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에 미친 성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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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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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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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

DUMMY

"하하하! 피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어서 누군지 몰랐네! 정말 놀랍군! 자네를 여기서 다 보다니, 어쨌든 반갑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잘 안돌아가는 머리로 상황을 대충 보니 휘틀러 일행이 우릴 구하고서 시간이 조금 지난 거 같다.


얼마나 지난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비몽사몽 한 정신을 겨우 부여잡고 말했다.


"루나는...? 나랑 같이 있던... 내 동료..."


"아, 그 토끼 수인 말인가? 걱정 말게. 지금은 그저 자고 있네. 하급 회복 포션도 하나 먹였으니 걱정할 것 없어. 물론 자네도 하나 먹였지."


그런가.


은혜를 입어 버렸군.


도대체 어떻게 갚아야 하는 거냐.


"고맙다... 사례는..."


"그런 건 걱정하지 말게. 탐험가들의 수칙에 의거하여 구한것 뿐이야. 주변 전장을 정리하고 짐과 전리품을 다 모아 놓았으니 우선 푹 쉬고 일어난 뒤에 계산하도록 하지."


존나 고마운 새끼...


"고맙다..."


걱정 가득한 룰루의 정신파가 들려왔지만 도저히 제대로 대답하기 힘들었다.


'룰루 너도 고맙다... 미안, 좀 잘게...'


나는 룰루에게도 겨우 감사를 전하고 다시금 까무룩 잠들었다.


***


"끄응, 어우, 삭신이야."


한참을 자고 일어난 것 같은데 전신이 욱신거린다.


주변을 둘러보니 마른 나무들이 듬성듬성 U자 모양으로 주위를 둘러싼 어떤 임시 캠프 같았다.


이런 장소라면 적당히 몸을 숨기고 쉴만 할 것이다.


그중앙엔 모닥불도 보이고 그 옆에 누워서 잠들어 있는 루나도 보였다.


다행히 겉으로 볼때 큰 이상은 없어 보인다.


분명 피를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나도 루나도 멀끔한걸 보니 우리가 정신을 잃은 틈에 룰루가 고생을 좀 했나보다.


긍정의 정신파가 들려온다.


이 대견한 녀석.


나는 우선 델리시아를 불러봤다.


- 흠냥... 좀 잘게요...


다행이 델리시아도 큰 이상은 없어 보인다.


델리시아도 나와 시야와 감각등을 공유하는 만큼 정신적으로 꽤 힘들었을 것이다.


일단 푹 자게 놔두자.


룰루에게선 정말 뛸듯이 기뻐하는 정신파가 연속적으로 울렸다.


아주 방방 뛰며 좋아하는구나.


네가 좋다면 나도 좋다.


룰루에겐 항상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그나저나 지금은 새벽이나 아침같은데... 이거 대체 정신을 잃고 나서 얼마나 지난 거지?


하루? 이틀?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근처에서 체계적으로 몽둥이를 휘두르며 수련중이던 휘틀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얼마나 잠들어 있었지?"


"꼬박 하루를 넘게 잤지. 시간으로 치면... 24시간이 조금 넘을 걸세. 그나저나 자넨 볼때마다 놀랍군. 단 두 명이서 그렇게 많은 놈들을 상대하다니... 그런데 혹시나 해서 묻겠네. 우리가 구하지 못한 다른 동료가 있는가?"


아, 하긴 고작 두 명이서 이런 위험한 곳에 왔다고 생각하긴 어렵겠지.


혹시 있을지 모를 다른 동료를 생각해주는 건가.


"아니, 우린 두명뿐이야. 이곳에 온 것도 우리가 원해서 온게 아니었어... 1층에서 나가려고 사용했는데 빌어먹을 무작위 귀환석이 우릴 이딴 곳으로 보내버렸지."


"...? 무작위 귀환석을 썼다고? 그런 건 목숨 내놓고 다니는 약탈자 놈들이나 쓰는 건데... 그 위험한 건 대체 왜 손을 댄건가?"


