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 미친 혈교 교주가 회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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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2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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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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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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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혈광룡(火血狂龍)

DUMMY

연회가 끝난 새벽, 위월화는 접객당에 마련된 연무장에 앉아 운기조식을 하고 있었다.


그의 주위에서는 붉은 운무가 짙게 피어나고 있었다.


그저 적색이었던 과거와는 달랐다.


지금 피어나는 혈기들은 핏빛 광채를 띄며 뱀이 혀를 날름거리는 듯 주위를 집어삼킬 듯했다.


‘천혈사혼신공 사 성으로는 온전한 혈신갑(血神甲)까지는 무리군’


위월화가 눈을 뜨며 앞에 있던 나무에 손을 뻗었다.


혈기는 온전히 그의 의념에 반응하듯 그가 손짓하는 곳으로 향했다.


뱀이 아가리를 벌리듯, 혈기는 나무를 감쌌다.


위월화가 주먹을 쥐자. 나무 밑동이 바스러졌다.


쿠아아앙-


나무는 마치 끔찍한 독에 오염된 것처럼, 생기를 잃고 쓰러졌다.


위월화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서 오거라.”


새벽의 안개 속에 적색 무복을 입은 한 남자가 접객당 문을 열고 들어왔다.


“벌써 알았소?”


“그리 화기를 내뿜고 다니는데 누가 모르겠느냐?”


적청륭이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었다.


“아직 몸이 익숙지 않아 그렇소. 이해 좀 해주시오.”


“그래, 무슨 일이냐? 연회가 끝나고 몸이 피로할 텐데. 잠을 더 자지 않고?”


위월화의 물음에 적청륭은 몸을 풀며 말했다.


“잠결에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 나이가 비슷해서 말이요.”


적청륭이 손으로 위월화를 가리켰다.


“그쪽도 약관 아니오?”


“그렇다.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


“의형제는 찬성이지만 내가 동생이라는 건 억울해서 말이지.”


적청륭의 말에 위월화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한 판 붙읍시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구나.”


위월화의 미소는 어느새 그리움과 반가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래, 그냥 넘어가면 화혈광룡(火血狂龍)이라 불렸던 적청륭이 아니지···”


“화혈광룡?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적청륭의 말에 기억에 편린이 위월화를 과거로 인도했다.


오독가의 가주가 사도련주가 된 이후, 사도 육가는 모두 오독가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특히 화륜신가의 가주 적의경은 내부의 알 수 없는 배신자로 인해 독살당한 상태였다.


이제 화륜신가의 이끌어 갈 사람은 소가주 뿐이었는데 그는 광증에 걸려 미쳐 있었다.


오독가는 껍데기뿐인 화륜신가를 쉽게 복속시켰다.


그리고 소가주인 적청륭을 끌고 가 이지를 조종하는 독, 이심화(理心華)에 중독시키고 살인 병기로 활용했다.


포달랍궁에서 무승들과 고승들을 이끌고 운남으로 돌아온 위월화가 제일 먼저 만났던 것이 적청륭이었다.


그는 전신이 쇠사슬에 묶인 채, 살심만 가득한 괴물이 되어 있었다.


물론 혈신의 무위였던 위월화는 적청륭을 조종하던 오독가의 독인들을 모두 몰살시키고 미쳐 날뛰던 그를 제압했다.


사로잡힌 적청륭의 내부를 관조하던 위월화는 그를 괴롭히는 독기와 영초의 양기를 간단하게 자신의 혈기로 흡수했다.


적청륭은 그렇게 정신을 차렸지만,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충격과 몰락한 화륜신가의 모습을 보고 한 달 동안 식음을 전폐했다.


어느날, 자리에서 일어난 적청륭이 위월화의 앞에 서서 했던 말이 아직도 그의 기억 속에 맴돌았다.


“한 판 붙읍시다.”


가볍게 위월화에게 패배한 적청륭이 그에게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내 모든 걸 당신께 바치겠소.”


적청륭이 울부짖으며 머리를 땅에 찧었다.


“제발 내게 복수할 힘을 주시오. 내 모든 걸 앗아간 인세를 불태울 억겁의 화염을 주시오.”


그날부로 적청륭은 위월화의 오른팔이 되었다.


아스라이 펼쳐지는 과거의 흐름에서 벗어난 위월화가 적청륭에게 손짓했다.


“오너라.”


적청륭의 양손에 주홍빛 화기들이 맺히며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마 막으려고 하면 양손이 타버릴지도 모르오.”


그 불꽃들은 맹렬히 회전하며 적청륭의 양팔을 감쌌다.


위월화는 자세를 낮추며 기수식을 취했다.


그의 양 팔은 어느새 붉은 홍보석처럼 물들어 있었고 양다리는 혈기들이 미쳐 날뛰고 있었다.


그 사이한 모습을 본 적청륭이 거리를 벌리며 장법을 날렸다.


손에 맺혀 있는 거대한 불덩이들이 위월화에게 차례차례 날아갔다.


