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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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시안
작품등록일 :
2024.07.20 22:08
최근연재일 :
2024.08.12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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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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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복면

DUMMY

[12화]


엘스카이호의 거대한 실루엣이 밤하늘 아래 어렴풋이 드러났다.


검은 구름이 무겁게 드리워진 하늘에서는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운 보라는 어둠 속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아버지 서길에게 던졌던 모진 말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어머니를 희생시켰나요? 아버지는 그 짐승 무리가 아니라 어머니를 지켜야 했어요. 사자로 돌아오세요. 비겁하게 하이에나 무리에 숨어 계시지 마시고."]


빗소리는 점점 거칠어졌다.


그녀는 눈을 감았지만, 잠들기는 어려웠다.


그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블랙의 전화였다.


보라는 심란한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전화를 받았다.


“어디에요?" 블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라는 말이 없었다.


“볼일은 잘 보고 왔어요? 걱정했어요," 블랙이 덧붙였다.


보라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우리 좀 걸을래요?"


***


폭우가 쏟아지는 실내정원에서 두 사람은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무슨 일 있었어요?" 블랙이 조심스레 물었다.


보라는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뭔데요? 말해봐요," 블랙이 재촉했다.


“아까 일은 잘 해결됐어요. 근데..." 보라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버지를 뵙고 왔어요. 너무 화나는데, 한편으론 감정이 혼란스러워요.”


블랙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랑 사이는 어떤데요?”


보라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좋진 않아요.”


블랙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짐작은 했어요. 아버지 이야기를 따로 한 적이 없던 것 같아서.”


“블랙은요?" 보라가 물었다.


블랙은 잠시 망설이다가 답했다. “저도 좋진 않았어요.”


“그럼 지금은 사이가 좋다는 얘기인가요?”


블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버지는 어떤 생각이실지 모르겠네요. 돌아가셨거든요.”


보라는 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다음에 꿈에서 한 번 여쭤봐야겠네. ‘아버지, 우리 사이 좋아?’ 하고," 블랙이 픽 웃었다.


보라도 민망하게 웃었다.


“제 본명이 뭔진 알죠?" 블랙이 물었다.


“알죠. 그 이름을 어떻게 잊겠어요.”


“다 개(皆), 빛 색(色) 자. 뜻은 모든 빛깔.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보라는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 뜻은 좋긴 한데...”


블랙은 미소를 지으며 이어갔다. “어릴 때는 저도 원망을 많이 했거든요. 놀림도 많이 당하고. 근데 지금은 뭔가 아버지가 제게 남겨주신 특별한 선물 같아요.”


“선물이요?”


“아버지가 시각장애가 있으셨어요. 모든 세상이 흑백으로만 보이는 무채색 색맹이셨죠. 아버지도 처음부터 그러신 건 아니었고, 스무 살쯤 그 증상이 나타나셨대요. 유전병이라 저에게도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지금은?!" 보라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물었다.


블랙은 피식 웃으며 보라가 입은 옷을 가리켰다. “보라색!”


보라는 다행스럽고 민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잘 보이네요.”


“다행히 아직까진 컬러풀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어요. 어릴 적에는 아버지가 그냥 저와 다르게 모든 색을 보며 살라는 의미로 이름을 지어주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


트리니티 사옥 외경에서 폭우는 여전히 거세게 쏟아졌다.


백전무는 집무실에서 송실장과 통화 중이었다.


“준비 다 끝냈습니다," 송실장이 말했다.


“진행해. 뭐 어련히 잘 하겠지, 송실장이라면.”



백전무는 전화를 끊고 창가 쪽으로 다가가 폭우를 바라보며 비열하게 웃었다.


“사자몰이라. 재밌겠네. 흐흐.”


***


실내정원에서 블랙은 보라에게 말했다.


“어릴 적에 아버지께 흑백으로만 보이는 세상이 어떤 느낌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답답하고 적막한 느낌인가, 아니면 과거 속에서 지내는 비현실적인 느낌인가.”


보라는 궁금한 눈으로 블랙을 바라봤다.


“보라 씨가 어린 시절의 나라고 생각하고 한번 대답해볼래요?”


블랙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장난스럽게 흉내냈다. “니 이름이 뭐냐?”


보라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개색. 개색.” 블랙은 입모양으로만 반복했다.


보라는 알아듣고 기분 나쁜 듯 말했다. “개색.”


“그럼 니 이름 뜻이 뭐냐?”


“모든 빛깔?”


“그럼 모든 빛을 합하면 무슨 색이냐?”


“흰색?”


