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했을 뿐인데 포스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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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3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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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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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키르와의 인연(1).

DUMMY

윌슬릿.


첨단 공학과 마법이 집약된 물건으로 오직 ‘쉬가더’에게만 지급되고 그들만 사용하는 유틸리티를 극대화한 도구다.


해당 물품은 장장 10가지 정도의 기능을 탑재했고 휴대하기 편한 팔찌 형태로 제작되어 병사들에게 일괄적으로 지급되었다.


하지만, 보급화가 잘된 것에 반해 제작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그 결과 분실에 대한 우려 때문에 탈착이 자유롭지 못한 족쇄 같은 도구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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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능.


날짜 및 시간, 알람 기능, 윌슬릿에 연결된 계좌의 잔액 확인, 단방향 통신(수신만 가능), 남은 복역일, 공훈 포인트 확인, 포인트 거래, 착용자의 위치 정보, 구조 요청, 물체 연동.


등등.


능력자 양성 지침서 – 병기 편. 발췌.


* * *


‘윌슬릿’을 하사(?)받고 드디어 죄수 신분에서 벗어나 ‘쉬가더’가 된 다엘. 그는 고된 여정을 스스로 자처했다.


장장 며칠은 걸릴 여행(수도까지)을 혼자 하려 했으니 말이다.


-정말 괜찮겠어?

-네. 저 지도 보고 길 잘 찾아요.

-중도에 탈영하려는 건 아니지? 만약, 그럴 생각이면···.

-걱정하지 마세요. 도망쳐봤자 금방 잡힐 텐데 제가 뭐 하려 해요?

-후, 불안한데, 내가 뭘 도와줄 수가 없네.


직원은 입대자가 어렸기에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일 길 권했고 다엘은 출발까지 일주일이나 기다리란 소리에 자유를 찾아 떠났다.


‘아오! 그때 누나 말 들을걸! 이게 뭔 쌩 고생이야? 아, 배고파.’


2년 전 판결 받고 수도에서 출발했을 땐. 평원만 주야장천 걸어 지도만 있으면 아무 문제 없을 줄 알았는데.


그러긴 개뿔 혼자 길 찾고, 스스로 끼닐 때우고, 거기다 야영까지. 모든 걸 주체적으로 하려다 보니 죽을 맛이었다.


‘교도관 인솔 받았을 때가 천국이었구나.’


상식적으로 14살 나이에 드넓은 들판을 혼자 거닐며 몇 날 며칠을 여행한다는 게 말이 안 됐지만.


그는 원체 겁대가릴 상실했고 도전을 좋아하는 인물이라 일단 저지르고 봤다.


세 살 버릇 어디 안 간다고.


유년기 때부터 제 아비 말은 지지리 안 듣고 온갖 행동을 일삼았던 패악질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는 다엘의 천성이었고 그동안 아카데미에 다니며 사라진 줄 알았는데.


가슴 깊숙이 잠들어 있었을 뿐, 여전히 잔류해 있었다.


“오! 먹을 거다!”


다엘은 아무렇게나 방치된 돌멩이를 걷어찼다가 저 멀리 굴러간 돌의 종착지에서 일용할 양식을 발견했다.


‘생긴 건 고약해 보여도 식용 가능하댔지?’


줄기 마디마디마다 촘촘한 가시로 뒤덮인 50cm 정도의 식물.


있는 그대로 생식하면 입안이 죄다 찢어지겠지만, 불길에 한바탕 굽고(?) 나면 가시 끝부분이 뭉그러져 충분히 섭취할 수 있었다.


“해도 저물어 가는데 오늘은 이걸로 때우고 잠이나 잘까?”


다엘은 아카데미에서 습득한 여러 지식을 ‘직접’ 체험하며 숙달된 여행자로 변모했다.


그는 불쏘시개로 쓸 장작을 주우러 다니며 오늘 저녁을 함께할 우람한 나무를 물색했다. 나무 위에서 자는 편이 맨바닥에서 자는 것보다 안전했으니 말이다.


* * *


나는 기둥 정중앙에 매달아둔 잠자리를 노려보며 오른쪽 어깨를 한바탕 풀어줬다.


“이번엔 반드시 성공하겠어!”


우선 주먹을 꽉 말아쥐고 눈앞의 목표를 분해해 버리겠다는 일념으로···.


“이얏!!!”


잠잠. (상황 *1)


“쳇. 실패네.”


전력을 다했음에도 결과는 앞 전과 다를 게 없었다.


많은 것을 바란 것도 아니고 단지 양 날개가 떨어진 잠자리를 보고 싶었을 뿐인데, 이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어떻게 해야 내 공격에 더 많은 바람을 실을 수 있을까?’


