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품은 펜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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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reenlake
작품등록일 :
2024.07.1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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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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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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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문이 닫히자 후작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그 역시 모르는 바 없었다. 하지만 왕국에는 흑마법에 대한 경각심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물론 마물이 있다는 증거가 나오기는 했지만 바로 행동에 돌입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그의 가신들은 왕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 다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코브렌트에 의뢰를 한다는 말이 나올 수가 있지.’

코브렌트

20년 전 흑마법사들의 반란 진압 목적으로 생겨난 비밀 조직.

그 당시 거의 모든 중요한 결정 사항은 코브렌트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되찾아오자 사실상 쓸모가 없어졌다.

게다가 지휘관과 주요 인력들을 배치하는 문제로 귀족들 사이에서 큰 분쟁이 일어났기에 사실상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폐지 수순을 밟아가고 있었다.


‘지금 그 문제가 또다시 공론화가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코브렌트의 지휘관은 비상시에는 군사 지휘권까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리였다.

‘아마 서로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서 안달이겠지.’

그렇다고 지금 왕국의 분위기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전쟁만 일어나지 않았을 뿐 이미 왕국은 분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적들은 이미 마물까지 다룰 수 있는 힘을 갖추었다.

후작은 시종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당장 마차를 준비하게.”

“어디로 가십니까?”

시종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에스테리아로 간다. 베르너 백작님을 만나야겠으니까.”


***

회의가 끝나자 에런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손에는 마탑에서 빌린 독초가 들려 있었다.

방에 들어가자 마자 그는 의자에 앉아서 책을 다시 한번 정독했다.


그런 다음 책을 덮고 심호흡을 하며 펜던트에 집중했다.

눈을 감고 가능한 한 마음을 비우면서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공기 중에 흐르고 있는 마나와 독초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펜던트에는 감응하지 못했다.

‘역시 안되는 건가.’

명상을 한지 30분이 넘을 무렵 잠시 쉬려고 눈을 뜨려는 순간

무언가 강력한 반응이 느껴졌다.

에런은 잠시 흩트려지던 집중력을 다시 다잡은 다음 펜던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힘은 처음에는 작은 불씨처럼 느껴졌지만 점점 더 확장되었다.


‘일단 인식까지는 성공했다.’

일단 장시간 명상으로 인해 몸이 피로해졌기에 에런은 이쯤에서 멈추려 했다.

그런데

‘잠깐만, 왜 눈이 안 떠지지.’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마치 마비가 된 것 같았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도 펜던트에서 강한 마력의 힘이 발휘되어 그를 압도하고 있었다. 숨이 막힐 정도였다. 온 힘을 다해 몸부림쳐서 마나 체화가 되어 있는 상태를 깨보려 했다. 의자가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쿵 소리가 나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 이상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숨을 못쉬겠어.’

마치 마력이 목을 죄는 것 같았다. 에런은 그 힘으로부터 강하게 몸부림치다가 정신을 잃었다.

다시 눈을 뜬 곳은 그의 방이 아니었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일으켜지지 않았다.


“정신이 드나?”고개를 돌리자 앤드류가 보였다.

“여기는···.”

“마탑 일세.”

그제야 지저분하게 쌓인 책들인 눈에 들어왔다.


“시종이 식사를 가져다주다가 쓰러져 있는 자네를 발견했네.”

앤드류는 계속해서 말했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날 뻔했어. 수련을 하고 있었나?”

“네. 펜던트에 흐르는 마력을 감지하기 위해 명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군.”

그러면서 앤드류는 조금 머뭇거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에런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뭔가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후작님께서 또다시 자리를 비웠네. 아마 백작님과 상의하러 간 것이겠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래도 마물이 활보했다는 증거까지 있으니 코브렌트가 다시 활동을 시작할걸세. 그러면 각 대귀족 가문에서 뿔뿔이 흩어져 있던 기사와 마법사를 보강해야겠지.”“그러겠죠.”


“그래서 말인데 나는 자네가 코브렌트에 들어가면 어떨까 하네.”

‘뭐라고?’

에런은 너무 놀란 나머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코브렌트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물론 정식으로 들어가는 건 아니고 육성형 마법사 신분으로 들어간다는 말일세.”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이제 5서클 마법사잖아요.”


“마석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그리고 자네는 벌써 며칠 만에 펜던트의 마나를 감지하지 않았나. 재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네.”

에런은 잠시 망설였다. 코브렌트는 전쟁이 끝난 이후로 육성형 인재를 받지 않았다. 아무리 9서클 마법사가 추천을 하고 그가 마석을 소유하고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들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설령 어찌어찌 들어간다 하더라도 조직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이런 외진 지역에서 자네가 배울 만한 게 많이는 없을 거야. 직접 흑마법 조직들과 싸우면서 얻는 경험은 상당히 자네에게 도움이 될 걸세. 마석이 잘 반응하는 것도 다름 아닌 흑마법 이니까 말이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에런은 코브렌트로 가는 게 정말 좋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엘리트 마법사들 사이에 껴서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확신이 없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앤드류는 에런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일단 당장 결정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니까 오늘은 푹 쉬게.”

에런은 겨우 몸을 일으켜서 문을 향해 비틀비틀 걸어갔다.

“정 걷기 힘들면 오늘은 여기서 쉬는 게 어떤가?”