“그럼 모든 색을 합하면 무슨 색이냐?”


“검정색?”


“그럼 내가 보는 세상은 무슨 색일 것 같냐?”


보라는 대답하지 못하고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블랙은 미소를 지으며 원래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저도 그랬어요. 대답은 바로 안 나오는데, 뭔가 알 것 같은 느낌 있죠?”


보라는 끄덕였다.


“아버지가 자신이 보는 세상은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빛과 색이 버무려져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그것으로 답이 되겠냐고 하셨어요. 그게 내 이름의 진짜 의미였어요. 아버지는 계획이 다 있으셨던 거죠.”


보라는 감동한 표정으로 말했다.


“와, 나 방금 소름 돋은 거 있죠?”


블랙은 미소를 지었다.


“혹시 저도 세상이 흑백으로만 보이게 된다고 해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항상 기억하고 살라는 의미였대요. 이제는 절 위해 남겨주신 가장 소중한 유품이 되었죠.”


“게다가 절대 잊거나 잃어버릴 수 없는 유품이니,”


보라는 눈시울이 붉어지며 웃었다.


블랙은 코끝이 약간 찡한 듯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는 그러고 보니 아주 치밀한 설계자셨네요. 하하”


“블랙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항상 지니고 다니는 부적 같은 게 있어요."


“뭔데요?”


보라는 목걸이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거, 엄마가 남겨주신 유품이에요. 사고로 돌아가셨거든요.”



***


트리니티 연구동 외경에서 폭우가 계속됐다.


송실장의 인력들이 연구동에 침입했다.


검은 우비 복장에 검은 복면을 쓴 그들은 경비원들을 간단히 제압하고 B동으로 향했다.


복면의 남자는 보라의 목걸이와 같은 자수정을 손에 쥐고 있었다.


***


실내정원에서 보라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어요.”


블랙은 물었다.


“어머니 추락사고에 회사 관계자들이 깊게 연관돼있고, 보라 씨 아버지는 그걸 알면서도 덮어주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정황이 그래요. 당시 어머니는 디마이그레이션 기술을 연구하고 계셨고, 임원진들은 그 기술을 악용하려고 했어요. 어머니는 반대하셨고요.”



***


트리니티 연구동 B동의 메인서버 앞에서는 송실장의 인력들이 진입했다.


그들은 경비원들을 제압하고 서버실로 향했다.


연구원 진이는 소리를 듣고 나갔다가 흉기로 위협받았다.


“너네 뭐야? 왜, 왜 이러세요?” 진이는 겁에 질려 물었다.


“메인서버실로 안내해.” 검은 복면은 차갑게 말했다.



***


진이는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거긴 왜?”


검은복면이 냉혹하게 대답했다. “질문은 나만. 어서!”


그는 흉기를 더 깊게 들이밀었다.


“아아아... 알겠어요. 살려주세요...”


진이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손과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채로 메인서버실을 향해 걸어갔다.


***


실내 정원.


보라는 디마이그레이션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이 기술은 원래 의료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었어요. 물리적으로 손상이 없는 특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것이었죠.”


블랙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개발 의도만 들어보면 매우 좋은 기술 같은데요, 왜..?”


“지금 상용화하려는 기술은 그게 아니에요. 아바타의 모든 능력을 현실의 인간에게 이전시키는 기술을 상용화하려고 해요.”


블랙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 기술이 실현 가능한가요?”


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기존 기술 대비 10배 이상의 가치를 매겼겠죠.”


“아바타의 모든 능력을 인간에게 이전시킨다니, 정말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거네요. 사회에 미치는 파장도 크겠고요.”


“연구진들은 아바타를 하나의 생명체로 봐요. 아바타들은 우리와 똑같은 시간 속에서 살고, 감정을 갖고 학습하며 성장하는 존재에요. 단지 인간처럼 여러 공간을 마음대로 이동할 수 없을 뿐이죠. 그들의 본질은 하나의 생명이라는 거예요. 인간과 같은.”


***


트리니티 연구B동 메인서버 앞.


검은 복면을 쓴 남자들이 진이를 흉기로 위협하고 있다.


“리셋해!” 검은복면이 명령했다.


“예??”


검은복면은 더 강하게 다그쳤다. “리셋 몰라 리셋?”


진이는 어쩔 줄 몰라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신 줄은 모르겠는데, 이거 저 혼자 리셋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리셋해도 다른 곳에 있는 복구서버를 통해 실시간으로 자동복구되는 시스템이라서요.”


검은복면은 보라의 자수정을 진이 눈앞에 가져다 놓았다.


