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가 여기저기 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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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냥
작품등록일 :
2024.07.1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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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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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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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까지 나올까요?

DUMMY

웃는 모습이 이쁜 점원의 이름은 리나였다.


동생의복수 여관의 마스코트로, 이곳에서 일한 지 2년이 되었다. 평민 출신의 그녀지만, 구김살 없이 밝은 모습을 모두가 좋아했다.


리나는 알까? 그 미소로 수 많은 여행자들에게 잠 못 이루는 밤을 선물한 것을.


그래서 한때는 '동생의복수'를 '웃는리나'로 바꾸자고, 사람들이 진지하게 건의한 적도 있었다. 물론 그때마다 주인장 룩스는 그딴 소리하는 놈이 누구냐고 소리쳤다.


이른 아침부터 리나는 어제 정리 못한 1층을 청소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널린 접시들과 빈 맥주잔, 음식부터 술까지 식당 창고가 텅텅 비었다.


"어, 리나 어제 늦게 들어갔는데, 좀 더 쉬다 오지."


막 잠에서 깬 표정으로 룩스가 말했다.


"같이하면 더 빨리 끝나요."


여전히 그늘 없는 미소를 보였다.


"어제 정말 재밌었죠?"


"아, 간만에 시끄러운 놈들이었지. 그나저나 돈은 다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후훗, 걱정 마세요."


동생의복수 여관 2층 6인실 방.


이른 아침 규한은 눈을 떴다. 전날 과음을 해도 새벽에는 항상 일어난다.


운동부 6년, 군인 4년, 소방관 3년, 아침잠과는 거리가 먼 직업들이었다.


방 안을 슥 훑어보던 규한은,


"아, 뒤지겠네."


혼잣말을 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눈을 뜬 것이 기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곧 지혁이 일어났다.


자는 시간 화장실을 다녀 온 거 말고는 숙취가 정말 하나도 없었다.


지혁은 자신이 술을 잘 마신다는 것을 대학 신입생 환영회 때 알았다. 선배들이 만들어 준 지독한 폭탄주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 지혁이었다.


"참 술도 못 먹으면서···, 그렇게 드시나."


지혁은 규한을 보고 낮게 한숨을 쉬었다.


침대가 삐그덕거리기는 했지만, 땅바닥에 요 하나만 깔고 누웠던 것에 비하면 천국이 부럽지 않은 잠자리였다.


창을 통해 아침 햇살이 방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창을 열었을 때는 빵을 굽는 냄새가 코끝에 맴돌았다.


지혁은 창밖의 풍경에서 설렘과 생기를 느꼈다. 직접 짠 우유를 파는 소년, 수레에 사과를 가득 담은 과일 장수, 아직 술이 덜 깨서 비틀거리는 행인도 있었다.


영화에서 보던 중세 시대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문득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혹시 이곳에 와 본 적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일찍 일어났네요?”


맞은편 침대에서 잠을 자던 도기가 일어났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아! 맞다.”


“선배가 알려 준 대로 운기조식 해볼까?”


규한이 지혁과 도기에게 운기조식을 알려주면서 기상 후, 잠들기 전 등 짧은 시간이라도 좋으니, 틈틈이 연습을 하라고 했다.


두 사람은 각자 침대에 앉아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쓰읍···, 후읍···.”


두 사람의 긴 호흡의 소리만 들려왔다.


또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한참 집중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깨운 것은 규한이었다.


“아침밥 먹으러 가자.”


도기가 블러스를 깨웠지만, 아직 그는 혼자만의 시간이 더 필요한 거 같았다. 세 사람은 곧장 1층으로 내려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잘 주무셨어요?”


리나가 규한 일행을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두근두근.


리나의 미소를 보고 지혁은 또 간질간질한 감정을 느꼈다.


‘어제부터 왜 그러는 거지?'


리나는 갓 구운 빵과 우유를 테이블에 올려놨다.


“어제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지혁 씨처럼 술을 잘 마시는 사람 처음 봤어요.”


“아, 감사합니다.”


“그럼 더 필요한 거 있으며 불러주세요.”


리나는 또 미소와 함께 주방으로 들어갔다.


“후하, 말도 안 돼. 어디 가서 술 먹는 걸로 안 빠지는데···.”


규한이 허공을 보며 한숨을 길게 쉬었다.


“제가 말했잖아요. 저 진짜 안 취해요.”


세 사람이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전날 함께 술을 마신 몇몇이 아는 척을 하며 지나갔다.


술 잘 먹는 삐죽 머리에 청년에 대한 이야기는 여관 거리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아침 식사를 짧게 끝내고는 거리로 나왔다. 2층에서 바라 본 것과 막상 거리를 걸을 때는 또 느낌이 달랐다. 지혁은 이곳이 게임 속 세상은 아닐지 생각했다.


먼저 발걸음이 향한 곳은 상인연합 길드의 토린스 지부였다. 상인연합 길드는 말 그대로 상인 길드들의 연합체였다.


처음에는 상인 간에 원활한 거래와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성되었는데, 지금은 점점 규모가 커져 길드 간에 공정 거래, 독과점 억제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개인의 자금을 보호해 주거나 예금 이체, 대출 등 은행의 형태까지 갖추었다.


