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행성 광물회사에 취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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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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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작품등록일 :
2024.07.19 09:25
최근연재일 :
2024.09.1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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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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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출근 첫날

DUMMY

해수가 뒤로 돌아서자, 작은 키에 단단한 근육을 가진 남자가 서 있었다.

인상은 무표정했고 엄한 표정이었다.


“아휴! 놀라라.

마후! 인기척 좀 해요.

늘 사람을 놀라게 한다니까”

연서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그 남자는 연서나 데이비드처럼 인사는 하지 않고 뒤돌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마후에요.

착한 사람인데 과묵한 편이라 저희도 자주 깜짝 놀라요.

좀 친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죠.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방금 화가 난 거 같던데···.”


“아니에요.

기분이 좋은 표정이었어요.

아무래도 당신이 왔으니 반가웠겠죠.”


“그게 기분이 좋은 표정이었다고요?”


“저도 뭐라 표현하기는 어려운데 같이 지내다 보면 알게 될 거예요.

분명히 기분 좋은 표정이었어요.”

“하아~ 어려운 사람이군요.”


“그래도 동생이에요.

가장 나이가 어려요.”


“헐! 한 50살은 되어 보였는데···”

“사실 그 부분은 저희도 미스터리이긴 해요.”

연서 역시 난감하다는 듯이 말했다.


“오늘 저녁 식사때 환영회를 할 테니 꼭 참석해 주시구요.”


연서가 나간 후, 해수는 이곳저곳 둘러보고 침대에 누웠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혼자서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오자마자 취업에다 내일부터 출근이라니...'

깜빡 잠들었다가, 누군가 흔들어 깨우는 기척에 놀라 일어났다.


“어이쿠야!”

해수는 시커먼 그림자에 놀라 외쳤다.


“식사!”

마후는 그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식당에 가자, 데이비드는 고급 와인과 스테이크를 굽고 있었다.

“먼 곳까지 오시느라 수고했습니다.

오늘 저녁은 잘 먹고 푹 쉬시죠.

어차피 내일부터는 험난한 하루하루가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


마후는 벌써 식탁에 앉아, 대여섯 접시의 고기를 뜯은 모양이었다.

근데 고기의 색깔이 이상했다.


연둣빛을 띠고 있는 고기랄까?


“처음 드시는 요리일 겁니다.

맛 좋은 외계 생물체거든요.”

전혀 식욕이 돌지 않는 비주얼이었다.


하지만 다들 식탁에 앉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접시에 놓인 고기에 칼을 대어보자, 힘없이 쭈욱 찢어졌다.


‘음. 일단 향기나 식감은 나쁘지 않은데···.’

해수는 작은 조각으로 잘라 입속을 넣어보았다.


부드럽게 씹히는 육질이었다.

“맛은 나쁘지 않군요.”


“제가 한 요리 하거든요.”

데이비드는 크게 썬 덩어리를 입안으로 욱여넣으며 말했다.


보기보다 괜찮은 맛이었다.

항상 호스를 통해 영양제만 받아온 해수에게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외계 생물체는 요리하기가 쉽지 않죠.

너무 익히면 질겨져서 전혀 씹을 수 없게 되거든요.

뭐 입맛에 맞으면 다행이지만 아마 지겹도록 먹어야 할 거에요.”

데이비드는 우걱우걱 씹으며 말했다.


부드러운 육질이 술술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씹다 보니 단맛도 느껴지고, 미묘한 맛이긴 했지만 먹을수록 맛있었다.


“잡내 없애는 저만의 비법이 있거든요.”

데이비드는 나이프를 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맞아요.

데이비드 덕분에 그나마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거죠.

그전에는 델릭스 도시 행성에서 공급되던 푸석푸석하고 건조한 음식들만 먹어야 했거든요.”

연서도 맛있게 먹으며 말했다.


앞쪽의 접시에 모래를 뭉쳐놓은 듯한 가루를 가리키며 말이다.


해수는 궁금해져서 그 가루를 조금 입 안에 넣어보았다.

전혀 맛이 없는 까끌까끌한 느낌이었다.


“이것도 요리하면 맛이 나쁘지 않기는 한데 이런 육질의 느낌은 없으니까 말이죠.

맛도 비교가 안 되니까요.”

데이비드는 입술에 쭈르륵 흐르는 초록색 액체를 냅킨으로 닦으며 말했다.


“한번 배고파 봐야 이게 얼마나 맛있는지 알 텐데요.

아마 내일 저녁은 기가 막힌 맛이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

그러면서 수프를 내왔다.


역시 걸쭉한 국물에 둥둥 떠다니는 연두색 고기들.

정말 계속 봐도 비주얼은 별로다.

하지만 맛은 괜찮았다.


그리고 처음 느껴보는 씹는 맛.

씹을수록 맛이 달라지는 쾌감이 있다고나 할까?


식사를 마치자,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신다.

“환락의 담즙.

이게 이 맥주의 이름이죠.

술 제조는 제가 전문이라서요.”

