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가 여기저기 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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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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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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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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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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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나 도끼 못써

DUMMY

인간이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어떤 놀라운 일들을 할 수 있을까?


다른 건 몰라도 지금보다는 더 넓은 생활 반경을 누리고 살았을 것이다.


규한은 다른 이세계에서 하늘을 나는 인간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있었다. 날개를 가진 인간 종족도 있고, 마법을 이용하거나, 하늘을 나는 동물을 조련하는 방법도 있었다.


놀랍게도 럼피트 왕국에도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는 방법 있었다. 물론 마도구를 사용해야 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그 종류도 다양했는데 혼자서 탑승할 수 있는 1인용 비행선부터 사람뿐만 아니라 물건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다양한 운송 수단이 존재했다.


기껏해야 말이나 마차 정도를 타고 이동할 줄 알았는데, 비행선이라니. 규한과 지혁은 또 한번 감탄했다.


“신기해, 재밌는 게 정말 많은 곳이야.”


“뭐?”


“아냐 혼잣말. 그러니까, 날아서 가는 방법이 가장 빠르다는 거지?”


규한이 물었다.


“그렇지, 문제는 비용이 말도 안 되게 비싸다는 거지. 여기서 이틀 정도 내려가면 토린스라는 꽤 큰 도시가 있어. 그곳이면 피에르 호수가 있는 라템 마을까지 반나절이면 갈 수 있을 거야.”


이용 할 수 있다면 10일에서 3일까지 줄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방법이었다.


“마나를 사용하지 못해도 가능할까요?”


“하늘을 나는 배라고 생각하면 돼. 돈만 내면 탈 수 있어.”


지혁의 질문에 블러스가 옆에서 거들었다.


“그런데 마도비행선도 모르다니, 어디 촌구석 출신이야?”


“덜 맞았지?”


믹의 빈정거림에 규한이 나섰다.


“어어!! 잡혔어요. 대장 본부 캠프랑 연락됐어요.”


숲의 경계에 파견된 길드들은 본부 캠프에 주기적으로 연락을 해야 했다. 전날 믹의 팀은 규한에게 포박을 당해서 점호 보고를 올리지 못한 상태였다.


“여기는 페링턴 길드 1팀 대장 믹이다. 코르네 마을 부근 숲의 경계에 베이스 캠프 구축했다.”


믹은 어제 있었던 일은 빼고 보고를 했다.


규한이 처음 5기사단에 죽은 병사에게서 얻은 무전기 같은 도구는 역시 통신 장비였다. 믹은 그것과 비슷하게 생긴 마도구를 통해서 연락을 하고 있었다.


“알겠다. 통신 채널 항시 열어두고, 현장 특이 사항 생기면 바로 연락하겠다. 이상.”


믹은 점호 보고를 마무리했다.


“뭐래?”


규한이 물었다.


“기사단에서 대수림으로 진입했다고 하네. 파견된 길드들은 지시 사항이 있을 때까지 대기.”


규한과 지혁은 장거리 통신 장비부터 비행선까지 활용하는 기술에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다.


“우리도 서두르자. 더 이상 지체할 필요 없지. 가자. 너도 빨리 준비해.”


규한은 믹을 가르켰다.


“나? 워워, 나는 못 가지. 애들 지휘하고 본부랑 통신하려면 내가 있어야지 안 그래?”


“그러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이건 좀 봐줬으면 하는데? 경계 임무도 해야 하는데 대장인 내가 빠지면 가능하겠어?”


규한과 지혁은 어떤 상황이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조력자가 필요했다. 그게 가능한 사람은 믹밖에 없어 보였는데, 그의 의견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대신 믿음직한 놈들로 보낼게, 블러스 그리고 도기! 도기 어딨어?”


“네, 대장.”


지혁보다 더 어려보이는 한 사내가 믹의 부름에 달려왔다.


도기는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들 중 한 명이었다. 비록 마나는 사용하지 못하지만, 팀원 중 가장 똑똑하다고 믹은 말했다.


“블러스? 무작정 도끼 먼저 휘두르는 놈이랑 세상 물정 모르는 애기 아니야?”


“한 사람의 몫을 해내고 있는 녀석들이야. 내가 가장 아끼는 놈들이고 상황이 복잡해지면 가장 믿음직 할 거야. 거래는 신용이야. 믿어도 좋아.”


진지한 표정의 믹을 보고 규한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럼 그쪽도 줘야지.”


믹은 지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에 약속했던 5기사단의 위치가 있는 지도를 요구하는 것이다.


지혁은 규한은 신호를 받고, 지도를 꺼내서 믹에게 건네줬다.


“와 이거 진짜 기사단이 사용하는 지도네.”


믹은 지도를 받고, 마나를 부여했다. 지도는 파란 빛이 일렁이더니, 지도 위에 기사단이 움직였던 경로가 표시되었다.


“이야~ 이것만 해도 값 장난 아니겠는데요. 대장.”


“야잇 닥쳐.”


