아보는

치매 걸려 늙은 엄마가

겹쳐 보였다.


“아이고오~야가 와이카노.

클났데이”


“엄마!!!!!!!!!”


걱정하는 엄마를

이신은 강하게 끌어안았다.


“엄마!엄마!!!!!”


눈물 콧물 다 흘리며

뜨겁게 포옹하는

아들이 엄마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아이고~야가 클났데이.

와이카노?다 큰기···”



“엄마······.”










그렇게 뜨거운 엄마와의

만남을 마치고


엄마는 가게를 오래 비울수 없어 나가셨다.



엄마가 강제로

“게보린”을

두알이나

먹여서 괜히

더 멍한듯 했다.


엄마는 게보린이 만병통치약

이라 생각했었다.


이신은 그 사실마저

그리웠던터라

크게 나쁜 느낌은 아니였다.



반지하의 작은 창으로

손바닥 만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침대에 멍하니 걸터 앉아 있는 이신.


아까 엄마에게 대충 설명을 들었다.


도저히 믿기 힘들지만


지금은 내가 제대한

다음날이였다.


거의 30년전이였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이 사회의 바닥을 기는 중년.


한탕 하나 싶었는데

한탕은 고사하고


눅눅하고

곰팡이 냄새

그득한

반지하방.


엄마가 엄청 고생하던

그 시절로 왔다고?내가?



방 안을 스윽 훑어 본다.


‘저건 다마고치?

미친···’


그 옆에 게임기가 눈에 들어온다.


‘저때도 이미 철지난 패미콤이라니..

저게 그때 내형편에 맞는거였지.청계천

난전에서 중고로 샀던거다’


책상위로 시선이 흘렀다.


책상위에는 이젠 고대유물이 되어버린

제도용 잉크와 그걸 찍어 쓰는

펜과 펜촉.만화 원고들이 있었다.


그렇다.

이신은 만화가 였었다..

아니,이때는 만화가 라기 보다는

만화 잡일꾼이였다.


‘내가..이때로 돌아온 거라고?

문득 문득 훅~!하고

기억이 떠오르면 고개를 세게 가로젓는,

기억하기 싫은 그 시절로?’



‘스마트폰은 고사하고 휴대폰

자체가 없을때잖아?

이때는 시간 확인을 어떻게 했지?

몇시야?’


이신은 리모콘을

들어 티비를 켜본다


“삑”



“치이이이이익~”


화면에는 전파를 수신하지 못한

노이즈만 나왔다.


‘왜이래?’


“삑”

다른 채널을 틀어본다.


‘나도 잘 안풀렸지만

엄마가 너무 고생 하시던때라

정말 기억하기 싫은 시기였다‘


“삑!삑!삑”

“아 뭐야!”


채널을 아무리 돌려도 다

마찬가지



“앗, 참!”


“이런 등신.하하하”


이신은 혼잣말을 하며

자기 이마를 가볍게 탁 쳤다


“아.이땐 종일 방송을 안할때지?”


“아이고~우습다”


라고 하며 뒤로 벌러덩 눕는 이신.


누워 보자 골목에서 주어와서 쓰던

그때 그 매트리스의 기분나쁜

느낌이 근 30년만인데도

너무 생생하게 느껴졌다.


엄청 더운 여름날,

엄마가 왕건이 발견 했다며

나오라고 해서

골목에서 이걸 들고 들어

온다고 정말 짜증났었던 기억.


남이 쓰던거란것 보다

쪽팔림이 더 컸던 기억.


“아이고~이눔아.

싸악 닦아쓰마 새거다.새거!”

“이래 멀쩡한걸 와 내삐리노?

(버리노?)


엄마도 주위의 시선이

부끄러워 더 오바해서 내뱉는

저런 말들이

매미 울음소리와 섞여

진짜 짜증났던 기억.


뭐든지 다 돌아보고

싶은 추억이 아니라

괴롭기만 하기에

이신은 부러 소리 내어 말했다.


