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에 미친 성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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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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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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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도시

DUMMY

- 포탈 너머로 폐허가 된 도시가 비추는걸 보니 폐허도시로 이어진 경계포탈인가 본데요?


"폐허도시로 가는 경계포탈..."


내 중얼거림에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같은 층의 구역과 구역을 이어 주는 문 역할을 하는 것이 경계 포탈이다.


즉, 이 포탈을 넘으면 바로 이 어두컴컴한 동굴을 벗어나 신선한 공기를 마실수 있다는 것.


하지만 나는 포탈을 넘기보단 먼저 휴식을 취하는 것을 택했다.


휘틀러 일행이 교단에서 너무 과분한 것들을 받았다며 내게 선물로 주고 간 회중시계를 확인하니 던전에 들어온 지도 벌써 6시간 정도 흘렀다.


물론 나와 루나, 뜻밖에 세실도 꽤 멀쩡한 상태다. 하지만 코민과 제시는 그렇지 않다.


코민은 어떻게든 '멀쩡한 척'을 하는 티가 났고 제시는 표정에서 피로가 드러났다.


지금껏 제대로 활약도 못했으니 심적 부담감도 알게 모르게 쌓여 있을 터.


이러나 저러나 동행하기로 결정 했으니 그들의 컨디션도 신경을 써 줘야 한다.


"우선 이 포탈을 넘으면 언제 쉴 수 있을지 몰라. 그러니 일단은 이 동굴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휴식처로 가는 동안 경계포탈을 넘을지에 대해 고민해 보자. 다른 생각 있는 사람?"


"동의해. 어차피 쉴만한 곳이 여기서 멀지 않아. 잠깐 쉬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헤헤, 나도 다리가 조금 아프긴 했어. 코민 씨, 제시씨? 둘은 어때요?"


"저는 여러분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저, 저도요..."


오케이. 일단 가볍게라도 한 숨 자는 걸로 결정.


"루나, 안내를 부탁할게."


끄덕.


우리는 루나를 따라 다시 되돌아가기 시작했고 나는 포탈을 넘을지 말지에 대한 운을 띄웠다.


결론은 꽤 빠르게 나왔는데...


만장일치.


코민 이 새끼... 그냥 광인인척 했을 뿐이었나.


아무렇지 않은 척 했어도 내심 슬라임 체액을 계속 뒤집어쓰고 싶진 않았나 보군.


게다가 슬라임을 상대로 주먹질을 하는 것도... 체고 차이가 너무 심하다 보니 썩 모양새가 좋은것도 아니다.


하지만 폐허도시에선 코민에겐 슬라임보다 더 위험한 몬스터가 나올 텐데 과연 어떨지.


그런저런 생각하며 우린 간이 야영지로 쓸 만한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동굴임에도 바닥이 꽤 균일해 누웠을 때 편히 누울 수 있고 동시에 지대가 살짝 높아 천장만 신경 쓰면 기어 오는 슬라임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만한 장소.


경계포탈과는 걸어서 약 20분 정도 떨어진 거리였다.


경계포탈 근처에서도 야영을 하라면 할 수는 있었겠지만 이쪽에서 넘어갈 수 있다는 건 반대로 저쪽에서 누군가가 넘어올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던전에서는 사람을 가능한 마주치지 않는 게 좋기 때문에 구태여 포탈과 거리를 두고서 야영지를 고른 것이다.


어쨌든 야영을 준비하기 위해 나는 일행들에게 우선 간단한 식사를 권하고 코민과 제시 몰래 룰루를 불러 소금을 건넸다.


'근처 천장에 소금물을 쫙 뿌려줄래? 슬라임들이 천장에 붙어서 다가오기 어렵게. 아, 저기 저 녀석들에겐 안 들키게 부탁해.'


[ 안 들키게? 조용히? 할 수 있어. ]


소금을 머금은 룰루가 작업을 위해 표표히 날아가고 나는 연금술 백화점에서 구매한 특제 에너지바를 하나 꺼냈다.


"음, 확실히 맛이 다르네. 달달 고소 꾸덕한 게 먹자마자 바로 힘이 나는걸."


"조금만 먹어 델리시아. 또 자고 일어났는데 키가 커지면 안 되니까."


