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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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시안
작품등록일 :
2024.07.2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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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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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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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매칭 카페, 카프

DUMMY

[3화]


가면을 쓰고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하는 네 명의 사진이 수채화 그림으로 바뀐다.


23년 전, 2101년 여름, 크루즈선 엘스카이호 내 전시회장.


갤러리 중앙에는 거대한 수채화 그림이 걸려 있다.


그 앞에는 네 명의 주인공이 서 있다.


보라, 블랙, 라임, 그리고 시안.


“고생했다. 우리 작가님!” 시안이 그림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라임에게 미소 짓는다.


“알면 좀 잘해! 대표님아.”


보라는 라임의 팔을 한쪽 꼭 껴안는다. “그때 생각난다.”


보라는 눈을 감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가 눈을 번쩍 뜬다.


“배고파! 우리 레빠 쉐프님들 기다리겠다. 빨리 가자!”


보라는 팔짱을 끼고 라임을 끌어당겼다.


시안은 멍하니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블랙을 보며 물었다. “형, 뭐해? 우리도 가자.”


블랙은 그림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빠져든다.


***


와인바의 벽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수채화 그림.


로라는 바텐더석에서 그 그림을 응시하고 있다.


그녀의 눈빛은 오묘했고, 그림 속 밤하늘에 기이한 색상의 오로라가 블랙홀을 형성한다.


로라는 마치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


밝은 햇살이 내리쬐는 카페 카프(CAF).


페이의 상담실. 라임은 매칭매니저 페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고객님, 저희 취미 매칭 카페 카프(CAF)에는 첫 방문이신 것 같네요. 프로필 작성을 위해 인터뷰를 진행해도 될까요?”


“처음이라 어색하긴 한데, 어떤 걸 말씀드리면 될까요?”


페이는 서류를 확인한다.


“기본적인 정보는 저희 쪽에서도 가지고 올 수 있어서요. 그림 그리는 회화 능력이 매우 뛰어나시네요. 혹시 이곳에서 전문적인 직업활동을 하실 예정이신가요?”


라임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요. 저는 그냥 취미가 비슷한 이성 상대를 원해요.”


페이는 묘한 미소를 짓는다. “아, 그럼 취미를 빙자한 연애 목적이시구나?”


라임은 순간 당황했다. ‘뭐 이런...?’


“괜찮아요, 고객님. 여기 방문하시는 분들의 80% 이상이 연애 목적이세요. 이상할 거 없습니다.”


라임은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그런가요.”


페이는 조언을 해주었다. “고객님, 여기서 만큼은 솔직해지실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크의 별명이 뭡니까?”


라임은 긴가민가한 눈빛으로 답했다. “감성의 도시?”


페이는 맞장구치며 말했다. “맞아요. 순도 100%의 감성 도시 바로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기 감정을 숨기지 말고, 감정에 충실해지라는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라임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쪼금요...”


페이는 라임에게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이라서 그렇지 몇 차례 접속하다 보면 저절로 이해하게 될 겁니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지길 바랍니다.”


라임은 매칭 비용이 궁금해졌다. “혹시 매칭 비용은 얼마인가요?”


페이는 준비된 비용 테이블을 꺼내 보였다. 높은 금액에 놀란 라임은 입이 쩍 벌어졌다.


“와, 금액이 상당하네요. 저는 아직 학생이라서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진 않아서요. 다음에 다시 올게요.” 라임이 미안해하며 말했다.


페이는 라임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 감정에 충실하시지 않죠?”


?!


“감정에 충실하셨다면 결제하지 않고 지나칠 수는 없는 건데요.”


‘아... 역시 이름값.’


라임은 낚이지 않고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한다.


페이는 아쉬운 마음이다. “다음번엔 감정에 더 충실해지셔서 오세요!”


***


카프 테라스석. 라임은 매칭 상담소에서 나와 투덜거린다.


“뭐가 이렇게 비싸? 돈 없는 사람은 연애도 못 하겠네.”


콧노래 소리가 들리자, 라임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다.


테라스 좌석에 홀로 앉아 있는 시안을 보았다.


라임은 잠시 시안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테이블 번호. 라임은 페이의 말을 떠올렸다.


'감정에 충실해지라'는 페이의 조언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


라임은 결심한 듯 눈빛이 바뀌어 다시 매칭 상담소로 걸어갔다.


매칭매니저의 방문을 두드리자, 페이는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저 아까 상담했었는데요, 혹시 지정 고객 매칭도 가능한가요?” 라임이 물었다.


페이는 걸려들었다는 듯 미소 지으며 전화를 돌렸다.


“신규 고객 한 분 보낼게요.” 전화를 끊고는 라임에게 말했다.


“22번 상담실로 가시면 됩니다. 행운을 빌어요!”


***


라임은 눈앞에 보이는 22번 상담실 번호를 보고 문을 두드렸다.


“예, 들어오세요.” 보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라임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상담실의 온 벽면이 강렬한 보라색으로 가득했다.


“안녕하세요. 이쪽으로 오라고 하셔서.” 라임이 인사한다.


보라는 라임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매니저님이 부탁한 분이시군요. 여기 앉으세요.”


라임은 벽면을 두리번거렸다. “와, 근데 여긴 전체가 다 보랏빛이네요.”


“제가 보라색을 좀 좋아해서요.”


라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라는 라임을 보며 물었다. “지정 고객 매칭을 원하시는 건가요?”


라임은 긴장된 표정으로 답했다. “네, 좌석번호 222번 분이요.”


보라는 검색해보더니 말했다. “가장 가까운 자리가 바로 뒷자리네요, 223번.”