"사정이 있어. 그나저나 위험하다고? 내가 듣기론 극히 희박한 확률이라 들었는데..."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20%의 확률이라면 희박하다고 말하긴 어렵지. 우리 탐험가 기준에서 20%면 거의 필연이라고 봐도 될 정도야. 자넨 정말 실력에 비해 던전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무지하군... 어쨌든 운이 좋은 편이라 해야 하나? 5층 이상으로 가는 경우도 있으니 3층은 양반이라면 양반이지."


나는 이를 바드득 갈았다.


이런 빌어먹을 약탈자새끼.


극히 희박한 확률?


무슨 러시안 룰렛도 아니고 20% 확률로 좆되는걸 별거 아닌 것처럼 날 속여?


역시 약탈자는 만악의 근원이다.


나는 약탈자 놈들에 대한 살심을 겨우 억눌렀다.


"후우우... 사기당한 기분이군. 그나저나 혼자 온 건 아닌 거 같은데 동료들을 소개해 주겠나? 감사 인사를 전해야겠어."


"그러도록 하지. 마침 나도 궁금한 게 많은 참이었네. 그 살아 있는 듯한 놀라운 물덩이를 비롯해서 말이야. 자가 수복 기능이 있는 자네 옷도 그렇고... 이쯤 되니 정체가 궁금하군. 우선 여기 있게. 동료들을 불러오겠네."


휘틀러는 그렇게 말하고 임시 캠프 밖으로 나가 동료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몽둥이를 든 장신의 하이 고블린 전사 휘틀러, 활과 아밍소드를 든 장난기 많아 보이는 인간 여자 궁수, 큰 검과 방패를 지닌 오크 전사, 몸에 단검을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날렵한 인상의 인간 까지.


총 네 명의 인원이 캠프로 들어왔다.


그중 여자 궁수가 손을 흔들며 먼저 입을 열었다.


"일어났네? 우리 예쁜이들. 언제 일어날까 걱정했는데. 아, 친구는 아직 자고 있구나. 괜찮아, 미녀는 원래 잠이 많은 거니까. 나처럼."


"라일리,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자리 잡고 앉기나 하게. 미적 감각이 우수한 하이 고블린의 눈으로 볼 때 자넨 미녀가 아니야."


"흥, 하이 고블린의 미적 감각은 오크랑 비슷하다는 거 잘 알 거든? 크렉스, 내 말이 맞지?"


라일리라는 여자가 오크 전사의 몸통을 팔꿈치로 쿡쿡 찌르며 대답을 강요하자 크렉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제발 내 몸에 손대지 마라, 내 몸에 손댈 수 있는 여자는 내 반려 뿐이다."


"뭐래, 날 반려삼고 싶다고 돌려 말하는 거야? 엉큼하긴. 아아, 종족의 벽을 넘고 금단의 사랑을 해야만 하는가..."


"데인이다. 저 멍청이들은 신경 쓰지 마."


날렵한 인상의 사내가 내게 악수를 청했다.


이거 키 차이가 있으니 악수가 좀 어색하군.


"델리시아예요. 저기 누워 있는 제 친구는 루나구요."


어쨌든 그런 간단한 자기소개가 끝나고 나는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모두의 목숨을 구해 준 셈이니 9할 이상의 진실을 말하는 것으로.


사실상 내가 빙의자인 것과 룰루를 얻게 된 경위를 제외한 나머지를 전부 설명했다고 보면 된다.


내가 축복교단의 성녀라는 것부터, 개인적 사정으로 던전에 오게 된 후 1층에서 약탈자들과 싸우다 루나를 만나고, 4층 약탈자들의 군세를 피하기 위해 약탈자로부터 얻은 무작위 귀환석을 사용해 3층에 도달해 죽도록 싸우다 휘틀러 파티에 구해지게 된 이야기.


그밖에 휘틀러와의 인연이라거나 룰루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헤에, 휘틀러가 무슨 1층에서 만난 여자 꼬맹이한테 죽을 뻔했다는 게 너였구나? 웬일로 안 하던 웃긴 농담을 하는 줄 알았더니 진짜였네. 실력이 엄청 대단하잖아."


"라일리, 제발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게. 내가 언제 죽을 뻔했다고 그랬나. 나조차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랬지. 애초에 우린 싸우지도 않았네."