"그게 뭐야~ 루나는 델리시아가 크는걸 경계하는 거야? 나는 지금도 좋은 걸. 작은 델리시아도, 큰 델리시아도 좋아."


"...뭐 나도 키는 크게 상관없어. 그냥 나보다 커지지만 않으면 좋겠는데."


루나는 그렇게 말하며 슬쩍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엔 코민과 제시가 조금 우중충한 표정과 분위기로 '꾸역꾸역' 식사하고 있었다.


얼마 되지 않는 텁텁한 물을 아껴먹고, 영양가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는 통짜 곡물만 갈아 넣은 딱딱퍽퍽한 건량을 억지로 억지로 씹어 삼키는걸 보니 나까지 목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아 진짜.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그 둘을 불렀다.


"코민, 제시. 이리 와볼래요? 컵이나 그릇 있으면 가져와요."


"네, 넼. 커흑. 켈록. 켁. 죄송, 켁."


코민은 먹다 사례라도 들린 건지 연신 콜록대기 시작했고 제시가 그런 코민의 등을 두드려주기 시작했다.


겨우 진정시킨 둘은 내게 다가왔다.


"...괜찮아요? 놀라게 하려고 부른 건 아닌데. 미안해요. 자, 이거 받아요. 물도 팍팍 따라 마셔도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요."


"네, 네? 어째서... 이런 귀한걸 저희에게..."


내게서 에너지바와 물주머니를 건네받은 코민과 제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에너지바야 왕창 챙겼었고 물이야 방금 룰루를 통해 한가득 채웠다.


당장 내가 먹을게 없어서 죽어 가는 것도 아니고 일단은 동행하기로 한 이상 이 정도는 신경 써줄 수 있다.


사실 가능하면 신경 쓰고 싶지 않았는데 바로 옆에서 신파극을 찍고 있으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리가.


어쨌든 둘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감동한 얼굴로 연신 부담스러울 정도로 감사를 전하고 자리로 돌아가 식사를 재개했다.


"너, 너무맛있어... 흐윽..."


"이, 이게 성공의 맛... 나도 반드시 성공한 모험가가 되겠어...! 매 번 이런 식사할 수 있도록...!"


제시와 코민은 저마다 감상과 각오를 되내이며 식사를 이어갔고 나는 그런 그들을 보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짧은 식사는 끝이 났고 이제 편히 눈을 붙일 시간이다.


"자, 다들 침낭 펴기 전에 불침번 부터 정할게요. 공평하게 제비뽑기로 하겠습니다."


"아, 아뇨. 저흰 어느 때든 좋으니 가장 힘든 시간에 서고 싶습니다. 아니, 꼭 그러고 싶습니다. 그러니 편하게..."


코민이... 말대꾸?


나는 단호하게 코민의 말을 끊었다.


"코민, 의욕이 앞서는 것도 알고 우리에게 부채감을 느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와 일행을 돌아보세요. 인간의 체력과 정신력은 소모성입니다. 나아가기 위해선 휴식이 필요해요."


내 말에 코민은 제시를 바라봤다.




피로에 젖어 흔들리는 눈동자가 코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아....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제비뽑기 순서로 결정된 불침번 순서는 제시, 세실, 루나, 나, 코민.


그리고 나는 취침전 모두를 모아 기원문을 읊었다.


"혹한의 땅, 죽음의 서리를 뒤집어쓰고도 이 한 몸 가뿐히 일으켜 세우리. 프레시아의 기원."


사르르륵.


왼손 검지에 낀 반지로부터 백색의 빛무리가 흘러나와 모두를 감쌌고 코민과 제시, 그리고 세실이 탄성을 흘렸다.


"이, 이것이 신의 권능...!"


"너무 따뜻해요... 어머니의 품처럼..."


"와아, 델리시아. 정말 신기하네. 추위를 막아준다고 했지? 진짜 대박이야."


후후, 뭐 이 정도 가지고.


나는 코 밑을 슥 쓸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마망 프레시아 만세.


"추위에 대한 정항력을 올려주는 기원이고 반나절 정도는 지속될 테니까 다들 편하게, 걱정하지 말고 푹 자요. 자, 제시는 이걸 받아요. 1시간짜리 모래시계인데 그 모래가 다 떨어지면 다음 교대자를 깨우면 됩니다. 교대자를 깨울땐 어깨를 가볍게 흔들며 깨우면 돼요."