라임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거기로 예약할게요.”


보라는 계약서를 건네며 말했다. “계약서에요. 잘 읽어보시고 사인해 주시면 됩니다.”


라임은 들뜬 마음으로 매칭 상담소를 나섰다. 지나가다 시안을 멀리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저자가 그랬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가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시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라임과 눈이 마주쳤다. 라임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고, 급히 카프를 나섰다.


***


다른 날. 카프 테라스석.


라임은 테라스석에 앉아 있다. 상큼한 녹색 계통의 원피스가 눈에 띈다.


'왜 안 오지? 오늘 말이라도 붙여봐야 할 텐데...'


테라스로 천천히 걸어오는 시안의 모습이 보였다.


라임은 시안의 눈길을 다급히 피하려 했지만, 결국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때 갑자기 라임의 머릿속에 보라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팁 하나 드리자면, 테이블 아래쪽 서랍에 예쁘고 멋진 가면들이 항상 준비되어 있으니, 필요하실 경우 그냥 쓰시면 돼요.]


순간, 라임은 흠칫 놀라며 손을 테이블 아래 서랍으로 뻗었다.


재빠르게 가면을 꺼내 얼굴에 착용했다.


걸어오던 시안이 라임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 웃음을 지었다.


시안은 자신의 좌석에 앉으며 라임을 한번 더 빤히 바라보았다.


‘이거 뭐지? 저 사람이 왜 웃지? 이거 신호인가? 벌써?’


라임은 설레는 마음으로 어쩔 줄 몰라 했다.


시안은 헛웃음을 한 번 더 지으며, 잠시 라임 쪽으로 몸을 돌렸다.


‘뭐야, 뭐야 이거. 너무 빠른데?! ’


라임은 마음속으로 동요했다.


그러자 시안이 다시 라임 쪽을 보며 말했다.


“저기요.”


라임은 머리를 귀 뒤로 쓸어 넘기며 최대한 여성스러운 포즈를 취한다.


“네?”


그러자 시안은 자신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두 번 가리키더니, 라임의 얼굴을 한 번 더 가리켰다.


?!


시안은 다시 한 번 헛웃음을 내며 동작을 반복했다.


라임은 당황한 표정으로 시안을 바라보았다.


시안은 다시 헛웃음을 지으며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라임은 놀라면서도 궁금증을 느끼고 있었다.


시안이 왜 자신에게 다가오라고 하는 걸까?


라임은 영문을 모르는 채 자리에서 일어나 시안 쪽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시안도 서서히 라임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라임은 두근두근 떨리면서 시안을 마주했다.


“저도 헐크 좋아해요,“ 시안이 귓속말로 말했다.


‘엥, 뭔 소리? ’


“근데... 헐크가 많이 익살스럽네요.” 시안이 계속해서 귓속말로 이야기했다.


‘뭣이라?!’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듯했다.


[ 그리고 놀이용으로 우스꽝스런 가면들도 있으니까, 주의해서 쓰세요~ 예를 들면, 정신 나간 헐크 같은...]


보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라임은 혼잣말로 작게 생각했다. ‘혹시 정신 나간 헐크가...’


시안은 그 말을 들었는지 피식 웃으며 끄덕였다.


시점이 풀리면, 여성스런 원피스에 어울리지 않는 익살스러운 사팔뜨기 헐크 가면을 쓴 라임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은 매우 우스꽝스러웠다.


라임은 어쩔 줄 몰라서 잠시 뒤로 돌아서려 했다.


하지만 시안이 다가와 말했다.


“여기 처음이신가 봐요?”


라임은 고개를 제대로 돌리지 않으면서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시안은 조심스럽게 라임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선약 없으시면 우리 합석하실래요?"


라임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고, 잠시 당황한 듯 머뭇거리다가 부끄러워하며 대답했다.


“네?? ···네···”


시안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이어갔다.


“어떻게, 저도 가면을 좀 쓸까요?”


라임은 급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 아니요!”


그렇게 라임은 부끄러움에 가면을 벗어던졌다.


그런 라임을 바라보는 시안의 눈빛은 이미 사랑에 빠진 모습이었다.



***

몇 분 후, 시안의 테라스 좌석에 앉은 라임의 모습이 보였다.


“몇 일 전에 혹시 여기 왔었죠?"


라임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예, 처음 왔었어요."


“혹시 나랑 눈 마주치지 않았어요?"


라임은 민망해하며 딴 곳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혹시 운명을 믿어요?" 시안이 귀엽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라임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


“전 안 믿어요. 근데 ‘운’은 믿어요,"


“‘운’이라면?"


“우리가 지난번 눈이 마주친 것도, 오늘 이렇게 마주 보고 대화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다는 말로 설명하면 이해가 갈까요?"


“아···"


“첫눈에 반한 사람과 그날 대화할 수 있는 건 도통 ‘운’이 좋지 않고서야 일어날 수 없는 일이죠."


“예?!!" 라임은 놀라서 눈이 커졌다.


“제 이야기예요. 그쪽한테 오늘 반했거든요."


“!!! 아, 그러시구나, 오늘 저한테 반하셨구나···"


라임은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나오면서도, 싫지 않고 너무 좋다는 표정을 숨기려 했다.


“우리 오늘부터 딱 10번만 만나볼래요? 여기서." 시안이 제안했다.


라임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이 남자 뭐지? 왜 이렇게 저돌적이야? ’


하지만 곧 그 표정은 행복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예, 좋아요!"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시안의 눈에는 사랑이, 라임의 눈에는 설렘이 가득 차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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