연서는 쭈욱 들이키며 말했다.


노란색 거품이 채워진 맥주를 나눠마셨다.

사람들과 이렇게 잔을 부딪치며 마시는 경험도 해수로써는 처음이었다.


한잔 마시자, 얼굴이 벌게지며 알딸딸한 느낌이 들었다.

“꽤나 도수가 높은데 잘 마시네요.”

해수는 무슨 맛인지는 몰랐다.

그저 차갑고 시원한 느낌이 좋았을 뿐이다.


“여기도 보리가 자라나요?”

해수는 전에 배운 지식이 생각나 물었다.


“보리요?

맥주라고 부르긴 하는데 곡주는 아니에요.”

그러면서 연서는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투명한 유리관 속에 괴생물체의 장기가 담겨 있었다.

그 안에는 노랗게 물든 액체가 보였다.


“윽!”

해수는 그 생김새에 몸서리쳤다.

정말 무시무시하게 생긴 장기가 담겨 있었다.


“스팅테일리언 쓸개로 담근 술이에요.

탄산을 넣어서 맥주같이 만들어 본 거죠.”


“윽!”

볼수록 비호감의 액체였다.


“있다 보면 적응될 거예요.

아마 내일도 일 끝나면 한잔 쭈욱 들이키게 될걸요?

호호호”

연서는 또 한잔을 마시며 말했다.


“그만 마셔.

오늘은 쉬게 해 주었지만,

내일부터는 얄쨜없이 출근이야.

하하하”

데이비드는 기분 좋게 웃으며 연서를 보며 말했다.


“그럼 딱 한 잔만 더 하구요.

몸에 나쁜 성분도 아니잖아요. “

연서는 익숙한 듯 말했다.


“그렇긴 하지.”

데이비드와 연서는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마후도 조용히 꽤 많이 마셨는지 얼굴이 벌겋게 익어 있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일어나 자기 방으로 향했다.


“난 자러 간다.”

그러고는 비틀비틀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래요.

우리도 이만 정리합시다.

내일 또 출근해야 하니.”

데이비드는 잔과 테이블을 정리하며 말했다.


“푹 자요.

내일부터 시작이니까요.”

연서도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곤히 잠든 해수는 방 전체가 울리는 알람 소리에 깼다.

눈을 뜨자, 벽면에는 해야 할 일들이 주르륵 떴다.


기상해서 맨 먼저 체력 단련실에 간다.

운동을 해야 하니까.

체력 단련실 문을 열자, 사방이 디스플레이로 된 방이었다.

중앙에 서자, 천장에서 가죽끈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끈을 잡으십시오]

끈을 잡자 갑자기 엄청난 힘으로 위쪽으로 당겨지기 시작했다.

스르륵 딸려 올라가는 몸.


“이게 뭐지?”

공중으로 올라간 몸은 천장까지 닿아 있었다.

끈은 스르륵 풀리려고 하고 있었다.


“안돼!”

해수는 필사적으로 끈을 손목에 감아 버텼다.

끈은 주르륵 내려왔다가 올렸다가를 반복했다.


떨어지면 최소 골절상을 당할 거 같았다.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자, 5분도 안 되어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팔의 힘줄은 불끈불끈 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땀에 손이 자꾸 미끄러졌다.

“떨어지면 뒤질 거 같은데.”

그러자 스르륵 해수의 몸이 바닥으로 내려왔다.


“휴! 다행이다.”

그 순간 “위이잉” 소리와 함께 거대한 러닝머신처럼 바닥은 회전하기 시작했다.


“억! 이건 또 뭐야?”

넘어지지 않기 위해 뛰기 시작한 해수의 뒤편으로는 괴상한 생물체가 따라오는 영상이 보였다.

또다시 해수는 필사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근육의 적응은 필요 없었다.

아마 아드레날린의 분비는 최대치가 됐을 것이다.

잠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거 생각해 보니 저 영상들은 가짜 아니야?’

해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헉헉!” 숨은 턱 밑까지 차올랐다.

숨이 차 뜀박질을 멈추자, 해수의 몸은 뒤편 벽에 가서 닿았다.


“찌릿!”

벽면에 몸이 닿자, 순간 전기가 올랐다.


“아! 젠장!”

해수는 자신도 모르는 전율에 다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다리가 후들거릴 때까지 달리자, 다리가 뻐근해 오기 시작했다.


이미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체력 측정이 완료되었습니다.]

그 말에 해수는 주저앉고 말았다.


“거···참··· 헥···. 헥··· 체력 측정 참 유별나네.”


화면에는 결과가 나타났다.


[오늘의 체력 점수는 57점.

더욱 분발하세요.]


“내 체력 점수가 57점밖에 안 된다고?”

‘너무 오래 우주선에 있어서 그런 걸까?’

이런 의문으로 샤워실로 향했다.


샤워실에 들어서자 “쏴아” 하고 물줄기가 천장에서 쏟아졌다.

그리고 “위이잉” 소리와 함께 거센 바람이 불어 해수의 몸을 뽀송뽀송하게 말려주었다.

