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아나

2화 주아나, 나의 주아나 (2)

안뜰을 지나 주탑으로 들어선 주아나는 계단을 향해 달려가다가 때마침 지나가던 집사에게 붙잡혔다.

“주아나 아가씨, 실내에서 뛰어다니시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그리고 얼굴이랑 옷은 또 왜 이렇게 엉망입니까.”

“샌즈, 나 지금 바빠.”

주아나는 그렇게 말하고 후다닥 도망가려고 했지만, 집사가 팔뚝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서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무엇이 그렇게 바쁘신지는 모르겠지만, 숙녀가 우당탕거리면서 돌아다녀서는 안 되는 겁니다.”

“알았어. 안 뛸게.”

여기서 아등바등해봐야 잔소리만 길어질 게 뻔했기에 주아나는 몸을 돌려 샌즈를 올려다봤다. 갓난쟁이 때부터 봐와서인지 아버지와 오빠만큼이나 익숙한 사람이었다.

4대째 집사를 역임한 집안에서 태어난 샌즈는 이어져 내려온 전통을 거부하지 않은 남자였다.

무거운 직책에 걸맞게 자기 의무를 자랑스럽게 여겼으며 규칙, 규율, 예절 같은 걸 우선시했다. 그런 고리타분함이 자유분방한 주아나에게는 천적과도 같았다.

“이제 어린 나이도 아니신데 언제까지 숲을 헤매는 아이들처럼 이러고 다니실 작정이십니까?”

주아나가 어색한 표정을 짓자, 샌즈는 의미를 귀신같이 알아챘다.

“도시 밖으로 또 나가셨던 모양입니다?”

“아, 아니야.”

손사래를 쳐가면서 부정해봤지만, 그것이 되려 샌즈에게 확신을 준 모양이었다.

“가주님께 말씀드릴 게 또 하나 생겨버렸군요.”

“끙···.”

주아나는 어이없는 실책에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도시 밖을 나간 일로 이미 경고를 몇 차례나 받았었다.

그러고도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게 아버지에게 알려진다면 앞으로 일탈은 힘들지도 몰랐다.

“앞으로 말 잘 들을 테니까, 비밀로 해줘. 응? 샌즈, 한 번만.”

주아나가 기도하듯 손깍지를 끼고 양 집게손가락을 곧추세워 애절하게 애교를 부렸다.

“아가씨께서 그 말을 지키시냐 아니냐로 제가 무덤까지 침묵할지 아니면 입 싼 노인네가 될지 결정되겠군요.”

샌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아나는 착한 표정을 짓고서 연신 끄덕거렸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자신의 영리함을 자축했다. 아버지만 모른다면 언제든 또 나갈 계획이었다.

“로메넬, 로메넬.”

샌즈가 왼쪽 통로를 향해 외쳤다.

“부르셨어요?”

곧이어 주방으로 이어지는 문에서 한 여자가 걸어 나왔다. 스무 살을 갓 넘은 로메넬은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아가씨를 모시고 올라가서 씻겨드리고 옷도 갈아입혀 드리게.”

지시받은 로메넬이 손에 남은 물기를 앞치마에 쓱쓱 닦아낸 다음 주아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 혼자 할 수 있는데···.”

“사람이란 본디 자신이 한 말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겁니다. 더군다나 아가씨처럼 귀히 태어난 분이라면 작은 약속이라고 쉬이여기면 안 되겠죠.”

“알았어···.”

또다시 시작된 잔소리에 주아나는 시무룩하게 대답하고선 로메넬의 손을 잡고 3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도착해 로메넬이 목욕을 준비하는 동안 침대 옆 화장대에 얌전히 앉아 기다렸다.

반원형 거울이 부착된 화장대는 여자방이라는 구색을 갖추기 위해 가져다 놓은 것인지라 텅텅 비어있었다. 한 번도 써먹어 본 적 없는 곳에 앉아 있으려니 거울 속 모습이 무척이나 어색했다.

그런 기분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앉을 때쯤 로메넬이 목욕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손짓했다.

주아나는 옷을 훌러덩 벗고 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물속에 풍덩 빠졌다. 물이 사방으로 튀는 걸로 모자라 출렁출렁하며 넘칠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해댔다.

