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가 여기저기 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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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냥
작품등록일 :
2024.07.1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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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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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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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놈까지 다 묶었어요

DUMMY

‘하나, 둘, 셋, 넷···’


규한은 저택으로 들어온 무리의 머릿수를 먼저 파악했다. 총 16명 모두 무장한 상태였다.


“뭐 가진 것도 없어 보이는데요, 이것들?”


“이런 위험 지역까지 왜 왔겠어. 먹을 게 있으니까, 온 거지? 안 그래, 형씨?


무리의 대장이 가이덴에게 물었다.


“그런 거 없어, 우린 그냥 마을 사람들 묻어 주러 온 거 뿐이야.”


“풋, 그런 거 누가 믿어.”


“빨리 빨리 처리하고 쉬시죠, 대장”


한 녀석이 손에 든 도끼를 흔들며 다가왔다. 그 도끼는 한눈에 봐도 무겁게 생겼지만, 그는 그 거대한 무기를 마치 깃털처럼 한 손으로 가볍게 휘두르고 있었다.


“선배, 어쩌죠?”


“뒤로 나와, 우선 상황을 보자.”


규한은 지혁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나설 타이밍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위협하며 다가오는 적을 보고, 가이덴과 티링도 검을 들었다.


“근처에 아직 빈 집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러실 필요 있을까요? 아니면 저희가 그냥 물러나겠습니다.”


티링이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오 좋아 좋아, 놀아주는 거야?”


도끼를 든 사내가 달려들었다.


챙-


휘두르는 도끼를 막아선 것은 티링이었다. 검을 다루는 자세가 제법 잘 잡혀 있었다.


상대는 힘으로 거대한 도끼를 계속 휘둘렀다. 그럴 때마다 티링은 빠른 발을 앞세워 공방을 펼쳤다.


“오 제법 잘 싸우는데.”


“조심해, 블러스 지면 개쪽이다. 크크크.”


적의 무리는 싸우는 광경을 지켜보며 환호를 질렀다. 그들의 눈에는 뭐라 말 하기 어려운 광기가 서려 있었다.


반대로 가이덴과 리센은 불안한 눈빛으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재밌지 않냐?”


규한이 지혁에게 속삭였다.


“뭐가요?”


“빼앗기 위해 사람에게 쉽게 해를 가한다는 게. 우리 세계에선 이런 일 본적 있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흔한 건 아니지.”


“·····.”


“환영한다. 진정한 이세계다.”


규한은 지혁을 보고 웃엇다.


그때,


블러스는 큰 도끼를 수직으로 티링의 머리 위로 내리쳤다.


스겅-


삭-


“크악”


티링은 검을 좌측으로 세워, 도끼를 흘렸다. 그리고 상대의 오른쪽 허벅지에 상처를 냈다.


물 흐르듯 연결되는 빠르고 숙련된 동작이었다.


“오호 이런, 블러스. 입 하나 줄면 우리야 좋지. 크크크.”


무리의 대장이 말했다.


“개자식이, 찢어 죽일 테다!”


블러스는 자신 허벅지를 부여잡고 외쳤다. 출혈은 있지만 깊게 베이지는 않았다.


“오 티링은 어디서 검술을 배운 적 있나요?”


규한이 가이덴에게 물었다.


“아카데미에서 검술을 배웠어. 나름 재능이 있는 편이라고 들었네.”


공격에 성공한 티링을 보고, 가이덴도 희미하게 웃었다.


도끼를 지탱하며 일어난 블러스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길게 갈라주마. 착검!”


블러스의 도끼에 날에서 파란 주문이 빛으로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은색의 빛무리가 도끼날을 감쌌다.


‘어, 오러인가?. 아니. 마법인가?“


규한은 다른 이세계에서 오러 사용자들을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검, 창, 도끼 등을 단련해, 달인의 경지에 이른 자들이었다.


단순한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 타고난 재능마저 뒷받침되어야 발현할 수 있는 것이 오러였다.


그러나 앞에 나타난 블러스라는 자는 그 정도의 달인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착검.”


다시 자세를 갈무리하던 티링도 외쳤다.