샤워하는 데 걸린 시간은 1분 정도에 불과했다.


밖으로 나오자, 통로를 지나며 로봇팔이 나와서 옷과 장비를 챙겨주기 시작했다.

개인실 문밖으로 떠밀리듯 나오자 이미 준비를 마친 데이비드와 연서, 그리고 마후가 해수를 쳐다보았다.


“어때? 잘 잤어요?”

연서는 미소지으며 물었다.


연서의 복장에는 “델릭스 우주 광물회사”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고 등 뒤로는 엄청나게 무겁게 보이는 장비를 매고 있었다.


“무겁지 않아요?”라고 해수가 말하는 순간,

천장에서 내려온 장비는 해수의 어깨에 채워졌다.


“어이쿠!”

처음 느껴보는 엄청난 무게에 해수의 몸은 휘청했다.


“어떻게···. 이걸··· 짊어져요?”

해수는 거의 주저앉을 듯이 말했다.


연서는 웃으며 다가와 어깨에 달린 버튼을 눌러주었다.


“휘이잉!”

뒤쪽의 장비 쪽에서 모터가 작동되는 소리가 들리더니 장비의 무게는 가벼워졌다.


“델릭스 886_행성으로 진입하면 중력이 바뀌어서 무게가 자동 조정될 거예요.

도착하기 전까지는 이 리프트 장치를 켜고 있어야 해요.”


해수는 무게중심을 잡지 못해 기우뚱거리는 몸으로 힘겹게 일행을 따라가고 있었다.


땀이 비 오듯 흘러 눈을 뜰 수도 없을 정도였다.

출근하기 전인데도 땀에 절어 속옷까지 젖어 있었다.


난관을 짚고 보니 드랍 포드로 올라가는 철제계단이었다.

“발 조심해요.

정신 못 차리면 굴러떨어질 수도 았어요.”

연서는 해수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힘겹게 등반하듯 한 걸음 한 걸음 드랍 포드를 위해 올라섰다.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며 오르다 보니 누군가의 손이 보였다.


두꺼비같이 두꺼운 마후의 손이었다.

“잡아!”

동생이지만 얼굴을 보자 형 같았다.

해수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잡았다.


순간 마후의 엄청난 힘에 이끌려 쑤욱 드랍 포드 위로 안착했다.

“이런··· 건··· 자동 시스템이··· 안되나요?”

해수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헉! 헉!”


“그러게요. 회사에 건의해 봤는데 답변이 없네요.“

“뭐. 맨날 회사는 경영 위기다 뭐다 비용 절감해야 한다고 하니···”

데이비드도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가 벌어다 주는 코인은 다 어디로 가는 거야?”

그들은 속닥속닥 말했다.


어느새 네 명 모두 드랍 포드에 올라탔고 마후는 해수에게 다가와 안전바를 채워주었다.


“이거 제대로 고정 안 하면 착륙할 때 튕겨 나가.”

마후는 꼼꼼하게 안전바를 당겨보며 말했다.


연서는 두꺼운 드랍 포드의 문을 닫으며 말했다.

“다들 무사하길 기도하세요. “

“뭐 새삼스럽게 그래. 늘 평상시처럼 가자구”


문이 닫힌 드랍 포드에서 철제 난관이 해제되고 뜨거운 화염이 올라오며 진동이 느껴졌다.


“쿠르릉” 드랍 포드는 서서히 발사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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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호출의 이유 24.08.16 60 2 11쪽
28 긴급 호출 24.08.15 59 2 11쪽
27 퇴사 24.08.14 73 2 11쪽
26 비밀 24.08.13 58 2 11쪽
25 화염 24.08.12 64 2 11쪽
24 까다로운 상대 24.08.11 68 2 11쪽
23 새로운 장비 24.08.10 69 2 11쪽
22 주사위는 던져졌다 24.08.09 70 4 12쪽
21 첫 휴일 24.08.08 88 3 12쪽
20 나를 믿어줘서 고마워 24.08.07 84 4 12쪽
19 보이지 않는 것들 24.08.06 87 6 11쪽
18 미끼 24.08.05 87 6 11쪽
17 신무기 24.08.04 94 7 11쪽
16 개척 24.08.03 100 8 12쪽
15 퍼즐의 과거 24.08.02 111 8 11쪽
14 의심 24.08.01 114 6 11쪽
13 알 빼기 24.07.31 119 7 12쪽
12 믿음과 의심 24.07.30 132 9 11쪽
11 퇴근후 24.07.29 132 8 12쪽
10 보호 본능 24.07.28 138 11 12쪽
9 막강한 괴생명체 24.07.27 144 9 12쪽
8 돌연변이 개체 24.07.26 151 11 12쪽
7 첫 퇴근 24.07.25 171 13 12쪽
6 생사를 건 싸움 24.07.24 183 13 11쪽
5 위기 24.07.23 187 11 11쪽
4 첫 미션 24.07.22 205 12 11쪽
3 첫 출근지 +5 24.07.21 239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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