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로 대마법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제영운
작품등록일 :
2024.07.31 09:39
최근연재일 :
2024.09.23 17:3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1,332,193
추천수 :
29,798
글자수 :
327,328
유료 전환 : 2일 남음

작성
24.09.23 17:30
조회
3,877
추천
218
글자
13쪽

58화

DUMMY

오우거를 만났었던 로건, 엘리자, 제프.


세 사람은 까마귀가 발견한 동굴 속에 각자 천막을 쳤다.

제프는 몸을 회복하느라 아직도 자고 있고.

엘리자도 천막에서 푹 쉰 뒤, 동굴 앞에 모닥불을 놓고서 몸을 데우고 있었다.


그리고 로건은 그녀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깊은 밤.

별빛이 하늘을 물들인 밤이었다.

별똥별 하나가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하늘을 가로질렀다.


‘시야가 닿는 곳? 모호하지.’


로건은 블링크 마법이 좀 정확했으면 싶었다. 한때 프로그래머여서 더 그런지도 몰랐고.


시야가 닿는 곳까지 이동하는 마법.

그런데 지평선을 보면 거기까지 이동이 되나?

안 된다.

이제는 대략 어디까지 되겠다는 감이 오지만 말 그대로 감, 정확하지 않았다.


까마귀의 시야를 빌려서 이동하는 장거리 이동도 마찬가지.

그냥 패밀리어 연결이 안 끊어지는 30㎞ 지점에 맞추어서 움직이는 중이다.

날씨가 흐리거나 까마귀가 시야를 잘못 잡으면 마법이 실패하니까.

그래서 대충 30㎞였다.


‘후, 이동 마법은 변수가 제법 있어. ······그런데 2달이 지나면 까마귀가 영구화 되잖아. 그러면 공유 거리가 늘어나는 건가? 더 멀리까지 이동이 가능한 거고?’


2달 동안 매일 패밀리어를 걸면 동물은 마법사에게 영구히 종속된다.

그의 생각들은 영구화가 되고 나서 실험할 것들이었다.


‘요즘 들어 실력이 오른 게 느껴지긴 하는데. 빅토리아 일당은 중급 마법사가 3명 있잖아? ······어쩌라고? 내 실력이 더 높으면 그냥 다 끝나는 거야. 한눈팔지 말고 집중해. 집중.’


한창 실력을 올려야 할 시기.

그의 머릿속은 늘 마법으로 꽉 차 있었다.


* * *


로건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엘리자가 있는 모닥불 앞으로 가서 앉았다.


‘아직도 멍하네? 동굴에 온 이후부터 계속 그랬지? 무슨 사연일까? 저 표정을 보면 좋은 얘기는 아니야.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해 보면······.’


로건은 그녀가 넋을 잃고 불꽃만 응시하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 조심해야 할 몸으로 에스칼린 숲에 들어왔잖아? 그 말은 뭔가에 쫓기고 있다는 거지. 그런데 그녀는 학파나 마탑에 소속되어 있을 건데? 왜 마탑에서 그녀를 보호하지 않을까? 참 이상하지?’


엘리자의 마법은 고급스러웠다.

오랜 세월 갈고 다듬은 티가 역력하다.

틀림없이 유서 깊은 단체에서 나온 마법.

분명히 소속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마법사 집단은 서로의 유대 관계가 매우 끈끈해서 소속된 마법사의 위기를 절대 모른 척하지 않는다.


엘리자를 이렇게 내버려 두었다면 경우는 2가지.

소속 단체와 마찰이 있거나 이미 쫓겨났다는 뜻이었다.

경우의 수가 더 있겠지만, 이럴 확률이 가장 높았다.


타닥.

타다닥.

엘리자는 모닥불의 나무가 타면서 갈라지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시오?”


그녀는 머리를 흔들더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로건 님, 이제 우리 얘기를 해도 될까요?”

“음?”