“낮에 티비 안하는것도 모르고,

엄마가 보셨으면 저 얼빠진 놈이라고

또 욕먹었겠네.하하”


좀 더 큰소리로 말했다

“세상 사람 다 아는걸

저 놈 혼자 모른다고.하.하.하.

욕 실커엇 먹었?”



이신은 말하다 말고

뭔가 머리에 번쩍 떠오르는게 있는듯

갑자기 일어섰다.




‘뭐..뭐라고?’


‘세..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걸 ···

혼자만 모르는게..아니라···’



“두근”



“두근”






‘난 지금 세상 모두가

모르는 미래를

나 혼자 아는거잖아?”




상체가 오무려지고

두 주먹이 터지도록

꽉 쥐어졌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싸악 돌았다.


잠시 그 자세로

멈춰 있던 이신은


갑자기

반지하의 철제문을

깨질듯 열고 뛰쳐 나갔다.


몇십년만이였지만

구조가 눈에 선했다.


갈색 벽돌 3층 양옥집의 반지하.

반지하 입구는

건물의 후면에 있어서

대문옆 쪽문으로 나갈려면

담과 건물 사이 사람 한명도

겨우 지나갈수 있는 곳을

통과 해야 했다.


그 통로를 쏜살같이 통과한

이신은

“탁탁탁!”

4단 짜리 짧은 계단을 올라.

대문 옆에 따로 있는

쪽문을 세게 열고

달려 나갔다.


‘큰일이다!

큰일이야!

내가 제대하고

얼마 안되서’


‘IMF가 터졌다고!!’



“탁탁탁탁탁!”


몇십년만에 다시 돌아간

동네가 신기할법도 한데


이신은 그런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몸이 기억하는대로

미칠듯한 전력질주를

계속 했다.


‘근데!’


‘근데!!!’

‘젠장!날짜가 기억이 안나!’

‘IMF터진 날짜가 기억이 안난다고!!’


“탁탁탁탁”


‘젠장!그딴걸 누가 외우냐고오!!!’


낡은 슬리퍼에 시뻘개진 얼굴로

미친듯한 질주를 하는

이신을 거리 사람들이

다 한번씩 돌아봤다.


지금 이신의 모습은 누가봐도 정신 나간 사람이였다.


‘아~!그것만 알면

돈복사 정도가 아니라!!!’


‘돈 뻥튀기 기계를 가지는 건데!

백만원이 이백만원 되고!’


‘천만원이 이천만원 되는건데에에!’


‘아니야!아니야!날짜 몰라도 가능해!’

‘일단 돈이다!돈을 만들자;


“탁탁탁탁탁!!”


‘이번 운은 반드시 살린다!’



‘전 국가적 재난을 내 운으로 잡아 내야해!’


“척!”


이신은 드디어 도착했는지

달리기를 멈추고

두 손으로 무릎을 잡고

허릴 숙여 헐떡 거렸다.


“허억~허억~”


잠시 숨을 돌린 이신이

고개를 천천히 들어 앞을 보았다.


그 앞에는 버스정류장의

박스형 토큰 판매점이 있었다.

판매점 유리에 끼워져 있는

잡지들

“주간 유우머”

“티비 가이드”

“주간 서울”


주간 같은것은 한자로 적혀 있는것이

시대를 느끼게 해준다.


-전화카드-

-토큰-


이제는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 것들이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그 밑 가판대에는

각종 신문들이 꽂혀져 있다.


숨을 다 고른 이신은

가판대 앞으로 걸어가

신문 하나를 쑥 빼들었다.


그리고는

“촥!”

하고 신문 1면을 펼쳤다


신문 1면 타이틀 기사는

“정부,경제 위기 부인”

이였다.


‘개새끼들···’

속으로부터 진심어린 욕이

올라왔다.


그리고 바로 신문 상단으로

시선을 올려

날짜를 봤다.


-서기 1997년 11월 14일-


‘아!그래 맞구나.내가 제대한

다음날!’


