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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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시안
작품등록일 :
2024.07.20 22:08
최근연재일 :
2024.08.12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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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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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엔 튀밥에 오징어

DUMMY

[6화]


비가 내리는 카프 테라스에서 홀로 앉아 있던 라임은 젖어버린 다이어리 한 페이지를 찢으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번쩍이는 번개에 깜짝 놀라며 천둥소리에 움찔했다.


그때 우산을 들고 있는 페이가 나타났다.


“부수면 안 돼요. 변상해야 됩니다.”


“네...” 라임이 순간 쫀다.


“손에 쥔 쓰레기도 도로 가방에 넣으시고!”


“네...” 라임이 구깃구깃해진 종이 뭉치를 보며 대답했다.


“그 가면도 내려놓고, 원래 자리에 두시고!”


라임은 민망해하며 테이블 아래 서랍에 가면을 다시 넣었다.


“이 우산도 들으시고!” 페이가 자신의 우산을 건넸다.


“예...감사합니다.” 라임은 민망함을 감출 수 없다.


“서비스니까 이것도 드시고!” 페이가 맥반석 오징어와 강냉이를 건넸다.


“저 괜찮은데..” 라임이 당황스러워했다.


“서비스니까 사양하지 마시고!”


라임은 너무 민망해서 어쩔 줄 몰랐다. 페이는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라임이 딱딱 맞는 거 같지?'


한편 멀어져 가는 페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자연스러웠고!‘


***


비 내리는 오후, 카프 호텔의 로비에서 이야기가 펼쳐졌다.


매칭 매니저 보라는 동료 페이와 함께 호텔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왔어요?” 보라가 물었다.”있었지.” 페이가 대답했다.


“뭐가 있었는데요?” 보라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쩌~기!” 페이가 손가락으로 창문 너머를 가리켰다.


“223번 고객님이요.”


보라는 페이가 가리킨 곳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한 손으로는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오징어 다리를 뜯고 있는 기괴한 모습의 고객이 보였다.


“223번 고객님이면? 근데 모습이 좀...” 보라가 말을 잇지 못했다.


“우울할 것 같아서 서비스 좀 줬어요.” 페이가 말했다.


“까였나 봐요?” 보라가 물었다.


“네, 아까 그러더라고. '부숴버릴 거야!' 막 이렇게.” 페이가 설명했다.


“근데 아무리 까였어도 그렇지, 청승맞게 저게 뭐야 저게.”


두 사람은 기괴한 모습의 고객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이면서, 카프의 테라스에는 평온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보라는 라임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무슨 일 있어요?” 보라가 물었다.


라임은 돌아보며 대답했다.


그의 입가에는 튀밥 가루와 마요네즈가 묻어 있어 상황과 어울리지 않았다.


“아, 매니저님. 저 오늘까지만 나오려고요.”


보라는 아무도 없는 222번 자리를 응시하며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는 라임에게 한 장의 포스터를 건넸다. “여기 한 번 지원해볼래요?”


“이게 뭐예요?” 라임이 물었다.


“방금 공지 뜬 거에요. 제가 여기 다니는데..” 보라가 설명했다.


한편, 비가 갠 카프 로비에서 블랙이 걸어 들어왔다.


블랙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냥 들어주지 말 걸 그랬나?”


***


비가 내리는 어느 오후, 페이의 상담실에 블랙이 찾아왔다.


블랙은 자신이 찾던 누군가에게 전달할 메시지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취향을 갖으신 분을 찾으시는지요?” 페이가 물었다.


“아니요, 누군가가 저에게 전달해달라고 했습니다. 시안이라는 친구인데, 223번 좌석 여성분께 전달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아, 그분이군요.”


페이는 비를 맞으며 혼자 앉아 있던 라임을 떠올렸다.


“다행이네요.” 블랙이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분도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뭘요?” 블랙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페이는 블랙의 대갈통, 팔, 다리를 하나씩 가리키며 말했다.


“다음에 어디에서든지 마주치게 되면, 부~숴버린다고요.”


페이가 잔혹한 킬러의 표정으로 말했다.


블랙은 호러스럽다는 표정이다.