그의 검자루에서도 파란 주문이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검신이 은색으로 물들었다.


‘오 저런 식으로 사용하는 거구나, 생각보다 더 재밌는 이세계네.’


규한이 생각했다.


“젠장, 저쪽도 마나 사용자가 있을 줄이야. 티링 혼자서 우리를 모두를 지켜주기 힘들다. 리센! 리센!”


가이덴은 떨고 있는 리센을 불렀다.


“티링과 내가 시간을 끌어보마, 너는 이 사람들과 지금 마을로 내려가거라. 어서”


“하지만···.”


리센은 겁이 많은 청년이었다. 티링이 블러스를 막아서는 순간까지도 아직 검을 꺼내지도 못했다.


티링의 착검을 보고 대장의 표정이 달라졌다.


“촌구석 검사 치곤 나름 한다는 건가?”


주변 부하들을 가리켜 손짓했다. 그리고 그들은 블러스에게 합류했다.


“착검.”


합류한 이들도 마나 사용자다. 은색으로 빛나는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젠장.”


“대장이 까라면 까야지. 뭐”


상황은 급박하게 3대1로 흘러갔다.


“모두가 마나 사용자인가···, 여기까지구만. 가진 건 모두 내놓는게 좋겠네.”


가이덴이 말했다.


“과연, 다 준다고 살려줄까요?


“젠장.”


“어? 선배, 저 놈들 팔에 완장 좀 보실래요? 다 똑같은 거 차고 있는데?”


지혁이 손가락으로 그들의 완장을 가리켰다.


“완장? 어, 그러네?”


어두운 밤하늘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은 똑같은 완장을 차고 있었다.


“뭐 아시는 게 있을까요?”


“보통 길드에서 소속을 표시하기 위해 완장을 찬다고 들어 본 거 같은데···, 설마 길드놈들인가?”


“천천히 알아보죠, 뭐”


블러스는 또 거대한 도끼를 들어 티링에게 수직으로 휘둘렀다. 이번에도 칼을 비스듬하게 세워 흘려냈지만, 이번에는 반격 할 수 없었다. 블러스의 동료들이 티링의 빈틈 집요하게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윽”


세 사람의 마치 잘 짜여진 검무처럼 공격을 쏟아부었다. 한낱 도적들이 보일 움직임이 아니었다.


티링은 합류한 두 사람의 공격을 차례대로 튕겨냈지만, 마지막 블러스의 도끼에 검을 놓치고 말았다.


탕!


“티링!”


리센이 외쳤다.


“이제 좀 뒤져라.”


블러스의 도끼가 이번에는 정말 티링의 두개골을 쪼갤 기세로 떨어졌다.


서걱-


푹!


매섭게 휘두른 그의 도끼는 맥없이 땅에 박혔다. 블러스의 두 손은 아직 도끼를 잡고 있었다. 다만, 손목만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크아아아”


블러스는 손목 아래로 아무것도 없는 자신의 팔을 보며 절규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노란 빛을 뿜는 단검을 들고 있는 규한이 있었다.


“짜식이 뒤질라고.”


정원에 있는 모두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노란 섬광이 스쳐지나 갔고, 블러스의 손이 잘려나갔다.


“와 진짜, 빠르구나.”


지혁이 말했다.


규한은 블러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옆에 있던 블러스의 동료 두 명이 이를 저지하려고 움직였다.


“손목, 손목.”


규한은 또 순식간에 두 사람의 손목을 하나씩 바닥에 떨어뜨렸다.


“으아아아!!”


“검도하면서 머리만큼 자주 외치는 게 손목이다. 짜식들아.”


규한이 말했다.


“페··· 링턴 길드? 이자식들 페링턴 길드라고 하는데요?”


규한은 블러스 팔에 있는 완장을 찢어서 읽었다.


완장에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가운데에는 박쥐가 있고, 날개는 칼, 창, 도끼, 화살 등 무기로 형상화되어 있었다. 문양 아래에는 ‘페링턴 길드’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역시 길드놈들이었어, 추잡한 자식들.”


가이덴이 외쳤다.


“어이, 너희 감당할 수 있겠냐, 일을 크게 만드네.”