믹은 상인연합 길드에 재산의 일부를 이체시켰다. 그리고 증서와 통장을 받았다. 돈이 필요할 때는 증서를 가지고 어느 지부를 방문해도 돈을 출금할 수 있었다.


혼자 길을 걷다 돈을 빼앗겨도, 집에 보관해 둔 금고가 털려도, 이상할 것이 없는 시대였다.


개인이 혼자 자금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믿을 수 있는 은행에 맡기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었다.


가입한 상품에 따라서는 이자까지 받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규한은 단검과 무전기를 믹의 증서와 거래했다. 그 증서를 가지고 토린스 지부에서 돈으로 출금한 후 마도비행선을 탈 계획이다.


도기의 안내를 따라 규한과 지혁은 상인길드 연합으로 향했다.


많은 돈이 오고가는 만큼 건물의 모습이 다른 건물들과 사뭇 달랐다.


높은 기둥과 금도금 된 창틀, 입구 위에는 악수하는 두 손이 거대한 형상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상인연합 길드의 굳건한 신뢰 관계를 나타내는 상징물이었다.


그리고 건물 입구에는 네 명의 경비원이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허리에 빛나는 검을 차고 있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경비원 한 명이 입구를 막으며 물었다.


"에? 은행 업무가 있어서 왔습니다. 왜요?"


"증서는 있으십니까?"


"여기요."


도기는 자신의 증서를 꺼내 보여줬다.


"일행이십니까?"


"네."


경비원은 증서와 도기, 규한과 지혁을 보고 입구를 열어 줬다.


"경비가 삼엄하네."


지혁이 말했다.


"이상하네요. 이런 적은 처음이라서."


도기가 대답했다.


1층의 로비는 화이트 톤으로 꾸며져 있었다. 심플한 내부에서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규한 일행은 곧장 안내 창구로 향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푸른 눈동자의 여자 직원이 말했다. 단정한 옷차림과 자세, 옅은 미소, 고객 대응에 익숙해 보였다.


리나의 미소가 천진난만한 순수함이라면, 이 직원은 어른스러운 관능미를 뿜었다.


“저 돈을 좀 찾으러 왔는데요.”


도기가 말했다.


“연합에서 발급한 증서를 먼저 보여주시겠어요.”


규한은 믹에게 받은 증서와 편지를 건네주었다. 증서에는 밖에서 본 악수하는 형태의 은장식이 붙어 있었다.


“와~ 대장, 실버 고객이었어.... 맨날 돈 없다고 하더니.”


상인연합 길드에 재산을 이체한 자들은 연합으로부터 증서를 받는다. 증서는 보관하는 자산의 규모에 따라 금, 은, 동 그리고 일반 증서, 4가지의 등급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중 은이 박힌 두루마리는 실버 등급이었다.


증서와 편지를 읽어보던 점원은 다시 일행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제 이름은 릴리라고 합니다. 상인연합 안내원이에요. 내용을 보면 믹 고객님의 자산 중 3,000만 베르를 규한님께 출금해주라는 내용이네요. 맞을까요?”


놀랍게도 럼피트는 화폐의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화폐란 문명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였다. 제도의 발전과 상호 간의 신뢰가 없이는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네, 저한테 주세요.”


“우선 증서 내용에 대해 확인이 필요합니다. 본부에서 자금을 조회 후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차와 다과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규한 일행은 푹신한 쇼파가 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안내 받았다. 릴리는 증서를 가지고 안내 창구 뒤에 있는 문으로 들어갔다.


앉아서 기다리는 사이 근처 테이블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포식자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군. 기사단과 길드 방어선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여기로 올 일은 없겠지?"


"그래서 지금 알 만한 사람들은 맡긴 돈을 다 찾아가려고 난리라더군."


두 사람이 비밀스럽게 손으로 입을 가리고 얘기했지만, 새어 나오는 목소리를 막을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때,


"뭐야! 내 돈을 왜 내가 못 찾는 거야!"


다른 창구 한 곳에서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응하던 직원은 매우 당황했다.


"돈 맡겨 달라고 찾아와서 귀찮게 할 때는 언제고, 이제 못 준다고? 이런 사기꾼들이."


"아뇨, 고객님 못 드리는 게 아니라..."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화난 고객은 금색 문양이 찍힌 증서를 흔들며 화를 냈다.


여러 직원이 나왔지만, 그의 화를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무슨 일이 생긴 거 같은데요."


"후···, 알만하다."


"네?"


"우리도 돈 다 안 나올 거 같은데."


규한은 대화를 듣고 무언가 눈치를 챘다.


포식자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금까지의 정황을 보면, 포식자가 지나간 자리는 모두 초토화되었으며, 토린스와 비슷한 크기의 도시인 치크린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재산에 대한 내역은 수도에 있는 길드 본부에서 관리하지만, 토린스에 재산을 맡긴 사람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만약 이곳에서 모든 사람들이 돈을 출금한다면, 토린스 지부에서는 보유 운용 자금이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돈의 흐름이 막히면 지부에서 진행하는 사업도 지장이 생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심사를 거쳐서 돈을 출금해 주고 있었다.


