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 미친 혈교 교주가 회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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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20 12:14
최근연재일 :
2024.08.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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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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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여래와 아수라

DUMMY

위월화의 신형은 빛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그가 거리에 다시 도착했을 때 상황은 이미 정리가 된 뒤였다.


적청륭이 거대한 체구의 남자를 질질 끌며 위월화에게 다가왔다.


“젠장할··· ”


적청륭의 오른쪽 눈에는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아직 멀었구나.”


“그게 겨우 적을 생포해 온 동생에게 할 말이오?”


적청륭이 섭섭하다는 듯이 말했다.


“여기 받으시오.”


사내의 무게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적청륭이 위월화에게 그를 던졌다.


위월화는 사내를 가볍게 낚아채며 그의 풍해혈에 내기를 주입했다.


전신에 화상을 입고 얼굴이 곤죽이 된 사내가 곧 눈을 떴다.


위월화가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너는 하오문의 쟁자수들을 맞고 있는 대주겠군.”


“그렇소이다.”


남자는 모든 걸 체념한 듯한 표정이었다.


“왜 갑작스레 반란을 일으켰느냐?”


남자의 안광이 빛났다.


그는 뭔가 결심한 듯했다.


사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위월화가 그의 입을 부여잡고 손가락의 피 한 방울을 떨어트렸다.


알 수 없는 위월화의 행동에 적청룡의 눈이 커졌다.


“그건 무슨 대법이오?”


위월화가 손을 들어 다가오는 적청륭을 막더니 눈을 감고 집중했다.


잠시 시간이 지났을까 위월화의 적안이 떠지며 형형하게 핏빛 안광을 발했다.


“그렇군, 그렇게 된 것이었어.”


위월화가 상황을 정리하고 있는 하오문의 부문주에게 다가갔다.


조채옥은 그를 보며 인사를 올렸다.


위월화와 적청룡이 보여준 압도적인 무위에 그녀는 많이 놀란 눈치였다.


“주군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위월화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조채옥의 얼굴을 낚아챘다.


“컥”


위월화는 사내에게 했던 것처럼 조채옥의 입을 벌려 피 한 방울을 넣었다.


위월화가 조채옥을 놓아주자, 조채옥이 배를 잡고 쓰러지더니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악!”


피를 먹은 사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몸을 부르르 떨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위월화가 적청륭에게 다가갔다.


“갑자기 왜 그러는 것이오? 형님!”


당황한 적청륭의 표정에도 위월화의 얼굴은 변함이 없었다.


“나를 믿느냐?”


“······”


“나를 믿느냐고 물었다.”


적청륭의 눈동자에 결연함이 어렸다.


“믿소이다.”


위월화는 적청륭의 입에 손가락을 갔다 댔다.


“마시거라.”


적청룡도 피를 마시자, 위월화의 전신에는 살아있는 듯한 피 안개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혈기는 순식간에 하오문도들 앞에 있던 총관을 향해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빠르게 쏘아졌다.


총관은 팔을 들어 방어했지만, 혈기는 그녀의 양팔을 그대로 뚫어버렸다.


“끄아아악!”


마치 그녀는 손바닥이 못이 박힌 것처럼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있는 그녀에게 위월화가 천천히 다가갔다.


“왜··· 왜 그러시는 겁니까?”


“고독(蠱毒)을 썼구나.”


“그게··· 무슨 말씀인지?”


재미있다는 듯 위월화의 입꼬리가 반쯤 올라갔다.


“과거에도 그랬다. 혈영궁 내부 정보가 어디선가 항상 새어나갔지.”


위월화의 적안이 그녀를 응시했다.


“무림맹주는 항상 우리보다 앞서 있었어.”


위월화가 강제로 그녀의 입을 벌렸다.


“사도련을 통일 할 때도, 천마의 목을 베기 위한 멸마의 성전 때도 말이야.”


위월화는 그녀의 입에도 피 한 방울을 떨어트렸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백도 무림 놈들이었지.”


그녀의 배가 볼록하게 부풀어 오르더니, 뱃가죽을 뚫을 것처럼 움직였다.


총관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우웨에에엑.”


잠시 후 위월화의 피를 먹은 이들 모두 검은색 벌레를 토해냈다.


토사물과 섞여 발버둥 치는 벌레를 위월화는 손들어 올렸다.


벌레는 발버둥 치며 위월화의 손바닥을 파고들려 했지만, 수기에 막혀 원하는 바를 이를 수 없었다.


위월화가 손을 쥐어 벌레를 터트리며 총관을 가만히 응시했다.


“들을 이야기가 많을 테니, 오늘 밤은 길겠구나.”


충격적인 상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하니 있는, 하오문도들에게 위월화가 명령을 내렸다.


“쓰러진 자들을 모두 싣고 나를 따른다.”


