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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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시안
작품등록일 :
2024.07.20 22:08
최근연재일 :
2024.08.12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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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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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키

DUMMY

[1화]


2124년, 대한민국 서울.


한강을 배회하는 중대형 크루즈선 엘스카이호.


이 크루즈선은 '사랑'을 뜻하는 별칭 '엘리스키'로 불린다.


***


적막이 흐르는 서재.


책상 위에는 적색 포도주가 채워진 와인잔과 와인병이 놓여있다.


그 옆으로 보이는 젊은 시절 블랙과 보라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책상 한가운데에는 만년필과 함께 낡은 서적 한 권이 덮여 있다.


너덜너덜해진 표지에는 제목이 쓰여 있지 않다.


***


비스트로 춘(春).


중년의 블랙과 라임이 창가 좌석에 마주 앉아 대화한다.


“보내주신 원고 초안은 잘 봤어요.”


“어때?”


라임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미소 짓는다.


“하하, 내 그림에서 어떻게 그런 안드로메다와 같은 영감이 떠오를 수 있죠? 진짜 못 말린다니까.”


블랙이 창가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근데 원래 로라한테 보여주려고 쓴 거 아니에요? 로라가 이거 보면 충격이 엄청 클 거 같은데.”


블랙이 여전히 창가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는다.


“···그게 우리 운명이잖아.”


“∙···아무튼, 다음 주 여기 위에서 재단 창립 행사 있는 거 알죠? 오빠 작품 그때 공개할 거니까, 수정고 완성되시면 모레까지 필립한테 보내 놔요.”


블랙이 여전히 창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블랙의 무릎 위에는 가면 한 점이 올려져 있다.


***


르네상스 서버의 수도 피렌체에는 메디치금융국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전문 기관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명문 금융기관이다.


메디치금융국에서 열린 월례회의가 끝나가고 있다.


푸른색 정장을 입은 중년의 국장, 시안이 회의를 마무리 짓는다


“그럼 일정이 있으니 월례회의는 그만 마치도록 하죠.”


옆의 비서가 시안에게 다가와서 말한다.


“다음 일정은 메디치대학입니다, 국장님.”


시안은 회의를 마치고 메디치대학으로 향한다.


캠퍼스 전경이 펼쳐진다.


***

신입생 하람과 은솔이 메디치대학 교양관 복도를 걷는다.


“넌 알았냐? 우리가 대학교를 두 개나 동시에 다닐 줄을?”


하람의 말하자 은솔이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나마 세 개가 아닌 걸 감사해. 그나마 바로크에선 쉬잖아.”


“넌 참 긍정적이어서 좋겠다.”


“누.나. 호칭 제대로 안 쓸래?”


“밖에서는 1분 먼저 태어났어도, 여기선 아니거든. 우리 동시에 등록된 거 알 텐데?”


은솔이 째려보다가 그냥 무시하며 말했다.


“오늘 교양강의 첫날인 거 알지?”


“내가 설마 그것도 체크 안 하고 접속했겠냐? 메타버스학 개강일이잖아. 무려 6학점짜리. 그냥 너 따라서 접속한 거 아니거든?”


“그거 이번에 아빠가 교수님으로 오신다는 소문이 있던데.”


“나도 듣긴 했어.”


“무튼. 난처하실 수도 있으니까 너무 티 내면서 아는 체하지 마.”


“나도 생각이란 게 있거든?! 질문도 잘 안 던질 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


***


메디치대학 교양관 대강의실.


앞줄에는 동그란 뿔테 안경을 쓴 로라가 앉아 있다.


곧이어 은솔과 하람이 강의실에 들어온다.


로라는 은솔과 하람을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흔든다.


“선배! 여기!”


로라가 미리 맡아 놓은 좌석에 착석한 은솔과 하람.


로라는 은솔과 하람에게 말한다.


