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가 여기저기 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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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냥
작품등록일 :
2024.07.1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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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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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7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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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버는 돈 없구나?

DUMMY

규한이 카르텐 임무를 완수한 날, 약 7개월 전.


매서운 찬바람이 부는 겨울.


눈 덮인 스키장에 많은 사람들이 스키를 타고 있었다. 리프트에 오르기 위해 줄서 있는 사람들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했다.


‘아 재밌겠다’


지혁은 창을 통해서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야!! 여기 테이블 밀린 거 안 보여?”


점장 목소리에 놀라 열심히 테이블 닦는 척을 했다.


‘나도 알바 그만 하고 놀고 싶다고...’


21살 차지혁.

지금 스키장에 있는 푸드 코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군대 가기 전에 돈을 모으기 위해 시작한 아르바이트였지만,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혁은 학교 같은 과 동기에게 고백했다가 차였다. 동기는 이미 복학생 선배와 만나고 있었는데,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왜 자기만 모르고 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욕이란 욕은 다 먹고 홧김에 군 휴학을 내고 여기까지 왔다.


예전부터 그랬다.


고등학교 배정 때도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다른 학교로 가고, 학식을 먹을 때도 지혁의 차례에 맛있는 반찬이 끝나는 일이 많았다.


로또는 5,000원조차 당첨돼 본 적이 없는 인생.


매번 운이 없고 지루한 자신의 삶을 한탄하는 게 지혁의 습관이었다.


“점장님, 지하 창고 또 형광등 나갔어요.”


한 여자 매니저가 말했다.


“저번 주에 교체한 거 같은데? 지금 해야 해?”


점장이 답했다.


“소스 다 떨어져서 꺼내야 하는데 안 보여요.”


바빠 죽겠는데 일 하나가 더 생기자 짜증난 점장은 가게를 둘러봤다. 눈이 마주친 지혁에게 지하 형광등을 교체하라는 눈치를 줬다.


‘오예, 내려가서 좀 쉬다 와야지.’


몰래 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지혁은 총총걸음으로 지하에 내려갔다.


10평 크기의 지하실 창고에는 새벽마다 많은 양의 식재료가 들어왔다. 박스들이 겹겹이 쌓여있어, 빛 없이는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딸칵 딸칵.


“정말 불이 안 들어오네요.”


지혁이 스위치를 이리저리 눌렀지만,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밑에서 의자만 좀 잡아주세요.”


“네.”


지혁이 의자를 밟고 올라섰고, 매니저는 밑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줬다.


“불도 위로 한번만... 헤헤.”


“바라는 게 많으시네요.”


매니저는 손전등을 천장을 향해 비췄다.


지혁은 형광등 양 끝을 잡고 조심스럽게 돌렸다.


이때,


밑에 있던 매니저는 머리카락이 찌릿찌릿 뻗치는 느낌을 받았다.


“이거 차단기 스위치 내리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매니저가 물었다.


“괜찮아요. 아무 일 안 생겨요. 이 정도로.”


지혁은 고장 난 형광등을 내려놓고, 새 형광등을 끼우고 양 끝을 잡고 돌렸다.


파지직 펑-


“꺄아악!”


여자 매니저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순간 엄청난 소리와 함께 노란 섬광이 지혁을 덮쳤다. 지혁은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히고 정신을 잃었다.


* * *


한 병원의 병실.


‘아 개운하다. 창고에서 너무 잤나?’


지혁은 눈을 감고 생각했다.


두 눈을 떴을 때는 하얀 천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뭐지?’


그리고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있는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단발과 오른쪽 눈 밑에 점이 있었다.


그리고 머리색과 대조되는 하얀 피부.


‘와 이쁘다.’


그녀는 손에 쥔 태블릿을 이리저리 만지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바로 아리스였다.


지혁은 그 미모에 넋을 놓고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린 아리스와 눈이 마주쳤다.


“호호 일어 났어요?”


아리스가 찡긋 웃으며 물었다.


“누구시죠? 여긴 어디고?”


지혁은 상체를 일으켜 침대에 앉았다.


“안타깝게도 기억 못 하는구나. 지하 창고에서 형광등 교체하다가 감전됐어요.”


감전이라는 단어를 듣고 깨달았다.


마지막 기억은 형광등을 교체하고 있었고, 눈을 떠 보니 병실에 누워있는 자신을.


‘맞네.... 아 또.’


매번 생기던 불행한 일이 또 생겼다.


이번에는 스케일이 좀 컸다. 감전 사고라니,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재수 없는 일은 많았지만 그래도 다친 적은 별로 없었는데.


‘다쳤다?’


감점되었다고 하는데 아까부터 이상하게 몸 컨디션이 좋았다.


물리치료에 전기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피로 회복 효과가 있는 건가?


지혁은 앉은 상태에서 팔을 휘휘 돌려보았다.


“이상하게 몸 컨디션이 좋죠? 머리도 맑고 몸에 힘은 넘쳐나고.”


아리스가 물었다.


“네.. 좀 놀랍기는 하네요. 어떻게 아셨어요? 의사세요?”


놀란 듯 지혁은 대답했다.


“후후 에테르 각성 때문에 그래요.”


“네?”


“축하해요. 에테르 각성자가 된 걸. 이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할 거예요.”


갑자기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둥,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아리스를 지혁은 빤히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하시는지?”


“천천히 알게 될 거고. 지금은 일이 있어서 가볼게요. 자 이거 받아요.”


아리스는 지혁에게 하얀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에는 ‘용사중개사’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었다. 그 밑에는 작게 ‘차원 관리국 소속’ 이라는 말도 함께.


“아 용사중개사는 제가 지었어요. 이쪽 세계, 공인중개사를 참고 했어요. 멋지죠?”


