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에 미친 성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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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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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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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세요

DUMMY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펜던트 속 검을 든 여인의 형상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엔 기도하는 여인의 형상이 나타났다.


"와 이게 뭐지? 이런 건 처음 보는데. 진짜 성유물인가? 어떻게 한 거야?"


흥분한 라일리가 연달아 감탄을 내뱉자 일행들의 관심이 쏠렸다.


아니 근데 나도 처음인데?


'델리시아? 뭔가 설명해줘야 할 분위기 같은데. 도와줘...!'


- 헤헷. 뭔가 느낌이 오길래 해봤는데 생각보다 쉽게 되네요? 이건 성유물이 맞아요. 다만 복수교단의 것인데 저희의 영향을 받아 축복교단의 성유물이 된 거죠. 보통은 여러 의식을 걸치는데 성녀는 쉽게 할 수 있나 봐요.


다른 신의 성유물을 덮어씌울 수 있다고?


성녀가 없어도 가능한데 성녀가 있으면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라...


어쨌든 중요한 건 이게 성유물이라는 거고 성유물은 저등급 성유물이라고 해도 상당한 가격을 자랑한다.


팀원들은 다들 이게 진짜 성유물이었으면 하고 기대하고 있겠지.


"이건 성유물이 맞아요. 본래 복수교단의 것이었지만 제가 축복교단의 성녀라 복수와 규율의 여신의 형상이 사라지고 프레시아 여신의 형상이 나타난 것 같아요."


"야호! 진짜 성유물이었구나! 감정비도 굳고 정말 잘됐네! 이리 와 델리시아! 이 언니가 뽀뽀좀 해도 되겠니!?"


"아, 안 돼요! 그건 저도 못 해봤다구요. 안 돼!"


루나가 흥분한 라일리의 육탄공세를 막는 사이 다른 일행들이 다가왔다.


"혹시 이 펜던트가 성유물이라면 어떤 능력이 있는지 알 수 있겠나?"


"듣기론 성유물도 지닌 능력이나 효과에 따라 등급과 가격이 천차만별로 나뉜다더군."


휘틀러와 데인의 말처럼 그건 나도 궁금하긴 했다.


이게 대박, 아니 중박만 돼도 좋아.


교단도 아마 비싼값에 매입하려 들지 않을까?


그러면 나름 교단에 돌아갔을 때 면도 살고 일행들에게 도움도 될 것이다.


"정확히 파악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그래도 노력해볼게요."


"그래, 부탁하네. 우린 전리품 정리나 마저 하지."


다른 일행들이 전리품을 정리하는 동안 나는 델리시아를 불렀다.


'어때? 어떤 성유물인지 알 수 있겠어?'


- 으음, 감이 잡힐 듯 말듯한데... 프레시아 여신님의 힘이 느껴지는 건 확실하거든요? 근데 자꾸 뭔가 이상한 게 방해를 한다 해야 하나. 화가 났고, 적대적이면서, 앙칼진?


흠. 뭔가 자꾸 방해를 한다라?


설마?


'그 복수의 여신인지 뭔지 하는 양반이 방해하는 거 아니야?'


-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음, 맞는 거 같아요. 그나저나 오빠, 저라서 양반이라는 말도 알아 듣는 거지 다른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모를걸요? 사탄들렸다며 거꾸로 매달지도 몰라요.


'크큭, 거꾸로 매달긴 무슨. 나 성녀야 성녀. 델리시아 너도 유머감각이 늘었구나. 아무튼 펜던트에 대한 건 당장에 알 수 없으면 너무 무리하진 마. 교단에 들고 가면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내 생각엔 복수의 여신이 자기 성유물 뺏겨서 꼬장부리는 그런 거 아닐까 싶다.


- 오빠 말 듣고 보니 그런 거 같아요. 흥, 째째한 여신 같으니라고. 오히려 오기가 생기는 걸요? 누가 이기나 해보는 거야...! 응원해주세요 오빠!


'의욕 너무 넘치는 거 아니냐고. 그래, 어쨌든 파이팅이야. 델리시아가 하겠다면 이루어지는 거지. 부탁할게.'