"쿡쿡, 그래, 알겠어. 그나저나 성녀라니 실감이 안나네. 내가 아는 성녀는 불꽃교단인가 거기밖에 없는데 말이야. 그마저도 던전 같은 위험한 곳은 안 오거든."


라일리의 말이 맞다.


성녀는 애초에 교단의 간판 아이돌 같은 존재다.


성유물도 없이 기적을 행하고 성유물의 힘을 증폭시키기에 그냥 안전한 곳에서 받들여지며 마스코트 역할만 잘 하면 되는 것이다.


뭐 그런 미래를 견딜 수 없기에 뛰쳐나오다 이렇게 된 거지만.


"배부른 소리 같지만 사정이 있어요. 아무튼, 저흴 구해주셨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사례를 해야 하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가진 게 그리 넉넉하진 않아서..."


일순 내 말에 잠깐 정적이 흐르더니 곧이어 박장대소가 이어졌다.


"프흐흐하하! 자네 그런 농담도 할 줄 아는가! 가진 게 넉넉하지 않다니, 자네가 그 약탈자로부터 얻은 마력코어가 얼마짜리인 줄 모르나? 그거 하나만 해도 은화 50개는 받을 수 있는 물건일세."


뭣.


"어차피 도시에서 처분할 생각이었다면 이 마력코어로 은혜를 갈음하시게. 사실 그렇게 하고도 절반쯤 남을 거야. 마력코어 하나만 있어도 저등급 마법사는 거의 두 배 수준으로 강해지거든."


아니 그런 거였나? 4층 마법사가 그런 걸 세 개씩 돌려쓰니 저층을 쓸어 버리는 거였군.


어쨌든 아주 좋은 정보다.


그럼 코어 두 개가 남게 되는데 하나는 세실을 꼬실때 쓰고 나머지 하나는 팔면 되겠군.


"탐험가의 수칙중 하나는 서로 이익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상대를 돕고 구하는 것이지. 괜히 포션까지 써가며 자네들을 구한 게 아니야. 속물처럼 보여도 어쩔 수 없지만 우린 자네가 충분히 이익을 제공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에 자네들을 구한걸세."


"속물이라니, 그럴 리가. 누군가는 그런 상황에서 그냥 다 죽여 버리고 재물만 챙겨 갔겠지. 하지만 그럴 수 있음에도 우릴 구해주지 않았나. 나는 여러분 같은 훌륭한 사람들을 만난 것에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습니다.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휘틀러, 라일리, 크렉스, 데인을 돌아보며 고개를 숙여 다시금 감사를 전했다.


크렉스와 데인은 과묵한 성격인 듯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고 휘틀러와 라일리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리고 휘틀러가 내 말을 받았다.


아무래도 이 파티의 리더는 휘틀러가 맡은거 같다.


"어쨌든 하급 회복물약 2개 가격이 은화 10개, 3층 던전에서 우리 네 명의 하루 고용비가 각각 은화 다섯 개씩 총 20개네, 비싸다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의 물자와 일정을 모두 이곳에서 자네들을 지키는데 썼다는 점을 알아주게. 이러면 은화 20개가 남지. 자네 동료도 하루를 꼬박 잤으니 금방 깨어날 테고..."


"아, 가능하면 여러분들을 하루 더 고용하고 싶습니다. 저와 루나는 이곳에 대해 잘 알지 못해요. 솔직히 저희 둘 만으로는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보장도 없구요. 그러니 여러분을 하루 더 고용하고 이후엔 임시로나마 여러분의 파티에 합류하고 싶습니다. 어떻습니까?"


"흠..."


휘틀러는 조금 신중하게 말을 고르는듯했다.


아무래도 본인들의 계획이나 일정이 따로 있는 만큼 섣불리 결정하긴 어렵겠지.


비록 이익을 노리고 구했다고 한들 우리가 목숨을 구함 받은 사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보통 평범한 사람들도 던전에서는 남을 구하기 보단 죽게 내버려두고 물건만 챙겨가는 일이 허다하니까.


지구에서도 지겨울 정도로 겪었다.


어쨌든 우리가 합류하면 정산 문제도 생길 테니 신중할 수 밖에 없겠지.


그때 라일리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말이야, 그 물의 정령? 물도 만들 수 있어? 너희가 잠든동안 입속으로 물을 조금씩 흘려보내 주는 거 같던데."