위월화는 불덩이를 보더니 양손의 손가락을 구부리며 적청륭을 향해 그었다.


전대 혈신의 박투술 혈전세의 지법 중 하나인 단혈세(斷血勢)였다.


얇지만 날카로운 핏빛의 칼날이 불덩이를 자르고 적청륭에게 근접했다.


일순, 적청륭의 몸에 불길이 일더니 더욱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적청륭은 양손을 모으고 중얼거렸다.


“염라수(炎羅手)···.”


염라대왕이 지옥의 죄인을 불태우듯 거대한 불꽃이 단혈세를 짓이기며 위월화에게 다가왔다.


위월화는 다리에 혈기를 집중시키며 입을 열었다.


“장법만으로는 화혈광룡의 칭호를 얻기 부족할 것이다.”


위월화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거대한 화염 속으로 뛰어들었다.


“잘 보거라.”


위월화의 양 다리가 회전하더니 마치 혈룡(血龍)이 승천하는 것처럼 혈기를 발산하며 모든 걸 삼켜갔다.


염라수는 그 회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혈기들에 찢어지며 점점 형태를 잃어갔다.


위월화가 그대로 하늘에서 다리를 아래로 찍었다.


최후의 절초가 무너진 적청륭은 양팔을 교차해 위월화의 각법을 막으려 했다.


콰아아아아앙-


청강석으로 이루어진 연무장의 바닥이 깊게 파였다.


위월화는 적청륭 한 보 앞에서 각법을 거두었다.


연무장의 석판에는 마치 용이 똬리를 풀고 승천하는 듯한 모습이 새겨졌다.


“보았느냐?”


“그건 무슨 각법이오?”


놀라서 눈이 동그래진 적청륭을 보며 위월화가 씩 웃었다.


“화룡주유(火龍周遊).”


“혹시··· 가르쳐 줄 수 있소?”


열정 넘치는 두 눈으로 적청륭은 위월화를 바라봤다.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다짐하면 한 번 생각해 보지.”


적청륭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오늘부터 내 형님으로 모시리다.”


그 모습에 위월화는 따뜻하게 웃었다.


“이 몸의 목숨을 구해준 은혜 평생 잊지 않으리다.”


적청륭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에는 진심이 가득했다.


“앞으로 형님이 가는 길에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이 몸이 앞서 그 모든 걸 태워버리리다.”


위월화가 적청륭을 일으켰다.


“잘 부탁한다.”


“이를 말씀이오. 형님.”


새벽이 지나고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위월화와 적청륭의 무공에 관한 이야기는 끝날 줄 몰랐다.


화룡주유의 구결을 설명하고 초식을 보여주자 마치 자신의 무공이었던 것처럼 적청륭은 금세 이해했다.


“아! 가주님이 아침 식사를 함께하자고 하셨소.”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조금만 더 연습하고 가자꾸나.”


둘은 몇 번 합을 맞춰보고는 조식을 먹으러 화륜신가 가주실로 향했다.


가주실 탁자에는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적의경은 상석에 앉아 가솔들과 함께 그들을 맞았다.


땀에 범벅이 된 채로 가주실로 들어온 그들을 보며 적의경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 둘이 새벽 수련을 하고 온 모양이구나. 자자 어서 앉거라.”


적의경의 말에 적청륭과 위월화가 자리에 앉았다.


“수련이라기보단 지도를 받았습니다.”


“실력 차이가 많이 나더냐?”


적청륭이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상대도 안 되었습니다.”


적청륭의 말에 적의경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 장법으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새로운 각법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적청륭의 말에 가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새로운 각법이라면 본가의 염제신공(炎帝神功)에 맞춰야 할 것인데···”


“희한하게 각법의 구결이 심법과 잘 맞습니다.”


당연한 일이었다.


과거 화혈광룡 적청륭이 수많은 전투를 겪으며 스스로 창안한 각법이었으니 말이다.


진실을 말할 수 없던 위월화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


“우연히 얻은 무공이 소가주에게 꼭 맞는 것 같아 의형제를 맺은 기념으로 전해주었습니다.”


위월화의 말에 적의경은 크게 기뻐했다.


“본가가 큰 도움을 받았는데, 소가주의 무공까지 봐주다니···”


적의경이 위월화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본가에 필요한 것이 없는가? 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뭐든 들어줌세.”


그 말에 위월화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제가 운남으로 가려고 하는데 소가주가 동행했으면 합니다.”


적청륭은 허겁지겁 밥을 먹다 위월화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 말이요?”


“그래. 동생의 도움이 필요하다.”


적의경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운남이라면 오독가의 영역인데, 오독가와 무슨 일이 있는가?”


위월화의 표정이 차분해졌다.


“오독가에 씻을 수 없는 빚이 있어서 말입니다.”


위월화는 정적에 휩싸인 좌중을 바라봤다.


“오독가와의 분쟁이 부담스러우시다면 거절하셔도 됩니다.”


위월화의 말에 가주가 그의 잔에 차를 따라주었다.


“화륜신가가 그렇게 나약해 보이던가?”