이 자세로 휘둘러보고 저 자세로 뻗어보고, 온갖 주먹질을 시도 해봤지만 바람 가르는 소리엔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다엘아! 어디서 뭐 하니?! 저녁 먹어야지!”


‘아빠?’


뒤편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에 나는 있는 힘껏 소리치며 지금 있는 장소를 알렸다.


“저 여기 있어요!”

“아들. 아빠가 계속 당부했잖아! 몸 쓰는 건 어떤 것도 하지 말라고!”


벌써 도착하셨네? 딱히 뭘 하지도 않았건만 오시자마자 잔소리 시다.


“친구들과 전쟁놀이도 못 하는데. 혼자 노는 것도 안 돼요?”

“친구랑 놀지 말란 게 아니잖아. 꼭 육체적 활동만이 아닌. 모래로 성을 쌓거나, 독서하거나 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그런 걸 하고 노는 얘들이 없는걸요?”

“...”


아빠는 내 반론에 말문이 막히시더니, 전방에 있는 기둥을 확인하시곤 내 머릴 쥐어박으셨다.


쿵.


“아얏!”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난 무슨 변명을 해야 할지 머뭇거렸고 아빠는 그곳에 매달린 잠자릴 풀어줬다.


“아들.”

“...”


착 가라앉은 중저음 목소리. 크게 혼날 분위기다.


“생명은 소중한 거랬지?”

“네.”

“누가 너를 이 곤충처럼 학대하면 어떨 거 같아?”

“저도 똑같이 돌려주고 싶을 거 같아요.”


아빠는 바닥에 떨어진 잠자리를 ‘의지의 힘’으로 들어 올리셨다.


“... 그게 아니지. 되갚기 전에 이렇게 죽을지 모르는데?”

“아빠가 지켜주실 거잖아요.”

“그러기에 앞서 타인의 생명을 가벼이 여길수록 본인의 목숨도 가벼워진단다.”

“왜요?”

“다른 존재도 아들처럼 할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살생을 저지를수록 그들과 가까워지지.”

“전 그들을 모르는데요?”

“끼리끼리란 말이 괜히 있겠어? 당장은 아니지만, 오늘 이 친구의 생명을 뺏은 만큼 만날 시기가 앞당겨졌을 거야.”


‘그럼, 내 목숨만 무거워지면 찾아올 일 없는 거잖아?’


나는 이 생각을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삼켜야 했다. 매번 속마음을 밝혔을 때마다 상황을 악화시켰으니까.


“죄송해요. 다신 안 그럴게요.”

“모든 생명을 항상 귀히 여기렴. 한데, 오늘 이런 행동을 한 이유가 뭐니?”

“별건 아니고 저도 아빠처럼 하고 싶었어요.”

“나처럼?”


생각만으로 사물을 들어 올리고, 이동시키고, 변형시키고.


나도 아빠가 평소 집에서 하는 행동을 따라 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연습해도 진전 없었다.


그래서 생각만으로 사물을 움직이는 건 포기.


이러던 차, 다른 것(바람)에 도움을 받더라도 성공하고 싶어 잠자리에 주먹질했던 건데. 이게 이렇게 혼날 일인가?


“방금도 손 안 대고 잠자리를 들어 올리셨잖아요.”

“내 포스를 따라 하고 싶었다고?”

“네.”

“좋아. 이유는 알겠는데, 그것과 이 친구를 나무에 매단 것이랑 무슨 상관이야?”

“주먹을 내질렀을 때 부는 바람으로 날개와 몸통을 분리하고 싶었어요···.”


아빤 내 답변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셨다.


“아니, 안 되면 안 하면 ㄷ...”


무슨 말을 하고 싶으셨던 건지. 말하다 마시고 바닥에 떨어진 잠자리를 다시 내미셨다.


“크음. 식사나 하자. 그 전에 이것부터 묻어주고.”

“네.”

“묻으면서 아빠가 왜 화냈는지 잘 생각해 보렴.”

“네.”


나는 시신을 받아 들고 자리에 주저앉아 땅을 팠다.


‘아씨. 오래간만에 재미있었는데, 한동안 또 책만 읽게 생겼네.’

“잠자리야 미안하다. 내가 너의 목숨을 너무 가벼이 여기고 날개를 떼려 해서.”


어느 정도의 파낼 만큼 파냈고 이제 묻기만 하면 됐는데···.


“뭐야?!!!”


죽은 생물의 고개가 180도 회전하더니 나를 바라본다. 거기에 더해 잠자리의 날개에 맞닿아있던 손에서 그와 똑같이 생긴 날개가 돋아나 났다.


“으악!!!”


무수히 많은 투명한 날개가.


손등을 타고.


손목을 지나.


팔뚝을 질주하며.