따뜻한 열기로 뽀득하게 닦여가는 주아나의 얼굴과 목이 수줍게 달아올랐다. 조금 전 목욕통에 뛰어든 걸 잊고선 애가 아니라면서 투정을 부려봤지만, 로메넬은 아랑곳하지 않고 충실하게 직무를 이행해나갔다.

한참 만에 목욕이 끝났다. 로메넬은 주아나를 커다란 수건에 감싸 다시금 화장대 앞에 앉혔다. 그러곤 물기를 충분히 제거하고 머리를 빗겨주었다.

머릿결이 좋아서인지 빗질 동안 머리가 잡아당겨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 다만 머리카락이 마를 때까지 오래도록 이어지다 보니 참을성 없는 소녀에게는 지루한 시간이었다.

주아나는 두피를 훑는 감각을 자장가 삼아 꾸벅꾸벅 졸았다. 그리 깊지 않은 잠이었던 것 같았는데 꿈까지 꿨다. 하지만 벽 거울 앞으로 옮겨지면서 깨어보니 무슨 꿈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아가씨, 이건 어떠세요? 아니면 이것도 예쁠 거예요.”

로메넬이 옷장에서 드레스를 꺼내 가면서 신이 난 듯 물었다.

“아무거나.”

주아나는 눈을 비비면서 없는 눈곱을 떼는 척 시늉했다. 온갖 색상이 가미된 드레스가 코앞에서 펄럭거려댔지만, 관심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드레스가 아니라 금은보화라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었다.

비록 몸은 여기 있지만 정신은 이미 아버지에게 가 있는 탓이었다. 오빠가 말했던 손님의 정체가 궁금했거니와 다시 한번 약혼 파기를 요청해야만 했다.

주아나가 딴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로메넬은 고심 끝에 자기 취향이 다분하게 들어간 분홍색 드레스를 골랐다. 그걸 주아나에게 정성스레 입히고는 전신을 쭉 훑었다. 마지막으로는 눈을 마주치고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얇은 쌍꺼풀이 얹힌 커다란 눈은 반쯤 찡그려져 있었고, 콧방울 지름만치나 작은 입술도 한쪽으로 일그러진 채였다. 젖살도 안 빠진 둥그스름한 얼굴에 담긴 것은 드레스를 싫어하고 자기를 꾸밀 줄 모르는 천진난만한 소녀였다.

“아가씨, 왜 그렇게 인상을 쓰세요.”

“이걸 입고 집무실까지 가는 건 고문이야.”

주아나가 등허리에 조여놓은 끈을 풀려고 하자, 로메넬은 그런 일이 익숙한 듯 양손을 붙잡아 내렸다. 그런 상태를 유지하면서 위층에 있는 집무실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로메넬이 내려간 뒤 주아나는 기척을 내기 전 잠시 숨을 골랐다. 자연스레 문에 조각된 해와 검이 눈으로 들어왔다.

어떤 목공이 조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혼이라도 바친 것인지 세월이 느껴짐에도 망가진 곳 하나 없었다.

주아나는 자기가 태어난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을 보면서 구두 때문에 발이 아프다는 다소 엇나간 생각을 되풀이했다.

막 노크를 하려고 손을 들어 올리는데 안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게.”

큰 기척을 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아셨을까, 주아나는 문을 살짝 열어 고개를 빼꼼하고 내밀었다.

“왔구나, 주.”

라노스가 딸을 반겼다. 순간 문이 활짝 열렸다. 손잡이를 잡고 있던 주아나는 얼결에 안으로 딸려 들어갔다.

뒤에서 문을 열어젖힌 게 누군지를 확인하기도 전에 어깨로 팔 한 짝이 턱하고 올라왔다. 옆에 나란히 선 건 라드였다. 내려다보는 부담스러운 시선이 주아나를 멋쩍게 했다.

“왜? 뭐? 그 눈빛···이상해.”

“내 동생이 이렇게 예뻤나 해서 말이야. 맨날 그렇게 하고 다니는 건 어때?”

“오늘만이야. 지금도 질식할 것 같단 말이야.”

주아나는 어깨를 튕겨 팔을 치워낸 다음 총총걸음으로 방을 가로질렀다.

활짝 열린 발코니 문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미세하게 맡아지는 꽃향기에 코를 킁킁댈 때면 새하얀 커튼도 함께 펄럭였다.