“은혜를 갚고 싶어요. 전 가진 게 마법 문자밖에 없는데 그거라도 괜찮을까요?”


원하는 게 마법어였는데 마치 안다는 듯이 얘기하다니.

로건은 부드럽게 웃었다.

“그래요. 그럽시다.”

“어떤 방식으로 할까요?”


“잠시만.”

로건은 종이 몇 장을 꺼내어 그녀에게 주었다.

바로 기억 마법서에서 모르는 마법어 236자 였다.


엘리자의 눈이 커졌다.

‘전부 희귀 문자잖아? 이런 문자는 고대의 마법서에 자주 나오는 건데······ 로건 님은 어떤 굉장한 마법을 연구하고 있구나. 지금도 무서운데 얼마나 더.’


그녀는 문자들을 여러 번 훑어보았다.

자신이 한때 천년 마탑 카사의 마법 학자가 아니었다면 단 한 자도 알 수 없는 수준.

그녀의 눈은 문득 그리움으로 물들었다.


‘알고. 이것도 알고, 이것도. 그런데 이런 문자들 참 오랜만에 보네? 아, 옛날 생각난다. 서고의 모든 책을 다 씹어먹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었지? 훗······.’


한편 로건은 기대감을 지우지 못했다.

그녀는 종이에 적힌 마법어를 보면서 계속 눈동자를 반짝였다. 아는 문자가 제법 있다는 뜻이다.


“어떻소? 아는 마법어가 좀 있소?”

“있어요.”

“그렇소?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계속 살펴보시오.”

“네.”


희귀 문자가 얼마나 가치가 높은데.

그냥 모른다고 하면 될 것을, 엘리자는 거짓말을 못 하는 성격이었다.

타고난 성격이었고, 카사 마탑의 규율 아래에서 평생 지냈기 때문이기도 했다.



불의 마탑 카사.

그곳의 규율은 지독스럽게 엄격한 수도원 같고, 마법사들은 중이 작은 방에 갇혀서 참선하는 것처럼 마법을 수련했다.


그래서 규율이 많으나 요약하면 단 한 줄이었다.


-오직 마법. 절대로 한눈을 팔지 말라.


그게 다였다.

그런데 그 규율 중에 ‘사랑하지 말라’는 구절이 있었다.

사랑하면 마법에 대한 시간과 집중력을 낭비한다고.


그래서 엘리자는 마탑에서 쫓겨났다.

거짓말을 못 하는 그녀는 사랑에 빠졌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했기에.


엘리자는 로건이 준 마법어를 보고 있지만, 생각은 다른 데 있었다.


‘쫓겨나기는? 내가 소문을 내서 발로 나온 거야. 마탑이 대 신전처럼 사랑이나 금지하고. 마법에 대한 배움이 막혔지만 후회하지 않아. 난 행복해. 행복한 떠돌이 마법사.’


엘리자는 웃으며 종이를 내려놓았다.


“문자들을 다 읽었어요.”

“벌써? 종이에 적힌 건 총 236자요. 그중에 몇 자나 알고 있소?”

“이백······.”

“이백?”


그녀는 한 손을 가볍게 들었다.

“236자 중에 한 글자 빼고 다 알아요.”


로건의 눈이 커졌다.

엘리자는 초급 마법사인데도 지식이 정말 굉장하다.

그럴 수 있지.

자신만 해도 중급을 꽉 채운 수준의 기초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가.


‘이야······ 정말 인재 중의 인재네? 한번 제대로 알아보고 스카웃 제의를 해 봐?’


로건은 엘리자에 대한 욕심이 크게 생겼다.

그녀는 살아 있는 마법 백과사전. 가치가 급상승하는 건 당연했다.


“바로 문자의 뜻을 알려 드릴까요?”

“부탁하오.”


그녀는 235개의 문자를 하나씩 짚으며 한 번씩 불러 주고는 말했다.