앤드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결국 그날은 마탑에서 쉬었다. 이후 열흘은 빠르게 흘러갔다. 아침에 일어나 마탑에 가서 앤드류의 연구를 도왔다. 일이 다 끝나고 나면 명상에 돌입했다. 다만 저번처럼 지나치게 감응되다가 쓰러질 수가 있기에 상당히 조심해야 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결심을 했다. 코르겐트에 가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처음에는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명상을 거듭할수록 마음이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마치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무언가가 강제로 그의 마음을 바꿔 놓으려 하고 있었다. 그것을 그는 이겨낼 수 없었고 결국 마음을 바꿨다.


열흘이 지나자 후작이 히버니아로 복귀했다. 돌아오자마자 회의를 열라고 지시했다.

“일단 베르너 백작께서는 코르겐트가 다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약속하셨네.”

“그렇다면 정상적으로 가동은 언제 되는 겁니까?”

제러드가 말했다.


“아무리 길어도 한 달 안에는 정상 가동이 될 걸세.”

의외였다. 열흘 전의 태도로 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후작님.”

앤드류가 말했다.

“뭔가?”

“수습 마법사 에런 모르윈을 육성형 마법사로 코브렌트에 보내는 건 어떨까요?”


후작은 잠시 당황한 듯 헛기침을 했다.

“육성형 마법사라니···. 내가 알기로 전쟁 이후로 받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에런에게는 마석이 있지 않습니까? 앞으로 흑마법사들의 싸움에서 유리하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려면 착실한 관리와 훈련이 필요할 테고요.”


후작은 몹시 당황한 듯 이마에 흐르는 땀을 팔로 닦았다. 앤드류의 표정을 보자 그의 고집을 꺾기는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 수 있었다.

“좋아. 일단 추천장을 써보게. 하지만 될지는 나도 장담할 수 없네.”

“알겠습니다.”


후작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이쪽에서도 기사나 마법사를 보강해야 하네. 제러드 경. 자네가 가는 건 어떤가?”

“그게 후작님의 뜻이라면 가겠습니다.”

“그럼 세부사항이 조율되는 데로 출발하게.”

“알겠습니다.”


그날 회의가 끝나자 에런은 방으로 돌아가려다가 연무장으로 갔다. 마법을 쓰는 연습을 안 한 지가 너무 오래된 것이다. 그러다 보면 감각이 무뎌질 우려가 있었다. 연무장에 도착하자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공백 탓인지 순발력이 상당히 떨어진 것이다. 일단 감을 되찾기 위해 1서클 마법부터 차례대로 써보기 시작했다.


“파이어 볼.”

기초 마법중에서도 기초인 1서클 마법. 그런데 마법이 땅을 향해 내리 꽂히자 에런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력이 더 세졌어.’

우연인가 싶어서 다시 한번 써보았지만 마력의 힘은 아까와 변함이 없었다.


‘그렇다면’

“파이어 블레스트.”

불의 폭풍이 소용돌이쳤다. 전에 화이트 울프들에게 쓴 만큼 위력적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효과가 있었고 지속시간도 길어졌다.


‘수련 때문에 마력이 조금 올라간 건가?’

정확한 이유야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마력이 세졌다는 건 좋은 소식이었다. 에런은 가벼운 마음으로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그는 한층 더 성장하고 있었다.


추천장에 대한 답신이 오는 데는 생각만큼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연무장에 있을 때 시종이 편지를 전달했다. 심호흡을 한 뒤 망설이지 않고 편지를 뜯었다. 편지의 내용은 생각보다 짧았다.

[귀하는 코브랜트의 육성형 마법사로 발탁되었습니다. 이 편지가 오는 즉시 발테로스로 오십시오. 다만 귀하가 가진 마석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오는 즉시 감정을 받게 될 것입니다.]


에런은 편지를 보고 좋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일단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짐을 꾸렸다. 원래 짐이 많지 않았기에 20분 내에 짐을 챙겼다. 그런 다음 앤드류에게 빌린 독초와 책들을 들고 마탑으로 갔다. 소식을 알리자 앤드류는 생각보다 덤덤하게 반응했다. 빌린 책들을 건네자 이렇게 말했다.


“증폭의 원리는 자네가 가지게.”

“코브겐트에도 도서관은 있을 겁니다. 정 안되면 근처 서점에 사도 되고요.”

앤드류는 고개를 저었다.

“저자의 평판이 너무 낮아서 서점에는 아마 없을 걸세. 그리고 자네는 더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네.”

“그렇다면 제가 가지겠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에런은 뭐라고 작별 인사를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앤드류는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보기엔 어서 가라는 뜻으로 들렸다.

방으로 돌아와 짐을 가지고 밖에 나가자 시종이 말을 준비해주었다.


말에 오르자 경비병이 문을 열어 주었다. 말은 달리기 시작했다. 속도가 붙자 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다. 하지만 그는 말을 더 세게 몰았다. 몇 분 정도 달리다가 고삐를 당겨 말을 멈춰 세우고 뒤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 성체가 보였다. 그 순간 최근 한 달 전 일들이 자연스럽게 회상되었다. 한 달 전의 그와 비교했을 때 지금의 그는 한층 성장했다.

에런은 다시 말에 박차를 가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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