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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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시안
작품등록일 :
2024.07.20 22:08
최근연재일 :
2024.08.12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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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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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기억2

DUMMY

[18화]


보라는 꽃술 한 모금을 머금는다.


어느 책상 위에 꽃병에 꽂혀 있는 예쁜 꽃들이 보인다.


그 사이에 메모지가 꽂혀 있다.


보라가 읽으려고 손을 뻗는 순간, 갑자기 꽃잎이 손에 툭 닿는다.


그와 동시에 “왱~~~!” 하는 소리와 함께 꽃의 수술에 붙어있던 왕벌이 보라에게 돌진해온다.


보라가 놀라서 눈을 뜨며 소리친다. “악~!!!”


크루원들이 깜짝 놀라며 묻는다. “또 왜?”


보라가 말한다. “제 엄지손가락만 한 왕벌이 달려드는데, 책상 위에는 꽃이 한가득 있어요.”


바티가 작은 소리로 블랙을 놀리듯이 말한다. “생각보다 로맨티스트였나 봐~”


블랙이 민망해서 헛기침한다. “흣흠.”


바티가 보라가 눈을 뜬 것을 보고 말한다. “다시 눈 감고~!”



***


보라는 차가운 빗소리와 함께 오징어다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튀밥가루와 마요네즈가 묻어 있었다.


“이건 좀 기괴한데. 빗속에서 누가 우산을 쓰고 오징어다릴 뜯고 있어요. 악~~!!!! 절 돌아봤어요. 입가에 무시무시한...어? 마요네즈가 묻었네요? 튀밥가루도... 근데 얼굴이 어디서 본..” 보라가 중얼거렸다.


크루들은 이미 므훗한 표정으로 라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그,그만! 다음 시식!” 라임이 당황스럽게 말했다.



***


술병들이 테이블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래오가 손가락으로 OK표시를 하자, 다른 크루들이 응답하듯 현란한 손동작과 함께 OK표시를 했다.


그때 블랙이 뒤돌아서 엉덩이를 한번 쓸어올리려 했다.


“으악!!!” 보라가 눈을 번쩍 뜨며 소리쳤다.


“어떤 남자가 제 눈앞에서 자기 엉덩이를 한번 쓸어올리려다가,”


크루들은 모두 블랙을 응시했다.


“흣흠,“ 블랙이 헛기침했다.


“다시 천천히 쓸어내려요.”


다빈과 치치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눈을 가렸다.


“더러워요.”


“!!! (내가?!)” 블랙이 상처받았다.


“이건 무슨 맛이죠?”


“뭐긴, 뭐야 더러운 맛이지.” 래오가 혼잣말했다.


“(래오 째리면)“ 블랙이 래오를 째려봤다.


“오케 오케..보라씨, 못 볼 맛을 봤네. 다음 시식으로~!”



***


보라는 레드와인 한 모금을 머금었다.


석양이 지며 보랏빛으로 변하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던 그녀의 옆에는 누군가가 어깨를 기대고 있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너무 예뻐요. 석양이 지는데 하늘이 보랏빛이에요. 근데 누가 옆에서 어깨를 기대주고 있어요. 얼굴은 안 보여요. 이게 무슨 맛이죠?”


보라가 눈을 감은 채 말한다.


보라의 양쪽 어깨에 머리를 사뿐히 기대고 있는 래오와 나르도의 모습이 보인다.


“어머, 로맨티스트다.” 래오가 여자 말투로 말한다.


“흣흠.” 블랙이 민망해서 헛기침을 한다.


보라는 스파클링와인 한 모금을 머금는다.


밤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본다.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빌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기도하고 있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옥상에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가, 별똥별이 떨어져요. 두 손을 모아서 소원을 빌고 있는데, 옆에 누군가도 제 손을 꽉 잡고 같이 기도하고 있어요. 얼굴은 안 보여요. 이건 무슨 맛이죠?”


보라가 눈을 감은 채 말한다.


블랙의 손을 한 손씩 잡고 기도하고 있는 래오와 나르도의 모습이 보인다.


“오, 주여! 저한테도 사랑의, 아니 로또의 맛을!” 래오가 말한다.


블랙은 선글라스를 낀 채 한심하게 보다가 손을 확 놔버리고 뒤로 돌아선다.


***


보라는 디저트를 한 입 베어 물었다.


화면이 전환되자, 풀밭에서 개들이 뛰어논다.


흙냄새와 풀냄새를 맡으며 하늘을 보고 있는 보라.


누군가가 와서 왼쪽 뺨을 쓰다듬는데, 그는 깜댕이다.


또 다른 누군가가 와서 오른쪽 뺨을 쓰다듬는데, 그는 켈베로스이다.


“와, 이건 되게 신기한 맛이에요. 강아지들이 많고, 깜댕이랑 켈베로스가 제 뺨을 쓰다듬는데,“ 보라가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에, 에이. 또 착각했네. 보라 씨 미안. 잠깐만 눈 뜨지 말아봐,” 래오가 말했다.

보라가 실눈을 뜨자, 아래쪽에 놓인 요리 트레이가 보인다.


그것은 개밥그릇이다.


!!!


“배고프징? 많이 먹엉,” 래오가 개밥그릇을 슬며시 켈베로스가 앉아 있는 바닥 쪽으로 내려놓으며 자연스럽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저, 저 잠깐 화장실 좀. 웩!” 보라가 화장실로 달려나갔다.


