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에 미친 성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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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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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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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DUMMY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눈이 이상하다니? 설마 눈을 다치기라도 한 거야?"


내가 심각하게 되묻자 루나는 잠시간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을 고르는 듯했다.


이어진 루나의 말에 나는 조금 어리둥절한 심정이 되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진짜 이상해서 그래. 예전보다 너무 선명하게 잘 보이고... 세상이 느려진거 같아."


"잘 보인다구? 느려보여? 그게 대체..."


"...각성이라도 한 거 아닌가."


데인의 말에 모두의 고개가 돌아갔다.


"던전에서 죽음의 경계에 발을 디딘 이들은 종종 특별한 능력을 얻곤 하지. 잘 보이고 세상이 느려보인다라... 눈에 대한 능력을 각성한 것이 아닌가. 걱정하기보단 축하할 일인 듯 하군."


"그, 그런 건가? 어때, 루나? 내 손가락 몇 개인지 잘 보여? 여러 개로 보인다거나 잔상이 보인다거나 하진 않지?"


내가 그리 호들갑을 떨고 있자 다시 한번 데인이 나섰다.


"자, 루나라고 했나? 내가 저 나무에 단검을 던져 보지. 이 단검에 무슨 글자가 적혀 있는지 맞혀봐라."


휘릭- 팩!


데인이 던진 단검은 순식간에 날아가 나무에 틀어박혔다.


아니, 전혀 안 보이는데? 눈이 좋아졌다고 해서 빠르게 날아가는 단검에 적힌 글자까지 구분할 수준이라고?


그건 단순히 시력이 좋아진 수준을 넘어 압도적인 동체시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루나는...


"...이 칼은 모험가 제레미의 것입니다. 습득시 모험가 길드로 연락 바람. 맞죠?"


"호오... 가까이서 봐야 할 정도로 작은 글씨인데 그걸 맞춘다라? 확실히 범상치 않은 안력이군."


아니, 모험가 제레미의 것이라고? 데인 이 사람 로그라더니...?


어쨌든 데인 덕분에 걱정보단 축하할 일이라는걸 알게 되었고 다들 축하한다는 말을 건냈다.


루나는 어안이 벙벙한 느낌.


"휴우, 고마워요 데인. 덕분에 한시름 덜었네요. 눈이 이상하다길래 큰일이라도 난줄 알았어 루나. 아픈 건 아니라니 다행이야."


"응, 걱정해 줘서 고마워. 그나저나 이 분들은... 우릴 구해주신 분들이셔?"


"맞아. 이 분들이 우릴 구해주셨어. 어떻게 된 거냐면..."


나는 루나에게 마지막 전투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상황, 그리고 휘틀러 파티의 멤버들, 최종적으로 하루를 더 고용한 것과 그들 파티에 임시로 합류하게 되었음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렇게 된 거야. 네가 자는 동안 내 멋대로 결정해서 미안 해. 우리 둘 만으로는 살아 돌아가기 어려울거로 생각해서 도움을 요청했어."


"아냐, 델리시아. 그런 걸로 사과하지 않아도 돼.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 어쨌거나 정말 고마워. 여러분들도 정말 감사해요. 저와 델리시아를 구해주시고 파티에도 받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루나가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전하자 다들 은은한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루나도 몸에 별다른 이상은 없었고 오히려 각성까지 했으니 다행 그 이상으로 운이 따라줬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던 와중 휘틀러가 짝! 하고 손뼉을 치며 주의를 끌었다.


"자, 모든 파티 멤버가 일어났으니 다 함께 저녁이라도 들어야 하지 않겠나? 어서 저녁을 준비하도록 하지. 아, 자네 둘은 편히 쉬고 있게. 델리시아가 우리를 하루 더 고용했으니 내일 아침까진 맘 편히 쉬게나."


그렇게 말한 휘틀러는 우릴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과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본래 이곳 메마른 대지에서는 항상 맛없고 간단한 간편보존식 또는 하이에나 고기 위주의 식사했는데 룰루 덕에 간단한 스튜라도 준비할 수 있겠다고.


아, 룰루는 내가 깨어난 이후부터 꾸준히 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게 보니 무슨 아동정령착취의 현장 같지만 서로 말은 안 통해도 파티원 모두가 룰루의 재주에 푹 빠져 버려서 감탄과 칭찬을 아끼지 않으니 룰루 스스로가 열심히 물을 만들고 있는 상황.


칭찬과 관심은 정령도 춤추게 만드는 것이다.


어쨌든 잠깐 여유시간이 생긴 동안 나는 루나에게 눈에 대해 물어봤다.