위월화는 적청륭을 말의 안장에 눕히고 말들을 이끌며 천천히 거리로 향했다.


객잔의 사람들은 위월화가 벌인 혈겁과 피를 뒤집어쓴 그의 모습에 겁을 먹어 숨소리도 내지 못했다.


위월화는 저절로 열리는 인파를 가로지르며 근처 객잔으로 향했다.


그때, 저 멀리 먼지를 일으키며 한 무리의 무인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입가에 피를 흘리는 늑대가 수놓아진 검은 장포를 휘날리며 위월화의 앞에 도착한 이들은 전부 그의 앞에 부복했다.


“주군을 뵙습니다.”


“때마침 잘 와주었구나.”


위월화가 광서성을 넘어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흑천미륵가에서 출발한 혈랑대였다.


위월화는 허리춤에 두툼한 전낭을 던지며 그들에게 명했다.


“피해를 입은 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고 시체를 치워라.”


“존명!”


“그리고 흑천미륵가 안훈현 지부로 안내할 길잡이 한 명도 필요하구나.”


위월화와 일행은 혈랑대의 안내를 받으며 지부로 향했다.


지부는 위월화와 일행들이 머물기에 적당한 크기였다.


지부에 도착하자 적청륭이 제일 먼저 눈을 떴다.


“끙··· ”


“일어났느냐?”


“이게 다 무슨 일이요? 여긴 어디고.”


위월화가 시비에게 수건을 받아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적청륭에게도 천을 던져 주었다.


“흑천미륵가의 지부다. 걱정하지 말거라.”


위월화는 고갯짓으로 조채옥의 총관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년이 우리를 습격한 가짜 하오문주의 진짜 배후다.”


정신을 못 차리며 누워있는 총관에게 적청륭이 다가갔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만.”


적청륭이 배를 문지르며 위월화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왜 배는 아픈 거요?”


“저년이 우리에게 고독을 먹였더구나.”


위월화의 말을 듣자마자, 적청륭은 혀를 내밀며 헛구역질했다.


“우웨에에에엑-”


“이미 아까 다 토해내서 게워 낼 것도 없을 것이다.”


적청륭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위월화는 미소를 지었다.


“형님이 고독을 없애 준 것이오?”


“내 독과 사술에는 이골이 나서 말이다.”


어느새 조채옥도 정신을 차리고 배를 부여잡으며 위월화 곁으로 왔다.


“설마 총관이 배신자였을 줄이야.”


그녀가 위월화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다 제 탓입니다. 죄송합니다. 주군.”


위월화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너무 상심치 말거라.”


위월화는 흥얼거리며 기절한 총관을 질질 끌고 어디론가 향했다.


적청륭과 조채옥도 서둘러 그를 따라갔다.


지하실로 향한 위월화는 그녀의 손과 발을 의자에 묶었다.


위월화의 손가락이 붉은 기운이 어리더니 가볍게 그녀의 단전을 뚫었다.


“끄어어어어억”


그녀는 내공이 사라지는 끔찍한 고통 때문에 강제로 눈을 떴다.


위월화는 그녀의 입을 벌려 어금니를 살펴보더니 독단이 박혀 있는 이를 그대로 뽑아버렸다.


“꺽··· 꺽··· 꺽··· ”


위월화는 의자를 가지고 와 그녀와 마주 앉았다.


“자··· 이제야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할 수 있겠구나.”


위월화를 보는 총관의 눈은 이미 공포 때문에 초점을 잃었다.


“진실을 말하지 않을 시, 지옥도를 선사 해주마.”


총관이 공포에 질린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독은 백도 무림에선 금지되어 오독가 밖에 쓰지 않는다. 맞느냐?”


그녀가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독가에서 어떻게 하오문의 위치를 알고 너에게 접근했느냐?”


“개··· 방, 개방에서 저를 납치해 고독을 먹였습니다.”


총관의 말에 위월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개방이 움직였다면 뒷배에는 무림맹이 있었을 터, 너에게 계속해서 명령을 내린 것이 무림맹주더냐?”


그녀는 힘없이 머리를 떨구었다.


총관의 눈동자에는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하오문을 와해시키는데, 일조하면 고독을 빼내 준다고 했습니다.”


위월화는 아무런 감정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개방을 통해 계속해서 무림맹주의 명을 받고, 오독가에서 받은 고독을 이용해, 하오문 대주들을 반란에 가담시킨 것이냐?”


“맞습니다.”


그녀가 죽음을 직감했는지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세요.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누구나 살고 싶은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지금부터라도 하오문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


총관의 말에 위월화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한 인물이 떠올랐다.


‘천수장(天手掌) 무진(無瞋) 이번 생에도 이렇게 엮이는가?’


소림사의 방장이자 당대의 무림맹주, 백도 무림의 기둥.


