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가 여기저기 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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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냥
작품등록일 :
2024.07.1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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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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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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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재밌었다. 후배님.

DUMMY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 일요일 아침.


공설운동장의 축구장에 사람들이 모여 조기 축구를 하고 있었다.


녹색 유니폼의 청춘FC, 하얀 유니폼의 머리FC.


점수는 1 대 0으로 머리FC가 앞서고 있었다.


청춘FC는 수비라인부터 공격을 위해 빌드업을 하고 중이었다.


수비수가 5번 미드필드에게 공을 넘겨줬고,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5번 선수는 크게 외쳤다.


“왼쪽 윙 더 찢어! 올라가!”


그의 외침과 청춘FC 윙어는 왼쪽 공간을 빠르게 파고 들었다. 머리FC 수비수들도 윙어를 견제하기 위해 같이 뛰어 들어 갔다.


수비의 시선이 왼쪽 윙어에게 집중된 그때, 청춘FC 5번 선수는 오른쪽으로 롱패스를 했다.


빈 공간에 원톱이 혼자 우측으로 빠져나와서 공을 받았다.


정확한 패스였다.


이건 청춘FC가 자주 사용하는 전술이었다.


왼쪽으로 시야를 몰고, 5번의 정확한 롱패스로 반대 공간을 연다. 그리고 공을 받은 원톱이 편하게 마무리 하는 전개였다.


‘나이스 패스’


정확한 패스와 부드러운 트래핑.


청춘FC 공격수는 차기 좋은 위치에 공을 두고 슛 준비 동작을 취했다. 그런데 그 짧은 순간에 머리FC 수비수가 나타나서 공을 가로챘다.


분명 공격수의 시야에 수비수는 없었는데, 믿기 힘든 속도였다.


‘아 또?’

‘엄청 빠르네’

‘몇 번째냐?’


공을 가로 챈 머리FC 7번 선수는 공을 길게 걷어, 상대팀 박스로 넘겼다.


청춘FC는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며 공격을 하고 있지만, 매번 7번 선수한테 막히고 있었다.


“와 저거 선출 아냐?”

“우리 공격수도 선출이야.”


청춘FC는 나름 이 지역에 잘 알려진 아마추어 팀인데, 계속 수비수 한 명에게 막혀 득점을 못 하고 있었다.


삐 삐 삐익!!


주심이 2쿼터가 끝나는 휘슬을 불었다.


머리FC 벤치.


“크하하하 내가 말했지 규한이만 있으면 저것들 다 막는 다고.”


진하가 웃으며 말했다.


7번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규한이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조기 축구를 즐기고 있었다.


“야잇, 다 막아 주고 있는데, 꼴 좀 넣어라 진짜.”


규한은 공격을 하고 있는 진하에게 핀잔을 줬다.


“아 이기고 있잖아, 빡빡하게 그러지마.”


진하가 손을 흔들었다.


“와 규한 선배 더 빨라 진 거 같아.”


규한과 진하의 후배가 말했다.


머리FC는 학창 시절 운동부 선,후배로 이뤄진 팀이었다.


정기적으로 조기 축구를 하고 있는데, 규한은 용사 일이 바빠서 오랜만에 나왔다.


지금 규한은 페이스 조절을 하며 축구를 하고 있었다.


에테르를 각성하면 신체 능력도 향상된다. 일반인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는 신체 능력이었다.


특히 마나, 기, 오러, 신력 등 신체 강화 방법이 없는 인간이라면 규한과 충돌 시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이젠 축구도 그만 해야겠다. 재미없어.’


성인이 어린아이를 상대로 진심일 수는 없을 것이다. 매번 힘 조절을 하는 것도 이제는 지쳤다.


띠링!


규한의 핸드폰이 울렸다. 아리스에게 문자가 왔다.


- 잘 쉬고 있어? 일 때문은 아니고. 재밌는 사건 발생.

- 어디?


규한이 답장했다.


