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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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시안
작품등록일 :
2024.07.20 22:08
최근연재일 :
2024.08.12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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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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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심을 핑계로 한 ■

DUMMY

[8화]


밤, 빠세달-룸석에서 벌어지는 일.


보라는 다빈과 치치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녀는 취하고 싶다며 블랙에게 와인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때 래오가 비장한 표정으로 나섰다.


“교수님, 다 감수하시겠습니까?” 그가 말했다.


블랙은 멀뚱히 쳐다보며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르도가 블랙의 귓가에 속삭였다. “마젠타 와인은 안 주는 게 좋아요.”


“왜요?” 블랙이 물었다.


“이따 주사 겪어보시면 알 거예요.” 나르도가 답했다.


래오가 다시 한 번 물었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다 감수하시겠냐는 말입니다.”


블랙은 장난스러운 태도로 대답했다. “드라마 많이 보셨구나? 감수할게요, 암~ 다 감수하고말고.”


시간이 지나, 테이블 위에는 별의별 술병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모두가 만취한 상태였다.


래오가 말했다. “자, 자, 저희 진실의 방으로 가서 게임이나 한 판 할까요? 뽑힌 주제에 대해서 솔직하게 대답하기, 오케이?”


모두가 “오케이!”라고 화답했다.


블랙이 비트에 맞춰 현란한 손짓을 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케...(이)?!”


다른 이들은 블랙이 못 볼 걸 본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다빈과 치치는 조심스럽게 눈을 가렸다.


래오가 말했다. “오케 오케(=어떻게)..못 볼 걸 봤네.”


블랙은 민망해서 힙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보라는 역시 못 볼 걸 본 듯한 눈으로 “좀 더러웠어.”라고 말했다.



***


빠세달의 밤, 게임룸에 모인 빅데이터팀.


보드카페 같은 분위기의 빠세달 내부 게임룸에 빅데이터팀이 모여 있었다.


래오가 말했다.


“뽑은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대답하는 거예요. 일단 시범을 위해서 교수님이 먼저 뽑고 읽어줄래요?”


블랙이 카드를 뽑아 들었다. '연애의 필수품'이라고 쓰여 있었다.


“연애할 때 필수적인 것은?” 블랙이 물었다.


“머니 머니 해도 머니~” 래오가 대답했다.


“밀땅의 기술~!” 나르도가 말했다.


“한사무나 카오~(잘생긴 얼굴이란 뜻)” 다빈이 말했다.


“능슈어~(말빨이라는 뜻)” 치치가 대답했다.


보라가 말했다. “이기심.”


순간 정적이 흘렀다. 팀원들이 보라를 응시했다.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블랙이 물었다.


“아닌데, 제대로 들은 거 맞는데.” 보라가 말했다.


“(진짜 궁금한 표정) 왜 그렇게 생각해요?” 블랙이 물었다.


“(술에 취해 눈은 반쯤 풀린) 빅데이터 산업이 어떻게 발전한지 아세요?”


보라가 말했다.


팀원들이 갑자기 술기운이 확 깨며 눈에 초점이 잡혔다.


그들은 보라를 동시에 응시했다.


“마젠타, 또 시작이야? 첫판은 아예 시작도 안 했는데?” 래오가 말했다.


“이제 진짜 100번째 듣는 줄. 술 취하면 맨날 저 레퍼토리라니까요.” 나르도가 말했다.


“블랙, 얘기 좀 들어주고 계세요. 저흰 좀 술 좀 깨고 올게요.” 래오가 말했다.


연구원들이 자리를 뜨고, 블랙과 보라만 남아 있었다.



***


술기운에 취한 보라는 혀가 약간 꼬인 상태로 블랙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흘린 데이터가 빅데이터 산업의 기초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데이터가 당신보다도 당신을 더 잘 알고 있다는 거고요,“ 블랙이 이어서 말했다.


“그레잇~! 좀 아시네~“ 보라가 엄지손가락으로 따봉을 표시하며 말했다.


그녀의 몸은 술취한 상태라 좀 흐느적거렸다.


“그리고 그 데이터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라고 한다면..”


“그렇다면요?” 블랙이 맞장구쳐주었다.