대장이라고 불리던 짧은 머리의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그가 오른 손에 든 검에서 은색의 오라가 뿜어져 나왔다.


“너희 대가리 멍청하지? 도적질을 하면서 이런 길드 표식을 차고 하냐?”


“····.”


“어이구 돌대가리 색끼들.”


규한이 말했다.


“내가 놈을 잡을 테니까, 저 자식들 손목 붙여라. 그리고 나머지 뒤에 녀석들도 쓸어버려.”


좀 전까지 웃으며 떠들던 페링턴 길드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일부는 블러스의 잘려나간 손목들을 주웠고, 나머지는 지혁 일행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티링은 다시 검을 잡아 들었고, 지혁도 앞으로 나와 자세를 잡았다.


‘오 이거 긴장되네.’


지혁이 생각했다.


대장은 규한의 앞에 섰고, 이번에는 발목에서 주문이 일렁거렸다.


그리고, 순신간에 규한과의 거리를 좁혔다.


챙!


“크윽.”


규한은 목으로 날아온 대장의 검을 막았다.


단검으로 밀쳐내며 빠르게 적의 손목을 노렸지만, 검날이 손목에 닿는 순간 결계가 규한의 공격을 튕겨냈다.


두 사람은 짧은 공방을 나누고 다시 거리를 벌렸다.


“너는 아이템이 많다?”


“무슨 말이지? 써드 써클은 다뤄야. 대장 소리는 듣고 살지.”


‘한번에 여러 주문을 다룰 수록 인정을 받는 건가?’


상대는 다시 자세를 잡고, 발도 준비를 했다.


“아 멈춰, 멈춰 내가 졌다. 항복,항복”


규한은 단검을 다시 허리에 차고 말했다.


“못 이겨, 써드 써클이라니, 너 굉장하다. 나는 못해. 대신 우리 쪽 최강자를 소개하지.”


“최강자?”


‘설마 저 인간.’


지혁은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지혁아 이리와, 너 아니면 못 잡겠다.”


규한은 손가락으로 지혁을 가리켰고, 모든 시선이 지혁을 향했다.


뭐 저 뾰족머리가?


티링이 지혁을 바라보는 표정이 사뭇 달라졌다.


규한의 강함에도 아직 적응을 못했는데 그보다 강한 사람이 지혁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굉장한 분이셨군요.”


티링이 말했다.


“하.하. 그정도는···까지는.”


규한은 지혁에게 다가와 말했다.


“마지막 이세계 살아남는 법, 바로 무력이다. 그것도 압도적인 무력.”


규한의 말은 지혁의 가슴이 무언가 불을 지폈다. 눈빛은 또렷해졌고, 마치 망치가 금속을 깨우듯, 긴장감이 지혁의 머리와 심장을 담금질했다.


“아까부터 준비 됐다고요.”


지혁은 두 주먹을 가볍게 부딪쳤다.


지직-


그렇다면 당연히 선빵이 필승이다.


지혁의 하체와 손 끝에 전기가 발현되기 시작했다.


피슥-


지혁은 번개와 같은 속도로 대장에게 달려들었다. 대장은 그 빠른 속도에 반응하지 못하고 안면을 내줬다.


퍼억-


“커헉”


전신에 전기를 휘감은 지혁이 대장 앞에 섰다.


“너도 조금 한다. 이거지. 다 죽여주마.”


대장의 망토에서 파린 빛이 일렁이더니, 전신으로 결계가 만들어 졌다.


지혁이 한번 더 접근하여 주먹을 내질렀지만 이번에는 공격이 먹히지 않았다. 상대의 전신에 펼쳐진 결계를 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대장의 날카로운 공격도 지혁에게는 닿지 않았다.


“초전자필드”


지혁의 초전자필드 영역 안에서는 뚫지 못하는 주먹과 베지 못하는 검이 서로를 노리고 있었다.


공방 속에서 먼저 거리를 벌린 것은 지혁이었다.


지난 규한과의 대결에서 초전자필드의 과도한 사용으로 탈진한 경험이 지혁을 살렸다.


‘또 그럴 수 없지.’


