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에 미친 성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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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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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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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파이트

DUMMY

"어때 루나? 그 보스 라는 녀석, 잘 보여?"


우리는 3층 메마른 대지의 보스를 공략하기 위해 철저한 사전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일단은 보스의 위치와 놈의 상태, 하수인들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


루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선 내 눈엔 저 멀리 아지랑이처럼 보이는 것들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응 잘 보여. 우선 키는 챔피언과 별로 차이가 나지는 않는 것 같아. 조금 더 근육질 같은 느낌. 아주 커다란 도끼와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어. 갑옷 재질은... 두꺼운 가죽? 나무? 잘 모르겠네. 주변엔 챔피언 두 마리와 놀 몇 마리, 하이에나들 열댓마리 정도가 있어."


"보스가 확실하군. 놈은 하이에나들을 부리기도 하지만 씹어먹어 체력을 회복하기도 하니 유의해야 하네. 우선 전투가 시작되면 나와 크렉스가 버티는 동안 나머지가 챔피언의 하울링을 방해하며 수하 놈들을 우선 처치해야 해."


휘틀러는 지난 보스전의 경험과 탐험가로서 얻은 정보들을 토대로 보스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다.


보스의 완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잘못 했다간 두 동강이 날 수도 있기에 정면에서 보스를 상대하는 건 철제 방패를 지닌 크렉스가 맡게 되었다.


우리는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보스전을 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기에 전략 수립에 신중을 기했다.


일단 보스의 위치를 확인 했으니 우리는 보스의 위치를 기준으로 주변을 먼저 정리하기로 했다.


"오늘은 이 주변을 돌며 합을 맞추고 가능한 많은 하이에나들을 처리할 것이네. 보스전이 시작되면 어디서 알고 나타난 건지 하울링이 없어도 합류하는 녀석들이 꽤 되더군."


그렇게 우린 주변을 돌며 놀과 챔피언, 하이에나들을 치우기 시작했고 간간이 악취제를 뿌려 혹시나 다른 놈들이 꼬이는걸 방지했다.


"으엑, 이 냄새는 적응이 안 돼..."


악취제를 꺼낼 때마다 루나가 코를 부여잡았는데 그 모습을 본 라일리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지금 최대한 적응해 둬야 할 거야. 보스땐 우리도 머리가 띵할 정도로 악취제를 풀 거거든. 그럼 어떻게 되겠어? 보스며 챔피언이며 잠깐은 아주 헤롱거릴 텐데 그때가 기회야."


생화학 테러 전법인가.


몬스터의 뛰어난 후각을 역으로 이용하는 공략법이라니...


그러다 뭔가 혹시나 하는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고 나는 휘틀러로부터 악취제를 한 덩이 받아 챙겼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으니까.


이렇듯 공략준비란 단순히 진형을 짜고 역할을 나누는 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어쨌든 우린 반나절 동안 합을 맞추며 사전작업을 어느 정도 끝냈고 충분한 휴식과 수면으로 컨디션도 끌어올렸다.


그 와중에 나는 매 끼니마다 오크 전사 크렉스를 웃도는 식사량으로 모두를 놀래켰다.


키가 크려는 징조일까 싶기도하고 무슨 폭식 능력을 각성한 건가 싶기도하고 잘 모르겠다.


딱히 많이 먹는 것 외에 불편할 건 없어서 그냥 웃으며 넘겼다.


그리고 이튿날 우린 아침을 든든히 먹고 보스를 마주했다.


아, 정확히 말하자면 제대로 마주하기 전에 우리 쪽의 선공이 먼저 시작됐다.


어느정도 다가가자 보스 놀과 두 마리의 챔피언이 우릴 발견하고 그릉 거렸다.


탁 트인 평야에선 일방적인 기습은 어렵다.


하지만 이쪽엔 숙련된 궁수인 라일리가 있다.


라일리는 대충 100m 밖의 적도 달리면서 쏴 맞출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약탈자로부터 얻은 마비 독을 묻힌 화살 세 개가 빠르게 날아갔다.


오른쪽 허릿춤에 찬 화살통에서 화살 세 개를 꺼내 한 손에 쥐고 재빠르게 연사한 라일리.


피피핑!


대체 저런 궁술은 어디서 배운 걸까?


감탄하기도 전에 날아간 화살은 챔피언 두 놈을 맞추고 하나는 보스의 아가리에 처박혔다.


이거 상황이 쉽게 풀리는 건가?


하지만 놈들은 그리 녹록 하진 않았다.


씨익.