“당신이 일상에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정의해주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는 거예요. 그래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보다 더 괜찮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접근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죠,“ 보라가 말했다.


“그 본능이 연애에도 적용된다는 건가요?” 블랙이 물었다.


“맞아요. 헤헤.” 보라가 빙구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연애감정은 본능적으로 이타심이 아닌 이기심의 감정에 출발선이 있다구요.”


“그래서 이기심이라고 한 거 군요?” 블랙이 물었다.


“맞아요. 그 불편한 감정을 이해하는 게 연애의 시작이고, 비로소 사랑할 때야 이타심이 발현되죠,“ 보라가 말했다.


“듣고 보니 이해가 되네요. 분석가라 그러신지 보는 시각이 다르시네,“ 블랙이 말했다.


“그쵸? 헤헤,“ 술에 취한 보라가 빙구 웃음을 지었다.


“그럼 최근에 연애해 본 게 언제에요?” 블랙이 물었다.


보라는 반쯤 풀린 눈으로 블랙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고,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최근...? 언제...?”


보라는 시선을 내리며 자신의 손바닥을 펴고 열 손가락을 멍하니 응시했다.


그녀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을 듯하다가 한 손가락도 접지 않고 멈춰있었다.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래오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마젠타 모쏠이야.”


??!!


블랙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보라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헤헤, 언제였더라? 헤헤.”


블랙은 낚였다는 눈빛으로 보라를 바라보았다.


나르도가 말했다. “아, 모르셨구나. 괜찮아요. 저희도 처음엔 다 낚였었어요.”


블랙은 여전히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뭐 모쏠이 저런 이야길 저렇게 진지하게... 하마터면 설득당할 뻔했네.”


래오가 말했다. “술 좀 깬 다음에 2차 갑시다. 2차는~ 2차는~ 어디로 갈까나♬~“


블랙은 여전히 열 손가락을 핀 채로 헤헤하며 빙그레 웃고 있는 보라를 바라보았다.


“술 깬 거 알아요. 언제까지 그러고 있게.”


보라는 민망했는지 맞대고 있던 손가락을 비비며 말했다.


“헤헤, 거 쫌 모르는 척 좀 해주시지. 그래도 정정! 썸은 많았다구요.”


블랙은 귀여운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믿어요 믿어.”



***


아침 햇살이 빅데이터 분석실의 창문을 비췄다.


회의실에 모여 있던 팀원들은 어제 밤 술자리에서 얻은 숙취로 인해 퀭한 눈빛으로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팀장 블랙이 회의를 주도했다. “이렇듯 불확실함은 위험요소이기에 최대한 제거되어야 합니다.”


보라가 약간 꼬인 목소리로 말했다. “질문이요. 불확실한 게 꼭 나쁜 영향만을 주는 걸까요? 만약 모든 것이 확실하다면 정답이 하나라는 거잖아요. 우리는 원래 매 순간 선택이란 걸 해야 하는데, 이미 정답이 표시되었다면 선택하는 재미도 없고, 다양성 또한 고갈되죠. 또 인간이 미래를 위해 대비하게, 선점적으로 투자하게 만드는 건 확실함 때문이 아니라 불확실함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블랙은 집중해서 듣다가 말했다. “듣고 보니 그렇네요. 파격적인 의견이긴 한데, 묘하게 설득되네요. 다른 분들은 어떠신가요?”


그러자 팀원 래오가 손목시계를 한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마젠타 아직 술 깰 시간이 아니야. 술 좀 더 깨야 돼.”


블랙은 보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숙취 상태에서 말했던 거군요. 어쩐지. 하... 근데 다른 분들도 아직 덜 깨신 거 아닌가?”


그때 문이 열리며 다른 팀원이 들어왔다. “짠~!”


***


블랙은 회의실에서 빠세달 룸석으로 이동했다.


그의 양옆에 자리한 래오와 나르도 사이에 끼어 있었다.


블랙은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꺼냈다.


“근데 여긴 술을 계속 먹나요?”


래오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기분 내기에 이만큼 좋은 게 없잖아요. 여기선 많이 마셔도 잘 안 취하고. 뭣보다도...”


그는 품속에서 티켓을 꺼내 들며 말을 이었다.