“말씀 다 끝나셨으면, 어떻게 고객님도 인터뷰 진행하시겠어요?”


***


블랙은 상담실에서 나오며 속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아니, 저렇게 살벌하게 말하는데 이걸 전달하라고...”


그때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바로 앞에 서있는 보라가 보였다.


블랙은 그녀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보라가 말했다. “혹시 계속 그렇게 서 계실 건가요?”


깨달은 듯 블랙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정신이 팔려서요.” 그리고 얼른 비켜섰다.


보라는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가 다시 돌아서서 말했다.


“혹시 무슨 일이신지는 모르겠지만 기운 내세요! 파이팅!!”


그리고는 파이팅 포즈를 취한 채 다시 돌아섰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듯한 블랙도 자신도 모르게 따라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파이팅!!”


복도를 걸어가는 보라는 여전히 파이팅 포즈를 취한 채 손을 흔들며 걸어갔다.


블랙은 멀어져가는 보라를 잠시 뒤돌아보다가, 어색하게 손을 풀고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


부동산 투자의 새로운 트렌드, '메세권’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방송국 뉴스룸에는 부동산 전문가가 앉아 있었다.


앵커가 그에게 말을 건넸다.


“오늘은 부동산전문가님을 한 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전문가님, 22세기에 떠오르는 부동산 투자 트렌드는 '메세권'입니다. 역세권도 아니고 숲세권도 아니고, 메세권은 뭔가요?”


전문가가 차분히 설명했다. “하세권이라고도 하며, 메타버스 접속시설인 메템이 밀집한 권역을 말합니다. 최근 대부분의 부동산 가격이 2배 이상 폭락한 반면, 메템이 밀집한 하이브 인접지 부동산은 가격이 오히려 배 이상 뛰고 있습니다.”


앵커가 궁금한 듯 물었다. “혹시 아직 투자기회가 있는 메세권 지역이 있을까요?”


“다행스럽게도 있습니다.” 전문가가 답했다.


“어딘가요? 정말 궁금하네요.” 앵커가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크루즈선 엘스카이의 이동경로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전문가가 말했다.


“크루즈선 엘스카이라. 그런데 그게 메세권과는 무슨 관련이죠?” 앵커가 의아해했다.


“해당 크루즈선에 대규모의 하이브가 입점해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가 설명했다.


“아, 예전에 트리니티사와 로열크루즈사가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게 그거였군요.”


“맞습니다. 지난 3개월간은 시범 운항 기간이기에 한강 지역에 정박해있었습니다만, 올해부터는 정식 운항이 시작됩니다. 곧 공지되는 이동루트를 확인하신 후 메세권에 투자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


메디치 대학의 한적한 캠퍼스에는 심리학 교수인 블랙의 교수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그의 명판이 놓여 있었고, 책꽂이 한편에는 다양한 서적들이 정돈되어 있었다.


한 오후, 블랙은 동료 교수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블랙! 그 제안 받아들였다면서요?” 동료 교수가 물었다.


“예, 담당자가 트리니티 핵심연구진이라고 해서 좀 궁금했어요.” 블랙이 대답했다.


“잘 생각했어요. 혹시 친해지면 나한테도 다리도 좀 놔주고요.” 동료 교수가 말했다.


“하하. 친해지면요. 나중에 자리 한 번 만들게요.” 블랙이 웃으며 대답했다.


동료 교수가 엄지척을 하며 윙크했다.


***


한편, 메디치 금융국 건물이 오후 햇살에 반짝이며 서있었다.


메디치금융국 건물의 외경이 보였다.


오후의 햇살이 건물 벽면을 따듯하게 비추고 있었다.


***


빅데이터분석실로 들어서는 블랙.


연구원 래오가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교수님. 어려운 걸음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래오가 답했다.


그들 뒤편에서 보라색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있는 보라의 모습이 보였다.


“저분도 연구원이신가 보죠?” 블랙이 물었다.


“아, 맞아요. 저희 빅데이터팀 실장님이세요. 마젠타, 교수님 오셨어요. 아, 저흔 각자 닉네임으로 편하게 부릅니다.” 래오가 설명했다.