거침없이 세를 불려 얼굴로 들이닥쳤다.


“그러길래 왜 생명을 가벼이 여겨?”


반대 손으로 날개의 번짐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는데, 아빠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렸다.


“???”


세상이 소용돌이치며 날개가 돋아난 팔로 빨려 들어간다.


주변이 길게 늘어진 선으로 보였고 내 기억은 길쭉해진 거대 잠자리 보는걸 마지막으로···.


* * *


큼지막한 나무에 올라갔던 다엘은 두꺼운 나뭇가지에 의탁해 설잠 자다가 오랜만에 참 기분 나쁜 꿈을 꾸었다.


“으악?!”

“취릿?”


훌러덩. 쿵!


어쩐 일에선지 일어나자마자 나무에서 추락한 다엘.


그는 눈뜨자마자, 코앞에 있는 괴생명체 때문에 그대로 미끄러졌다.


‘고블린?’

“아이고.”


다엘은 어디 한두 군덴 부려져야 했을 낙상에도 엉덩이만 문지르며 일어나 해당 몬스터를 보고 군침을 흘렸다.


“고기다! 고블린이 특유의 씹는 맛이 있다고 했지?”

“날 먹는다고? 애새끼가 정신이 나갔나?”

“헉?”

‘대화가 돼?’


보통 성인의 반도 못 미치는 키에 삐쭉한 송곳니와 녹색 피부를 가진 고블린.


놈들은 비열한 본능과 인육을 먹는 특성상 몬스터(괴물)로 분류되어 있지만, 동족 간 의사소통을 명확히 하는 객체다. 그렇기에 인간과 대화까지 가능한.


하지만, 서로 소통할 순 있어도 끊임없이 몸짓을 주고받아야 겨우 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단 한마디를 나눴을 뿐이었지만, 느낌이 싸했다.


‘그러고 보니 생긴 것도 이상해.’


거적때기로 주요 부위만 가려 몬스터 백과 수업 때 아이들과 웃었던 추억이 머리에 생생하다.


분명 자신의 기억 속 우스꽝스러운 사진이 고블린 복장인데, 상대는 거적때기는 고사하고 전신을 배터리 팩 같은 걸로 무장했다.


그 차림새가 꼭.


“전갑?”

“갈(喝)! 내 앞에서 그 단어는 입 밖으로 꺼내지 말거라!”


‘왜 이리 흥분하지? 생체실험이라도 당했나?’


트라우마를 제대로 건드렸는지, 놈은 나무에서 폭발적으로 뛰어올라 자신의 코앞에 ‘쾅!’ 소리 나게 착지했다.


‘미친. 내가 감당할 상대가 아니다.’


다엘은 자신이 예상한 전투력의 곱절 아니, 몇백 배는 웃도는 상대의 실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상대에게 대화를 유도하며 주변에 도움을 청할 누가 없는지 곁눈질했다.


“어떻게 몬스터가 ‘벽 밖’에 있지 않고 인간의 생활권에 있는 거지?”

“오호? 골빈 코짤찔이가 아니라 아카데미에서 배운 아해구나? 하긴 혼자 싸돌아 다니는 것부터 이상하다 했더니만.”

“?!”

‘아카데미를 안다고? ’


놀라움의 연속이다.


인간의 시설물을 알고 있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되는데, 말투도 꼭 동내 할아버지 말투다.


‘고블린 닮은 인간?’

“혹시, 사람이십니까?”


다엘은 자신이 질문하고도 그 멍청함에 얼굴이 빨개졌다. 유사 인종(하프 블러드)이라 말하려면 적어도 몬스터보단 사람 외형에 가까워야 했으니 말이다.


한데, 이 물음에 상대의 반응이 심상치 않게 변했다.


흉포해진 분위기와 더불어 고블린이 걸친 배터리 팩에서 빛무리가 뿜어져 나왔다.


“살려두면 안 될 아해구나.”


“네?”

‘뭔데, 급발진이야?!’

“잠시만요 고블린님! 제가 잘못 봤습니다. 절대로 인간이 아니십니다.”


다엘은 리오 교도관 이상으로 느껴지는 장엄한 기파(氣波)에 다급하게 현 상황을 수습하려 들었지만, 상대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넌, 내가 바보로 보이나? 괘씸죄까지 추가해서 너의 사형을 집행하겠다.”

“갑자기요?!”


작가의말

상황 * 1.

다엘은 주먹을 내지를 때 생기는 권풍(拳風)으로 잠자리 날개를 뜯으려 함. 서로 직접적으로 맞닿진 않음.


*다엘의 아버지 윌리스는 아들의 육체적, 전투적 성장을 극도로 경계함. 해당 이유 때문에 학자가 되라고 아카데미에 보냈던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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