"눈은 어때 루나? 불편하진 않아?"


"막 불편한건 아니야. 조금 낯설고 약간 어지럽다 해야하나? 그래도 잘 보이고 금방 적응 할 수 있을것 같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델리시아."


휴. 정말 큰일이라도 난줄 알고 얼마나 식겁했는지.


어쨌든 나는 루나에게 줄 선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루나에게 잠깐 눈을 감고 있어 달라고 했다.


"내가 말하기 전까지 절대 뜨면 안 돼. 알겠지?"


루나는 내 말대로 순순히 눈을 감은 채 기다렸다.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놀을 잡고 얻은 건틀릿을 집어 들고 조용히 루나에게 다가 갔다.


"루나, 손바닥을 펴볼래? 응 그렇게. 자, 이제 눈 떠도 돼."


철컥...


손 위에 올려지는 묵직한 느낌.


루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이게 뭐야? 이런 건 대체 어디서..."


"놀을 잡고 나온 거야. 운이 좋았어. 이건 누가 봐도 네거지? 어때? 한번 껴봐."


루나는 홀린 듯 새로운 건틀릿을 장착했다.


절그럭절그럭.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자기 손을 한참 들여다보는 루나.


"어때? 마음에 들어?"


"내가 살면서 본 건틀릿 중에 가장 마음에 들어..."


피식.


뭐래는 거야 고작 열다섯 꼬맹이가. 살면 얼마나 살았다고.


어쨌든 마음에 들었다면 그걸로 됐다.


"하지만 안 돼..."


응?


"이런 걸 어떻게 받아... 포션값도, 저분들 고용비도 전부 네가 냈다며. 나한텐 이걸 받을 자격이 없어..."


루나는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건틀릿을 빼려 했고 나는 그 손을 잡고서 루나를 만류했다.


"무슨 소리야 루나. 나는 루나 네가 없었으면 살아 있지 못했을 거야. 목숨보다 귀한 게 세상에 어디 있겠어? 그러니 그건 루나 네거야. 네가 강해지면 나도 그만큼 안전해지는 거잖아? 부담가지지 않아도 돼."


"하지만..."


세실도 그렇고 루나도 그렇고 아주 그냥 인성이 복덩이 그 자체다.


라스 이 새낀 얘네 절반만 닮았어도 나한테 검을 상납할 일은 없었을 텐데.


나는 루나의 손을 강하게 맞잡고 말했다.


"받아줘 루나. 우리가 임시로 합류하긴 했어도 활약하기 위해서는 그게 필요할 거야. 우린 어떻게 보면 죽음의 문턱도 사이좋게 나눠 밟은 사이잖아? 정 마음이 불편하면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맛있는 거라도 많이 사줘."


"응... 고마워... 절대 잊지 않을게."


루나의 눈가가 촉촉한걸 보니 애써 울음이라도 참고 있는 것 같다.


루나는 싸울땐 누구보다 강한데 속은 뜻밖에 여린 타입 같단 말이지.


"자! 식사 준비가 끝났네! 어서들 오게!"


마침 식사 준비도 끝났는지 우릴 부르는 소리에 나는 루나를 데리고 맛있는 냄새를 따라갔다.


"혹시몰라 솥단지를 가져오길 잘했군."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네 크렉스. 자네들도 그릇 하나씩 받게."


우린 휘틀러가 건네준 그릇과 숟가락을 받았다.


다들 모닥불 근처에 둥글게 둘러앉았는데 불 위엔 조금 길쭉한, 솥이라기 보단 타원형 냄비에 가까운 통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엔 군침도는 스튜가 끓고 있었다.


국자를 든 라일리가 나와 루나를 둘러보며 말했다.


"있는 거 다 때려 넣고 끓인 거라 맛은 기대하지 마. 너희가 잡은 하이에나 고기도 넣었다? 그래도 향신료나 소금을 팍팍 넣었으니까 못 먹을 수준은 아닐 거야. 자, 오늘은 비록 임시지만 새로운 멤버, 그리고 새로운 인연을 위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나와 루나에게 먼저 스튜를 퍼주었다.


"누구보다 고생하는 우리 꺽다리 리더도."


"엘프보다 섬세한 오크씨도."


"최고의 길잡이 데인씨도."


"마지막은 3층 최고의 미녀~ 나!"


재치있게 말하며 스튜를 나눠준 라일리는 딴지거는이가 없다는 사실이 마음이 들었는지 씨익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자, 그럼 맛있게 먹도록 하지. 너, 나, 우리 모두를 위하여!"