“짜자잔~. 우리 빠세달 셰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마젠타가 특별히 하사한 음주 무제한 자유이용권. 이곳에 존재하는 어떤 술도 공짜로 마실 수 있죠.”


나르도, 다빈, 치치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블랙이 말했다. “다들 눈이 퀭해 보이는 이유가 있었네. 있었어.”


그리고 회의실로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


빅데이터 분석실에는 여러 연구진들이 모여 있었다.


블랙은 회의 자료를 보며 발표를 이어나갔다.


“...지난 회의 주제인 불확실성과 관련하여 한 차례 더 살펴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불확실성에 적응하며, 선택에 대한 경험을 쌓으면서 불안이라는 감정을 적절히 짓누를 수 있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갖추게 되는데, 이런 긍정적인 효과도 있기 때문에...”


그때 갑자기 블랙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연구진들은 모두 숙취로 인해 눈이 퀭하고 멍하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블랙은 보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렇죠? 헤헤,“ 보라가 빙긋 웃었다.


“??!! 이런 기시감이...” 블랙은 자신의 한쪽 뺨을 살며시 때려보았다. “꿈이 아닌 거지?”


“짠~!” 블랙은 깨어났다.


***


깊은 잠에서 벗어나려 애쓰던 블랙은 눈을 떴다.


그의 눈가에는 숙취가 가득했다.


그는 양옆의 화면에 비친 래오와 나르도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의 뺨을 살짝 때리기 시작했다.


“깨야 돼. 깨어나야 돼. 이건 악몽이야.”


그의 목소리는 힘없이 흘러나왔다.


마치 자신을 설득하듯이 말했다.


멍한 눈빛으로 벌떡 일어난 블랙은 좀비처럼 테라스 좌석 쪽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


옥상에서 바람을 쐬던 보라는 혀가 약간 꼬인 채로 멍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다 비워버린 와인잔이 들려 있었다.


“블랙도 술 깨러 왔구나?” 보라가 말했다.


블랙은 보라 앞자리에 앉았다. 보라는 손가락으로 밤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봐 봐요. 저기 별요. 엄청 이쁘지 않아요?”


블랙은 시선을 밤하늘로 옮기자, 찬란한 별빛들이 눈에 담겼다.


잠시 넋을 놓고 보던 블랙이 다시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뭐 인공이긴 한데, 예쁘긴 하네요.”


“저 별들 내 작품이에요.” 보라가 말했다.


“???” 블랙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래 봐도 나 트리니티에서 수석개발자라구요.” 보라가 말했다.


“아, 그랬었지.” 블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거 알아요?” 보라가 물었다.


“뭘요?” 블랙이 답했다.


“저 별들 매일매일 위치가 조금씩 이동하거든요.” 보라가 말했다.


“왜죠?” 블랙이 궁금한 눈빛으로 물었다.


“서로 끌어당기도록 설계해서 그래요. 가까워졌다가도 멀어지기도 하며 우주를 계속 떠돌죠.” 보라가 설명했다.


“실제와 같군요.” 블랙이 말했다.


“저 별들은 사실 하나하나가 사람과 같아요.” 보라가 말했다.


“사람이요?” 블랙이 왜인지 궁금한 눈빛으로 물었다.


“혹시 인연이란 단어의 어원을 알아요?” 보라가 물었다.


“글쎄요.” 블랙이 답했다.


“그게 원래 불가 쪽 용어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인연의 '인'이 사람을 뜻하는 거로 착각하는데..” 보라가 설명했다.


“아닌가요?” 블랙이 물었다.


“불가에선 이 '인'을 생멸에 관여하는 우주의 진리로 봐요.” 보라가 말했다.


“그렇군요, 처음 알게 된 사실이네요.” 블랙이 말했다.


“그래서 인연은 사실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다가올 때 잡는 거죠. 근데 좀 슬픈 건 해당 단어 자체가 만남과 헤어짐을 전제한다는 점이에요.” 보라가 말했다.


“언젠가는 헤어질 운명임을 미리 인지하고 만나는 거라면... 좀 슬프기는 하네요. 그 원인 자체가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생멸이라면 더욱 그렇고요.” 블랙이 말했다.


