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아포칼립스의 쇼핑몰 관리자
1화 아포칼립스의 쇼핑몰 관리자
나는 온라인 종합 쇼핑몰 회사에 상점 관리자로 일하고 있었다.
우리 쇼핑몰에는 없는 물건이 없었다. 음식, 생필품, 의류, 가구 등
개인 판매자들이 우리 사이트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기에, 상품의 종류가 다양했다.
내 업무는 상품을 관리하는 일을 했다.
상품의 재고파악과 분류하는 게 나의 일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작은 슈퍼를 운영한 부모님 덕분에 물류 관리를 잘했다.
그날도 종로에서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이었다.
으아아악——!
역사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가 난 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행렬에 제일 앞에 있던 여자가 다시 한 번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비명소리는 가족오락관 고욕 속의 외침처럼 뒷사람에게 전달됐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파도가 밀려오듯 비명소리가 내게 전달되었다.
소리의 근원지는 출구였다.
출구와 거리가 있어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비명소리가 났던 곳에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역사 안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도 사람들이 도망치는 것을 보며 가까운 퇴로를 향해 뛰어갔다.
복도를 지나오니 시청역부터 동대문역까지 이어진 지하상가가 보였다.
도망치면서 생각했다.
요새는 흉흉한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흉기난동, 테러, 무장공비, 민간인 학살.
그런 것중 하나가 아닐까? 불길한 생각이 엄습했다.
얼마나 뛰었을까?
더이상 쫓아오는 대상이 느껴지지 않자 나는 뛰는 것을 멈추었다.
을지로입구역에서 시작한 뜀박질은 을지로4가역에 도착했을 때 멈출 수 있었다.
나는 숨을 고르며 내가 뛰어온 방향을 바라봤다.
거슬림 없이 쭉 뻗어있는 직선 코스의 지하상가.
짐승의 목구멍 같은 소실점 끝에는 원인 모를 불길함이 맺혀 있는 거 같았다.
도대체 뭘까?
뭐를 봤길래? 사람들이 도망친 거지?
나는 나와 같이 있었던 곳에서 도망쳐 나온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저쪽에 뭔일이 있었나요?”
“저..도..모르..겠···헤···헤..오요.”
남자가 숨도 고르지 못 하고 대답했다.
이 남자도 영문을 모르는 거 같았다.
“사람의 목을 물어 뜯고 있었어요!”
그때 뒤늦게 도착한 여자가 대답했다.
행렬의 후방주자인 걸 보니 아까 비명소리의 주인공이 이 여자가 아닐까 추측했다.
“뭐? 무슨 좀비야? 사람을 물어뜯게?”
그때 덩치가 크고 목이 두꺼운 남자가 못마땅 하듯 무리에서 나와 여자에게 물었다.
누가봐도 위협적인 첫인상.
나는 남자의 등장만으로 위압감을 느꼈다.
“요즘 세상에 뭔 좀비가 어디있어? 당신 때문에 개고생 한 거 안 보여?”
“아니.. 정말 봤어요.. 계단에서 어떤 남자가 다른 사람의 목을 물어 뜯고 있었어요..”
“저쪽 보세요!”
그때 군중에 섞여 있던 남자 한 명이 소리쳤다.
그는 우리가 빠져나온 지하상가를 가르키며 다급하게 이야기했다.
그곳에는 남루한 행색의 사람이 절뚝절뚝 걸어오고 있었다.
잿빛의 얼굴, 온전하지 못 한 걸음걸이.
저게 좀비인가?
나는 그것을 자세히 관찰했다.
흐릿한 눈빛과 허공을 향해 흔드는 머리.
행색만 봐도 정상적이지 않아 보였다.
곧이어 놈이 밝은 곳에 드러서자 잘린 팔과, 흘러 내리는 장기, 물어뜯긴 살점들이 보였다.
도저히 온전한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존재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윽고 그는 우리를 향해 뛰어왔다.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경악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지하상가 안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나도 지하상가를 통해 동대문 역사문화역까지 달렸다.
*
사태 발발후 10시간쯤 흘렀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좀비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습격했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은 안 터진지 오래.
지하상가에서 만난 사람들이 자신들이 바깥에서 목격한 것을 말해주었다.
좀비들의 습격,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의 출현.
그들은 세상이 망했다고 중얼거렸다.
나도 위협을 느끼며 당분간은 지하상가 안에서 지내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동대문 지하상가 안에는 새로운 생존구역이 생겨났다.
나는 운이 좋게 지하상가 복도 양쪽에 즐비한 상점들중 하나에 거주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곳에도 극명한 단점이 생겨나고 있었다.
우리를 통제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관리자라고 칭하며 상가를 점유한 사람들을 통제하려 했다.
그들중 이전에 여자에게 무슨 좀비 타령이냐며 비아냥 거렸던 돼지새끼도 있었다.
처음엔 이곳에서 나갈까 생각했지만, 전해 듣기론 바깥이 더 위험해 보였다.
바깥 상황은 완전히 지옥 그자체였다.
그나마 안전이 조금이라도 보장된 이곳에서 잠시 동태를 살피고 나가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곧 그런 결단은 후회로 바뀌었다.
“자 지금부터 여러분은 식량을 구해와야 합니다.”
돼지새끼가 사람들 앞에 나와 이야기했다.
그는 희생자를 찾고 있었다.
바깥에 나가 음식을 구해올 희생자.
돼지 새끼가 연설을 이어나갔다.
“여러분도 사회에서 일한 만큼 월급 받잖아요? 여기도 똑같다고 보면 됩니다. 일한만큼 보상을 나눠 줄 겁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말을 끝내고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는 손가락을 들어 사람을 지목했다.
너!
그의 두꺼운 손이 나를 가르키고 있었다.
나?
“나가서 식량 구해와. 빈 손으로 돌아오면 알지? 팔 다리중 하나 부러트려줄게.”
왜? 나지?
돼지새끼는 나를 포함해 3명의 사람들을 더 지목했다.
그렇게 나까지 총 4명의 사람들이 지목당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지목당한 사람들을 바라봤다.
여자1명, 남자2명.
그렇게 우리 4명은 상가 밖으로 내몰려졌다.
“아무 것도 못 구하면 차라리 돌아오지마 어차피 빈손으로 돌아오면 나한테 죽을 거니깐.”
돼지새끼가 우리를 쫓아냈다.
쿵!
굳게 닫힌 지하상가의 문.
나는 그렇게 세상에 다시 던져졌다.
이제 어떡하지..
“멀지 않은 곳에 편의점이 있습니다.”
그때
셔츠에 정장바지를 입은 남자가 말을 꺼냈다.
“아 저도 본적 있어요. 쎄이유 편의점 말하는 거죠?”
몸이 우람한 남자가 말을 덧붙였다.
띵!
그때
머리속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각성하셨습니다.]
이름: 최성준
레벨: 튜토리얼
특성: 상점 관리자
스킬: 물품소환
나는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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