진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니... 이걸... 어떻게... 이거 보라껀데...?! 우리 보라 어떻게 했어요? 보라 어딨어요?” 진이는 울면서 다급히 물었다.


검은복면은 대포폰으로 보라의 번호를 눌러 진이 귀에 가져다 댔다.



***


“디마이그레이션 기술의 근원적 문제점은 아바타의 소멸을 전제로 한다는 거예요.” 보라가 설명했다.


블랙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그런..”이라고 중얼거렸다.


보라는 계속해서 설명했다. “가상화 공간에 생성된 아바타의 능력을 채취하여 인간에게 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해당 기술이 시연될 때마다 아바타는 제거되고, 또 사육되겠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요. 쉽게 말해 자신의 클론을 만들어서 특정 장기를 빼내서 이식하고 폐기처분하는 짓과 비슷해요. 트리니티가 상용화하려는 기술은 이런 짓과 비슷한 거예요.”


블랙은 끔찍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끔찍하네요.”


보라의 휴대폰이 울렸다. “잠시만요.”


보라는 휴대폰을 보고 받았다. “여보세요?”


진이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라야, 너 보라 맞아?”


“누구세요? 이거 아는 목소리 같은데?”


“나 진이.”


“진이야, 그런데 왜 울어?”


“너 괜찮아?”


“괜찮지, 무슨 일 있어?”


“나 지금 B동 메인서버실 앞인데... 이상한 복면 쓴 사람들이 와서, 막 리셋하라고 해.”


“뭐??!!! 야, 경찰은? 내가 거기로 갈게.”


검은복면이 수화기를 다시 뺏어 들고 음성변조된 목소리로 말했다.


“진보라 씨.”


“너 누구야!”


“혼자 와. 알고 싶으면. 누구한테라도 연락하면 이 친구는 죽고.”


보라는 침묵했다.


검은복면은 진이에게 수화기를 넘겼다. 진이는 울먹이며 말했다.


“보라야.”


“진이야! 침착하고 조금만 기다려. 내가 금방 갈게.”


“근데... 있잖아... 너 자수정 잃어버렸어?”


보라는 목에 걸린 자수정을 확인하며 대답했다. “아니, 왜?”


“여기... 복면이... 너랑 똑같은 자수정 가지고 있어.”


“뭐?!!!!”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아. 그 기능도.”


검은복면이 말했다. “시간은 지금부터 딱 20분.”


그는 초시계 카운트다운 버튼을 눌렀다.


20:00에서 19:59, 19:58로 초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라는 절망에 빠졌다. “뭐야 이 미친. 거기까지 어떻게 20분 만에.”


“못 오면 할 수 없지. 1초라도 늦으면 뻥! 하는 수밖에.”


검은복면은 수화기를 창밖에 대고 폭우 소리를 들려주며 조롱했다.


“날씨도 드라이브하기 딱 적당하네.”


***


폭우 속을 뚫고 빠르게 움직이는 차량.


보라는 운전석에, 블랙은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보라는 미친 듯이 빠르게 운전하고 있었다.


블랙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도대체?”


보라는 다급하게 대답했다.


“진이가 잡혀있어요. 그리고 지금... 15분 내에 도착하지 못하면, 바로크 서버의 모든 존재는 소멸될 거예요.”


블랙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뭐?!!”



***


검은복면이 대포폰으로 문자를 받았다.


[진입지점 차량 대기 완료]/ [차량 접근 중]


보라와 블랙이 탑승한 차량이 폭우를 뚫고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상향등을 켜고 중앙선을 침범하며 돌진하는 대형 컨테이너 화물차가 나타났다.


강렬한 불빛과 폭우로 인해 시야가 가려진 보라.


미처 핸들을 틀 시간도 없이 두 차량이 정면충돌하려는 순간, 블랙이 운전석 쪽 핸들을 가까스로 꺾었다.


차량은 미끄러지며 찢어질 듯한 타이어 스키드마크 소리를 내었다. 쾅!! 측면부 충돌 후 괴성과 함께 구겨져서 튕겨 나가는 차체.


블랙은 온몸으로 보라를 감싸고, 차체는 구르며 한강으로 추락했다.



***


폭우 소리와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헬리콥터, 수상구조대, 응급차, 구급대원들이 보였다.


들것에 실린 블랙, 온몸은 젖고 피투성이가 된 눈을 감싸는 붕대를 감았다.


들것에 실린 보라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


보라와 블랙은 이동식 응급 베드로 옮겨져 수술실로 이동 중이었다.


여전히 의식이 없는 보라와 피투성이가 된 붕대를 감은 블랙.