“맞아요. 그래서 대신 불가에서는 윤회라는 개념이 있죠. 생멸을 끝없이 반복하면서 인연을 다시 맺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죠.” 보라가 말했다.


“매력적인 사상이네요.” 블랙이 말했다.


“의도치도 않은 만남이 우연히 계속해서 반복될 때가 있잖아요. 그때가 시그널이에요. 사람들이 그냥 스쳐 가는 일상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지나치는 하루가, 사실은 수없이 생멸을 거듭한 인연이 다시 다가온 기적적인 순간일 수도 있다는 거죠.” 보라가 설명했다.


블랙은 눈에 힘이 빠져 있었지만, 보라의 눈빛만은 매우 빛이 나고 있었다.


“좀 많이 달라 보이네요,“ 블랙이 관찰하며 말했다.


보라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헤헤, 좀 그렇죠?”


“그럼 오늘은 어떤 것 같아요?” 블랙이 물었다.


“그냥 스쳐 가는 일상? 아니면 기적적인 순간?”


보라는 다시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헤헤(해맑은 빙구 웃음 짓다가). 필름 끊기는 순간?”


그때 보라는 말 끝나기가 무섭게 테이블 아래로 고개를 떨구며 엎드려버렸다.


블랙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진짜 못 말린다니까.”


블랙은 포근한 눈빛으로 보라를 바라보았다.


***

빅데이터 분석 팀 블랙과 보라는 다양한 순간들을 함께 보냈다.


낮에는 회의실에서 팀원들과 즐겁게 회의를 하며 아이디어를 나누었다.


블랙과 보라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협력하는 모습이었다.


밤이 되면 팀원들은 낭만적인 조명 아래 다리에 모여 웃음꽃을 피웠다.


블랙과 보라는 팀원들과 함께 별을 감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또한 팀원들은 마켓에서 함께 요리 재료를 고르고, 빠세달 오픈키친에서 래오, 나르도, 다빈, 치치와 함께 요리를 하며 팀워크를 다졌다.


블랙과 보라도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팀의 일원으로 함께했다.


밤낮으로 이어지는 이러한 활동들 속에서 팀원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갔다.


특히 보라는 회의 중 다른 팀원들과 달리 해맑은 표정으로 “헤헤, 그렇죠?”라고 말하며 팀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


블랙은 카프 테라스석에 앉아 조용히 일을 하고 있었다.


그의 입꼬리에는 미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페이가 조용히 다가왔다.


“블랙?” 페이가 음흉한 표정으로 말했다. “티 나요.”


블랙은 의아한 표정으로 페이를 바라보았다. “뭐가요?”


페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블랙의 마음을 다 읽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엄청요.”


“그렇게 티가 났나요?” 블랙이 민망해하며 말했다.


“근데 당사자는 모르는 것 같은데.” 페이가 가까이 다가와 귀에 대고 속삭였다.


“보라가 좀 둔해. 모쏠이잖아. 이해해야지.”


블랙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 아하!”


“어떻게, 다리 좀 놔 드릴까?” 페이가 물었다.


“그래 주신다면야.” 블랙이 반색하며 대답했다.


“그렇다면야.” 페이가 말했다.


***


페이의 상담실에 블랙이 들어섰다.


페이는 준비된 비용 테이블 표를 블랙 앞에 내놓았다.


“이게 무슨 일이죠?” 블랙이 물었다.


“이, 아이들 중에 하나만 선택해요. 나머진 내가 알아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붙여줄게.” 페이가 말했다.


“?!!” 블랙은 이러려고 했구나 싶어 고개를 저었다.


“내 이름이 괜히 페이겠어요?” 페이가 말했다.


블랙은 작은 소리로 투덜대며 말했다. “어쩐지. 처음에 이름부터가 맘에 안 들었어.”


“그러니까, 인터뷰 하면서 자연스럽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라는 거죠?” 블랙이 물었다.


“그렇지. 아주 자연스럽게.” 페이가 답했다.


블랙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보라는 상담실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평소와 다른 취향을 가진 고객을 만나고 있었다.


그녀는 그 고객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종합하자면 취향이 아주 특이한 케이스긴 한데,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아주 똑같은 취향을 갖은 사람이 있단 말이죠.”