적의경은 자신의 잔에도 차를 채웠다.


“화륜신가는 그까짓 분쟁이 무섭다고 은인을 외면하는 가문이 아니네.”


적의경이 단숨에 차를 들이켰다.


“내 원한다면 본가의 무력대 또한 지원해 주지.”


적의경의 선언에 가솔들과 총관이 다급히 일어났다.


“가주님!”


“그러다간 정말로 오독가와 분쟁이 격화될 수 있습니다.”


가솔들과 총관의 말에 적의경의 손에 있던 찻잔이 재로 변했다.


“언제부터 우리 화륜신가가 운남에서 기생하는 저 벌레들을 두려워했단 말인가?”


적의경의 노성에 적청륭은 자랑스럽다는 듯 입꼬리가 올라갔다.


“화륜신가를 이끌어갈 소가주를 구한 은인의 부탁일세. 더 이상 일어반구 하지 말게나.”


적의경의 말에 위월화가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포권을 올리며 입을 뗐다.


“개인적인 원한으로 화륜신가에 누를 미치고 싶지 않습니다.”


위월화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일에는 소가주만 함께 한다면 충분합니다.”


적의경이 일어나 위월화의 어깨를 두드렸다.


“내 허락함세. 청륭이 너는 어떻냐?”


적청륭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각법 연습을 도와준다면 함께 하겠소! 형님.”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나.”


잘 맞는 둘의 합에 가주와 가솔들 모두 입에 호선을 그렸다.


적의경이 위월화를 보며 말했다.


“언제 출발할 셈인가?”


위월화가 공손히 답했다.


“내일 새벽에 출발할 예정입니다.”


“필요한 것은 없는가?”


위월화는 잠시 생각하더니 총관을 바라봤다.


“소가주가 탈 준마 한 필을 준비해 주십시오.”


“그거야 어렵지 않지.”


적의경도 총관을 보았다.


“총관, 내일까지 제일 좋은 말 한 필을 준비해 주게나.”


“예. 가주님.”


심각한 대화가 끝나자, 서로에 대한 담소와 식사가 이어졌다.


식사가 파한 후 위월화와 적청륭, 적의경은 화륜신가 연무장으로 가 새로운 각법에 대해 논의했다.


하루는 금세 지나갔다. 어스름한 달빛이 비친 새벽, 떠나는 채비를 마친 위월화와 적청륭은 화륜신가의 배웅을 받았다.


말에 오르는 그들을 보며 적의경이 입을 열었다.


“우리 소가주를 잘 부탁하네.”


“이를 말씀이겠습니까? 임무가 끝나면 무사히 돌려보내겠습니다.”


하품하는 적청륭을 보며 적의경이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청륭아, 몸 건강히 돌아오거라.”


적청륭은 졸린지 눈을 비비고 가주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 많이 배우고 돌아오겠습니다.”


위월화가 말의 고삐를 채며 적의경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이제 가보겠습니다.”


적의경이 고개를 끄덕이자, 위월화는 출발하려고 했다.


그때 화륜신가의 둘째, 셋째 딸이 그를 불렀다.


“위공자!”


“잠시만요.”


둘은 주작이 수놓아진 붉은 손수건을 꺼내 위월화의 검집에 묶어 주었다.


“무운을 빌어요. 위공자!”


“위공자님, 무운을!”


위월화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말을 몰아 적청륭과 함께 화륜신가를 떠났다.


떠나는 위월화의 뒷모습을 보며 적의경이 중얼거렸다.


“허참,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 청년일세, 그려.”


적의경의 아쉬운 표정에 총관이 위로하듯 말했다.


“저희 가문에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총관의 말을 듣고 적의경이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왠지 우리에 가둘 수 없는 거대한 잠룡 같단 말이지.”


작가의말

화룡주유! 이야아아아아압~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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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혈신강림(血神降臨), 혈천전세(血天展世) +1 24.08.05 69 4 12쪽
15 흑천을 뒤덮은 피 바람 24.08.04 89 5 12쪽
14 복수에 미친 아수라를 미륵이 막아선다. 24.08.02 85 6 11쪽
13 피에 물든 달은 춤을 추고 24.08.01 110 6 12쪽
12 등잔 밑이 어둡다 24.07.31 126 7 12쪽
11 부자(父子)의 인연 24.07.30 127 6 12쪽
10 여래와 아수라 24.07.29 122 7 12쪽
9 쥐들의 습격 24.07.28 138 7 12쪽
8 하오문주(下五門主) 24.07.27 142 8 12쪽
» 화혈광룡(火血狂龍) 24.07.26 139 7 12쪽
6 불길 속에서 피어난 과거의 인연 24.07.25 141 8 13쪽
5 미쳐버린 화룡 +1 24.07.24 151 6 11쪽
4 화륜신가를 향해 24.07.23 163 7 12쪽
3 소가주를 위하여 +2 24.07.22 183 7 13쪽
2 역혼천명대법(逆魂天命大法) 24.07.21 189 7 13쪽
1 살신대전(殺神大戰) 24.07.20 254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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