호사가들이 그를 부르는 수식어는 셀 수조차 없었다.


무진은 소림사에서 가장 익히기 어렵다는 여래신장(如來神掌)을 대성하고 백도 무림에서는 더 이상 호적수가 없는 자였다.


‘무서운 것은 인자해 보이는 가면 뒤에 존재하는 자비 없는 신념이지.’


정의라는 미명하에 거리낌 없이 자신의 기준과 어긋나는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그가 생각났다.


‘과거 포달랍궁에서 돌아왔을 때, 사도련이 예전의 위세를 잃은 것도 무진의 짓이었는가?’


위월화는 광소를 멈추고 상념에서 벗어났다.


그의 손은 무정하게 곡선을 그렸다.


잘린 목의 단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하오문을 배신했던 총관의 목은 그렇게 덩그러니 지하실 바닥에 떨어졌다.


적청륭과 조채옥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눈을 감았고 위월화는 지긋이 시체의 머리를 밟아 터트렸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내 평생의 숙적이여.’


***


무림맹의 맹주실, 빛바랜 승복을 걸친 고승이 버둥거리는 벌레들이 들어 있는 병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다섯 개의 병에서 벌레들이 터져나갔다.


“하오문 말살지계는 실패했네.”


노인의 앞에는 낡은 장삼을 거친 거지가 비어있는 잔에 술을 따르고 있었다.


거지는 더러운 파의(破衣)를 입고 있었으나 그가 풍기는 기도는 쉽사리 그를 범접하지 못하게 했다.


“하오문을 혼란에 빠트려 향후 10년간은 사도련의 눈과 귀를 막으려 했건만··· 아미타불”


거지는 술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어찌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겠소이까? 맹주.”


거지의 말에 노승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용두방주께서는 소승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가 보오?”


그는 따르던 술잔을 멈추고 무진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백도 무림을 위한 일이라지만 오독가와 손을 잡는 건 아니지 않소?”


거지의 말에 맹주가 그의 앞에 앉았다. 그는 술잔을 들이켰다.


“모두 여래님의 뜻이라오.”


그는 반쯤 차 있는 거지의 술잔에 마저 술을 따라주었다.


“더 큰 살생 막고 민초들의 고생을 덜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계도(戒刀)를 들어 손에 피를 묻혀야 한다오.”


용두방주 광취선개(狂取仙丐) 상탁(相倬)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은 부처님의 뜻이오. 아니면 맹주 당신이 원하는 것이오?”


상탁의 말에 무림맹주 무진은 목에 걸친 낡고 기다란 염주를 굴리기 시작했다.


“선업을 위해서라면 부처님의 불살계라도 어길 수밖에 없소.”


“왠지 땡중의 구차한 변명 같구려.”


용두방주의 조롱에도 맹주의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쩌겠소. 사마외도의 무리는 사방에 널려 있고 정과 협을 행하는 우리는 스스로에 계율에 묶여 나약해지고 있는데.”


무진은 한숨을 쉬었다.


“나를 지옥으로 몰아가는 길이라 해도 그것이 옳은 일이라면 난 지옥 불에 기쁜 마음으로 들어가리다.”


무림맹주 무진의 눈에는 초연하고도 고아한 신념이 흐르는 듯했다.


상탁은 그런 그의 눈빛을 보더니 손을 저었다.


“에이 거참, 술맛 떨어지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구만. 난 이만 가보겠소.”


“오독가와 사천당가의 일을 부탁하오.”


무진의 말을 듣고 잠시 걸음을 멈췄던 용두방주는 힘겹게 입을 떼었다.


“걱정하지 마시구려.”


작가의말

요즘 따라 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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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흑천을 뒤덮은 피 바람 24.08.04 89 5 12쪽
14 복수에 미친 아수라를 미륵이 막아선다. 24.08.02 85 6 11쪽
13 피에 물든 달은 춤을 추고 24.08.01 110 6 12쪽
12 등잔 밑이 어둡다 24.07.31 126 7 12쪽
11 부자(父子)의 인연 24.07.30 126 6 12쪽
» 여래와 아수라 24.07.29 122 7 12쪽
9 쥐들의 습격 24.07.28 137 7 12쪽
8 하오문주(下五門主) 24.07.27 142 8 12쪽
7 화혈광룡(火血狂龍) 24.07.26 138 7 12쪽
6 불길 속에서 피어난 과거의 인연 24.07.25 141 8 13쪽
5 미쳐버린 화룡 +1 24.07.24 151 6 11쪽
4 화륜신가를 향해 24.07.23 163 7 12쪽
3 소가주를 위하여 +2 24.07.22 182 7 13쪽
2 역혼천명대법(逆魂天命大法) 24.07.21 188 7 13쪽
1 살신대전(殺神大戰) 24.07.20 253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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