"""위하여!"""


휘 부장님 건배사 뭐냐고.


어쨌든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듯한 온기와 편안 함이었기에 나와 루나는 그 분위기에 편승해 즐거운 식사로 못내 풀린 피로를 크게 풀어낼 수 있었다.


스튜는 기대하지 말라던 것과 다르게 정말 놀랍도록 맛있었다.


시장이 반찬이라던가?


아주 배고픈 상태였다는 게 한몫 했는데 다들 '이렇게 맛있을 줄은 몰랐는데 물맛이 달라서 그런가'라며 감탄하는 것을 보니 룰루의 공도 적지 않은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룰루도 일행들 사이를 통통 뛰어다니며 기쁨을 표했다.


비록 술이나 음료는 없지만 다들 룰루가 열심히 만든 물을 마음껏 기분 좋게 들이키며 분위기는 기분 좋게 풀렸다.


그러다 문득 이거 냄새라던가 몬스터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 싶어 물어보니 데인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설명해줬다.


"하이에나 놈들에게 아주 쥐약인 냄새가 있지. 식사를 준비 하는 동안 근처에 그걸 둘러놨거든. 그러니 걱정은 안 해도 돼."


확실히, 후각에 민감한 놈들이라면 그런 방법을 쓸 수 있겠구나 싶었다.


지구에서의 나는 몬스터들의 생태니 약점이니 공략이니 뭐니 하는 것들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말이다.


그냥 무식한 힘과 무식한 검으로 반갈죽 내버리는 게 끝이었으니...


어쨌든 식사하며 우린 이런저런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흥미롭고 유용한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1층의 난이도만 보자면 말 그대로 초보자들이 던전에 입문하기 위한 수준이지. 요즘은 약탈자들이 극성이라 그것도 조금 옛말이 된 것 같지만..."


"2층부터는 던전의 분위기가 바뀐다네. 1층과 2층의 가장 큰 차이는 환경이네. 각각의 몬스터들이 선호하는 원래의 환경에 맞추어 나오는 거지. 그것만으로도 놈들의 위험성은 배는 증가한다네."


"간단히 설명하자면 1층의 고블린들은 숨을곳도 없는 탁 트인 카타콤에서 나타나지. 전반적으로 어둡긴 해도 딱히 무기도 없는 놈들의 기습에 당하기도 어렵고 놈들이 몸을 숨길만한 곳도 거의 없어."


"하지만 2층은 다르지. 고블린들이 카타콤이 아닌 숲에서 등장하고 2층의 숲은 1층과 밀도부터 달라. 초목이 훨씬 빽빽 하고 사람 허리만한 덤불도 많지. 그런 곳에서 피부도 초록색인 놈들이 몸을 숨기고 기습하고... 심지어 놈들은 원시적인 무기도 사용한다네."


"돌도 던지고 돌창이나 돌칼을 쓰기도 하지. 발을 거는 함정을 설치하기도 해. 적당한 무장 수준이면 그리 어려울건 없지만 만만히 보고 명을 달리하는 모험가들은 적지 않다네."


아, 그런 차이가 있는 건가?


확실히 1층은 몬스터들의 수준으로 봤을 때는 정말 별거 없는 수준이었다.


홀몸의 어린아이에게 지나치게 가혹했을 뿐.


"1층 숲의 스켈레톤도 비슷하지. 한적하고 화창한 숲에 흰색 뼈다귀들이 돌아다녀 봐야 얼마나 위협적이겠는가. 다만 자네들의 경우엔 정말 운이 없었다고 할 수 있지."


휘틀러의 말이 맞다.


루나도 혼자 던전에 들어왔을 정도로 세간에 알려진 1층 던전의 난이도는 성인 기준으론 별거 없는 수준이다.


다만 무슨 마가 끼었는지 약탈자 놈들을 너무 많이 만난 게 문제지.


"어휴 그 쓰레기 자식들, 내 화살로 다 꿰뚫어 버리고 싶네. 우리 예쁜이들, 놈들 때문에 고생 많았지? 걱정 마, 예쁜 언니가 지켜 줄게."


"하하, 감사해요 라일리씨. 그나저나 3층은 그럼 어떤가요? 저흰 첫 전투만 치렀을 땐 솔직히 할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하이에나들이 정말 끝도 없이 몰려들더라구요. 이게 3층의 특징인가요?"


"그건 내가 설명해주지."


지금껏 조용히 식사만 하던 데인이 말을 받았다.