"네."


"자 그럼, 좀 잡시다..."


후암.


딱히 피곤하진 않았는데 자리에 누우니 바로 수마가 몰려온다.


원래 축축한 동굴이지만 룰루 덕에 모포에 습기가 올라오지 않고, 기원의 힘 덕에 가만히 누워 있어도 한기가 몸을 찌르지도 않는다.


심지어 룰루는 우리가 잠든 동안 우릴 지켜 주겠다며 영체화 상태로 주변을 정찰하고 있다.


나는 세상 걱정 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


"델리시아, 일어나. 일어날 시간이야."


사근사근한 루나의 목소리가 비몽사몽 한 정신을 일깨웠다.


"흐암, 흐어엄. 잘 잤네. 뭐야. 왜 다들 벌써 일어났어?"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모포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내가 네 몫까지 불침번을 섰거든. 코민이 마지막으로 방금 6시간 지났어."


"...! 아니 루나, 넌 어쩌고? 피곤할 텐데..."


"체력으론 내가 여기서 일등이잖아?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니지. 자, 일어나자. 손 잡아."


나는 루나의 손을 잡고 일어나 자리를 정리했다.


좋아, 다들 컨디션도 좋아 보이고 밤중에 무슨 문제가 생기진 않은 것 같네.


그럼...


"가 볼까?"


폐허도시를 향해.


***


습하고 축축하던 동굴과 달리 조금 건조한 느낌의 공기 사이로 희미한 누린내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빼곡하게 들어선 건물들은 말 그대로 폐허처럼 변해 도시 전체가 을씨년 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척 봐도 거대한 규모의 도시가 어쩌다 이런 꼴이 됐을까?


건물들은 죄 반파되어 담장과 천장이 멀쩡한 경우를 찾기가 더 어려웠고 이곳에 사람들이 살았었다는 사실이 머나먼 과거처럼만 느껴졌다.


"정말 말 그대로 폐허도시네."


루나의 감상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동굴보단 낫네.




루나도 동굴보단 길 찾는 게 크게 어렵진 않은 듯 막힘없이 지도를 들고 앞서갔다.


우리의 목표는 보스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마주치는 정예들까지.


슬라임 동굴의 보스를 상대했다간 상상만 해도 짜증 나는 점액질 파티를 하게 됐겠지.


물론 폐허도시의 몬스터들도 만만한 놈들은 아니지만 적어도 슬라임 보다는 양반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하아, 이 쥐 새끼들. 또냐?"


루나가 짜증 난다는 듯 주먹을 들어 올렸고 금방 건물들 사이로 기묘한 짐승 울음소리가 낮게 깔리기 시작했다.


- 키시시싯.


- 키샤샷.


- 키싯키싯.


나는 검을 뽑아 들고 코민과 제시를 불렀다.


"코민, 제시. 둘은 세실리아를 지켜요. 절대 양옆에서 떨어지면 안 됩니다. 알겠죠?"


"네!"


"예...!"


코민은 자신만만하게, 제시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대대답했지만, 그렇게까지 걱정되진 않았다.


다만 하나 걱정되는 게 있다면 놈들의 물량, 그리고 기습이다.


2층 폐허도시에서 출몰하는 놈들은 코볼트.


생김새는 개와 쥐를 반반씩 섞은듯한 생김새에 덩치는 고양이와 동내 똥개 사이 정도 된다.


체고가 그리 높지 않다 보니 폐허도시의 무너진 담벼락 너머로도 발견하기 어렵고 몸놀림도 재빠른 편이라 덜 무너진 지붕을 타고 떨어져 기습하기도한다.


물론 개체 하나하나가 그렇게 강한 건 아니지만 쥐를 닮은 듯 개를 닮은 날카롭고 촘촘한 이빨과 특유의 물량은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놈들은 깨진 돌바닥 틈을 파고들어 땅속에 굴을 만들어 놓기도 하기에 굴 비슷한걸 발견하면 얼른 구멍을 막거나 피하는 게 좋다.


감당 못 할 물량이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까.


"온다!"


정면, 무너진 담장, 지붕 등을 박차고 코볼트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루나는 짐승 냄새에 질색했지만 나는 놈들의 누린내가 오히려 반가웠다.


