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 미친 혈교 교주가 회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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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2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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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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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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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버린 화룡

DUMMY

차분하지만 위엄 가득한 목소리에 수문장들은 서둘러 그를 화륜신가의 접객당으로 안내했다.


곧이어 화륜신가의 총관이 나와 그를 맞았다.


그는 무공은 익히지 않아 보였지만 맑은 눈망울을 가진 초연한 모습의 노인이었다.


“흑천미륵가의 사공자께서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그가 위월화의 앞에 찻잔을 놓으며 차를 따랐다.


“화륜신가의 가주를 뵈러 왔다.”


가주라는 말에 총관이 따르던 차를 멈추고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가주님을 보러 오셨다··· 중요한 일인가 보군요.”


향긋한 다향이 위월화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제가 알기로는 기약이 안 잡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급한 일이다.”


“하나, 가주님은 바쁘신 분입니다. 기별을 넣어 두겠으니, 오늘은 돌아가시지요.”


흑천미륵가와 함께 사도 육가 제일이 누구냐를 다투고 있는 화륜신가의 총관다운 거만한 행동이었다.


총관의 축객령과 같은 말에 위월화는 반쯤 차오른 차를 입에 대며 총관에게 전음을 날렸다.


『화륜신가 소가주의 병증에 관한 일이다.』


위월화의 전음에 자신의 찻잔에 차를 따르던 총관이 행동을 멈추고 주위를 향해, 손짓했다.


벌컥-


쾅- 쾅- 쾅-


접객당의 문이 열리더니 사방에 주작의 형상이 그려진 적색 옷을 입은 무인들이 그들 주위를 감쌌다.


그들은 위월화 주위로 언제든지 장법을 발산할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무인들 손에는 뜨거운 수기(手氣)가 맺혀 있었다.


위월화를 포위한 화륜신가의 무인들이 아무렇지 않은 듯, 그는 찻잔을 들어 차향을 음미했다.


“어디까지 아시고 오신 겁니까?”


“화륜신가 소가주가 광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


위월화는 총관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매일 여인들을 탐하면 그나마 증상이 호전되지만, 이제는 그 방법조차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왔다.”


위월화가 비어있는 자신의 찻잔에 찻물을 다시 채웠다.


“아마 지금쯤이면 제 아비도 알아보지 못하고 미쳐 날뛰고 있을 텐데···”


위월화의 말에도 총관은 시종일관 무표정함을 유지했다.


“광서성의 날고 긴다는 명의들도 소가주의 병명조차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총관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지금 그 말을 하는 연유는 죽고 싶어서입니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겁니까?”


총관의 협박에 위월화의 손이 검집으로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본, 한 무인이 위월화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허튼수작은 안 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일순, 무인의 손목에 혈선이 그려지더니 피 분수를 뿜었다.


“으아아악 내··· 내··· 팔···”


“천것이 버릇이 없구나. 화륜신가는 아래 것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않나 보지?”


위월화가 보여준 무공에 무인들은 뒷걸음질 치며 내기를 끌어올렸다.


무인들의 반응에 위월화가 숨겨왔던 기도를 방출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혈기는 거세게 날름거리며 마치 살아있는 뱀인 것, 마냥 위월화를 노리는 무인들을 잡아먹을 듯했다.


“그만!”


총관이 손을 올리며 노성을 질렀다.


“저희 무인의 사공자께 누를 범 했습니다.”


총관이 뒤편으로 물러난 무인들을 향해 손짓했다.


“너희들은 부상자를 약화당(藥火堂)으로 보내 치료하게 하고 나가 있거라.”


“예. 총관 어른”


무인들이 나가자, 총관이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저희 소가주께서는 지금 광증에 시달려 가주님조차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총관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몰라도 눈에 보이는 모든 걸 태워 없애시려고 합니다.”


총관의 말에 침묵하던 위월화가 입을 열었다.


“천양광맥증(天陽狂脈症)이네.”


“그게 무슨···?”


위월화의 말에 총관의 눈이 동그래졌다.


“태어날 때부터 양기가 넘치는 아이에게 극양의 기운을 가진 영약을 먹게 한 결과지.”


위월화가 과거를 회상하는 듯 천장을 쳐다보았다.


“소가주가 어릴 때부터 화륜신가의 무공에 뛰어난 자질을 보이지 않던가?”


“맞습니다. 소가주님은 본가의 절기 화륜 장법을 지학이 되지도 않는 나이에 대성하셨으니까요.”