“눈...떴구나? 그래서 뜨지 말라니깐,“ 래오가 능글맞게 말했다.



***


1달 뒤, 빠세달 2호점 옥상 테라스에서 크루들이 모여 있다.


보라는 지난번 와인 시음 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말을 꺼낸다.


보라는 “근데요.. 여기 분위기가..” 하고 말을 시작했다.


춘삼이 “왜요? 너무 멋지다고?”라고 답했다.


보라는 “멋지죠. 멋진데..” 하고 말을 이어갔다.


“아까 와인 시음했을 때, 생각났던 장소랑 똑같은 장소 같아요.”


래오가 “그 별똥별 떨어질 때 기도했다는?”라고 묻자, 보라는 고개를 끄덕인다.


블랙이 보라를 주목하며 “혹시 그거...”라고 말을 건넸다.


크루들이 모두 보라를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다.


“...진짜 제 기억인건가요?”


모든 동작이 일시정지된 채, 보라를 중심으로 크루들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석양이 지며 하늘이 보랏빛으로 변하는 것이 보인다.



***


1달 뒤.


보라는 아침 일찍 일어나 진이집 안 해이방에서 딸 해이를 깨운다.


해이는 이불에 뒹굴며 일어나려 하지 않는다.


진이가 이불을 빼자 해이가 따라 일어난다.


진이는 해이에게 오늘이 첫 출근일이라며 지각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해이는 놀란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지만 곧 멍한 표정을 짓다가 우는 표정으로


“나 그냥 우리 깜댕이랑 집에서 놀고 싶은데”


깜댕이라는 검정 포메라니안이 해이 곁으로 와서 해이가 꼭 껴안는다.


“걱정 마. 회사에 강아지 유치원 있거든? 그리고 오전엔 내가 놀아줄게.”


“언니, 오늘 쉬어? 나 환영식 안 해주고?”


“보라 오전에 잠깐 병원 좀 들려야 해서. 맞지?”


“응. 진료 보고 바로 갈 거야. 해이 환영식은 이따 점심때 하자.”


“언니, 나 환영식 빠세달에서 해줘라. 응응?”


“알았어~ 12시쯤에 거기서 보자!”


거실 소파에서 보라는 편한 복장을 입고 TV를 켜놓는다.


소파 옆에는 과자봉지들이 놓여있고, 검정 포메라니안이 한 봉지를 물어다준다.


소파 위에는 동그란 검은 뿔테안경이 있고, 소파 앞 탁자에는 와인과 와인 잔,


그리고 외상 후 장애 회복과 관련된 의학서적(영어 원서)이 있다.



***


보라는 정신과의사 선생님의 진료실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최근 계속해서 나타나는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떻게 요새 계속 꿈에 나온다던 남자는 어때요?” 정신과의사가 물었다.


“한결같죠.” 보라가 말했다.


그녀의 꿈속에서, 어느 책상 앞에 서서 과자 봉지들을 들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미술관에서 작품들을 둘러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나왔다.


이번에도 그의 얼굴은 전부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은은한 조명 아래 붉은 드레스를 입은 보라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나왔다.


이 남자 역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얼굴은 안 보이나요?” 정신과의사가 물었다.


“예... 그런데 누군진 알 것 같아요.” 보라가 확신에 찬 눈빛으로 대답했다.


보라는 창가 쪽에 서서 맑은 하늘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


밤하늘을 계속 응시하고 있는 블랙이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소원을 빌었다.


공허했던 그의 눈빛이 별빛에 반사되어 약간의 생기를 띠고 있다.


“저 별똥별이... 내게 와서 힘껏 부딪히기를.”


그는 뒤돌아서 인파 사이를 벗어난다.


“꽝!!!!”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린다. 화면이 암전되고, 이후 장면은 소리만 들린다.


“악~~!!!! 내 켈베로스가~!!!!” 이춘삼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


[이춘삼 님. 보험계약에 따라 피해보상금은 피해액의 10배로 지급해드렸습니다.]


“예?? 그렇게나 많이요?”


“로또 됐다~~!!!!!!!” 이춘삼이 큰 소리로 함성을 발사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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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랏빛 기억2 24.08.05 5 0 9쪽
17 보랏빛 기억 24.07.29 8 0 9쪽
16 빠세달 2호점 24.07.27 10 0 10쪽
15 이해가 안가온 24.07.27 9 0 12쪽
14 기억의 맛 24.07.26 6 0 10쪽
13 켈베로스 24.07.26 7 0 13쪽
12 검은복면 24.07.25 7 0 17쪽
11 사자 몰이 24.07.25 7 0 12쪽
10 뒤통수 친 새끼를 조심하라 24.07.24 6 0 11쪽
9 선명한 세상이 낯설다 24.07.24 5 0 10쪽
8 이기심을 핑계로 한 ■ 24.07.23 6 0 20쪽
7 빠세달 - 채용의 비밀 24.07.23 7 0 12쪽
6 비 오는 날엔 튀밥에 오징어 24.07.22 8 0 11쪽
5 메템 24.07.22 6 0 9쪽
4 하이브 24.07.21 5 0 8쪽
3 취미 매칭 카페, 카프 24.07.21 5 0 11쪽
2 뉴타입 24.07.20 9 0 15쪽
1 엘리스키 24.07.20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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