지혁은 자신이 입원한 곳이 정신병원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리스는 내 이름이에요.”


명함에는 ‘대표 아리스’라는 문장도 같이 적혀있었다.


“꼭 우리 소속 용사로써 같이 일하면 좋겠네요.”


아리스가 말했다.


지혁은 점점 아리스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생겼다. 얼굴은 곱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안타깝다. 내가 잘해 줘야지.’


명함을 본 후 고개를 들었는데 방금까지 대화를 나누던 아리스가 보이지 않았다.


‘아님 내가 미친 건가?’


침대 밑에도 찾고, 병실 안 화장실 문도 열어 봤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그때 병실 문을 열고 의사와 간호사가 들어왔다.


“일어 나셨네요? 벌써 돌아다니시고.”


“진짜 의사 선생님이신가요? 방금 여기 있던 정장 차림에 여성분은...?”


지혁의 물음에 의사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정신에 이상이 생긴 건가?"


의사가 낮게 뇌까렸다.


"네?"


"아 아니네요. 혼잣말."


간호사는 지혁을 다시 침대에 눕히고 의사는 말을 이어 나갔다.


“음음... 오후 2시 정도에 응급실로 들어왔어요. 감전 사고라고 해서 검사를 했는데 몸이....”


“몸이...”


말끝을 흐리는 의사의 목소리에 지혁은 마른 침을 삼켰다.


“너무 멀쩡해요. 벽에 크게 부딪혔다고 들었는데... 타박상 하나 없어요. 천만 다행이죠.”


지혁은 순간 이 의사가 돌팔이가 아닐지 의심했다.


“그래도 정확한 검사 결과는 내일 나오니까. 내일 보고 퇴원하는 걸로 하죠.”


그때 또 병실 문이 열리고 점장과 남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지혁씨 일어났어?”


점장이 눈을 뜬 지혁을 보고 물었다.


“그럼 대화들 나누시고 내일 봐요. 그럼 이만.”


의사는 나가면서 점장과 눈빛으로 무언가 주고받는 거 같았다.


“얼마나 놀랐다고 진짜. 괜찮은 거야?”


점장이 큰 목소리로 지혁에게 말했다.


“아.. 네 그런데 뒤에 계신 분은 누구시죠?”


점장의 뒤에는 풍채가 좋은 40대 남성이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을 변호사라고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유찬 그룹 법무3팀 이호창 변호사라고 합니다.”


유찬 그룹은 지혁이 일하고 있는 스키장을 소유한 그룹이었다. 뜬금없는 변호사의 등장에 자신이 큰 사고를 친 줄 알고, 지혁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의사한테 듣기로는 아픈 곳은 없다고 들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외형과는 다르게 차갑고 사무적인 말투에 지혁의 어깨는 더 움츠러들었다.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많아서 바로 본론만 말하겠습니다. 일시 합의금 2,000만원 그리고 필요 시 병원비까지 부담하겠습니다. 단 언론에 제보를 안 하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예상치 못한 합의금 제안에 조금 당황했다.


“오늘은 푹 쉬고 내일 퇴원 전에 한번 더 찾아오겠습니다.”


“그래 지혁아 2,000만원이 작은 돈도 아니고 몸도 멀쩡하고 나쁜 조건은 아닌 거 같아.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니? 잘 생각해봐.”


변호사는 지혁에게 ‘비밀유지 각서’를 건네주었다.


매번 소리만 지르던 점장은 이 순간만큼은 아이를 달래 듯 지혁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애를 썼다. 점장은 비밀유지 각서에 지혁이 서명하기를 바라고 있는 거 같았다.


대화를 좀 더 나눈 후 변호사와 점장은 밖으로 나갔다.


지혁은 눈을 뜬 순간부터 아리스, 의사, 변호사까지 무언가 쓸고 지나간 듯 정신이 없었다.


‘2,000만원이면 대박인데...?’


한 달 200만원 조금 넘는 월급,


약 열 달을 열심히 일하고 저축만 해야 만질 수 있는 금액이 2,000만원이었다.


지혁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다만, 너무 쉽게 큰 돈을 준다는 게 찝찝할 뿐.


문득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감자탕 집을 운영하던 엄마는 재료를 손질할 때 마다 말했었다.


- 세상에 쉽게 버는 돈은 없다. 있으면 엄마 좀 알려주라.


‘이거 알려드려야 하나?’


이것저것 드는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병실에 놓인 티비를 켰다.


마침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고 화면 속 장면에는 유찬 스키장이 나오고 있었다.


- 오늘 오전 12시경, 유찬 스키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두 시간 동안 정전이 발생해 큰 혼란이 일어났습니다. 이로 인해 10미터 높이 리프트에 갇힌 50여 명의 이용객들은 장시간 추위에 노출되어 저체온증 증세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사고 발생 후 스키장 측의 대응마저 지연되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아, 쉽게 버는 돈 없구나."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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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우선 해장 먼저 하자 24.08.07 55 0 12쪽
9 젠장, 재앙 수준이구만 24.08.04 59 0 14쪽
8 후 재밌었다. 후배님. 24.07.29 62 0 13쪽
7 아 이거 또 사고 쳤어 24.07.24 58 0 11쪽
6 정말 타고난 용사야 24.07.23 64 0 8쪽
5 방전과 충전 같은 건가? 24.07.19 69 0 8쪽
» 쉽게 버는 돈 없구나? 24.07.17 69 0 10쪽
3 이거 약 술이거든 24.07.16 76 0 10쪽
2 존재하기 힘드네 24.07.15 70 0 8쪽
1 또 이런 전개구나 24.07.14 130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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