- 올 거야? 그럼 옥상으로 따라와


‘옥상으로 따라와’ 이건 필시 영화 ‘말죽거리 x혹사’ 대사를 보고 따라한 것이다. 아리스가 이곳 세계의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걸, 규한은 잘 알고 있었다.


‘언제 적 영화인데····, 뭐 명작이기는 하지.’


아리스가 말하는 옥상은 규한이 차원의 문을 타는 장소였다.


‘흐음, 재미는 있을 거 같은데.’


규한은 폰을 내려놓고 물끄러미 진하를 바라봤다.


“아 제발····,안돼. 가려는 거 아니지?”


진하는 규한의 팔을 잡아 끌며 말했다.


‘이럴 때는 또 눈치 빨라요. 저거.’


“3쿼터 하나 남았다. 이것만 차고 가. 나 쟤들 이기고 싶다고.”


“회사 일이라····, 알잖아 무슨 일 하는지····”


“안돼~~!”


진하는 울상이 되어 눈물까지 흘리는 거 같았다.


규한은 한 경기 더 뛰는 건 문제없지만, 너무 궁금했다. 아리스가 말한 사건이 무엇인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지난 5년을 함께 했다. 그녀가 재밌는 사건이라면 재밌는 사건일 것이다.


“애들아 미안하다. 일 있어서 먼저 갈게. 그래 조만간 팀 회식 한번 하자. 내가 쏠게.”


“네, 형 들어가세요.”


“배신자··· 꺼져.”


진하가 낮게 읊조린 말을 규한도 들었다.


그러나 이런 건 가볍게 무시하는 것이 답이다.


***


하얀 축구 유니폼을 입은 규한이 옥상에 도착했다.


먼저 주변에 인기척이 없는지 확인을 했다.


- 나 도착


규한이 문자를 보내고 곧장 허공에 차원의 문이 열렸다.


‘그냥 오라는 건가?’


규한은 검은 차원의 문 안으로 성큼 들어갔다. 그리고 반대 문으로 나와 주위를 둘러봤다.


하얗게 덮인 넓은 강당.


"아씨 훈련장이네"’


규한도 처음 에테르를 각성하고 이곳에서 훈련을 했다. 용사 연습생 신분으로 1년간 이곳은 정말 지옥이었다.


잊고 싶은 일들이 떠오르는 규한.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쳐내고 주위를 둘러 봤다.


“어서와 규한아.”


“오랜만이네, 무지개 검사.”


아리스와 르가가 반겨줬다.


“그 무지개 검사 소리 좀 제발.”


“임팩트 있고 좋잖아~ 귀엽고.”


르가는 규한을 무지개 검사라고 불렀다.


규한의 에테르는 검이라고 인식하는 대상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검의 색에 따라서 전투 스타일이 달라졌다.


“그래서 재밌는 사건이 뭘까? 아리스.”


"몸 풀고 가라고, 재밌는 상대가 있어서."


그제서야 규한의 눈에 지혁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어색하게 인사하는 지혁.


삐죽삐죽한 머리와 검은 눈동자, 위화감 없는 복장.


“우리 세계··· 사람인가?”

“역시 눈썰미가 좋아, 우리 에이스.”


아리스가 답했다.


“21살, 차지혁입니다. 축구 좋아하시나 봐요?”


유니폼을 입고 있는 지혁을 보고 한 말이었다.


지혁은 르가에게 규한과 비교되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규한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첫인상은 나이보다 동안으로 보이는 동네 친한 형 같았다.


“어, 반가워요”


규한은 지혁에게 가볍게 손짓했다.


“재밌는 상대가 저 친구야?”


“우리 용사 신입 차지혁, 가르치는 대로 잘 흡수하고 따라오네. 걱정과는 다르게.”


“그럼 붙어 보라는 거지? 테스트?”


테스트라고 하지만 싸움이라는 행위에 아무 거부감이 없는 규한을 보고, 지혁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방심하지마. 각성자끼리 전투는 에테르 상성이 중요하니까.”


“알고 있어.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좋았어.”


규한은 천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걸로 줘.”


아리스가 태블릿으로 작은 차원의 문을 열었다. 그곳에서 나온 것은 죽도였다.