“니들 소문 들었어? 이번에 메타버스학 강의 맡으신 교수님이 레전드 중에서도 레전드래. 무려 메디치금융의 국장이라니!”


은솔과 하람은 이미 알고 있다는 표정이다.


“뭐야, 나만 따야?”


“선배, 근데 오늘 보셔도 별로 안 신기하실 거예요. 저번에 보셨을...”


은솔이 하람에게 아직 때가 아니라는 듯이 눈치를 준다.


“그분이 사실 저희 아...아!!”


은솔이 하람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으며 말을 가로챈다.


“아...아...앞집에 사시거든요.”


로라와 하람이 동시에 은솔을 쳐다보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


은솔이 로라를 등지고 하람을 째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람이 아파서 표정을 찡그리다가 애매하게 웃으며 말한다.


“아...아... 맞아요, 앞집.”


“앞집? 너희 이번에 이사 갔었잖아. 나도 몇 번 놀러 갔었고.”


“예, 맞아요.”


“근데 그때 본 앞집 아저씨가 국장임이었다고? 그 파란 츄리닝 아저씨?”


은솔이 허탈한 표정으로 말한다.


“예, 그 파란 츄리닝 아저씨요.”


“그렇게 안 보이시던데...”


“저도 그렇게 안 보이던데, 그러시더라고요. 저도 엄마가 말씀 안 해주셨으면 모를..”


“어머니랑도 잘 아시나 보네?”


“일 때문에 자주 보시거든요.”


“그래?.. 근데 너희들 그동안 그런 유명인사 앞집에 살면서 나한테 한마디로 얘길 안 했어? 좀 서운한데 이거?”


은솔과 하람이 어색하게 웃는다.


[자자, 다들 착석해주세요.]


강의실에 입장한 시안이 앞줄에 앉아있는 은솔, 하람과 눈이 마주친다.


긴장에 침을 꿀꺽 삼키는 은솔과 하람.


시안이 옆에 앉아있는 로라와도 눈이 마주치고, 잠시 시간이 멈춘다.


***


중년의 블랙은 서재에서 레드 와인을 홀짝인다.


그의 시선은 책상 위의 사진에 꽂혀 있다.


사진 속에는 와인을 음미하고 있는 보라의 모습이 담겨있다.


블랙은 고독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니체가 말했다. 사랑에는 늘 어느 정도 광기가 있다. 그러나 광기에도 늘 어느 정도 이성이 있다고. 지금 내 감정이 사랑이라면, 이 감정의 술잔에 담긴 광기와 이성의 비율은 몇 대 몇 정도일까? 이성은 없이 광기로만 가득 찬 술을 들이키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아직도 그것이 걱정되고 궁금하다.’


***


메디치대학 교양관 대강의실.


메타버스학 강의를 맡게 된 김시안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먼저 자신을 소개하며, 메디치금융의 자산운용국장으로도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졸업 후 메디치금융에 입사하고 싶은 학생들이 있는지 물었다.


강당에 있던 학생들 중 절반 이상이 손을 들었다.


시안은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얼추 절반 이상이 들어오고 싶은 듯한데. 그럼 문제. 자산운용국의 정원은 몇 명일까?”


한 학생이 빠르게 손을 들었고, 시안은 대답해도 좋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천 명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맞네, 정확히는 999명이지. 그럼 이들이 하루에 굴리는 자산은 어느 정도 규모일까?”


몇몇 학생들이 손을 들었고, 시안은 앞줄에 있던 학생들에게 차례로 대답해보라고 했다.


“100억 피오리 정도입니다.”“250억 피오리 정도입니다.”“500억 피오리 정도 되지 않을까요?”


시안은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찍었나?”