믹은 부하를 조용히 시키고 규한과 지혁의 눈치를 살폈다. 두 사람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거 같았다.


지도 위 기사단이 이동했던 경로를 누르면 날짜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와 생각보다 더 자세히 나오네요.”


지혁이 감탄했다.


마지막 행선지는 규한이 단검으로 표식을 남긴 지점에서 멈춰 있었다. 그곳이 바로 5기사단이 잠들어 있는 장소였다.


“뭐야 생각보다 가깝네?”


“그래서 뭐?”


“아냐, 어차피 지도 없었으면 쥐 잡듯이 뒤지는 방법 밖에 없을 텐데, 다행이네.”


행선지도 정해졌고, 서로 취할 이득은 다 취했었다. 그렇다면 지체하기보다는 빨리 행동하는 게 중요했다.


“너희 그 전에 돈은 있냐?”


“아! 그래, 그럼 돈 좀 빌려주라.”


“뭐? 돈 빌리는 문제는 셈을 다시 해야지.”


“그럼 이건 어때?”


규한은 5기사단에서 얻은 단검과 무전기를 꺼내 보여줬다.


규한이 꺼낸 단검을 보고, 모두 놀란 눈치였다.


이세계의 마도구는 3가지에 따라서 강함이 정해진다.


마나 사용자의 능력, 마도구의 소재, 그리고 써클 퀄리티.


써클은 마도공학자들이 개발하고 도구에 인챈트 시켜서 만드는 것이다. 당연히 효율성과 성능이 좋을 수록 가격은 올라가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상위 클래스의 마도공학자들은 국가 재산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마도구 소재는 써클을 담아내는 그릇이었다. 그릇이 약하다면 마나 사용자와 써클의 고성능 출력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중요했다.


물론 마나 사용자의 역량까지 균형 있는 형태가 가장 좋은 사용법이지만, 위 두 가지가 좋다면 사용자의 능력은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했다.


전날 원 써클 사용자 세 명을 가지고 논 규한이 사용했던 단검이라면 소재와 써클의 성능은 보장되어 있을 거라고 페링턴 길드원들은 생각했다.


거기다 기사단이 사용하던 무전기까지.


"이정도면 네 사람이 하늘을 날 정도의 값은 치룰 수 있을까?"


"····진심이냐?"


"그래."


전사가 되기 위해선 처음 잡는 무기는 매우 중요했다. 한번 몸에 익힌 무기와 써클들은 계속적인 단련을 통해 더 날카롭게 다듬기 마련이었다.


즉, 한번 익힌 무기와 전투 스타일은 바꾸기 어려운 법이었다.


그런 면에서 규한의 단검을 다루는 실력은 오랜 시간 단련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무기를 쉽게 돈과 교환하겠다는 것이다.


믹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욕심이 났다.


규한이 보여 준 실력을 보면 저 단검도 필히, 질 좋은 써클이 인챈트 되어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마도비행선의 탑승 비용이 비싸다고는 하나, 저 단검과 기사단 무전기를 생각하면 싸게 먹히는 거래라고 생각했다.


"그럼, 그 두개를 받고 돈을 주도록 하지."


믹이 규한의 입장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이득이 있다면 취할 뿐이었다.


그 외에 정기적인 통신 방법이라든가 세부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는 사항에 대해서 정리를 하다 보니 시간이 지체되었다.


어쩔 수 없이 또 하루가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 날, 이른 아침 마른 육포와 빵으로 배를 채우고 네 사람은 서둘러 길을 나서기로 했다.


"제대로 일 해라. 자주 연락할테니."


규한이 말했다.


"빨리 꺼져버렷. 우리도 바뻐."


"저··· 믹씨···"


지혁은 무슨 할 말이 있는지 머뭇거리며 믹을 불렀다. 시선은 그의 잘린 오른쪽 어깨로 향했다.


믹은 단숨에 그 뜻을 알아챘다.


"이런, 이 개새끼가 나를 좆밥 취급해? 정당한 전투에서 목숨 건진 것도 쪽팔린데, 더 쪽팔리게 하지 마라. 아니면 다시 붙어!"


믹은 불 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규한도 지혁의 어깨를 잡고 그만하라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의 동맹 관계야 어쨌든, 처음에는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을 수밖에 없는 사이였다. 이미 지나간 결과를 두고 사과하는 것은 상대를 동정하는 것에 불과했다.


지혁은 말을 아끼기로 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대장"


도기의 마지막 인사로 네 사람은 토린스로 향했다.


* * *


이들은 들판을 따라 걷고 있었다. 대수림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햇빛이 제법 강렬했고, 한 낮의 지면은 끓어오르는 듯했다.


“음?”


지혁은 무언가를 느꼈는지 뒤를 돌아봤다.


“왜?”


“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요?”


“전혀.”


“저도 아무 소리 못 들었어요.”


규한과 도기가 대답했다.


“지혁아 정신차려. 여차하면 네가 여기 모두를 지켜야해.”


“네?”