길이 120cm, 동글동글한 하얀 손잡이에 대나무를 엮어서 만든 죽도.


규한은 어린 시절부터 검도를 했었다. 전국대회 우승 경력까지 있는 상당한 실력자였다.


그의 에테르가 검에 관련된 능력으로 발현된 것도 우연히 아니었다.


죽도를 손에 쥔 규한은 본격적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몸 안 풀어도 돼요?”


규한이 지혁에게 물었다.


여유 있게 몸을 푸는 규한을 보니, 지혁은 머릿속이 노래졌다.


‘저렇게 강해보이는 사람과 싸우는 거구나.’


“지난 훈련 까먹었어? 이제 필요한 건 실전이야.”


긴장한 지혁을 보고 아리스가 말했다.


지혁은 지나간 시간을 떠올렸다.


르가가 준 격투 교본을 보고 매일 체력 훈련을 하고, 에테르 강화 훈련으로 번개도 맞아가며 버텼다.


평범한 자신을 버리고 진정한 용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강하다. 용사다.’


지혁은 머릿속에 다시 한번 새겼다.


“준비는 아까 끝났습니다.”


지혁은 두 주먹을 부딪치며 말했다.


“눈빛 좋네. 그럼 시작하자.”


지혁의 곧은 눈빛이 규한의 마음을 고양시켰다.


“큰 부상 위험이 있으면 우리가 난입할 거야. 그럼 바로, 시작!”


두 용사는 서로를 마주 봤다.


“후배님 첫 수는 양보할게, 들어와.”


필승은 선빵이다. 지혁이 배운 첫 번째 전략이었다.


지혁은 두 손을 어깨 넓이로 벌려 전기를 모았다. 그의 가슴 높이에 동그란 전기 구체가 모이기 시작했다.


“갑니다.”


눈에 보일 정도의 또렷한 구체의 모습에 규한은 당황했다.


“초전자포!”


지혁은 외침과 함께 손을 뻗었다. 엄청난 속도로 전기 구체가 발사됐다.


규한과 충돌하는 초전자포.


"크으으으"


규한은 정면에서 막아보려 했지만, 강한 위력에 옆으로 흘려 피할 수밖에 없었다.


“초전자포? 와 이거 너무 사기잖아.”


“아직 안 끝났습니다."


지혁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번째 초전자포를 발사했다.


‘진짜 재밌네. 그래도 이건 못 막아’


그때,


규한이 들고 있던 죽도가 노란빛을 뿜었다. 그리고 엄청난 이동속도로 초전자포를 피했다.


규한이 에테르는 검에 두르는 색상에 따라 규한의 전투 스타일이 변한다.


노란빛은 규한의 속도를 향상 시킨다.


이번에 지혁은 양손에 두 손가락을 펴, 총 모양으로 만들었다.


“초전자피스톨!!”


두두두 두두두-


총 모양의 손가락에서 작은 구체의 전격이 발사됐다. 초전자포 보다는 위력과 속도는 약하지만, 연사 속도가 뛰어났다.


그러나 규한은 날아오는 전기 총알을 모두 가볍게 피했다.


그가 이동하는 모습은 마치 넘실거리는 빛처럼 보였다.


지혁의 초전자피스톨은 한 손에 쏠 수 있는 횟수는 6발, 양손 합쳐서 총 12발이었다.


"크, 한방을 안 맞냐."


장전된 피스톨 공격이 끝났다.


규한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순식간에 지혁과의 거리를 좁혔다.


“초전자필드”


빠르게 접근한 규한이 지혁의 머리 위로 죽도를 내려치는 순간, 지혁은 몸을 살짝 비틀어 왼손 잽으로 규한의 안면을 가격했다.


퍽!


‘이건 또 뭐야?’


날아오는 주먹의 궤도를 보고, 고개를 살짝 돌렸지만, 다 피하지는 못했다.


그 후에도 규한은 수차례 공격을 시도했다.


그때마다 지혁은 규한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카운터를 날렸다.


몇 차례 공방이 더 이어지고, 규한은 지혁과 거리를 벌렸다.


