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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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1nx666
작품등록일 :
2024.07.1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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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18:46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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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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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주아나, 나의 주아나 (3)

DUMMY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성을 빠져나온 주아나는 거리를 느긋하게 거닐었다. 반바지와 반소매를 입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는 달이었지만, 다행히도 오늘은 날씨가 따뜻했다.


어느 대장간 앞에서 풀무질하는 조수에게 윽박지르는 대장장이를 재미있게 보고 있노라니, 누군가 팔을 잡아 확 끌어당겼다. 곧이어 등 뒤로 무개 마차가 쌩하고 지나갔다.


주아나는 눈으로 마차 꽁무니를 따라가다 고개를 돌렸다. 뾰족하게 뻗은 검정 머리에 제법 남자답게 생긴 얼굴이 바짝 붙어있었다.


“보엘.”


“위험하게 정신을 어디다 팔고 있는 거야.”


친구 보엘이 인상을 쓰면서 꾸짖었다. 그러다 주아나와 눈이 마주치자 팔뚝을 잡은 손을 얼른 떼어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러고는 뻘쭘한 양 앞서 걸어갔다.


주아나는 어색한 기류를 느꼈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몰라서 어깨를 들썩거린 뒤 따라나섰다.


“왜 이렇게 늦었어?”


“숲에 갔던 걸 들켜서 하마터면 못 나올뻔했어.”


주아나는 많은 것을 생략하고 대답했다.


“애들이 먼저 가긴 갔는데 좋은 자리는 못 잡을 거야.”


보엘의 말대로 도시 입구가 가까워질수록 사람들로 붐볐다. 도로 양옆은 물론 발코니와 창문에도 사람들이 서 있었다.


인파를 헤치고 꾸역꾸역 밀고 들어가다 보니 어느새 또 다른 친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폴리오는 주아나와 키가 똑같았고 브리는 넷 중에 가장 작았다. 두 사람은 어른들 사이에 끼어서 폴짝폴짝 뛰기를 반복 중이었다.


“여기야.”


“안녕.”


폴리오가 콧물을 훔치던 손을 흔들었고 브리는 여성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주아나도 손바닥을 활짝 펴 보이며 화답했다.


늦지 않게 뭉치긴 했지만, 이렇게 인파에 가려서야 황자의 행렬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여기서는 황자는커녕 말꼬리도 못 보겠어.”


주아나가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은 보엘은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잠시 후에 돌아왔다.


“따라와.”


셋은 보엘의 손짓을 따라가면서 뭔데, 뭐야를 연발했다. 두 주택 사이를 지나서 이어지는 골목을 한 번 더 통과하자 자재가 널부러진 건물 뒤편이 나왔다.


재보수가 필요해서 현재는 쓰이지 않고 있는 빈 창고였다. 미리 가져다 놓은 사다리가 지붕까지 닿아있었다.


“올라가자.”


“저길? 으으, 무서워.”


폴리오는 펑퍼짐한 덩치에 맞지 않게 겁을 잔뜩 집어먹었다.


“그러면 너 혼자서 밑에 있던가.”


보엘은 매정하게 말하고는 곧바로 사다리를 올랐다. 주아나가 뒤따라 올랐고 브리도 느릿느릿 발을 놀렸다.


“빨리 와, 바보야.”


브리가 사다리 중간쯤에서 멈춰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폴리오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용감하게 사다리를 잡았지만, 곧바로 오르지는 못했다.


완만한 경사의 지붕면을 타고 마루에 안착하자 탁 트인 시야가 세 사람을 맞이했다. 앞쪽 주택보다 두 층 이상 높아 거리는 물론 도시 입구까지 어렴풋이 보였다.


“용케 이런 곳을 찾았네.”


주아나가 만족해하면서 쳐다보자 보엘은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세 사람은 마루 정중앙에 나란히 앉았다.


폴리오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한참이나 지나서 올라왔다. 보엘의 오른편에 앉고 나서도 불안한 기색을 보였지만, 웃고 떠드는 사이 저도 모르게 진정됐다.


두 황자의 행렬은 정오에 딱 맞춰서 도착했다. 깃발을 든 기수들을 필두로 차근차근 도시로 들어왔다.


주아나는 사람보다는 깃발에 관심을 기울였다. 빨간 바탕에 대검 한 자루, 황실과 벨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이었다. 책으로 봤을 때보다 색감이 훨씬 더 강렬했다.


주아나는 문뜩 궁금해졌다. 대군주 알페놀은 실로 거대한 대검을 사용했다고 하던데, 그런 걸 휘둘러 제국까지 세웠다면 그는 정말로 인간이기는 했던 것일까?