거리를 벌린 대장도 이상함을 눈치 챘다. 지혁과 근접전을 하면 몸에 이상하게 느려지는 현상을 느꼈다.


‘저 뺀질거리는 녀석도 잡으려면 체력을 아껴야 한다. 원거리에서 승부를 보자.’


자신이 사용하던 검을 넣고, 투척용 단검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생각은 곧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거리를 벌린 지혁은 초전자포를 준비했다. 그의 양손으로 모이는 거대한 전기구체.


초전자포를 준비하는 데는 5초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술에 위력을 잘 모르던 상대는 무기를 바꾸며 , 지혁에게 시간을 내줬다.


“초전자포”


피융-


발사된 초전자포는 상대의 결계를 찢고, 오른쪽 어깨부터 팔까지 날려버렸다. 순식간이었다.


“으아아악.”


대장은 절규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단순히 어깨부터 잘려나간 것이 아니었다. 고압을 띤 전기 공격에 맞은 부위가 소멸해 버린 것이다.


이 상황에서 가장 놀란 것은 지혁이다. 적이라 할지라도, 처음으로 사람에게 상처를 입혔기 때문이다.


용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훈련하는 동안, 언젠가는 상대를 해치거나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마다 흔들리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하니, 뒷맛이 씁쓸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저거 맞으면 저렇게 되는구나.”


규한이 말했다.


지혁의 승리로 상황은 종료되었다. 대장의 패배에 전의를 상실한 페링턴 길드는 무기를 버렸다. 규한과 지혁은 그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강했다.


아마 이들이 그냥 도적이었다면 대장의 패배가 확정된 순간부터 도망을 갔을 지도 모른다. 기사단이 명예를 위해 움직인다면 길드는 동료 간에 유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다만, 그 유대의 관계에 선악에 대한 기준은 없었던 거 같다.


“다들 가만히 있어라 손목 날아가기 싫으면.”


규한이 말했다.


페링턴 길드는 속박을 당한 채 엎드려 있었다.


“마지막 한 놈까지 다 묶었어요.”


티링이 말했다.


페링턴 길드의 가방을 뒤지던 규한은 재밌는 아이템들을 많이 발견했다. 여기 구속구도 마나를 부여하면 상대를 포박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이 구속구에 자기들이 묶일 줄은 본인들도 몰랐을 것이다.


가장 재밌는 것은 치료 붕대였다. 상처 부위에 붙여두면 치료가 가능하다. 어느 정도 성능이 좋냐면 블러스의 잘린 손목까지도 붙일 수 있었다.


“내가 이 색끼들 뭐가 이쁘다고 손목까지 붙여 주고 있는 걸까? 앙.”


규한은 엎드려 있는 페링턴 길드를 보며 말했다.


“허튼 짓하면 이번에는 정말 손모가지 날아가는 거야. 알았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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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얼마까지 나올까요? 24.09.01 26 0 14쪽
16 저는 잘 안 취해서요 24.08.27 26 0 14쪽
15 됐어. 나 도끼 못써 24.08.24 36 0 13쪽
14 이 새끼, 왜 이리 당당해? 24.08.22 42 0 16쪽
» 마지막 한 놈까지 다 묶었어요 24.08.19 38 0 13쪽
12 신도 무심하시지 24.08.17 43 0 15쪽
11 우리는 살아 남아야지 24.08.15 36 0 14쪽
10 우선 해장 먼저 하자 24.08.07 55 0 12쪽
9 젠장, 재앙 수준이구만 24.08.04 59 0 14쪽
8 후 재밌었다. 후배님. 24.07.29 61 0 13쪽
7 아 이거 또 사고 쳤어 24.07.24 58 0 11쪽
6 정말 타고난 용사야 24.07.23 64 0 8쪽
5 방전과 충전 같은 건가? 24.07.19 69 0 8쪽
4 쉽게 버는 돈 없구나? 24.07.17 68 0 10쪽
3 이거 약 술이거든 24.07.16 76 0 10쪽
2 존재하기 힘드네 24.07.15 70 0 8쪽
1 또 이런 전개구나 24.07.14 130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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