“재밌는 능력이네.”


“흐허····, 허····.”


카운터를 맞았지만 여유로운 규한, 반대로 지혁은 매우 지쳐있었다.


“초전자필드? 주변에 자기장을 펼치는 건가?”


인간의 근육에는 생체 전기가 흐르고 있다.


초전자필드는 지혁의 주변에 자기장을 형성하고 상대의 생체 전기에 간섭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드는 것이다.


영역에 들어 온 상대는 느려지며, 지혁은 생체 전기 흐름을 읽어드려 피하는 동시에 카운터를 날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빠를 수록 지혁의 근육에는 과부하가 걸렸다.


초전자필드 안에서 공방을 통해 규한은 깨달았다. 빠르게 공격하면 카운터도 빨라졌고, 느리게 공격하면 카운터도 느려졌다.


‘범위는 2m정도인가? 가까이 가면 움직임에 제약을 받는다. 반격 외에는 후속타가 없는 걸로 봐서 카운터만 가능한 거 같아.’


규한은 힘들어 보이는 지혁이 눈에 들어왔다.


“더 보여 줄 거 없어?”


지혁은 이미 초전자필드의 사용으로 근육이 끊어질 거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사람이 저렇게 빠를 수가 있냐? 남은 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지혁의 마지막 수단은 자폭에 가까웠다.


초전자필드 영역에 상대가 감지되면 몸 안에 있는 모든 전기를 일순간 방출하는 것이었다.


일명 초전자폭탄.


“아직 더 할 수 있어요. 들어오시죠.”


“좋아. 근성은 있네.”


규한은 객기를 부리는 지혁의 모습이 재밌었다.


“기술명이 유치하지만, 멋지네. 선명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명칭은 에테르를 더 강하게 만들어 주지. 르가가 알려 줬나?”


규한은 천천히 지혁에게 걸어갔다.


‘좀만 더, 좀만 더 다가와라.’


지혁은 규한이 더 접근하기를 기다렸다.


“이제 내 기술도 보여줄게.”


‘아니, 더 보여줄게 남았다고?’


지혁과 약 3m거리를 남겨두고 규한은 멈춰 섰다.


‘쫌만 더!’


규한은 두 손으로 죽도를 잡고, 다리 간격의 보폭을 편하게 넓혔다.


그의 죽도가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머리!!”


규한의 외침과 함께 한발 내디디며 찌르기 공격을 펼쳤다.


그때 죽도의 길이가 늘어났다. 그리고 검 끝은 지혁의 목을 찔렀다.


“크헙”


늘어나는 검.


예상치 못한 공격에 지혁은 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날아갔다.


빨간색은 검의 길이를 늘리 거나 줄일 수 있었다.


“후 재밌었다. 후배님.”


뚜렷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기술명은 에테르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검도를 수련하며, 외쳐온 ‘머리’ 기합은 규한에게는 가장 강력한 기술명이다.


“지혁아, 정신차려. 지혁아!”


아리스가 기절한 지혁에 뺨을 때리고 있었다.


기절한 채로 게거품을 흘리고 있는 지혁.


“야이 새끼야 적당히 했어야지!!”


아리스는 들고 있던 태블릿을 규한에게 던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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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우리는 살아 남아야지 24.08.15 36 0 14쪽
10 우선 해장 먼저 하자 24.08.07 55 0 12쪽
9 젠장, 재앙 수준이구만 24.08.04 59 0 14쪽
» 후 재밌었다. 후배님. 24.07.29 62 0 13쪽
7 아 이거 또 사고 쳤어 24.07.24 58 0 11쪽
6 정말 타고난 용사야 24.07.23 64 0 8쪽
5 방전과 충전 같은 건가? 24.07.19 69 0 8쪽
4 쉽게 버는 돈 없구나? 24.07.17 68 0 10쪽
3 이거 약 술이거든 24.07.16 76 0 10쪽
2 존재하기 힘드네 24.07.15 70 0 8쪽
1 또 이런 전개구나 24.07.14 130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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