궁금증은 은색으로 번쩍번쩍한 기사들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레 지워졌다. 그들은 하나같이 곧은 자세로 늠름한 기개를 뽐냈다. 한치 어그러짐 없는 반듯한 대열이 구경꾼에게서 탄성을 뽑아냈다.


햇살을 반사하는 갑옷의 가슴께는 깃발과 같은 대검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벨 가문에서 태어났거나 혹은 어릴 적에 거두어져 은혜로서 키워졌다는 증명이었다.


그들의 삶 전체가 벨 가문과 황실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건 알 사람은 다 아는 얘기였다.


넋 놓고 구경하던 사이, 아치 형태의 출입구로 백마 열 마리가 이끄는 대형 마차 두 대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진줏빛 비단으로 치장된 마차는 가장자리에 황금실이 수 놓여 화려함을 더하고 있었다.


“저 기사님들만 갑옷 색깔이 달라.”


브리는 황자를 태운 마차보다 그걸 호위하는 다섯 기사를 더 신기해했다.


“바보야 그것도 모르냐.”


“넌 알아?”


“당연하지.”


폴리오가 소심한 복수라도 하려는 것처럼 잘난 체를 했다. 주아나는 다섯 기사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친구가 어떤 식으로 설명할지 궁금하여 입을 오므리고 기다렸다.


“뭔데 말해봐.”


브리가 빨리 말하라는 듯이 재촉했지만, 폴리오는 한껏 뜸을 들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대장이잖아. 이 바보야.”


“풉.”


주아나가 실소하자 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한곳으로 몰렸다.


“비웃은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주아나는 당황하여 손을 내저었다.


“대장 아니야?”


겁은 많으면서 의외로 털털한 폴리오였다. 주아나는 안심하고 자신이 아는 걸 차분하게 말했다.


“음, 대장이라면 대장은 맞아. 모든 기사에게 우상 같은 존재거든.”


“우상?”


브리가 작은 입술을 생선처럼 뻐끔거렸다.


“응. 제국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움직일 수 있는 숨 쉬는 병기. 황제의 여섯별.”


주아나는 많은 사람이 동경하는 전설 같은 존재를 태연히 말하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폴리오와 브리가 입을 벌리고 놀랐다. 표현이 서투른 보엘마저 이번에는 동참했다.


“저들이 가진 검도 갑옷처럼 새까맣대.”


주아나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아는 것을 더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폴리오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 기사님들 것만 까만 이유는 뭐야?”


“아주 특별한 금속으로 만들어져서 그래. 소문에는 강철을 장작처럼 쪼갤 수 있대.”


“우와, 엄청 비싸겠다.”


장사꾼 아들내미 아니랄까 봐, 폴리오는 듣자마자 가격부터 생각한 모양이었다.


“근데 왜 저분들만 입어? 다른 기사님들한테도 만들어주면 좋을 텐데.”


이번에는 브리가 물었다. 값어치를 측정할 수도 없는 물건인데 모두에게 나눠주길 바라다니, 이 얼마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인가.


주아나는 마음이 한없이 넓은 친구를 위해 자세한 설명을 이어 나갔다.


“저 금속은 고대 유적에서 발견됐다는데 그 양이 터무니없이 극소량이라 흉갑과 검을 여섯 쌍 만드는 것으로 전부 소진됐대. 그래서 여섯별이 교체되면 저것들 또한 후임자에게 넘겨줘야 한댔어.”


“주아나 똑똑해.”


브리가 선망 가득한 눈으로 주아나에게 팔짱을 끼었다.


“손이라도 흔들어주지. 황자란 것들이 못돼 먹었네.”


주아나의 말에 폴리오가 토끼 눈을 해댔다.


“황자님한테 그렇게 말해도 돼?”


“앞에서 한 것도 아닌데 뭐 어때.”


폴리오는 통통한 턱살을 매만지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흡사 자기도 그래볼까 고민하는 것 같았다.


*


주아나가 성으로 돌아온 건 해가 진 뒤였다. 이렇게까지 늦으면 찾는 이들이 돌아다니기 마련인데, 오늘은 어째선지 외성 마당을 걷는데도 누구 하나 자신을 신경쓰지 않았다.


다들 왜 저리 바쁜가 하고 생각하다가 황자들이 왔음이 떠올랐다. 조용하게 방으로 올라가 시치미 뚝 떼고 있기에 아주 적절한 상황이었다.


주아나는 주탑을 향해서 후다닥 달려갔다. 로비를 바삐 오가는 고용인들을 지나쳐 계단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도 샌즈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쯤이면 올 줄 알았다는 표정을 보아하니 자신에게 감시자라도 붙여놓은 게 아닌지 의심해봐야 할 판이었다.


