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품은 펜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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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reenlake
작품등록일 :
2024.07.18 10:32
최근연재일 :
2024.08.1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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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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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쳤다. 외지인이 보기에는 처음 보는 풍경이었을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이곳, 히버니아에 사는 지역주민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날씨였다. 자칫하면 눈보라 때문에 길을 잃을 수도 있기에 상인들이 이쪽으로 올 때는 반드시 호위병을 동행시켰다. 그렇기에 한밤중에 보초를 서고 있던 경비병이 눈보라를 뚫고 저 멀리서 사람 한 명이 말을 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여긴가.”

멀리서 경계를 표시하는 요새가 보이자 에런 모르윈은 말을 멈추고 중얼거렸다. 눈보라와 추위가 몸에 사정없이 상처를 내는 것 같았지만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에런은 수습 마법사였다. 몇 년 정도 마법사 밑에서 일만 하면 정식 마법사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운이 안 좋아서 마수가 많기로 유명한 지역 중 하나인 히버니아로 발령을 받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다 경험이라고 생각해야겠지.’


요새 앞에 도착하자 경비병에게 왕립 마법 아카데미의 인장이 찍힌 추천장을 보여주었다. 경비병은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서 보내주었다. 몇 시간을 더 말을 달린 끝에야 목적지인 백작가의 성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종에게 방을 안내받자마자 그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하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다시 일어나 자신의 목에 걸려 있는 하늘색 펜던트를 감싸 쥐었다. 모르윈 가문의 상징이었다. 한때는 대귀족 가문이었지만 현재 가문의 생존자는 에런 뿐이었다.


시종이 아침식사를 가져왔다. 에런은 힘겹게 기지개를 편 뒤 일어났다. 피로가 가시지가 않았다. 식사를 마치자 그는 마탑으로 안내되었다. 마탑은 성채 우측에 있었는데 3층 건물이었다. 시종이 가볍게 마탑 문을 노크하며 말했다.

“앤드류 경, 수습 마법사께서 오셨습니다.”잠시 후 문이 열렸다. 문 앞에는 매우 연로해 보이는 노인이 서 있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를 보고 몹시 당황한 듯했다.


“자네가 수습 마법사인가?”

“그렇습니다.”

“일단 들어오게.”

마탑 안으로 들어가자 책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전혀 정돈되지 않아 보였다. 노인도 그걸 인식한 듯 했다.

“방이 좀 지저분하지. 청소를 할 틈이 없어서 말이야.”그러면서 구석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에런이 의자에 앉자 찻잔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맛이 좀 특이할 걸세. 이 지역의 차 잎으로 달인 거니까.”


에런은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차는 쓰고 맛이 없었다.

“맛이 없나 보군.”

“아닙니다.”

“거짓말하지 말게. 이 차를 먹고 맛이 있으면 그게 이상한 거니까.”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자네의 이름은 뭔가?”

“에런 모르윈입니다.”

그러자 노인의 눈에 당황한 기색이 다시 한번 비쳤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에런은 놓치지 않았다.

“그렇군. 내 이름은 앤드류 클리프 일세.”

이번엔 에런이 놀랐다. 클리프 가문은 소귀족이었다. 보통 마수가 많은 지역일수록 대귀족 가문의 재능있는 마법사가 배치된다. 그렇기에 이곳에 소귀족 출신 마법사가 배치된건 이변이었다.


“오늘은 가볍게 순찰을 돌 걸세. 처음이기 때문에 멀리 가지는 않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게.”

“알겠습니다.”

차를 다 마시자 두 사람은 마탑을 나섰다. 북쪽 성채 입구로 가자 경비병 두 명이 목례를 하고 성문을 열어 주었다. 눈보라는 그쳤지만 밤새 눈이 높게 쌓여 있었기에 걸어서 가야 했다.


순찰은 간단했다. 주변에 있는 마수나 동물들을 처리하고 가끔씩 나타나는 희귀한 약초들을 채집하는 것이다.

“추천장을 보니까 왕립 마법 아카데미 출신이라고 나와 있더군.”“그렇습니다.”

“그럼 웬만한 마법은 다 쓸 줄 알겠군.”

“아닙니다. 간신히 졸업했으니까요. 이제 겨우 5서클 마법을 쓸 줄 아는 정도입니다.”


마법의 등급은 1서클~10서클 마법까지 있고 아카데미를 졸업하려면 최소 5서클은 돼야 했다. 그러나 아카데미 중 최고인 왕립 마법 아카데미를 막 졸업한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6~7서클 마법까지 통달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러니 에런은 정말 턱걸이로 졸업한 셈이었다.

“잠깐 멈춰보게.”

앤드류가 손을 들어 계속 가려던 그를 제지했다.

“왜 그러십니까?”

“잠깐만 가만히 있어 보게.”

그러면서 눈을 감고 주변의 기척에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


“아무래도 근처에 마수가 있는 것 같아.”“그렇지만 성채를 나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요.”

“어서 마나를 모으게.”

그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앤드류가 다급하게 말했다. 할 수 없이 에런은 공기 중에 있는 마나를 끌어당겨 마법을 쓸 준비를 했다.

“오른쪽에서 화이트 울프가 오고 있어.”


고개를 돌려보니 정말로 눈처럼 하얀색을 띠고 있는 마수가 달려오고 있었다. 화이트 울프의 경우 마법사 2명이면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료들을 향해 울부짖는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그렇기에


“에어 쉴드.”

“아이언 쉴드.”