정말 자기 성유물을 빼앗긴 여신이 까탈스럽게 굴며 방해라도 하는 건가.


그래도 무슨 천벌같은 걸 내려치지 않는 걸 보니 다행이다.


내가 신이었으면 당장에 '이 불경한놈!' 하며 천벌을 꽂았을 거다.


주변을 둘러보니 전리품 정리도 종류별로 깔끔하게 끝난 것 같다.


"이 펜던트에 대한 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요. 뭔가 이상한 힘이 방해하고 있어서 당장 알아내기는 어렵네요."


"뭐 괜찮네. 그만큼 가치있다는 것 아니겠나. 어쨌든 슬슬 돌아갈까 하는데 혹시 여기 남고 싶은 사람 있나? 내 식량과 물은 기꺼이 내어줌세."


휘틀러의 말에 일행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여기 남아 있고 싶냐고? 절대싫어!


"좋아, 이제 돌아갈 시간이군. 다들 손을 맞잡고 나갈 준비를 하게."


포탈 넘는데 손 맞잡는 건 국룰이지.


나는 루나와 라일리 사이에서 손을 잡고 대기했다.


룰루는 내 옷 속 피부에 찰싹 달라붙었다. 음, 시원해.


곧 휘틀러가 쥔 귀환석이 가루처럼 흩어지며 푸른 포탈을 형성했고 휘틀러를 필두로 우린 포탈을 넘었다.


특유의 짧은 부유감과 상쾌함.


그리고 북적이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소음과 활력이 생생히 느껴졌다.


음, 햇빛도 쨍쨍하니 날씨도 좋군.


돌아왔다, 던전 도시로!


나는 냉큼 일행들 사이에 숨었다.


혹시 모르지 않나.


이대로 광장을 벗어나면 교단을 따돌릴 수 있다던가?


하지만 내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데, 델리시아...?"


아, 이거 뭔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대사인데.


역시 대기하고 있었구나.


심지어 이 검문은 포탈을 넘어오는 모든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 같다.


우리도 우리의 앞을 막아서고 검문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막을순 없었고 각양각색의 복장을 한 검문단 사이에 낯익은 얼굴이 날 알아봤다.


험상궂은 얼굴의 성전사.


마틴.


그와의 재회는... 꽤 어색했다.


***


콰앙!!!


주교실의 문짝이 박살 나며 성기사단장이 튀어들어왔다.


"대, 대주교님!!!"


피골이 상접한 대주교, 안드레아는 짙은 다크서클이 드리운 얼굴로 힘없이 말했다.


"...자넨가. 이젠 그 문짝도 아예 떼 버리라고 해야겠군... 그래 뭐 이번엔 성녀가 돌아오기라도 했다는 건가? 하하, 그런 기적같은 일이 일어날리 없지... 다 내 죄지 내 죄야. 신이시여, 욕심에 눈이 멀어 헛된 망상만 일삼았던 이 죄 많은 영혼을 부디..."


"지, 진짭니다. 이번엔 진짜라구요! 돌아오셨습니다! 무사히 돌아오셨습니다! 그것도 새로운 성유물까지 가지고!!!"


"......"


"...대주교님...?"


"커어어어어. 귀, 귀의한다... 아아 프레시아께서 날 부르시는구나... 그분의 자애로운 미소가..."


"대, 대주교님!!! 정신 차리십시오!!! 대주교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던 대주교는 성녀가 돌아왔다는 말에 후련하게 쓰러져 버렸다.


***


"월슨은 어디 있나요?"


프레시아께 귀의하려던 대주교를 겨우 현세에 붙잡아 두고 잠시 눕혀놓고 온 성기사단장, 에릭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대주교가 정신을 잃은 지금, 그가 이 교구의 가장 높은 사람이기에 중요한 일을 도맡아 처리하며 일어나는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에릭은 대주교가 쓰러진 이유를 잘 알 것만 같았다.


그것은 바로 교단의 홍복이라는 성녀 때문이다.


이 성녀는, 이해할 수 없는 일종의 불가해였다.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


하지만 절대 없어선 안 될 그런 존재.