사실 모든 재산에 대한 내역은 본부에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재산을 잃을 걱정은 없었다. 그러나 불안감에 휩싸인 사람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다.


"고객님이 맡기신 원금은 3년 만기입니다. 지금 해지하시면 원금의 손실이 있습니다. 그래도 해지하시게요?"


더 높은 관리직이 나와서 설득해 보지만, 수염 난 남자는 더 목소리를 높였고, 점점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면서 다른 고객들도 수염 난 남자에게 합류하기 시작했다.


"아, 규한님 이쪽으로 오시죠. 확인이 끝났습니다."


막 확인이 끝난 릴리가 다시 규한 일행을 불렀다.


"총 출금을 원하시는 금액이 3,000만 베르라고 하셨죠. 그런데 죄송하지만."


"얼마까지 나올까요?"


규한이 릴리의 말을 끊었다.


"네?"


 "대충 상황을 보고 이해했습니다. 돈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뭐, 제 통장은 아니지만요. 얼마까지 가능할까요?"


규한이 말했다.


“다만 저희도 사정이 있어서 마도비행선을 타기 위한 비용이 필요합니다. 당장 생활비도 필요하고요.”


“····네, 상황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0만 베르까지는 저희 지부에서 드릴 수 있습니다. 나머지 금액이 필요하시다면 다른 지부에 소개장을 써드리겠습니다."


릴리는 조금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객들은 자신의 돈을 찾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화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길드가 은행이라는 선진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아직 이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수준은 그 만큼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마도비행선 탈 수 있을까?”


“한 명당 200만 베르쯤 되니까. 충분할 것 같은데요?”


도기가 대답했다.


릴리는 돈 봉투가 들어 있는 종이 가방을 건넸다.


“거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네, 수고하세요. 지혁아 가자.”


퍽-


쨍그랑!


돈을 받아 돌아서는 순간, 화분이 날아와 규한의 얼굴에 맞고 떨어져 깨졌다. 화분 안에 있던 흙 먼지가 규한의 얼굴과 옷을 더럽혔다.


“선배 괜찮아요?”


“어, 고객님!”


놀란 릴리가 수건을 가지고 뛰쳐나왔다.


화분을 던진 사람은 아까부터 소란을 피우던 수염 난 남자였다. 그는 흥분하여 주변 물건까지 던져가며 횡포를 부리기 시작했다.


경비원들까지 나와서 말려보았지만, 막무가내였다.


수염 난 남자는 화분에 맞은 규한의 일행을 잠시 바라보았다. 평민 복장의 그들을 보고 별거 아닌 일이라는 듯이 다시 항의하기 시작했다.


“아니, 뭐 저런 사람이···.”


도기가 말했다.


“지혁아, 어디 칼 좀 가져와 볼래?”


“아, 선배 진정 좀.”


지금 규한을 건드는 사람이 있다면 필히 손목이 날아갈지도 모른다.


“어이, 수염 난 뚱땡이! 물건을 던졌으면 사과를 해야 할 거 아니야.”


규한이 수염 난 남자를 불렀다.


“뭐? 수염 난 뚱땡이? 딱 봐도 평민 나부랭이들 주제에, 뭐라고?”


“수염을 몽땅 뽑아 버려야, 사과할래?”


“내가 누군지 알고, 지껄이는 거냐?”


규한이 천천히 수염 난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만, 더 이상 접근하면 베겠다.”


그때 수염 난 남자 옆에 있던 두 남자가 규한을 가로 막았다. 그들은 수염 난 남자를 보호하는 보디가드였다.


몸에 두른 장비가 제법 좋아보였다.


“하···, 지혁아. 저 수염 난 돼지 내 앞에 데려다 줄래?”


“네? 또 갑자기 저예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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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앞이 안 보여 24.09.10 9 0 14쪽
» 얼마까지 나올까요? 24.09.01 26 0 14쪽
16 저는 잘 안 취해서요 24.08.27 26 0 14쪽
15 됐어. 나 도끼 못써 24.08.24 36 0 13쪽
14 이 새끼, 왜 이리 당당해? 24.08.22 42 0 16쪽
13 마지막 한 놈까지 다 묶었어요 24.08.19 37 0 13쪽
12 신도 무심하시지 24.08.17 43 0 15쪽
11 우리는 살아 남아야지 24.08.15 36 0 14쪽
10 우선 해장 먼저 하자 24.08.07 55 0 12쪽
9 젠장, 재앙 수준이구만 24.08.04 59 0 14쪽
8 후 재밌었다. 후배님. 24.07.29 61 0 13쪽
7 아 이거 또 사고 쳤어 24.07.24 58 0 11쪽
6 정말 타고난 용사야 24.07.23 64 0 8쪽
5 방전과 충전 같은 건가? 24.07.19 69 0 8쪽
4 쉽게 버는 돈 없구나? 24.07.17 68 0 10쪽
3 이거 약 술이거든 24.07.16 76 0 10쪽
2 존재하기 힘드네 24.07.15 70 0 8쪽
1 또 이런 전개구나 24.07.14 130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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