방어막으로 적의 공격을 막고 지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마수는 두 사람을 향해 매섭게 달려들다가 방어막에 막혔다. 놀랐는지 잠깐 망설이다가 다시 방어막을 향해 부딪히며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화이트 울프는 힘이 아주 세지도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지능이 그리 높은 마수가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공격을 멈출 걸세. 내가 신호를 하면 처리하게.”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성채에 가까운 곳에서도 마수가 출몰합니까?”

“아니. 이곳은 마수뿐만 아니라 늑대같이 평범한 동물도 자주 볼 수 없는 곳이야. 돌아가면 후작님께 보고를 해야겠군.”


아우우우우우우.

그때 화이트 울프가 큰 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했다.

‘말도 안돼.’

“라이트닝 볼트.”

옆에서 번쩍 빛이 나며 화이트 울프를 쓰러뜨렸다. 에런은 놀란 나머지 마법을 써야 하는 것도 잊고 있었다.


“내가 시간을 끌 테니까 자네는 어서 구조 신호를 보내게.”

화이트 울프가 한꺼번에 덤빈다면 마법사 2명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웠다. 에런은 신속하게 마나를 이용해 허공으로 최대한 멀리까지 빛을 쐈다. 그 사이 엔드류는 신속하게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이미 멀리서 화이트 울프 들이 모이고 있었다. 급하게 만든 방어 마법인데다가 적들의 수는 10마리 정도 되었기 때문에 공격 시작한지 몇 분 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흔들리고 있었다.


방어막이 깨지기 일보 직전이고 두 마법사가 전면전을 위해 마법을 쓰려는 그 순간 에런이 목에 걸고 있던 하늘색 펜던트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파이어 블레스트.”그 순간 불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소용돌이는 폭풍으로 변해 회오리 바람을 일으켰다. 한순간에 화이트 울프 들이 사라졌다. 바람에 흩날리는 재들이 그들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 줄 뿐이었다. 폭풍은 화이트 울프를 없애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주체를 하지 못하고 주변을 태워버리고 있었다.


‘잠깐, 이렇게 되면.’

불꽃의 소용돌이가 어느새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마법을 멈추려고 했지만 전혀 조절이 되지 않았다.

“라이트닝 크레시.”

그때 하늘에서 번개가 내려와 그대로 땅에 부딪혔다. 그 충격으로 인해 불길은 잦아 들었다.

“워터 스톰.”

그런 다음 물보라를 일으켜서 남은 불씨를 모두 꺼뜨렸다.


“어떻게 한 거지?”

상황이 수습되자 앤드류가 물었다. 하지만 그건 에런이 그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

“모르겠습니다.”“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나? 마법을 썼을 때 갑자기 자네의 펜던트가 빛을 내기 시작했네. 마법이 증폭된 이유를 그것 말고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나?”앤드류는 펜던트에 흑마법이 들어갔다고 의심을 하고 있었다.


“이건 그냥 펜던트입니다. 만약 흑마법이 들어있다면 아카데미에서 발견했겠죠. 그리고 조사해 보시면 알겠지만 증폭이 된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상하군. 일단 확인 차원에서 내가 펜던트를 조사를 한번 해봐야겠으니까 이리 주게.”

“알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이건 가문의 상징이었고 어디를 가나 부적처럼 항상 목에 걸거나 곁에 두고 있던 물건이었다. 앤드류도 그걸 의식한 듯 이렇게 말했다.


“이 펜던트는 누가 전수해 준 건가?”

“모르윈 가문의 상징입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평범한 펜던트는 아닐 수도 있겠군.”

조사하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병사들이 오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제일 먼저 달려 온 병사가 바람에 흩날리던 재를 바라보다가 앤드류에게 말했다.

“화이트 울프들과 싸움이 있었네.”

“화이트 울프요? 그렇다면 마수가 여기까지 내려왔단 말입니까?”“그래. 우선 후작님께 보고드려야겠네. 이쪽은 수습이 끝났으니까 성체로 가세.”


“그럼 화이트 울프 한 마리 잡자고 구조 신호를 보낸 겁니까?”

날카로운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은 갑옷을 입고 검을 차고 있었는데 정말 짜증난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옷차림으로 보아 기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한 마리였지만 갑자기 이상행동을 보였네. 그 때문에 여러 마리가 몰려와서 상황이 복잡······.”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화이트 울프 한 마리 때문에 이 소동이 벌어진 거 아닙니까. 별일도 아닌 거 가지고 무턱대고 구조 신호를 보내면 되겠습니까.”

기사가 앤드류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내 말을 이해를 못하는군. 아까 맞닥뜨린 마수는 정상적인 마수가 아니었어. 애초에 여기서부터 마수가 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 아닌가. 당장 후작님께 보고드려야 할 사안일세.”

“그래도 구조신호를 보낼 때와 안 보낼 때 정도는 구분을 해야죠. 손쉽게 자신의 힘으로 수습할 수 있는 일들은 알아서 처리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만하게. 제러드 경.”

뒤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기사가 소리쳤다.

“9서클 마법사 앞에서 그 무슨 무례인가.”

제러드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노기사가 노려보자 성체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노기사는 한숨을 작게 한번 쉬더니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네가 이번에 새로 들어온 수습 마법사인가.”

“그렇습니다.”

“이안 웨스크라고 하네.”

“에런 모르윈이라고 합니다.”


“그래. 화이트 울프가 여러 마리 돌격했다면 쉽지는 않았겠군.”

이안이 앤드류를 보며 말했다.

“아닐세. 상황은 비교적 쉽게 정리됐네.”

“그럴 리가.”

이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단 성체로 가세. 후작님께 보고드리면서 얘기하겠네.”

“그러지.”

성체까지 가는 길은 에런에겐 더없이 무거웠다. 펜던트 때문에 흑마법사로 오해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무언가가 에런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어쩌면 조만간 닥칠 시련을 예감한 건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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