라드가 목제 의자 두 개를 가져와 동생과 함께 앉는 동안, 라노스는 오른 주먹으로 턱을 괴고 기다렸다.

“오늘도 예쁘구나, 주.”

다른 가문의 여식들은 보통 이럴 때 고상하게 입을 가리고 웃는다거나, 쑥스러운 것처럼 얼굴을 붉히겠지만 주아나는 여타 딸과는 크게 달랐다.

“약혼 물러주세요.”

주아나가 미간을 좁히고 대뜸 본론부터 꺼냈다. 딸에게만큼은 팔불출이라 소문난 라노스였지만 한가지 요구만큼은 여태껏 들어주지 않고 있었다.

“그건 안된단다.”

“난 그 녀석도 싫고, 그 집에도 가기 싫어요.”

“아시우스는 심성이 착한 아이다. 결코 널 함부로 대하지 않을 거다.”

“억지로 보내면 난동을 피워서라도 돌아올 거예요.”

주아나가 선전 포고와 같은 말을 했다. 딸이 원하는 걸 들어주지 못해서일까, 라노스는 퇴근을 앞둔 광부처럼 피곤한 얼굴이었다.

“쥬, 다 널 위해서 정하신 거야. 그러니 착하게 굴렴.”

주아나는 뒷머리를 쓰다듬는 오빠의 손길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제야 팔짱을 끼고 토라진 듯 굴고 있는 자기 모습이 철부지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아버지를 심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팔짱과 표정을 풀었다.

“죄송해요.”

딸이 먼저 한 발짝 물러나 주니 라노스도 얼굴에서 근심을 거뒀다.

“먼저 사과도 할 줄 알고 주가 몰라보게 성숙해졌구나.”

라노스가 손을 뻗어서 주아나의 코를 살짝 눌렀다가 말을 이었다.

“오늘은 다른 용건이 있어서 부른 것이니, 그 문제는 나중에 다시 얘기해보자꾸나.”

주아나는 아쉬움을 고이 접어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이 온다고 하던데, 누군가요?”

라드가 물었다.

“황자님들이다.”

“수도에 있어야 할 분들이 어째서 이곳으로 오는 거죠?”

“황제 폐하께서 편찮으시다더구나. 그 때문에 두 분이 수도를 떠나 가문들을 방문하고 계신 거란다. 그리고 이제 우리 차례가 온 거지.”

“폐하께서 지금껏 황태자를 지명하지 않은 건 이럴 심산으로 그랬던 걸까요?”

“그건 모르겠구나. 현명하신 폐하조차 자식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곤란하셨을 수도 있었겠지.”

라노스가 슬며시 딸을 쳐다봤다. 주아나는 뭐 그리 재미난 이야기라고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저희도 한쪽을 택해야겠죠?”

라드의 눈이 두 황자를 재어보듯 잠시 허공에 머물렀다.

“우리 선택이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겠구나. 당장 폐하께 변고가 생긴 건 아니니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자꾸나.”

주아나는 라노스가 말을 끝마치길 기다렸다가 곧장 껴들었다.

“아버지는 가훈을 잊으셨나요?”

“기억하고 있단다.”

라노스는 지금껏 듣고만 있던 딸이 갑자기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저랄까 하는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카소의 무릎은 제국에 있다.”

주아나는 대뜸 가훈을 읊었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건 천 년도 더 된 이야기였다. 당시 인간의 땅 에델렌은 수없이 많은 가문과 소국이 난립하던 시대였다. 어딜 가나 분쟁과 시체가 넘쳐흘러 질서보다는 파괴를 찾는 게 빨랐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알페놀이란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지금껏 없던 막강한 무력과 영도력으로 가문과 소국을 차례로 무릎 꿇렸다. 그런 행보를 두고 누군가는 침략이라 불렀고, 또 누군가는 통합이라 말했다.

고작 몇 년 만에 에델렌의 1/3을 손에 넣은 알페놀은 마침내 카소 가문의 영지까지 도달했다.

초대 가주였던 이오르는 신흥 귀족으로 대단한 명성도 이렇다 할 소문도 없는 남자였다. 그런 이오르가 대군주라 불리던 알페놀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군대로 짓밟으면 그만이었기에 봉신 중 누구도 찬성하지 않았던 일이 한 사람의 고집으로 기어코 받아들여졌다.