몬스터 주제에 재수 없고 당당하게 이죽거리는 보스는 씨익 웃더니 퉷 하고 화살을 뱉어냈다.


미친놈. 날아오는 화살을 이빨로 씹어서 받아 내?


자신만만한 하이에나 대가리가 우릴 비웃었다.


나머지 두 마리의 챔피언도 각각 화살을 튕겨내거나 잡아챘고 한 놈은 우리가 보는 앞에서 부러트려 버렸다.


일반적인 챔피언 보다도 조금 더 윗줄의 실력을 지닌 느낌.


괜히 보스 옆에 붙어있는 게 아니군.


"뭐, 저 정도는 해 줘야 보스라고 할 수 있지. 다들 연습한 대로만 하게. 절대 흥분해서 진형 밖으로 뛰쳐나가선 안 돼."


휘틀러의 말에 일행들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정면을 응시했다.


우리의 전략은 간단했다.


인원수가 조금 모자란 만큼 속전속결, 최대한 빠르게 보스까지의 길을 뚫고 그 앞에서 악취제를 전부 터트린 뒤 놈들이 혼란에 빠질 때 총공격을 퍼붓는 것이다.


챔피언 놈들의 하울링은 라일리와 데인이 담당하되 놀들이 몸으로 막아설 경우 룰루가 나서기로 했다.


조금 따가울 정도의 수압으로 코와 눈, 귀에다 물을 뿌리면 제깟 놈들이 어쩌겠는가?


- 후, 긴장 되는데요. 조심해요 오빠.


'고맙다. 너무 긴장하진 마. 우린 축복만 잘 써 줘도 충분해.'


"크르헝!!"


하이에나 주제에 사자처럼 으르렁 거리리는 보스 놀의 포효에 챔피언, 정예, 하이에나들이 우르르 뛰어오기 시작했다.


보스 놈은 뛰지도 않고 그저 여유롭게 걸어오고 있었다.


건방진 자식.


"버티게! 일단 버티고 천천히 뚫어내며 전진!"


"죽기 딱 좋은 날이로구나!"


휘틀러의 오더와 크렉스의 표효가 울려 퍼졌다.


아니 다 좋은데 죽기 딱 좋은 날이라니.


누가 오크 아니랄까 봐.


그래 놓고 대열을 이탈하지도 않고 차분하고 침착하게 검과 방패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니 조금 미묘한 기분이다.


빡!!


"깨갱!!"


자신 있게 달려나와 휘틀러의 몽둥이에 대가리가 깨진 하이에나를 시작으로 난전이 시작됐다.


그리고 동시에 밀고 들어오는 챔피언과 놀들.


보스의 앞이라 그런 걸까 이놈들은 자신만만하게 뛰어들어와 적극적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놀만 해도 신장이 160cm즈음 되고 챔피언은 180cm 수준이다.


이런 놈들이 열 마리 가깝게 밀려들고 그사이사이로 하이에나들이 뛰어오니 그 기세 하나만큼은 간담이 서늘했다.


우리는 라일리를 보호할 수 있는 진형으로 각각 네 방향을 막아섰다.


왜 두 개 파티가 필요했는지 알겠군.


이런 탁 트인 평야에서는 밀고 들어오는 적을 물리적으로 막아 낼 인원수가 중요하다.


심지어 정예 이상 놈들의 떡대는 인간수준에 챔피언은 키 크고 건장한 기사 수준이지.


보통은 기세와 체급에 눌려 쓸려 나가버릴 것이다.


하지만...


"지금! 축복을!"


휘틀러가 괜히 6인 트라이를 결정한 게 아니지.


축복은 전력을 크게 뻥튀기 시켜준다.


'요즘 자주 쓰는 그걸로 가자!'


- 네! 범람하는 강물도 굳게 뿌리내린 거목 앞에 한낱 물줄기에 불과할지니.


"프레시아의 축복!"


몬스터들의 군세에 완전히 부딪히기 직전.


체력과 방어력, 그중에서도 물리적인 방어력을 크게 올려주는 축복의 빛이 우리 모두를 감쌌다.


"크륵!?"


"늦었다, 이 새끼들아!"


"하아앗!"


나와 루나는 포효하며 놈들의 돌진을 몸으로 받아 냈다.


델리시아의 신장은 150cm, 가장 작은 하이에나의 돌진도 몸으로 받아 내면 튕겨 날아갈 수준이다.


하지만 정말 말 그대로 뿌리 내린 거목처럼 나는 그 충격을 가볍게 견디고 검을 휘둘렀다.


촤학!