"네, 룰루는 물을 만들 수 있어요. 보여드릴게요. 혹시 컵이 있을까요?"


나는 라일리가 건네준 나무컵을 받아들고 우리의 귀염둥이 만능 서포터 룰루에게 물을 부탁했다.


쪼르르륵.


아무래도 이곳은 전반적으로 건조하다 보니 숲에서와 다르게 그렇게 빠르진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컵은 가득 차게 되었다.


물이 없는 곳에서 이 정도의 수둔은 룰루가 아니고서야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게 정령이 만든 물...! 혹시 위험할지도 모르니 내가 먼저 마셔볼게!"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먼저 마신다니. 그냥 누구보다 먼저 마셔보고 싶은 게 아닐까?


어쨌든 그녀는 컵에 담긴 물을 숨도 쉬지 않고 깨끗하게 비웠다.


"크하아아아아... 나는 무조건 찬성. 내 인생이 부정당하는 듯한 청량감이야. 어떡하지? 나 이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어떡해? 차라리 몰랐더라면...!"


그녀는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고 룰루가 채워준 새로운 물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허어... 이건 정말 놀랍군. 밖에서도 절대 쉽게 구할 수 없는 수준의 물이야. 물이 귀한 메마른 대지에서 이런 놀랍도록 깨끗한 물을 마실수 있다니..."


"정말 아름다운 물이군. 내 운명의 반려가 있다면 이 물을 바치고 청혼하고 싶다."


"......신앙심이 생기는 맛이로군."


휘틀러, 크렉스, 데인은 룰루에게 빠져 버렸다.


이제 쐐기를 박아야겠지.


"정말 놀랍죠? 더 놀라운 건 룰루의 능력은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거예요. 여러 놀랍고 신비로운 능력을 가졌답니다. 그건 차차 설명하도록 하고... 다들 알고 있다시피 저와 루나는 이곳의 몬스터 수십 마리와 싸울 수 있을 정도의 근성과 실력을 갖추고 있어요. 그러니 절대 짐이 되는 일은 없을거예요."


다들 내 말에 집중하는 걸 보며 나는 자신있게 말을 이었다.


"게다가 저는 성녀라고 했죠? 저는 성유물이 없어도 여러 유용한 기적을 사용할 수 있어요. 또, 밖으로 나가게 된다면 교단에서도 여러분들에게 반드시 보답할 겁니다. 제가 좀 말썽꾸러기긴 한데 성녀를 구해 준 보답은 절대 적지 않을 거라 약속드려요."


사실 교단의 보답 건은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대외적인 이미지가 있으니 당연히 보답해주지 않을까?


안 해주면 뭐 마력코어 팔아서 내가 직접 해주면 그만이고.


어쨌든 내 말을 들은 휘틀러는 자기 동료들을 둘러봤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는걸 보니 만장일치인듯 하다.


"좋네. 어찌 보면 이거 우리가 되려 함께 해 달라고 해야 할 것 같군. 파티에 합류한걸 환영하네. 정산 또한 6등분 하여 나누도록 하지. 아, 말이 나온 김에 보여 줄게 있네. 자네들 짐과 전리품들을 확인해야지 않겠나."


"목숨도 구해주시고 파티도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다들. 저와 루나는 전적으로 여러분의 지시를 따를 게요. 그러고 보니 놀 세 마리를 잡았는데 뭐 좋은걸라도 나왔나요?"


"좋은 거라... 직접 보면 알걸세. 바로 보여 주지."


휘틀러는 캠프 한쪽에 쌓인 우리의 짐들을 보여줬다.


다행히 짐가방은 몬스터 놈들의 관심 밖이였는지 대부분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건...


"이걸 운이 좋다 해야 할지, 꽤 좋은 장비가 나왔네."


그곳엔 매끄러운 은빛 광택을 자랑하는 멋진 건틀릿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주워들어 살펴봤다.


적당한 무게감과 뛰어난 강도, 높은 수준의 깔끔한 마감 등으로 보아 상당한 고급품처럼 보였다.


루나가 기존에 쓰던 것보다 훨씬 좋아 보이는데?