개 같이 물컹거리는 슬라임 상대론 칼질 하는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뼈와 살, 피를 지닌 존재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부담 없이 찌르고 베고 절단낼 수 있는 것이다.


루나는 세실을 기준으로 전방, 코민과 제시는 세실의 양 옆, 나는 세실의 후방을 맡았다.


슬쩍 곁눈질 하니 제시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그녀는 활 대신 몽둥이를 들고 있었는데 고양이나 쥐만큼은 못해도 소동물 특유의 날랜 몸놀림을 지닌 놈들 상대로 화살을 쏴 맞출 실력은 못됐기에 차라리 몽둥이를 들라고 했다.


가능하면 코민보단 제시 쪽을 신경 써 줘야겠군.


나는 우선 겁도 없이 내 안면을 향해 뛰어드는 놈을 사선 올려 베기로 시원하게 양단해 버렸다.


촤학!


단말마의 비명조차 지를 틈도 없는 깔끔한 즉사.


다만 벌써 내 다리를 물려고 미친 듯 침을 흘리며 뛰어오는 놈들이 지척에 있었다.


씨익.


예전에 비하면 힘과 체력이 넘쳐나서 그런 걸까? 나는 저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제어하지 못하고 올려벤 검을 즉시 하단을 쓸듯 내려 베어 다리를 노리던 두 놈의 턱과 얼굴을 동시에 갈라버렸다.


"키익...!"


단숨에 세놈이 죽었지만 쉬고 있을 틈은 없다.


건방지게 나를 지나쳐 제시 쪽으로 뛰어가려던 놈의 옆구리를 쭉 갈라버리고 그 틈을 노려 뒤를 노린 채 뛰어든 놈은 역수로 바꿔쥔 검으로 목을 꿰뚫어 버렸다.


한 번의 습격에 대략 열 마리에서 스무 마리 남짓한 놈들이 튀어나오기에 완전히 몰살 시키기 전까진 방심할 수 없다.


나는 잠깐 숨을 고르며 빠르게 일행들을 훑었다.


루나, 루나는 전혀 문제가 없다.


주먹 한 방 한 방에 코볼트들이 피를 토하고 짜부러지며 날아다니고 있었고 정예 코볼트라고 해도 루나의 동체시력과 전투 센스를 뚫고 상처를 줄 순 없어 보인다.


제시는? 여전히 몽둥이를 휘두르는 폼이 어설프지만 내가 최대한 커버해주고 있기에 한 마리씩은 충분히 상대하고 있다.


세실은 최대한 정확하게, 맞출 수 있을 때만 작은 불덩이나 얼음송곳을 날려 한 놈씩 줄여나가고 있었다.


코민은...


"아악! 끄아악!!"


처음엔 잘 싸우는 것 같더니 코볼트 한 마리가 주먹을 물어뜯자 비명을 지르며 자지러지고 있었다.


남은 코볼트는? 몇 마리 없는 상황.


...손이 완전히 작살나기 전에 구해 줘야겠군.


나는 한숨을 삼키며 즉시 코민쪽으로 뛰어들어 손을 물어뜯던 코볼트의 몸통을 반 토막 내버렸다.


"끄윽, 내, 내 손이...!"


불행인지 다행인지 물어뜯긴 손은 왼손이었고 살점이나 뼈가 심각할 정도로 상한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다만 제 때 치료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내가 비록 의사는 아니지만 상처치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아파도 참아봐요. 따끔~."


나는 룰루가 만들어 준 깨끗한 물을 상처 부위에 부어 환부를 가볍게라도 씻어낸 뒤 연금술 백화점에서 구매한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아줬다.


마데카솔 만큼은 아니어도 돈 귀신 놈들이 만든 거니 효과는 있겠지.


"이건 포션이니까 아 하세요. 흘리면 죽어요."


하나에 은화 5개짜리 하급 회복 포션.


재생력을 올려주니까 이걸 먹이면 상처가 덧난다거나 해서 어이없이 뒤지진 않겠지.


다만 전부 다 먹이진 않았다. 한 절반 정도만?


나랑 루나 세실이 각각 두 개씩 해서 총 6개 들고왔는데 보스 얼굴도 구경 못한 상태에서 벌써 하나를 다 털기엔 좀.


"큭, 어, 어째서 저 같은 놈한테 그런 귀한걸...!"