순식간에 피와 내장을 왈칵 쏟아 내며 허물어진 하이에나, 나는 자리를 지키고 검을 휘두르며 전장을 넓게 훑어 봤다.


루나도 놀의 돌진을 몸으로 막아 내고 다른 일행들도 몸으로 부대끼며 라일리에게 도달하지 못하도록 놈들을 막아 냈다.


놈들은 부딪히고 물어뜯고도 전혀 밀리지 않는 우릴 보고 조금 당황했는지 기세가 조금 줄어들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나는 차분히 검을 휘둘렀다.


내 체력을 깎아 먹을 정도로 지나치게 빠르진 않지만 놈들에겐 치명상을 입힐 정도로 충분히 빠른 속도.


그리고 정밀함을 더해 눈과 부드러운 복부 같은 급소 위주로 베어냈다.


어떻게든 틈을 파고들어 라일리에게 접근하려던 놀 한 마리도 눈을 찔러 주자 펄떡이며 땅바닥을 굴렀다.


"깨행!!"


루나도 동물적인 감각으로 철권을 휘두르며 짐승들을 분쇄하고 있었고 데인과 라일리는 우리의 호위를 믿고 후방보단 적의 전력이 쏠린 전방을 집중적으로 케어했다.


"이 거리에서도 피하나 볼까!?"


라일리의 외침과 함께 휘틀러와 크렉스가 대치 중이던 챔피언들을 향해 두 발의 화살이 날아갔다.


"크헝!"


"크릇!"


놈들의 발등에 마비 독 먹인 화살이 돋아났다.


무기를 맞대고 눈앞의 상대에게 신경 쓰느라 주의력이 흩어진 것이다.


상체쪽을 향해 날아왔다면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었겠지만 발끝을 향해 날아오니 되려 신경 쓰지 못한 것 같았다.


그때 보스 놀의 포효소리가 들려왔다.


"크허허헝!!!"


우리가 제 부하들을 학살하는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빨라서 그런 건지 놈은 도끼를 들고 성난 황소처럼 뛰어왔다.


그 타이밍에 맞춰 챔피언들이 슬쩍 뒤로 빠졌고 놀 보스가 거대한 도끼로 크렉스의 방패를 내려찍었다.


콰앙!


"큭!"


방패가 움푹 파이며 크렉스가 뒤로 몇 발자국 밀려났다.


동시에 챔피언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놀과 하이에나가 채우며 챔피언들이 하울링을 준비했다.


보스전이 시작되고서 하울링하지 않아도 놀과 하이에나가 한 두 마리씩 추가로 나타나긴 했으나 죽어 가나가는 속도에 비하면 보충되는 속도가 턱없이 부족했다.


어제 하루 동안 고생하며 주변을 청소한 보람이 있는 건가?


하지만 놈들이 하울링을 시작하면 그런 고생이 물거품이 될 거다.


라일리와 데인이 하울링을 방해하기 위해 전력을 다 했지만 죽음을 불사한 채 몸으로 들이막고 버티는 놀 때문에 쉽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수십 마리의 놀과 하이에나가 추가로 합류해 버릴 상황.


나는 바로 룰루를 불렀다.


'눈, 코, 귀! 물대포를 마구 쏴버려!"


[ 응!! ]


사전에 지시한 대로 룰루는 챔피언들 근처에서 영체화 상태로 대기 중이었고 활약할 기회가 오자 즉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쏴아아아.


"아우- !!?"


"아우울- 크릉!?"


공중에서 생겨난 물덩이가 물줄기를 쏘아내자 놀 챔피언들이 당황했다.


위력 자체가 강한 건 아니다.


하지만 눈, 코, 귀에 다이렉트로 물줄기를 때려 박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게다가 그냥 단순한 물줄기가 아니었다.


"캐흑, 캐흥!"


"캑! 캐행! 캐행!"


갑자기 미칠 듯 켈록거리며 기침을 시작하는 챔피언들.


난 놈들을 보며 씨익 웃었다.


이게 되네?


내가 휘틀러로부터 받은 악취제 한 덩이.


나는 이것을 룰루에게 건네주고 혹시나 가능하면 물에 섞어 뿌려달라고 했다.


어떠냐? 인간인 나도 저 냄새를 직통으로 맡으면 골이 울리던데.


네놈들은 죽을 맛이겠지?


그리고 그와 동시에 휘틀러가 크게 외쳤다.


"라일리! 데인! 악취제를!"


본래 보스 놀까지 길을 뚫고 사용하려던 게 오히려 놈이 챔피언들이 하울링 할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해 다가와 혼자 고립된 덕에 이른 시기에 사용하게 되었다.