안 그래도 루나의 건틀릿이 거의 다 부서져 버렸는데 루나에게 주면 아주 기뻐하겠지.


"정말 공교롭지 않나. 우린 이걸 보고 던전이 사람을 홀린다고 한다네. 던전은 미지와 위험으로 가득 찬 곳이야. 우리에게 달콤한 보상과 보물을 쥐어 주기도 하지만 그것에 취해 위험속으로 몸을 던지는 일은 없어야 하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던전은 이처럼 소름 돋는 부분이 있었다.


대체 어떻게 알고서 루나에게 딱 필요한 장비가 나올 수 있을까?


마치 누군가 우릴 지켜보고 일부러 이렇게 설계해 놓은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보상을 위해 위험에 뛰어든 건 아니지만 앞으로는 더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다.


고급 건틀릿 외엔 별다른 보상은 없었다.


그냥 마석이라 불리는 작고 푸른 보석 두 개가 끝.


혹시 몰라 룰루에게 누가 우리 물건을 가져가거나 숨기진 않았냐 물었는데 그렇진 않다고.


어쨌든 나는 파티에 합류한 것과는 별개로 그들의 하루를 더 고용하겠다고 했다.


루나도 금방 정신을 차리긴 하겠지만 회복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가능하면 편하게 안정을 취하도록 하자.


나도 좀 더 쉬면서 컨디션을 회복하는 게 좋을것 같다.


그밖에 루나가 깨어나기 전까지 나는 휘틀러로부터 이곳 3층, 메마른 대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곳에선 정예를 잡아도 귀환석을 얻기 어렵다고 한다.


확률적으로 5% 미만이라던가?


그래서 보통은 높은확률로 귀환석과 쓸 만한 보상을 주는 '챔피언'이라 불리는 몬스터를 잡는 루트를 짠다고.


그리고 3층은 지도나 길잡이가 없으면 큰 낭패를 치른다고 한다.


1층이야 거의 아무 때나 탈출할 수 있지만 3층은 챔피언을 잡지 않으면 탈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린 지도도 있고 유능한 길잡이이자 로그인 데인도 있지. 자네들까지 합류했으니 챔피언 사냥은 훨씬 쉬울 거야. 만약 합이 생각보다 잘 맞는다면 보스까지 노려볼 만 할지도 모르겠군."


챔피언과 보스라... 일단 챔피언부터 잡아보고 생각해야겠다. 루나 생각도 들어봐야 하겠고.


루나는 저녁이 다 돼서야 일어났다.


나는 기쁜 마음에 루나가 나에게 했던 것처럼 그녀를 껴안았다.


다만 루나는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나와 제 손을 번갈아 쳐다보거나 손을 쥐락펴락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델리시아... 나 눈이 이상해..."


루나의 말에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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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보물상자 24.09.16 7 0 14쪽
37 괜찮아 위험하지 않아 24.09.13 11 0 15쪽
36 보물 사냥 24.09.12 10 0 15쪽
35 폐허도시 24.09.10 12 0 17쪽
34 맑은 눈의 무투가 24.09.09 12 0 15쪽
33 물컹 끈적 미끌 24.09.07 13 0 15쪽
32 던전이여 우리가 왔다 24.09.06 14 0 16쪽
31 자신있어 24.09.05 16 0 15쪽
30 우리는 모험을 떠날 거예요(3) 24.09.04 15 0 15쪽
29 우리는 모험을 떠날 거예요(2) 24.09.03 15 0 15쪽
28 우리는 모험을 떠날 거예요(1) 24.09.02 16 0 17쪽
27 델리시아의 꿈 24.08.30 22 0 15쪽
26 일어나세요 24.08.29 26 0 17쪽
25 더티 파이트 24.08.28 25 0 18쪽
24 호의 24.08.27 23 0 17쪽
23 경력 있는 신입 24.08.26 23 0 16쪽
22 휴식 24.08.23 25 0 18쪽
» 탐험가 24.08.22 25 0 17쪽
20 짐승들 24.08.21 25 0 14쪽
19 예측불가 24.08.20 26 0 17쪽
18 야속한 운명 24.08.19 27 1 18쪽
17 루나 24.08.16 30 0 19쪽
16 삼위일체 24.08.15 29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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