코민은 울음을 참는 듯한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흠. 어째서냐고?


솔직히 말하자면 찝찝해서다.


애초에 데리고 다니기로 결정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내가 결정했는데 그 일행이 다치거나 죽는 건 좀.


솔직히 주제 파악 못 하는 멍청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오늘 말고 다른 곳에서도 멍청하게 싸우다가 '자연사' 할지도 모르지.


다만 그게 오늘은 아니었을 뿐이다.


하지만 다른 일행들도 다 지켜보고 있는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되겠지?


- 앗. 안 되는 건가요? 정신적 충격이 좀 필요한 사람 같았는데.


'본인도 느낀게 있겠지 뭐. 우릴 만난 게 천운이라는걸 깨달았으면 행동도 바뀔테고 그렇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면... 답이 없지.'


나는 무심한 눈으로 코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글쎄요. 임시라고 해도 일단은 동료니까요. 코민, 저는 남에게 쓴소리 하는 걸 싫어해요. 하지만 한마디 해도 될까요?"


"......"


비록 대답은 없었지만 코민은 눈빛으로 대답했다.


그래, 저 눈빛.


쥐어패고 싶으면서도 묘하게 한 번쯤 기회를 주고 싶단 말이지.


순수한 건지 낭만 넘치는 건지 멍청한 건지. 아마 셋 다 겠지만.


그런 놈이 제대로 정신 차리면 어디까지 갈까,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궁금하다고.


나나 루나 처지에서 코민은... 그래, 사람이 되다 만 원숭이 같은 거다.


아니, 심지어 원숭이보다 못할 수도 있다. 원숭이도 도구는 쓸 줄 알 거든.


그러니 한 번 정도는 기회를 주자.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낭만과 오만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해요 코민. 잠깐 쉬고 있어요. 뒷정리하는 동안."


"......"


코민은 뭐라 입술을 달싹거렸지만 소리의 형태로 꺼내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참오는 알아서 하라 하고.


"어때, 뭐 좋은 거 나왔어?"


나는 코민을 치료하는 동안 루팅하던 일행들에게 다가가 물었고 루나는 씩 웃으며 내게 무언가를 건넸다.


"응? 지도? 으음... 봐도 잘 모르겠는걸. 이거 2층 지도야?"


루나가 건넨것은 복잡한 건물들의 형태가 축약된 지도였고 알아보기 힘든 기호들이 이곳저곳에 새겨져 있었다.


"자세히 봐봐. 2층 지도는 맞는데, 조금 달라. 새로 나온 거야."


"...? 새로 나왔다고? 정예가 지도도 주나 보네? 그럼 기존 지도랑은 뭐가 다른 거야?"


"그거, 보물 지도야."


뭣.


나는 보물이라는 말에 눈을 부릅 뜨고 미친 듯 지도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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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보물상자 24.09.16 7 0 14쪽
37 괜찮아 위험하지 않아 24.09.13 11 0 15쪽
36 보물 사냥 24.09.12 11 0 15쪽
» 폐허도시 24.09.10 13 0 17쪽
34 맑은 눈의 무투가 24.09.09 13 0 15쪽
33 물컹 끈적 미끌 24.09.07 14 0 15쪽
32 던전이여 우리가 왔다 24.09.06 14 0 16쪽
31 자신있어 24.09.05 17 0 15쪽
30 우리는 모험을 떠날 거예요(3) 24.09.04 15 0 15쪽
29 우리는 모험을 떠날 거예요(2) 24.09.03 15 0 15쪽
28 우리는 모험을 떠날 거예요(1) 24.09.02 17 0 17쪽
27 델리시아의 꿈 24.08.30 22 0 15쪽
26 일어나세요 24.08.29 26 0 17쪽
25 더티 파이트 24.08.28 25 0 18쪽
24 호의 24.08.27 24 0 17쪽
23 경력 있는 신입 24.08.26 23 0 16쪽
22 휴식 24.08.23 25 0 18쪽
21 탐험가 24.08.22 25 0 17쪽
20 짐승들 24.08.21 25 0 14쪽
19 예측불가 24.08.20 27 0 17쪽
18 야속한 운명 24.08.19 27 1 18쪽
17 루나 24.08.16 30 0 19쪽
16 삼위일체 24.08.15 29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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