고객인 블랙은 그 말에 움찔했다. 보라는 그것을 눈치챘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말인데... 혹시 나 좋아해요?”


블랙은 눈이 동그래지며 좋아한다고 말하려는 찰나였다.


하지만 보라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장~~난. 근데 뭘 그렇게 정색까지 해요.”


블랙은 당황스러워했다.


“아니, 뭐. 정색한 건 아니었는데.”


보라는 상처받은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흥!! 상처받았어.”


블랙은 황급히 말했다.


“아니, 뭐. 상처 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하지만 보라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말했다.


“됐어요. 늦었어.”


***

그리고 장면은 바뀌었다.


페이의 상담실에서 블랙이 페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페이가 말했다.


“그러니까 좋아하느냐고까지 물어봤는데, 대답할 타이밍을 놓쳐서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렸다?”


블랙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죄인 같은 표정이었다.


페이는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쩔 수 없지. 그럼 다음 작전으로 가야지.”


***


피렌체에 살고 있는 보라는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 업무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책상에서 과자를 먹고 있던 보라는 과자가 다 떨어져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때 옆자리에 앉아 있던 동료 블랙이 과자 봉지를 들고 서서 보라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저녁이 되자 보라는 자신이 연습한 요리를 블랙에게 내놓았다.


요리 비주얼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블랙은 맛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열심히 먹고 있었다.


다음 날, 보라는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뒤에서 블랙이 보라를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 무렵, 보라는 피렌체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 서있는 블랙이 보라의 머리에 기대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보라의 책상 위에 예쁜 꽃이 꽂혀 있었다.


메모지를 확인해 보니 보낸 이는 블랙이었다.


어느 날 밤, 보라와 블랙은 빠세달 옥상에서 별똘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양손을 모아 소원을 빌고 있었다.

**


보라는 예쁜 꽃들로 가득한 상담실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친구 페이가 마주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거예요? 아님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거예요?”


보라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뭘..요?”


페이가 조금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 너 좋아한다. 모든 행동이 그걸 나타내고 있잖아요.”


보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떤.. 부문에서요?”



그러자 갑자기 꽃에서 큰 소리가 났다. “왱~~!!”

페이가 놀라며 소리쳤다. “이게 뭔소리?! (만진 꽃의 수술에 붙어있던 왕벌이 자신에게 날아드는 것을 발견!) 악~!!!”


보라도 벌을 보고 더 크게 소리쳤다. “악~~!!!!”


두 여자는 혼비백산하여 상담실을 뛰쳐나갔다.


복도에서 페이가 보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벌이 엄지손가락만 해? 저거, 저거, 더 안 보려면. 뭔 말인지 알죠? (촉촉한 눈빛으로 보라를 바라보며) 이제 더는 피하지만 말고 빨리 결정 내리는 거예요~응?”


보라는 페이의 눈빛의 의미를 읽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예..그러려구요.”


***


보라는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베키오 다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몸에 착 감기는 붉은색 드레스와 동그란 뿔테 안경을 벗은 모습이었다.


옆에 함께 걸어가는 블랙 또한 근사한 검정 턱시도를 입고 있었다.


잠시 걸음을 멈춘 보라가 블랙을 바라보며 말했다. “블랙. 나 어때요?”


블랙은 보라를 바라보며 눈빛에 사랑이 담겨 있었다. “아, 오늘 정말 잘 어울리네요.”


“아니요, 그거 말구요.” 보라가 말했다.


“그럼?..” 블랙이 보라의 눈망울을 뚫어지라 바라보며 물었다.


“나 쫌 이기심이 생기려고 해요.” 보라가 말했다.


“??” 블랙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쪽이랑 연애하고 싶다구요.” 보라가 말했다.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있었다. 보라는 생각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환하게 웃었다.


'그건 이기심을 핑계로 한... 사랑이었다.‘


블랙도 응답하듯 환하게 웃었다.



***


메디치금융국의 로비는 고요했다.


공지 보드가 비어있던 그 공간에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직원 한 명이 공지문을 붙이고 조용히 떠났다.


공지문에는 <메디치금융국 카피라이터 공모전>의 수상자 정보가 적혀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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