“그게 화근이었겠지. 아마 몸에 좋다는 양기의 영약을 먹었을 때가 그쯤 아닌가?”


위월화의 말에 총관이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이 떨어졌다.


“그걸 어찌 아셨습니까? 그때 우연히 본가에 들어온 영청석균(靈淸石菌)를 드시고부터 광증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위월화는 피식 웃었다.


“불이 붙은 초가집에 기름을 부었으니, 광증이 생긴 것이 당연할 수밖에··· 아마 지금쯤이면 양기가 상단전을 침범했을 걸세.”


총관이 위월화의 손을 덥석 잡았다.


“혹시 치유법을 아십니까?”


“그래서 여기 온 게 아닌가? 어서 가주님을 만나도록 주선해 주시게.”


총관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제가 바로 대면하게 해드리겠습니다.”


헐레벌떡 나가는 총관을 보며 위월화는 미소를 지었다.


‘화혈광룡(火血狂龍) 적천륭(赤千隆), 이번 생에는 빠르게 만나는군.’


온갖 적색 비단으로 치장된 화륜신가의 접객당에 위월화의 광포한 웃음소리가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총관의 말에 화륜신가의 가주 적의경(赤宜敬)은 위월화가 있는 곳으로 직접 행차했다.


접객당의 문이 열리고 화륜신가의 무사들이 도열했다.


그 가운데로 승천하는 주작이 수놓아진 붉은 장포를 입은 건장한 중년 사내가 위월화의 앞에 섰다.


사내는 화륜신가의 가주라는 이름답게 짙은 눈썹과 타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최대한 냉정해 보이려 노력하는 그였지만 흐트러진 옷매무새만 봐도 적의경이 지금 얼마나 다급한지 알 수 있었다.


적의경이 위월화와 마주했다. 위월화가 자리에서 일어나 화륜신가의 가주에게 포권을 했다.


“화륜신가의 가주를 뵙습니다.”


인사를 받지도 않고 적의경의 입이 급하게 떨어졌다.


“지금 우리 아들을 치유할 방도가 있다고 했는가?”


적의경의 간절한 목소리에 위월화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


“어렵지만 가능한 일입니다.”


“날고 긴다는 명의들도 모두 고개를 저으며 떠나간 상황이네.”


마치 꺼지지 않는 불꽃 같았던 적의경의 눈동자에 수심이 어렸다.


“이런 마당에 사도련주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흑천미륵가의 사공자를 내 어찌 믿을 수 있는가?”


적의경의 의심이 섞인 말에 위월화는 가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위월화는 적의경을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지금은 소가주 몸속에 있는 극양의 기운이 발산되어 주위를 태우는 수준이지만···”


위월화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매만졌다.


“결국 치료하지 못하고 입마에 들게 되면 그 업이 화륜신가 전체를 불사르게 될 것입니다.”


가주의 옆에 서 있던 화륜신가의 총관이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가주님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지금껏 이만큼 정확히 증상을 파악한 이도 없지 않습니까?”


가주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의 고심 끝에 적의경이 입을 뗐다.


“자네를 믿어봄세.”


적의경의 말에 위월화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하나 그전에 질문할 것이 있네···”


“무엇입니까?”


“우리 소가주를 도와주려는 본심을 알고 싶네만?”


적의경의 질문에 위월화가 광소하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은 그런 위월화를 보며 당황했지만, 그의 웃음은 멈출 줄 몰랐다.


접객당이 떠나가라 웃는 위월화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피눈물이 그의 양 볼에 흐르며 붉은 혈선을 그렸다.


위월화의 눈앞에는 자신에 무릎 위에서 가쁘게 숨을 쉬던, 화혈광룡 적천륭이 보였다.


천산에서 벌어진 혈영궁과 정마(正魔) 연합의 전투에서 끝까지 자신의 뒤를 지켰던 충신.


혈신이었던 자신이 마음을 유일하게 터놓을 수 있는 지기(知己).


항상 자신만 믿으라며 선봉에 서서 적들을 태워버리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위월화의 눈앞에 선했다.


잠시 과거의 편린에 잠겼던 위월화는 생각을 거두며 눈을 떴다.


“화륜신가 소가주에게 평생을 다해도 갚지 못할 도움을 받았습니다.”


위월화는 눈에 그려진 혈선을 소매로 훔치며 입을 열었다.


“이제는 제가 갚을 차례지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위월화였지만 적의경과 총관은 그의 목소리에서 오래된 슬픔과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적의경은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오게나.”


화륜신가의 무인들이 그를 호위하려 하자 적의경이 이를 제지했다.