도저히 예측하고 종잡을 수 없는 언행을 하는 분.


범인은 특별한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더니 그것이 이런 기분인걸까.


"그 감자는...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혹시나 해 자기 집무실에 가져다 놓기를 잘한건가.


고급 화분에 담긴 감자는 벌써 파릇파릇하고 힘찬 줄기를 쭉 뻗으며 제법 자라난 상태였다.


그런 감자를 보며 성녀, 델리시아는 감격에 젖은 목소리로 감자에게 말을 걸었다.


"월슨...! 무사히 잘 있었구나. 정말 다행이야. 응, 그래. 너라면 앞으로도 쑥쑥 클 거야. 넌 누구보다 특별한 나의 월슨이니까. 다음 모험엔 네 자식들과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는걸. 자, 특별한 물도 줄게.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성녀는 물주머니를 열어 맑고 깨끗한 물을 잎과 줄기, 흙에 충분히 적셔줬다.


에릭은 그 모습을 보며 일순 불경한 생각을 떠올렸다가 이내 털어 버렸다.


'던전의 광기...? 아니겠지. 오, 프레시아시여. 성녀님을 보우하소서...'


"아이 뿌듯해. 이제야 돌아왔다는 실감이 나네. 아, 식사 준비는 어떻게 됐을까요? 다들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녀의 질문에 에릭은 앞장서 그녀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


일행들은 교단의 식당에 있었는데, 무슨 거대한 환영회같은 걸 열 기세길래 제발 그냥 조용하고 평범하게 해 달라고 했다.


이거참 나를 좋아해도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냐고.


뭐 정확히 따지자면 '성녀'를 좋아하는 거겠지만.


"델리시아! 어서 와! 다들 기다리고 있었어!"


나를 발견한 루나가 벌떡 일어나 옆자리의 의자를 빼줬다.


"고마워 루나. 내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건 아니지? 잠깐 다녀올 곳이 있어서."


음식이 나올 동안 월슨을 좀 보고온다 했는데 이거 음식 나오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나보다.


일행들이 둘러앉은 식탁 위엔 벌써 먹음직한 음식들이 수도 없이 세팅돼 있었다.


각종 빵과 고기요리부터 과일과 채소, 온갖 소스와 포도주까지.


그야말로 만찬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하, 걱정 말게. 그 정도도 못 기다릴 사람은 아무도 없네."


"맞다. 전사라면 인내심은 필수지."


꼬르르르르륵.


모두의 시선이 크렉스를 향했다.


"하지만 내 배는 참을 수 없다는군."


"하하, 죄송해요. 더 기다려 달라 하면 안 되겠죠? 자, 우리 마음껏 먹어요!"


나는 빙긋 웃으며 일행들에게 식사를 권했고 일행들도 즐거운 표정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하하하! 크렉스! 사실 나도 참기 힘들었네. 이거 정말 감동적인 맛이군."


"으음~ 너무맛있다! 세상에, 이것들 다 최고급이잖아! 고기가 입안에서 살살 녹아...!"


"포도주도 향이 살아 있군. 후우... 목 넘김도 뛰어나."


휘틀러와 라일리, 데인은 제각각 취향껏 만찬을 즐겼고 루나는...


"자, 델리시아. 이것도 먹어. 어때? 맛있어?"


나를 챙겨 주고 있었다.


저 멀리 내 손이 안 닿는 위치의 음식부터 여러 종류의 음식들을 내 접시에 올려주며 미소 짓는 루나.


이거 나도 받기만 할순 없지.


"챙겨줘서 고마워 루나. 루나도 먹어. 자, 아~ 해 봐."


"...아..."


옳지. 잘 먹네. 내가 포크에 찍어 준 고기를 냠냠 잘 받아먹는 루나.


생각해 보니 토끼 수인이라고 해서 풀만 먹거나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사실상 토끼 귀와 꼬리가 달린 인간에 가까운 것 같지?


꼬리와 귀 말고 다른 게 또 있으려나. 궁금하긴 하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며 식사를 하던 나는 한쪽에 우두커니 서 있는 성기사단장을 불렀다.