끔찍한 잔소리를 한참이나 듣고 나서야 풀려났다. 한데 뛰지 말라는 말을 고새 까먹고 계단을 후다닥 오르다 또 한 번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주아나는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침대에 몸을 던졌다. 용수철의 반동으로 살짝 튕겨 올랐다가 깃털의 푹신함에 가라앉았다.


똑똑, 눈이 막 감기려던 찰나에 노크 소리가 잠을 쫓아냈다. 이 시간에 문을 두드릴 사람이라면 한 명뿐이었다.


“아가씨.”


역시나 로메넬이었다. 그녀가 저녁 만찬이 준비되었다고 알려왔다. 주아나는 머리를 베개에 파묻고 자는 척했다. 지금 필요한 건 식사가 아니라 잠이었다.


하지만 연기는 통하지 않았다. 억지로 일으켜서 드레스를 입혀대는 로메넬에게 반항적인 시선을 보내봤지만, 옷고름이 졸라매지면서 기각당해버렸다.


이후 억지로 끌려간 식사 자리에서도 주아나는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가는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졸린데 손님이 다 무슨 소용이람. 기억나는 거라고는 식욕을 달아나게 하는 1황자의 눈빛뿐이었다.


다음 날 눈을 뜬 것은 아침을 먹어야 할지 아니면 점심을 먹어야 할지 모를 애매한 때였다.


로메넬에게 부탁해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주아나는 곧바로 탑을 나섰다. 어제 하루 훈련을 쉬었다고 좀이 쑤신 탓이었다.


병영으로 쓰이는 낮은 탑의 옆구리에 붙은 커다란 목조 부속물로 들어서자 단단하게 다져진 널찍한 터가 드러났다. 양쪽 벽에 훈련 물품들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훈련이 끝난 뒤에는 늘 이랬다.


주아나는 플로카나 라드를 찾아 나설까 고민하다가 그만뒀다. 안 그래도 바쁜데 황자까지 방문했으니 두 사람 다 정신이 없을 게 뻔했다.


아버지가 하신 말도 있거니와 둘을 귀찮게 하기도 싫었다. 거기다 혼자서 하는 훈련이 그리 낯설지도 않았다.


훈련장의 고요함을 깬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돌아본 문가에는 호위를 대동한 1황자가 서 있었다.


“저 인간이 여긴 왜 왔지.”


주아나는 자신에게만 들릴 정도로 중얼거렸다. 그러는 동안 황자가 뻣뻣한 걸음걸이로 다가와서는 어제와 같은 눈빛을 보였다.


이토록 불쾌감을 주는 남자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런 고민을 해보기는 또 처음이었다. 하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상대가 먼저 말을 붙여왔다.


“카소는 딸에게도 검을 가르치나 보군. 소문만치 대단한 곳은 아닌가 봐.”


황자는 거만한 표정을 지은 채로 권위에 찬 목소리를 냈다. 그것도 거북했지만, 가문과 자신을 모욕했다는 사실이 더욱더 화가 났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황자님은 퍽 대단한 실력을 갖추셨나 봅니다.”


주아나는 예의를 지킨다고 지켰지만, 말투가 벌처럼 톡톡 쏘아댔다. 그것이 당장에 내놓을 수 있는 최대한의 정중함이었다.


“넌 지금까지 거쳐온 가문의 계집들하고는 다르구나.”


황자는 찢어진 눈으로 주아나를 신기한 동물 보듯 훑어봤다. 기분 나쁜 시선이었다.


“황자씩이나 되셔서 남을 조롱하시는 게 취미이신가 봅니다? 그렇게 얼마나 많은 숙녀를 울렸을지 안 봐도 상상이 가네요.”


주아나는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도저히 입이 말을 듣지 않았다.


“대가문의 자식이라 그런가, 주둥이를 놀리는데 거침이 없구나.”


“황자님께서 먼저 시작하신 일입니다.”


주아나가 황자의 눈을 피하지 않고 반박했다.


“내가?”


“저뿐만 아니라 저희 가문까지 무시하셨잖아요.”


“보이는 걸 말했을 뿐이다.”


황자는 그딴 게 뭐가 중요하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럼, 저도 본 대로 말했을 뿐이에요.”


호위 기사 일동이 인상을 쓰면서 위협적인 눈빛을 쏘아댔지만, 주아나는 기죽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네 아비가 배짱은 가르치고 버릇은 가르치지 않은 모양이구나.”


”대신 가르쳐라도 주시려고요?“


”그거 재밌겠군.“


주아나는 순간 아차 싶었지만, 이미 황자가 한 손을 뒤로 내민 후였다. 한 기사가 목검을 가져다가 손바닥에 올리는 데까지는 지극히 짧은 시간이 걸렸다.