“나 무기 하나도 없잖아. 지금 좆밥 상태야.”


규한은 하나 가지고 있던 단검을 믹에게 내주었다.


“형님, 그럼 제 도끼라도 쓰시겠어요?”


블러스가 말했다.


동맹을 맺은 후, 규한과 지혁은 페링턴 길드원들과 제법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지혁이었다.


“됐어. 나 도끼 못써.”


“아, 넵”


거대한 덩치에 수염을 기른 블러스가 고작 스물한 살이라니, 지혁과 동갑이라는 사실에 규한과 지혁은 상당히 놀랐다.


페링턴 길드원들은 규한을 '손목귀신'이라고 뒤에서 수군거렸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목을 날려버리는 그의 잔인함 때문에 붙은 별명이었다.


정작 규한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실제로 규한이 손목을 베는 것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모든 이세계에서 날려버린 손목을 합치면 산을 이룰 것이다.


귀찮게 덤벼드는 상대의 전의를 꺾는 대에는 손목만 한 것이 없었다. 그래도 머리를 베는 것 보다는 손목이 낫지 않은가.


“도기 너는 나이도 어린데 대단하다.”


지혁이 도기에게 물었다.


“저도 이제 17살 성년입니다. 제 앞가림은 해야죠. 곧 마나 써클도 열릴겁니다!”


도기가 대답했다.


“마나 써클이 열린다는 게 무슨 말이지?”


규한이 물었다.


“아, 마나를 발현하게 되는 걸, 마나 써클이 열린다고 말해요. 어릴 때 열리면 좋겠지만 19살까지도 열리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까·· 포기 하지 않을 겁니다.”


“어어 그래 열릴 거야.”


지혁이 도기를 위로 했다.


규한은 도기의 말을 듣고, 군대 가면 키 큰다는 말이 생각났다.


“마나가 열리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지?”


“100명 중 10명 정도는 될 겁니다. 열리기만 하면 능력을 인정받고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죠.”


“이 녀석도 좋은 대우 받고 있는 거냐?”


규한은 블러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 형님, 저 이렇게 보여도 10살에 마나 열린 신동입니다.”


“10살 때도 그 얼굴은 아니었지?”


“아, 형님.”


“크크크크크, 알았어 임마.”


블러스는 처음에 망나니 같던 모습은 없고, 규한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어린애 같았다.


직접 손목이 잘려 본 경험자로써, 규한의 무서움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두 형님은 강한 거 치고는 써클에 대해서 많이 모르시네요?”


도기가 의아하다며 질문했다.


“아 우리는 저기 숲 속에서 수련만 해서 그래.”


지혁이 답했다.


“오, 어쩐지. 역시! 저도 좀 알려주세요.”


* * *


울창한 삼림, 햇빛조차 잘 닿지 않는 숲의 한 구석.


하얀 털과 긴 두 귀를 가진 생명체가 먹이를 찾아 서성이고 있었다.


톡 튀어나온 앞니, 곧게 뻗은 허리, 그리고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서 뒤뚱뒤뚱 걸어가는 토끼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토끼가 실제로 있다면 이렇게 생겼을 것이다.


두리번거리던 토끼의 시야에 작은 쥐가 들어왔다. 토끼는 성큼성큼 다가가 두 손으로 쥐를 움켜잡았다.


그리곤 쩌억 하고 입을 벌렸다. 감춰진 날카로운 송곳니를 들어내며, 쥐를 삼키려고 했다.


콰악!


그러나 굳게 입을 닫은 것은 토끼가 아닌, 검은 형태의 늑대의 아가리였다.


포식자는 큰 입을 벌려 토끼를 한입에 삼켰다. 순식간에 토끼의 두 발목만 바닥에 나뒹굴 뿐이었다.


그리고 포식자는 슬슬 몸을 일으켰다.


몸집이 얼마나 더 커진 것인지, 토끼의 발목은 어둠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크와와아아아!


포식자는 어딘가를 향해 날카롭게 포효했다. 그 울림은 숲마저 뚫고 퍼져나갔다.


포식자가 그 큰 몸을 다 일으켰을 때, 이제 더 이상 숲의 나무로도 그 포악함을 다 가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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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우리는 살아 남아야지 24.08.15 36 0 14쪽
10 우선 해장 먼저 하자 24.08.07 55 0 12쪽
9 젠장, 재앙 수준이구만 24.08.04 59 0 14쪽
8 후 재밌었다. 후배님. 24.07.29 62 0 13쪽
7 아 이거 또 사고 쳤어 24.07.24 58 0 11쪽
6 정말 타고난 용사야 24.07.23 64 0 8쪽
5 방전과 충전 같은 건가? 24.07.19 69 0 8쪽
4 쉽게 버는 돈 없구나? 24.07.17 68 0 10쪽
3 이거 약 술이거든 24.07.16 76 0 10쪽
2 존재하기 힘드네 24.07.15 70 0 8쪽
1 또 이런 전개구나 24.07.14 130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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