“총관과 흑천미륵가 사공자를 제외한 그 누구도 방해하지 말라.”


가주의 지엄한 말에 무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존명!”


위월화는 가주를 따라 화륜신가의 뇌옥으로 따라갔다.


그들은 뇌옥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문을 열고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점점 어둠이 깊어지자, 총관은 들고 온 횃불을 켰다.


적의경은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며 위월화에게 말했다.


“이곳이 소가주가 있는 곳일세.”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희미한 괴성이 들렸다.


마치 미쳐버린 화룡을 감옥에 가두면 이런 모습일까?


푸르스름한 한철로 지어진 감옥은 연신 불을 내뿜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악!”


건장한 사내가 열리지 않는 한철의 감옥을 부여잡고 전신에서 극양의 기운을 발산했다.


쾅- 쾅- 쾅-


“열어라! 당장 이 문을 열어라!”


남자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미친 듯이 웃었다.


“내 이 세상을 불사르겠노라!”


남자의 눈동자 속에는 광기의 화염이 가득했다.


“아무 흔적도, 아무 고통도 남기지 않고 이 지긋지긋한 인세의 나날들을 억겁의 화염 속에 불태우겠노라!”


감옥에 다가갈수록 깊어지는 열기에 총관의 얼굴을 땀으로 가득했다.


위월화는 장포를 벗어 총관에게 건넸다.


“여기부터는 저 혼자 가겠습니다.”


“자네만 믿겠네.”


가주의 희망 섞인 표정을 보며 위월화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열쇠는 필요 없으십니까?”


총관이 열쇠를 들어 올리자, 위월화는 고개를 저었다.


위월화는 무복만 입은 채로 한철로 이루어진 감옥으로 다가갔다.


오랜 세월 동안 음기를 담아 한껏 차가움을 내뿜고 있는 한철로 만들어진 쇠창살도 미쳐버린 적청륭이 내뿜고 있는 열기를 완벽히 없애 주지는 못했다.


위월화가 문을 열려고 하자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쇠창살에 매달려 적청륭이 말했다.


“이번에는 너구나, 네가 이 몸을 위한 훌륭한 장작이 되겠어.”


위월화는 미소를 지으며 손에 내력을 집중했다. 그러자 붉은 혈기가 그의 손에 맴돌았다.


과거 혈신의 박투술인 혈전세의 장법 파령세(破靈勢)가 그의 손에서 현신했다.


‘아직 미약하지만, 이 정도면 미쳐 날뛰는 화룡을 제압하기는 충분하지.’


그의 팔이 핏빛 밀랍처럼 굳기 시작했다.


“아프겠지만 조금만 참거라.”


위월화의 말에 화륜 장법을 손에 모아 쇠창살로 날릴 준비를 하고 있던 적청륭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위월화의 손에 사람의 혼마저 부술 듯한, 핏빛 악귀의 형상이 일렁였다.


“좋아, 좋아 문을 열어라!”


위월화가 자세를 낮추더니 양손을 뒤로 젖혔다가 앞으로 내지르며 그대로 쇠창살에 장법을 발산했다.


일순, 입구에 매달려 있던 적청륭과 감옥의 쇠창살이 공성추에 맞은 것 처럼 엄청난 파공성과 함께 날아갔다.


콰아아아앙-


“커-억”


적청륭은 한철의 잔해만 남겨진 돌바닥을 피를 토하며 굴렀다.


“오랜만이구나. 전우여.”


작가의말

적청륭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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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복수에 미친 아수라를 미륵이 막아선다. 24.08.02 85 6 11쪽
13 피에 물든 달은 춤을 추고 24.08.01 109 6 12쪽
12 등잔 밑이 어둡다 24.07.31 126 7 12쪽
11 부자(父子)의 인연 24.07.30 126 6 12쪽
10 여래와 아수라 24.07.29 121 7 12쪽
9 쥐들의 습격 24.07.28 137 7 12쪽
8 하오문주(下五門主) 24.07.27 142 8 12쪽
7 화혈광룡(火血狂龍) 24.07.26 138 7 12쪽
6 불길 속에서 피어난 과거의 인연 24.07.25 141 8 13쪽
» 미쳐버린 화룡 +1 24.07.24 151 6 11쪽
4 화륜신가를 향해 24.07.23 162 7 12쪽
3 소가주를 위하여 +2 24.07.22 182 7 13쪽
2 역혼천명대법(逆魂天命大法) 24.07.21 188 7 13쪽
1 살신대전(殺神大戰) 24.07.20 253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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