"우선 3층부터는 정예가 귀환석을 줄 확률이 대폭 낮아진다. 그리고 훨씬 강한 '챔피언'이라는 녀석이 추가되지. 보통은 챔피언을 잡아야 귀환석을 얻을 수 있기에 주 목표는 챔피언 사냥과 그 과정 중에 마주치는 정예다."


"그리고 3층부터는 지도 또는 길잡이가 필수다. 왜냐면 챔피언은 특정 장소 근처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1, 2층과 다르게 안전 거점을 만들만한 장소도 제한되기 시작하지."


"너희가 쉴곳을 찾지 못하고 헤맨것도 그런 이유가 크다. 그래서 길잡이든 지도든 둘 중 하나가 필요한거지. 크렉스, 나머지는 네가 설명해라. 환경과 몬스터들에 대한 건."


데인의 말에 차례를 넘겨받은 오크 전사, 크렉스가 흠흠 목을 가다듬었다.


"...이곳에선 주로 하이에나와 놀을 상대하게 되는데 놈들은 후각에 아주 민감하다. 따라서 탈취제와 악취제를 챙겨야 하지. 냄새를 지워 추적을 예방하고 악취를 통해 제때 추적욕구를 꺾어야 피곤한 일을 겪지 않아."


"...게다가 환경적 특성도 무시할 수 없어지지. 이곳은 딱 봐도 매우 황량하고 건조한 곳이기에 물이 귀하다. 따라서 보통은 조금 역하더라도 하이에나 놈들의 피를 마시기도 하지."


"그밖엔 중간중간 오아시스를 찾아야 하는데... 오아시스의 갯수도 적을 뿐 더러 그냥 마셨다간 강인한 오크도 위아래로 지리게 될 정도라 소독제와 정화제가 필수다."


확실히 다르군...


이들의 설명에 나는 던전에 대한 노련함과 철저한 준비가 무엇인지 느껴졌다.


룰루를 반긴 이유가 있었구나?


그나저나 그 텁텁한 물맛은 소독제와 정화제라는걸 따로 넣어먹기 때문인가 보군.


그러니 현대판 정수기 뺨치는 룰루의 물맛에 중독돼서 한 방에 넘어온 거고.


그러다 문득 생각이 다른 곳에 닿았다.


"다들 설명 감사해요. 저희가 고생 한 이유가 있었군요... 아, 이건 제 개인적인 궁금함인데 혹시 탐험가랑 모험가가 다른 건가요?"


"탐험가와 모험가의 차이 말인가? 내가 설명해주겠네."


은근히 탐험가라던지 모험가를 따로 구분하는 거 같더라고?


"일단 던전도시에는 모험과 길드와 탐험가 길드가 따로 나누어져있네. 크게 보면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그 성격이 조금 다르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그래, 모험가는 일단 몸으로 겪고 경험하는 이들이고 탐험가는 철저한 검증과 준비를 통해 공략하는 자들이랄까."


"모험가가 좀 더 자유분방하고 위험과 스릴에 가깝다면 탐험가는 보다 차분하고 안전하다고 볼 수 있지. 뭐, 탐험가라고 해서 모험가 길드를 이용하지 못 하는건 아냐. 반대도 그렇고."


오호라.


대충 모험가는 낭만파 박치기 공룡, 탐험가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안전주의자 이런 건가.


내 성향은 모험가 쪽이었군.


어쨌든 나와 루나는 뼈와 살이 되는 정보와 조언들을 경청하며 식사를 마쳤다.


"자네들은 편히 쉬게나. 내일 아침까진 고용된 입장이니 불침번은 우리가 서겠네. 잘 수 있을 때 푹 자두는 게 체력회복에 좋을 거야."


우리는 사양하지 않고 선선히 받아들였다.


꼬박 하루 하고도 반나절을 쉬기만 했음에도 어린 육체엔 피로가 조금은 남아 있었다.


푹 자고 일어나면 완전히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겠지.


"아, 휘틀러씨. 일행분들을 모아주실래요? 성녀 이름값을 해야죠. 작은 기적을 보여드릴게요."


"음? 알겠네. 다들 이쪽으로 와보게! 어서!"


흠흠. 아 이거는 할 때마다 좀 어색하다니까.


나는 모인 일행들을 확인하고 성유물 반지에 집중하며 양손을 모으고 기원문을 읊었다.


"혹한의 땅, 죽음의 서리를 뒤집어쓰고도 이 한 몸 가뿐히 일으켜 세우리. 프레시아의 기원."


화아악.


반지에서부터 뻗어 나온 백색 빛무리가 우리 모두의 몸에 스며들었다.