그렇게 시작된 대결은 며칠이고 이어졌다. 지치면 쉬었다가 다시 싸우고, 배가 고프면 먹고 다시 싸웠다고 했다.

주아나는 그 대목이 과장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진실 여부는 천년을 거스르지 않고서야 알 수 없는 법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도 승부가 나지 않자, 알페놀은 이오르에게 자신을 따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고 단박에 거절당했다.

이유를 묻자 이오르가 답하길 충성을 바치기에는 당신은 너무 약하다 했다. 그 우스갯소리 같은 대답을 알페놀이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그것을 역사책에 기록해놨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다만 이제는 너무 오래된 일화여서 ‘그러했을 것이다‘라고 적혀있는 책은 있어도 ’그랬다‘라고 적힌 책은 남아있지 않았다.

이오르는 도대체 어떤 남자였길래, 가문의 존폐가 걸린 상황에서 그런 대답을 할 수 있었을까? 또한 그걸 들은 알페놀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주아나는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면서 몇 시간이고 웃지 않았을까 상상하곤 했다.

알페놀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무릎을 꿇지 않을 남자에게 대신 다른 걸 제시했다. 자신에게 꿇을 수 없다면 자신이 세울 나라에 꿇는 건 어떠냐는 제안이었다.

이오르는 그것까지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렇게 카소 가문은 대군주에게 무릎 꿇지 않은 유일한 곳으로 남았다.

이후 알페놀은 벨이란 성을 붙이고 황제가 되었다. 그는 이른 나이에 병을 얻기 전까지 전쟁터를 활보했는데 옆에는 항상 이오르가 있었다고 한다.

초상화조차 남아있지 않은 초대 가주의 무용담은 어린 주아나에게 밤잠을 빼앗기 일쑤였다. 이것을 가장 많이 들려준 건 오빠였고 두 번째는 아버지였다. 그래서 거침없이 말할 수 있었다.

“제국은 황제 것인가요?”

라드가 무언가를 지적하려고 하자, 라노스는 괜찮다는 눈짓을 보냈다.

“대군주 알페놀께서 제국을 세우셨고, 대대로 그분 핏줄 중에서 선택된 자가 제국을 다스렸지.”

“다스린다면 모든 게 그 사람 것인가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겠구나.”

라노스는 자신을 쳐다보는 똘망똘망한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버지의 땅에 사는 사람들은 아버지 소유인가요?”

“그들은 오래전부터 이 땅에 살아왔고 우리 가문을 따랐다. 하지만 내 것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단다.”

주아나가 재미난 장난을 앞둔 꼬마처럼 입꼬리를 쓱 올렸다.

“그렇다면 우리는 선택할 필요가 없어요. 카소의 무릎은 제국에 있는데 우리가 왜 선택해야 하죠.”

딸을 보는 라노스의 눈이 묘하게 번들거렸다. 그것은 아마도 먼저 떠나버린 부인이 떠올라서였을 것이다. 당돌함마저 제 어미를 빼닮았으니.

물론 주아나가 한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분명 카소 가문은 대대로 중립을 표방해왔고 황제를 받들지언정 가문보다 위에 두지는 않았었다. 대군주의 피가 진하게 남아있던 시절까지만 해도 말이다.

하지만 긴 시간이 흐르면서 알페놀의 혈통은 섞이고 베여나가 옅어지고 적어졌다. 인제 와서는 순수한 혈통이 남아있긴 한 거냐며 수군거리는 사람도 많았다.

황제가 대가문을 존중하던 시내는 혼탁해진 피와 함께 진즉에 사라졌다. 이제는 아무리 대가문이래도 존속하려면 어느 정도 타협은 필요했다.

하나 라노스는 그런 치졸한 정치 세계까지 말해주면서 딸의 순수함을 망칠 남자가 아니었다.

“주, 네 말이 옳구나. 카소의 무릎은 제국에 있지. 너는 그걸 항상 가슴에 새기면서 살아가야 한단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황자님들에게 격식을 차리지 않거나 못되게 굴어서는 안 된다. 그건 가문을 떠나 숙녀로서 빵점짜리 행동이란다. 정 사고가 치고 싶거든 두 분이 간 다음에 치려무나.”

“네, 아버지.”

주아나는 별걸 다 걱정한다는 얼굴로 환하게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