라일리와 데인은 즉각 허리에 매달고 있던 사람 머리통 반개 만한 크기의 가죽 주머니를 보스에게 던졌다.


놈은 룰루가 쏘아낸 물줄기 냄새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가 자신에게 날아온 가죽 주머니를 보고 본능적으로 도끼를 휘둘러 그것들을 터트려 버렸다.


하지만 그건 놈에게 있어 최악의 수 였다.


파학!


거력이 담긴 도끼에 쪼개진 주머니가 터지며 온 사방에 노란 가루가 휘날렸고 보스 놀은 악취제를 정통으로 뒤집어쓰고 말았다.


심지어 휘틀러와 크렉스도 상당한 양의 가루를 뒤집어썼다.


"으읍...! 쿨럭, 우웩."


"크헉! 끄허억. 에웩."


순식간에 자지러지기 시작하는 둘.


하지만 후각도 뛰어난데 그것을 정통으로 뒤집어쓴 보스 놀 보다 심각한 건 아니었다.


"쿠헤엑! 쿠헤에엑!"


숫제 절규하듯 제 얼굴 가죽을 쥐어뜯고 헛구역질 하며 발광하는 보스 놀.


다만 놈은 여전히 도끼를 놓치 않고 어떻게든 두 발로 버티고 서 있었다.


스멜링 솔트로 목욕하는 기분일 텐데... 몬스터 치고 대단한 의지력이라 해야 할지.


나 또한 띵한 머리를 부여잡고 소리쳤다.


"다들 정신 차려요! 마지막 축복을 쓰겠습니다!"


대량의 악취제는 적아를 가리지 않고 그 영향을 끼친다.


물론 짐승 계열의 몬스터나 루나 같은 수인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받겠지만 휘틀러나 크렉스도 혼이 쏙 빠질 정도다.


우린 사전에 이럴 때를 대비한 축복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었다.


"끝없이 번지는 지옥의 불길 속에서도 우린 의무를 저버리지 않으리! 프레시아의 축복!"


그건 바로 의지력과 인내심을 크게 올려주는 축복을 사용하는 것.


그리고 이 축복의 핵심 능력은 의지력과 인내심의 상승 외에도...


'고통 경감.'


모든 종류의 '고통'을 줄여 준다는 것.


과도한 감각은 고통이 된다.


그렇다면 고통을 줄이는 축복이라면 후각을 과하게 자극하는 고통도 어느 정도 상쇄가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다.


그 추측이 틀리지 않은 듯 축복의 빛에 휩싸인 나를 비롯해 휘틀러와 크렉스, 루나의 안색이 크게 좋아졌다.


"헤엑... 사, 살겠네..."


비교적 후방에 있던 루나까지 피폭(?) 될 정도로 악취제의 효과는 무시무시 했다.


원래 우리 일행이 가지고 있던 것 외에 약탈자 놈들이 가지고 있던 것 까지 이번 싸움에 전부 들이부었으니...


어쨌든 전장의 모든 몬스터들이 악취제 냄새에 잠시간 빌빌거리고 있는 지금이 기회다.


후각은 한 번 맡은 냄새엔 빠르게 둔감해지니까.


놈들이 적응하기 전에 끝낸다!


나는 우선 빌빌거리는 챔피언들을 향해 달려갔다.


마비 독에 악취제 원액(?)까지 뒤집어쓴 놈들은 술 취한 부랑자 처럼 휘청거렸고 라일리와 데인의 지원사격까지 더해 어렵지 않게 숨통을 끊어 낼 수 있었다.


나머지 놈들은 동료들에게 맡기고 나는 휘틀러, 크렉스와 함께 삼각 대형으로 보스 놀을 압박했다.


놈은 특유의 터프함과 야성으로 버티고 서 있었지만 이젠 도와주러 올 수하들도 거의 없었고 그마저도 빠르게 줄어들어 결국 육대 일의 상황이 되었다.


놈은 켈록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하이에나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키히힉, 끼히히힉."


...아아, 망가져 버렸나.


그렇게 웃던 놈은 순간 눈을 까뒤집고 크렉스에게 달려들었다.


어쭈, 날 무시해?


놈이 움직인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놈의 발 뒤꿈치와 반대쪽 오금을 깊게 베어냈다.


그렇게 군형을 잃은 놈의 대가리로 날아드는 검과 몽둥이.


그것이 놈의 최후였다.


***


"쿨럭, 후. 지독하군. 이거 한동안 냄새를 못 맡을 거 같구만."