"아, 단장님. 단장님도 드세요. 괜히 기다리게만 하는 건 죄송스러운데."


에릭이라 했던가.


굳은 얼굴의 중년남성인 에릭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저 호위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편하게 만찬을 즐겨 주십시오."


아니 내가 불편해서그래.


마치 또 어디 도망갈까 봐 밀착감시 하는 것 같다고.


쩝. 무리도 아닌가. 이미 뿅 하고 사라진 전적이 있으니...


기사단장 말고도 식당 이곳저곳엔 성기사들이 몇 명 배치되어 철통 같은 경계를 서고 있었고 여러 수녀들이 돌아다니며 끝없이 빈 접시를 치우고 새로운 음식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그냥 밥 좀 달라고 했는데 이렇게까지 챙겨 주는걸 보니 일행들을 대접할 수 있어 기쁘면서도 내가 이 교단에 갚아야 할 빚과 책임이 늘어나는 느낌이라 마음 한구석이 조금 무겁다.


뭐 어쨌든 이것이 운명이라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저 익숙해 지는 수밖에 없겠지.


만찬은 꽤 오랫동안 지속됐다.


평소에 맛보기 힘든 최고급 요리들이 끝없이 들어오는데 기회가 있을 때 먹어야지.


다들 도저히 더는 못 먹을 정도로 음식을 흡입하고 나서야 만찬은 끝이 났다.


그 와중에 놀라운 건 내가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도 더 많은 음식을 먹었다는 사실이다.


이거 진짜 뭐 이상한 능력을 각성한 거 아닌가?


오크 전사 크렉스보다 배는 많이 먹은 거 같은데 말이지...


이 쬐끄만 몸에 그렇게 많은 음식이 들어갈 공간이 있나? 정말 궁금하다.


그런데 뭔가 변한다거나 새로운 느낌을 준다거나 하는 게 없어서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래도 귀신들렸다며 쫓아내진 않겠지.


'성녀가 밥을 돼지처럼 퍼먹는다!!!' 하며 난리를 피우진 않아서 다행이랄꺼.


어쨌든 식사가 끝나고 우린 교단 회의실에서 성기사단장 에릭을 비롯한 성전사장, 수석신부, 수녀장 등 교단 중진들과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주교가 과로... 로 쓰러졌기에 참석하지 못함에 양해를 구한다고.


우린 나름 '적당한 진실' 만을 이야기했다.


즉, 룰루에 대한 것은 숨기고 나머지를 대부분 이야기했다는 거다.


다들 고맙게도 룰루에 대한 건 철저히 비밀로 해줬다.


만약 룰루의 정체가 밝혀지면 이 종교쟁이 양반들의 경계 레벨이 몇 단계는 더 올라갈 테지.


언젠가 밝혀지긴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야기는 우선 이렇게 일단락 됐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은 교단 내부의 숙소로 안내받고 대주교가 깨어날 때까지 며칠간 귀빈 대접을 받기로 했는데 다들 크게 만족하는 것 같았다.


던전행에서 얻은 전리품 등도 쉬는동안 교단이 보증하고 정산을 도와준다고 하니 기뻐할 수 밖에.


그리고 일행들이 모두 숙소로 돌아가고 회의실에 신도들만 남았을 때 나는 슬쩍 종교적인 떡밥을 깔았고 이들은 보기 좋게 걸려들었다.


그건 바로 나의 '돌발행동'에 대한 행동 동기가 종교적 이유였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니까... 계시를 받으셨단 말입니까?"


그 어느 때보다도 진중한 얼굴로 되묻는 성기사단장 에릭.


나는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계시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전 어떤 사명같은 것을 강하게 느끼고 있어요. 이 검으로, 제가 직접 던전의 끝을 봐야 한다는 사명을요.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평범했던 제가 성녀가 되고 또 던전에서 살아남았겠어요? 이렇게 흘륭한 동료들을 만난 것도 어쩌면 그분의 인도가 아닐까요?"


내 말에 우리 종교인 분들의 표정이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해졌다.