“예, 찍었습니다.” 학생은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일단 세 번째 학생이 가장 정확하게 근접했네. 메디치금융의 AUM은 총 2,500억 피오리 정도로 달러로 따지면 약 250조 달러 정도이지. 한화로 따지면 30경 원 정도 되려나. 그중 평균 20%의 자산이 매일 재투자되네. 25조 달러 정도이지. 일 인당 하루에 굴리는 자산은 250억 달러, 한화로는 30조 원 정도이니, 그 무게가 실감이 되려나?”


학생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와, 대박 인당 250억 달러래.”


“인센티브 0.1bp만 받아도 그게 얼마야?”


시안은 손을 들어 조용히 시키며 말했다.


“자, 자 조용. 맞춘 학생에게 박수. 오늘 강의 끝나고 로또 사게나.”


박수 소리가 강당 안에 퍼졌고, 학생4는 민망하지만 뿌듯해하며 자리에 앉았다.


시안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이 규모가 현실의 금융시장 규모를 압도한다는 걸세. 왝더독 현상. 뭔지 설명해 줄 사람 있나?”


한 학생이 손을 들자 시안은 그를 지명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전에 꼬리로 취급받았던 메타버스 금융시장이 몸통이었던 현실의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크게 성장한 것을 빗대신 게 아닐까 합니다.”


시안은 만족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눈치 좋은 학생이구만. 몇 학번 무슨 과인가?”


“24학번 의상학과입니다!”


“자네 전과할 생각 있나?”


“전혀 없습니다!”


주변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의상학과 학생도 아는 이 사실! 우리는 메타버스가 현실의 금융시장을 흔드는 중요한 22세기 초입에 서 있네. 현재 현실에서 전세계주식시장의 시가총액 규모는 약 400조 달러,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은 어디일까?”


시안은 한 학생을 지목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지목된 학생은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국...일까요?”


“하하.. 틀린 거 알지? 힌트. 국가가 아니다.”


“아, 트리니티입니다.”


“그렇지! 트리니티는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이곳 르네상스와 바로크 서버를 운영하는 세계최대의 메타버스기업입니다. 현시점 시가총액 150조 달러 규모로서 대략 1/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그런데 여기서 문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드나?”


다른 학생이 손을 들자 시안이 그를 지명했다. “학생은 어떤 점이 이상한가?”


“트리니티의 시총은 150조 달러인데, 트리니티가 운영하는 르네상스 서버에서만 일일 거래되는 운용자산이 250조 달러인 점이 특이하며, 파생시장까지 합쳤을 경우, 시장규모가 1/3보다 더욱 늘어납니다.”


“정확하네!”


다수 학생들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안은 계속해서 말했다. “트리니티를 제외한 250조 달러의 시장과, 트리니티가 영향을 끼치는 400조 달러의 시장. 둘 중 어느 시장에 뛰어들 것인가 하는 것은 현명한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


준비된 강의 커리큘럼 자료화면이 띄워진다.


“해당 강의는 마이그레이션에 처음 접속하는 대학교 초년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 교양강의다. 마이그레이션은 트리니티사가 특허를 보유한 핵심기술이며, 해당 기술을 통해 유저들은 본인의 아바타에 접속하여, 신체와 정신을 완벽하게 동기화할 수 있다. 마이그레이션은 오늘 강의실에 입장하기 위해 이미 해봤을 것이다. 현실 세계와 메타버스 세계를 이어주는 기술. 현실 세계의 기억을 가지고, 메타버스 속의 모든 능력이 강화된 자신을 현실과 같이 제어할 수 있는 기술. 즉, 쉽게 말하자면, 이곳 르네상스의 자신을 현실로 바꿔주는 기술이다.”


로라는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저, 교수님.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 질문하게.”


“...저는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현실이라는 세계를 이제까지 한 번도 체험한 적이 없습니다. 전 이곳 르네상스에서만 살았으니까요.”


주변의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뭐야, 쟤 뉴타입(New Type)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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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취미 매칭 카페, 카프 24.07.21 5 0 11쪽
2 뉴타입 24.07.20 9 0 15쪽
» 엘리스키 24.07.20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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