끄덕. 다들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루나는 저~ 멀리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악취의 근원지를 버틸 수가 없나보다.


"자자, 일단 빠르게 정리하고 그 뒤에 이야기하세. 전리품을 모아보세나."


루나는 후방의 전리품을 모으고 우린 전리품들을 다 모아 루나쪽으로 다가 갔다.


그런데 루나가 쌩 하고 도망가는 게 아닌가.


"아, 그러고 보니 우리 둘도 악취제를 뒤집어썼지. 크큭. 코가 막혀 버려서 깜빡했군."


"크하하하, 남은 탈취제를 다 털어야겠군."


휘틀러와 크렉스는 크게 웃으며 탈취제를 꺼냈다.


다른 일행들도 저마다 탈취제를 꺼내 아낌없이 뿌렸다.


그러다 나는 문득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그러고 보니 이 악취제는 대체 뭘로 만든겁니까? 효과가 너무 좋은 거 아닌가요?"


"......"


그러자 일순 주변이 어색한 침묵에 휩싸였다.


침묵을 깬 것은 데인이었는데 그는 엄중한목소리로 내게 충고했다.


"...때론 모르는 게 약인 경우가 있지. 구태여 알려하지 않는 게 좋아."


으음, 판도라의 상자가 생각나는군.


나는 악취제에 대한 호기심은 곱게 접어 날려 버렸다.


언젠가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날이 오겠지 뭐.


어쨌든 우리는 탈취제를 싹 털고 임시캠프로 돌아오고 나서야 전리품을 꺼내 정리하기 시작했다.


귀환석과 4층 진입석을 비롯해 여러 개의 마석과 값나가는 장비와 골동품 같은 것들이 나왔는데 그중 내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검을 든 여자의 형상이 양각된 펜던트 였는데 내가 그것을 집어 들자 라일리가 입을 열었다.


"검을 든 여인이라... 복수와 규율의 여신인가? 혹시 뭔가 느껴져? 성유물이면 대박인데."


복수와 규율의 여신? 성유물?


그러고 보니 이 르와가 준 반지도 1층의 보스를 잡고 나온 성유물이었지.


"잘 모르겠어요. 뭔가 보통 물건은 아닌 거 같긴 한데..."


"그래? 어디 한번 줘 봐. 음, 난 잘 모르겠네. 다들 한번 봐봐."


라일리의 권유에 다들 펜던트를 돌려가며 확인했으나 별다른 특이사항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게 펜던트는 다시 내 손에 쥐어쥐게 됐는데...


- 오빠, 그거 손에 쥐고 기도하듯 손을 모아봐요.


나는 델리시아의 말대로 펜던트를 쥐고 손을 모아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내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일행들.


그러나 딱히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았다... 라고 생각하려던 찰나.


내 손에서 황금빛과 백색의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손 안쪽으로 사라졌고 라일리가 호들갑을 떨었다.


"델리시아! 그 펜던트 봐봐!"


검을 든 여인이 양각되어 있던 펜던트는 어느새 양손을 맞잡고 기도하는 여인이 양각된 펜던트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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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괜찮아 위험하지 않아 24.09.13 11 0 15쪽
36 보물 사냥 24.09.12 10 0 15쪽
35 폐허도시 24.09.10 12 0 17쪽
34 맑은 눈의 무투가 24.09.09 12 0 15쪽
33 물컹 끈적 미끌 24.09.07 13 0 15쪽
32 던전이여 우리가 왔다 24.09.06 14 0 16쪽
31 자신있어 24.09.05 16 0 15쪽
30 우리는 모험을 떠날 거예요(3) 24.09.04 15 0 15쪽
29 우리는 모험을 떠날 거예요(2) 24.09.03 15 0 15쪽
28 우리는 모험을 떠날 거예요(1) 24.09.02 16 0 17쪽
27 델리시아의 꿈 24.08.30 22 0 15쪽
26 일어나세요 24.08.29 25 0 17쪽
» 더티 파이트 24.08.28 25 0 18쪽
24 호의 24.08.27 23 0 17쪽
23 경력 있는 신입 24.08.26 23 0 16쪽
22 휴식 24.08.23 25 0 18쪽
21 탐험가 24.08.22 24 0 17쪽
20 짐승들 24.08.21 24 0 14쪽
19 예측불가 24.08.20 26 0 17쪽
18 야속한 운명 24.08.19 26 1 18쪽
17 루나 24.08.16 30 0 19쪽
16 삼위일체 24.08.15 29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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