그 와중에 신기한 것이 있었다.


이렇게나 전력 질주를 했는데도

잠깐 사이 숨이 골라졌고


신문의 날짜같이 작은 글씨가

이렇게 맨눈으로 잘 보인다고?


이미 휴대폰 폰트를

엄청 크게 쓰고 있는 노안 온

50대 이신에겐

정말 신선한 충격이였다.


‘그래.다 내 기억이랑 맞아.

정부는 끝까지 부정하고 있었어.

그렇게 질질 끌고

대기업의 부도 뉴스가

매일 같이 이어지다

IMF가 터졌지.

그리고 전국은 긴 고통속으로

들어갔어’


‘나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빠.힘내세요~우리가~있잖아요~-

하는 이 노래.


이게 IMF이후 치솟는 중년 남자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기획된 노래라는 소리도 있을 정도였지‘


‘지금부터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피의 역사에 쓸려 갈수도..

그 판을 홀로 거스를 수도 있어’




-우선은 그 놈부터 만나야 돼!-





















도심의 불빛이 화려한

번화가의 대로변


“아이고~실례합니다”

“유턴 위반 하셨습니다아~”


갓길에 승용차를 세우고

경찰복장의 두명이

차 앞에 서 있다.


창문을 내린 중년의 운전자가

말한다

“아이고오~수고 많으십니다.

제가 그만 딴 생각을 하다가···”


남자는 주섬주섬 뭔가를

뒤지며 말을 이어간다

“제가 좀 바빠서요.죄송합니다”

“면허증이 어디있나..아이고오”


“선생님.벨트도 안하셨네요?”

“어이쿠.제가 요즘 정신이 없네요”

“여기 면허증 입니다”


남자가 내민 면허증을

경찰이 받으려 손을 내민 순간


“확!”


운전한 남자가

다른 손과 함께 두손으로

경찰손을 덥썩 잡아쥐고 말한다


“날도 쌀쌀한데 국가를 위해

수고하십니다요.

저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입장이라..”


이런 일이 익숙한지

덤덤한 표정인

경찰은

잡힌 손을

스윽 빼면서 다른 손에 들고 있던

단속 스티커판을 들어

면허증 밑에 받힌다.


“일단 면허증 확인부터 하겠습니다”


면허증을 보는 경찰 뒤에

다른 경찰은 차렷자세로

뻣뻣하게 서 있다.



판 위에 면허증을 옆으로 스윽 밀자


열심히 접은 만원짜리 두장이 나온다.


중년의 운전자가

돈을 확인한 경찰과 눈을 맞추며

능글맞게 웃으며 말한다


“옆에 후임 같은데

통닭 한마리 같이 드시고,

맥주도 한잔 하시라구요~”


그리고 부담 스러운 윙크를

“찡긋”날린다.


돈을 받아든 경찰은


모자까지 벗고

인사하며


“아이고오~제가 잘못 봤네요.

위반 안하셨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여기 여기 면허증 받으시고.

아이고 사장님 가셔도 됩니다”


“어이쿠,그런가요?다행이네요.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네네~어서 가보세요”


떠나가는 차를 향해

“충성”경례까지 때리는 경찰.


차가 도심의 불빛 속으로

사라지자

경찰은 바로 옆 경찰을

바라보며 신나서 얘기한다.


“야!신병!오늘 근무 끝!

통닭이나 먹으러 가자.

야 너는 고참 잘 만난줄 알아.

야 어지간한 애들이면

이런 돈 생겨도

쫄병이랑 같이 안쓰는거 알지?


나나 되니까 이렇게

천사같이,어?

하찮은 쫄병이랑 같···.”


“야.왜그래 표정이”


크게 당황한 표정이 된 신병을

보고 경찰이 묻자 바로 등뒤에서

들리는 고함소리


“동작그만!”

“본청 암행감찰이다”

“이 의경새끼가 아주 쳐 돌았구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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