그의 손가락이 조금씩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


중환자대기실 앞, 두 손을 모아 기도 중인 라임, 시안과 비스트로 춘 크루들.


라임과 바티, 래오는 안절부절못하고 제자리를 왔다 갔다 하며 서서 기도 중이었다.



***


밤하늘을 가르는 별똥별 하나.


폭우 속에서 무언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페이는 창밖을 응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


트리니티 연구동 B동 메인서버 앞.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메인서버 앞에 놓인 초시계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00:04, 00:03, 00:02, 00:01.


그 순간, 누군가의 손가락이 정지 버튼을 눌렀다.


카운트다운은 00:01에서 멈췄다.


검은 복면을 쓴 남자가 따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얼굴 보여주고 싶었는데, 안 오니까 재미없네.”


진이는 두려움에 떨며 초시계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간신히 숨을 고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하...”


검은 복면은 진이를 내려다보며 약 올리듯 말했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리고 눈을 찡긋했다.


진이는 놀라서 입을 벌렸다. “!!?”


검은 복면은 다시 카운트다운 시작 버튼을 눌렀다.


초시계의 숫자가 00:01에서 00:00으로 떨어졌다.


검은 복면의 손이 엔터 버튼을 눌렀다.


손에 쥔 자수정이 빛났다.



“안돼!!!!!” 진이가 절규했다.



***


쏟아져 내리던 빗방울들이 갑자기 허공에서 정지하더니, 무수히 많은 0과 1의 숫자들로 변하며 산산이 조각났다.


떨어지던 별똥별도 마찬가지로 허공에서 멈추고, 무수한 0과 1의 숫자들로 변해 산산이 조각났다.


카프 테라스에서 별똥별을 바라보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동작을 멈추고, 무수한 0과 1의 숫자들로 변해 산산이 조각났다.


바로크 서버 내의 모든 존재가 숫자들로 변하며 산산이 조각났다.



***


뉴스 속보.


기자가 긴박한 목소리로 전했다. “...속보입니다.


트리니티 사가 운영하는 바로크 서버가 현재 접속 불가 상태에 있어, 이용자들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진이는 절망에 찬 비명을 질렀다. “악~~~!!!!”


검은 복면은 진이의 눈앞에 자수정을 보여주며 놀리듯 말했다.


“걱정 마, 어차피 지금은 때가 아니니까.”


진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 긴장이 풀리자 바로 기절해 쓰러졌다.



***


쏟아져 내리던 빗방울들이 다시 허공에서 정지하고, 무수한 0과 1의 숫자들로 변해 산산이 조각났다.


하지만 이내 다시 모여 원래의 빗방울로 변해 쏟아졌다.


떨어지던 별똥별도 허공에서 정지했다가 무수한 0과 1의 숫자들로 변해 산산이 조각났다.


이내 다시 모여 원래의 별똥별로 변해 떨어졌다.


카프 테라스에서 별똥별을 바라보던 사람들도 숫자들로 변해 산산이 조각났다가 다시 모여 원래의 형태로 변했다.


바로크 서버 내의 모든 존재가 숫자들로 변해 산산이 조각났다가 다시 원래의 형태로 변했다.


***


2개월 후.


병원 안과 건물에서 한 검정 래브라도 리트리버 안내견이 나왔다.


그 뒤를 선글라스를 착용한 블랙이 따라 나왔다.


그는 롱기장의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다.


***

의사1이 말했다. “아버님이 무채색 색맹이셨다고요? 그게 유전병이긴 한데.”


의사2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무채색 색맹이 한쪽 눈에서만 발현되는 경우는 처음 봤네요.”


의사3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케이스는 너무 희귀해서. 치료가 쉽진 않겠네요. 한쪽 눈이 시력도 많이 상해있고, 색상도 구분할 수가 없네요. 두 눈 뜨고, 한 발짝 떼시는 것도 상당히 어지러우실 겁니다.”


의사2는 권장하듯 말했다. “치료가 끝날 때까지는 선글라스를 착용하시는 걸 권장 드립니다.”


의사3은 희망을 주려 애쓰며 말했다. “그래도 포기하시지 마시고 계속 치료받으세요. 근데 얘는 이름이 뭐예요?” 그는 안내견을 가리켰다.


블랙은 안내견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제 안내견입니다. 이름은...”


그 순간, 안내견이 짖으며 블랙에게 귀여운 짓을 했다.


“켈베로스.”



***


켈베로스와 블랙은 도심 거리를 함께 걸었다. 그들의 모습이 화보처럼 아름답게 찍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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