"추위 저항력을 조금 올려주는 기원이예요. 반나절 정도 지속되구요. 이곳의 저녁은 쌀쌀한 편이니 조금 도움이 될거예요."


"오... 정말 신기하군. 마치 모포를 두른듯한 느낌이야."


"정말 하나도 안 춥네? 예쁜데 이런 것도 할줄 알면 너무 불공평 한 거 아니야?


"놀랍군, 부족 주술사들보다 더 뛰어난 것 같은데..."


"고맙다. 따뜻하게 잘 수 있겠군."


휘틀러, 라일리, 크렉스, 데인은 각각 그런 감사를 전하고 불침번 순서를 정하러 갔다.


사실 나나 루나 단둘만 있을 때와 비교하면 기원의 효과가 조금 떨어진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쓸만한 효과를 지닌 것 같다.


아무래도 여러 명이서 나눠받으면 효과가 떨어지나보다.


어쨌든 나는 루나 옆에 모포를 깔고 잘 준비를 했다.


그런데...


"델리시아, 나랑 같이 잘래? 내가 추위를 좀 많이 타서... 체온을 나누자."


흠... 그랬나?


근데 이거 거절할 명분이... 없나?


뭐 생각해 보면 같이 자는 것도 흔치만은 않은 경험일 거다.


보통은 불침번을 서야 할 테니까.


나는 모포를 들고 루나에게 다가 갔다.


그런데 루나는 자기 한쪽 팔을 펼치고 그 팔을 두드리는 게 아닌가.


"이리 와. 내가 델리시아보다 크니까... 팔베개 해 줄게."


"..."


델리시아가 깨있었다면 아주 난리가 났겠군.


불행인지 다행인지 델리시아는 아직도 곯아떨어져 있다. 불러봐도 비몽사몽하더라고.


나는 짧은 고민 끝에 루나의 팔을 베고 누웠다.


루나의 말랑탄력적인 근육이 내 머리를 안정적으로 받혀주는게...


아, 이거 뭔가 기분이 묘한데.


체격차이때문에 뭔가 내가 루나에게 안긴 느낌이라 해야 하나.


김검수 시절엔 느껴보고 싶어도 절대 느낄 수 없었던 느낌이라 좀 싱숭생숭하다.


다만 루나는 '잘자'라는 말 외엔 별 말없이 잠에 빠졌다.


뭐... 루나도 별생각 없어 보이는데 나도 신경 쓰지 말자.


두겹의 모포와 기원의 힘, 인간 난로 루나까지 있으니 잠이 솔솔 쏟아졌고 나도 곧 잠에 빠졌다.


이제 푹 자고 일어나면 내일은 그 챔피언이라는 놈을 볼 수 있겠지...


든든한 파티 원들이 있으니 아주 기대된다.


3층 모험가 파티는 어떻게 싸울지도 기대되고...


나는 한동안 달콤한 잠에 취해 있다가 어느 순간 묘한 느낌에 눈을 떴다.


내 몸을 더듬는 이건...


루나의 손?


루나가 자유로운 한쪽 손으로 내 몸을 더듬거리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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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괜찮아 위험하지 않아 24.09.13 12 0 15쪽
36 보물 사냥 24.09.12 11 0 15쪽
35 폐허도시 24.09.10 13 0 17쪽
34 맑은 눈의 무투가 24.09.09 13 0 15쪽
33 물컹 끈적 미끌 24.09.07 14 0 15쪽
32 던전이여 우리가 왔다 24.09.06 15 0 16쪽
31 자신있어 24.09.05 17 0 15쪽
30 우리는 모험을 떠날 거예요(3) 24.09.04 16 0 15쪽
29 우리는 모험을 떠날 거예요(2) 24.09.03 16 0 15쪽
28 우리는 모험을 떠날 거예요(1) 24.09.02 17 0 17쪽
27 델리시아의 꿈 24.08.30 23 0 15쪽
26 일어나세요 24.08.29 26 0 17쪽
25 더티 파이트 24.08.28 25 0 18쪽
24 호의 24.08.27 24 0 17쪽
23 경력 있는 신입 24.08.26 23 0 16쪽
» 휴식 24.08.23 26 0 18쪽
21 탐험가 24.08.22 25 0 17쪽
20 짐승들 24.08.21 25 0 14쪽
19 예측불가 24.08.20 27 0 17쪽
18 야속한 운명 24.08.19 27 1 18쪽
17 루나 24.08.16 31 0 19쪽
16 삼위일체 24.08.15 29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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