대충 있어 보이는 말을 던진 건데 신이 실존하는 중세다 보니 효과가 상상 이상으로 좋은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던전에 들어가실 겁니까?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만약 던전에 들어가셔야 한다면... 그땐 저희와 함께 가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역시.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성녀를 던전에 집어넣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겠지.


그러니 최소한 강자들을 붙여 보호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안전해지는 만큼 내가 성장할 기회는 줄어들게 되겠지.


"아뇨, 그건 안 돼요. 제 사명은 가시밭길을 걷는 것. 편안한 길을 걸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저는 앞으로도 종종 던전에 들어갈 거고 동료들 또한 제가 선택한 이들, 혹은 프레시아의 인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이들이어야만 해요."


나도 솔직히 억지인건 알아.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온실 속의 화초가 되고 만다.


프레시아시여, 제게 힘을 주소서...


당신의 충실한 신도들을 속여넘길 재치를...


"......그건 당장 저희들이 결정하긴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하지만 강한 사명을 느낀다는 성녀님의 말씀 또한 절대 무시해선 안 되는 것이겠지요. 어찌 됐든 우리는 성녀님 당신의 편이며 언제든 당신을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그것만은 알아주십시오."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저 또한 축복교단에 힘이 될 수 있다면 성녀로서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이야기는 그렇게 일단락 됐다.


최종 결정권자인 대주교가 쓰러진 마당에 임시 권한 대리인 에릭이 있다곤 해도 우리끼리 뭔가를 결정하긴 좀 모호하니까.


"그나저나 대주교께서 쓰러졌다구요..."


"예, 성녀님이 사라지시고 난 다음부터 물도 음식도 제대로 못드시고 그 상심과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 보였습니다. 제가 성녀님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했을 땐 너무 쇠약한 몸으로 크게 놀란 나머지 쓰러지긴 것 같습니다. 성유물을 통한 여러 축복과 기원을 시도해 봤지만... 큰 차도는 없었습니다."


"...그건 좀 가슴이 아프네요. 제 책임도 있는 것 같으니 병문안을 가야겠습니다. 안내해주시겠어요?"


나는 에릭을 따라 대주교가 누워 있는 곳으로 안내받았다.


마냥 인자한 할아버지 같던 대주교는 고작 일주일 정도 만에 깡 마른 병약한 모습이 되어 누워 있었다.


이건 좀 심각한데?


마음이 썩 좋지 않군.


어쨌든 던전도시의 대교구를 맡고 있는 대주교는 나에게 이득을 안겨줄 수 있는 존재다.


가능하면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관계를 구축하고 이어가는 편이 좋겠지.


게다가 이렇게 된 대에는 내 책임도 일부... 크흠, 대부분일 테지만 아무튼 어떤 의도든 간에 여러 편의를 봐주던 증요한 인물이 사경을 해메는데 그냥 둘 수도 없지.


일어나세요 주교님.


일어나서 제 뒷배가 되어 주셔야죠.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축복문을 읊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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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폐허도시 24.09.10 12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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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물컹 끈적 미끌 24.09.07 13 0 15쪽
32 던전이여 우리가 왔다 24.09.06 14 0 16쪽
31 자신있어 24.09.05 16 0 15쪽
30 우리는 모험을 떠날 거예요(3) 24.09.04 15 0 15쪽
29 우리는 모험을 떠날 거예요(2) 24.09.03 15 0 15쪽
28 우리는 모험을 떠날 거예요(1) 24.09.02 16 0 17쪽
27 델리시아의 꿈 24.08.30 22 0 15쪽
» 일어나세요 24.08.29 26 0 17쪽
25 더티 파이트 24.08.28 25 0 18쪽
24 호의 24.08.27 23 0 17쪽
23 경력 있는 신입 24.08.26 23 0 16쪽
22 휴식 24.08.23 25 0 18쪽
21 탐험가 24.08.22 24 0 17쪽
20 짐승들 24.08.21 25 0 14쪽
19 예측불가 24.08.20 26 0 17쪽
18 야속한 운명 24.08.19 26 1 18쪽
17 루나 24.08.16 30 0 19쪽
16 삼위일체 24.08.15 29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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