보라가 회전의자를 휙 돌렸다. 정돈되지 않은 헝클어진 머리, 진한 검정색의 굵고 동그란 뿔테안경, 반쯤 풀린 눈, 펑퍼짐한 보라색 후드티, 한 손에는 와인병, 다른 한 손에는 과자 봉지. 블랙이 그녀를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며 약간의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에이. 마젠타! 근무 중에 술은 안 된다니까” 래오가 말했다.


“진짜 저분이..?”


”예, 맞아요.”


“누...구..?” 반쯤 감긴 흐리멍덩한 눈으로 블랙을 바라보는 보라.


“오늘 오시기로 하셨었잖아요. 마젠타가 뽑아놓고선.”


보라가 책상 앞에 놓인 서류로 게슴츠레한 눈을 돌렸다.


그 위에는 블랙의 프로필이 보였다.


“아, 이개쉑씨~!” 보라가 말했다.”


???!!!


“블랙과 연구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 발음 좀 똑바로.”


“뭐, 괜찮습니다.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니고. 근데 원래 저렇게 항상 취해 있으신 건 아니죠?” 블랙이 물었다.


“항상은 아닌데, 깨어있어도 별다를 건 없어요.”


??!!


보라가 블랙 쪽으로 걸어왔다. 한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진보라입니다. 그냥 마젠타라고 불러요. 잘 지내봐요.” 보라가 말했다.


블랙이 악수하려고 하다가 보라 손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를 보았다.


보라는 이를 인지하고 민망해 하며 다른 손을 내밀었다. 그제야 악수를 했다.


“블랙입니다. 잘 지내봅시다.” 블랙이 말했다.


블랙은 약간 모자라게 웃고 있는 보라의 얼굴이 왠지 밉지 않게 느껴졌다.


“근데 우리 어디서..?” 블랙이 물었다.


보라의 바로 앞에 서서 그녀의 얼굴을 가까이서 정면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블랙.


[혹시 계속 그렇게 서 계실 건가요?]

[기운 내세요! 파이팅!!]


카프에서의 본 보라의 얼굴이 현재 보라의 얼굴과 겹치며 전환되었다.


“혹시 카프?”


“어? 나 거기서 일하는지 어떻게 알았어요?


”얼마 전에. 기운 내라며. 파이팅!” 블랙이 어색하게 포즈를 취했다.


“내가 그랬었나? 기억이 잘..(안 나는데)”


“근데 여기선 스타일이..(보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번 더 훑더니) 많이 다르시네요?”


“거긴 복장 규정이 있어서. 근데 바티칸점엔 무슨 일로 갔었어요?”


***


탕비실에서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보라와 블랙.

“...그런 일이 있었군요.”


“참 기막힌 우연이네요. 혹시 라임이란 분이 공모전에서 합격하게 되면 시안이란 친구와 재회할 수도 있긴 하겠네요.”


“의도친 않았는데 그렇게 될 수도 있죠. 근데 다시 만나면 부숴버린다고 했는데..”


“예. 들었어요. 대갈통이 박살 나든, 양 다리뼈가 동강이 나든, 뭐 그건 그 친구가 감내할 일이죠.”


??!


“아, 내 생각이 아니라 전달해 준 페이란 분이 그렇게 예를 들어 줘서...”


[마젠타! 우린 준비 다 끝났어!] 래오가 불렀다.



***


보라와 블랙은 번화한 피렌체의 거리를 걷다가 조용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허름한 간판 아래에서 멈춰 섰다.


간판에는 상호 대신 달팽이 세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팀 분위기가 아주 좋네요,“ 블랙이 말했다.


보라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요? 난 산만하다고 할 줄 알았는데?”


블랙도 덩달아 웃으며 말했다. “그것도 부정할 순 없죠.”


그 순간, 래오가 앞장서며 말했다.


“자, 소개하겠습니다. 우리 팀의 아지트, 빠세달 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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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선명한 세상이 낯설다 24.07.24 5 0 10쪽
8 이기심을 핑계로 한 ■ 24.07.23 6 0 20쪽
7 빠세달 - 채용의 비밀 24.07.23 7 0 12쪽
» 비 오는 날엔 튀밥에 오징어 24.07.22 8 0 11쪽
5 메템 24.07.22 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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