”나는 계집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황자는 그리 말하고 쇄골 사이의 단추를 풀었다. 붉은색 망토가 어깨를 타고 폭포수처럼 미끄러져 내렸다. 어찌나 부드러운지 주름이 잡히는 동안 소리 한점 나지 않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주아나는 경솔하게 군 것을 후회하면서도 자존심을 굽히기는 싫었다.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이렇게 된 바에야 한마디도 지고 싶지 않았다.


”저도 황자님이라고 봐 드릴 생각은 없어요.“


”건방진 만큼 실력도 있길 바라마.“


황자는 주아나가 서 있는 사각의 모래판에 훌쩍 뛰어 올라왔다. 180cm가 넘는 큰 키에 검정 제복 위로 근육도 비춰 보였다.


하지만 주아나는 겁먹지 않았다. 황자보다 크고 탄탄한 존재가 스승인 덕이었다. 거기다 자신은 6살부터 검을 휘둘러왔다.


화려한 황궁에서 귀하게 자랐을 도련님이 자신을 이길 거라고는 한치만큼도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전해지기라도 한 것인지 황자가 빈정거렸다.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인 걸 보니 선공을 양보할 필요도 없겠군.“


황자는 말을 끝내자마자 크게 세 발짝을 뛰어와 목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주아나가 무릎을 굽혀 피했다. 목검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인위적인 바람과 함께 머리카락이 넘실거렸다.


주아나는 낮아진 자세 그대로 목검을 위로 찔렀다. 다치면 어쩌나 하고 걱정됐지만, 그건 황자의 말마따나 실로 건방진 생각이었다.


황자는 회전력을 죽이지 않고서 한 바퀴를 더 돌아 또 한 번의 횡 베기를 했다. 되려 공격을 거둬야 하는 건 주아나였다.


딱, 똑같은 나무가 충돌했는데 거칠게 튕겨 나간 건 하나뿐이었다. 완력 차이가 얼마나 심했던 것인지 주아나의 목검이 진동을 멈추지 않았다.


8년간 검술을 배웠지만, 이토록 강렬하고 묵직한 무게감은 처음이었다.


플로카가 봐주면서 상대해주고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진심을 끌어내지 못한 듯했다.


치욕이나 실망보다 당혹감이 먼저 들었다. 황자가 그런 표정을 읽은 것인지 도발을 해왔다.


”자신만만하더니 고작 칼질 한 번에 겁먹은 거냐?“


주아나는 한 발짝 물러나 입을 굳게 다물었다. 속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면 집중 해야만 했다.


자세를 고쳐잡는 모습을 보면서 황자가 피식하고 웃었다. 주아나는 웃음에 깃든 냉소를 알아차렸지만 애써 무시했다.


하지만 마른침이 삼켜지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그 순간 황자가 목검을 연속해서 휘둘러왔다.


정말이지 마구잡이식 공격이어서 방향성을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작은 체구의 이점을 살려서 요리조리 피해냈지만, 무한히 지속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피할 수 없는 경로에서 두 목검이 또 한 번 충돌을 일으켰다. 빠각,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가 훈련장을 메아리쳤다.


소리에 숨어 부러진 목검 한 토막이 공중을 돌아 모래판 바깥에 떨어졌다. 나머지 절반을 쥔 주아나는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있었다.


얼떨떨한 얼굴 위로 희롱하듯 긴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건 마치 사악한 정령이 입을 벌리고 웃는 형상 같았다. 웃음소리마저 났다면 지금을 지켜본 자들은 검을 뽑되 정령의 존재도 믿게 됐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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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달아나, 주아나 (8) 24.07.31 8 0 12쪽
16 16화 달아나, 주아나 (7) 24.07.30 10 0 12쪽
15 15화 달아나, 주아나 (6) 24.07.29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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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달아나, 주아나 (4) 24.07.26 10 0 12쪽
12 12화 달아나, 주아나 (3) 24.07.24 8 0 12쪽
11 11화 달아나, 주아나 (2) 24.07.23 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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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주아나, 나의 주아나 (9) 24.07.21 8 0 12쪽
8 8화 주아나, 나의 주아나 (8) 24.07.20 9 0 12쪽
7 7화 주아나, 나의 주아나 (7) 24.07.19 9 0 14쪽
6 6화 주아나, 나의 주아나 (6) 24.07.18 9 0 12쪽
5 5화 주아나, 나의 주아나 (5) 24.07.16 8 0 13쪽
4 4화 주아나, 나의 주아나 (4) 24.07.15 9 0 12쪽
» 3화 주아나, 나의 주아나 (3) 24.07.14 8 0 15쪽
2 2화 주아나, 나의 주아나 (2) 24.07.13 10 0 15쪽
1 1화 주아나, 나의 주아나 (1) 24.07.11 2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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