“한 문자에 스무 가지 이상의 뜻이 있는 희귀 문자. 그러면 대략 4,500개의 뜻이에요. 몇 번 더 읽어······ 아니다, 받아 적어야죠. 처음에 말씀드려야 했는데.”

“됐소. 다 외웠소.”

“네에?”


엘리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어디서 새빨간 거짓말을.

그녀는 화를 참고는 차분하게 말했다.


“정말이에요? 정말이라면 두 번 말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리 은인이신 로건 님이어도 말이에요. 그래도 되어요?”

“다 외웠다니까.”


‘······거짓말 아닌 것 같은데? 맙소사. 기억력이 이렇게 좋다고? 무슨 멸종한 드래곤의 핏줄이야?’


드래곤은 있었을까? 있었다.

그 흔적이 아직도 대륙 곳곳에 남아있으니까.


엘리자는 닭살이 돋은 팔을 쓸었다.

그럴 만했다.

문자 수는 236개지만 속뜻까지 생각하면 4,500개 이상의 단어를 단번에 외운 것이다.


그녀는 이 동굴에 오자마자 든 생각이 다시금 치밀었다.


‘밴든이 모습을 감춘 지 20년이 넘었다던데 갑자기 로건 님이 나타났어. 다시는 이런 행운이 없을걸? 밴든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동안 못 배웠던 마법도 배우고.’


카사 마탑과 엘리자의 관계는 잘 정리되어서 도망치지 않아도 된다.

한때는 동료였던 걸, 오히려 관계가 좋은 편이다.


문제는 제프.

제프는 과거 카사 마탑의 노예 전사였었다. 그래서 마탑은 도망친 제프를 쫓고 있었다.


해결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었다.

괘씸죄까지 더하면 족히 수백만 골드.


그래서 미노타우르스를 사냥하하여 마나 구슬을 얻어야 한다. 구슬을 팔아서 조금이라도 더 돈을 모으려는 것이었다.


‘그 많은 돈을 언제 다 모아? 지금 내 능력으로는 제프를 마탑의 집행 마법사들로부터 못 구해. 돈을 다 모으기 전에 잡히면 제프는 죽어. 주, 죽는다고? 그래! 죽어!’


그녀의 얼굴은 저도 모르게 일그러졌다.


‘제발 좀 누가 나를 도와줬으면! 내가 이동 마법을 배우면 제프는 절대 잡히지 않을 텐데! 밴든의 마법을 배우고 도망가면 돼!’


엘리자는 혀끝을 깨물었다. 이마에 식은땀이 흥건했다.


‘······아니야!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되지. 그건 내가 아니야.’


자신들의 생명을 구해 준 로건을 그런 식으로 이용하면 안 되는 것이다.

난 그렇게 살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그녀는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이겼다. 이 유혹을 나는 이겨 냈다. 잘했어. 그래야지.’


로건이 나직하게 말했다.

“엘리자.”

“네? 네! 아, 죄송해요. 전 아직 은혜를 다 못 갚았어요. 이, 이걸 드릴게요. 로건 님에게 드리려고 준비한······.”

그녀는 서둘러 자신의 마법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아침에 다시 얘기합시다. 차라도 한잔하고 헤어지면 되겠지.”

로건은 엘리자가 대꾸할 사이도 없이 자신의 천막으로 가 버렸다.


* * *


천막 속.

로건은 톡톡 탁자를 두드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과 얘기하다가 말고 갑자기 자신의 사연에 파묻혀 버리다니. 인상을 쓰고, 땀을 흘리고, 몸까지 떨고.


‘엘리자는 수준 있는 마법사인데 그 정도로 감정 조절을 못 한다니. 좀······ 맹한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엘리자는 꼭 필요한 인재가 맞다.

그러나 자신은 자선 사업가가 아니고, 혼자의 몸도 아니다.

섣불리 판단하긴 이르니 일단 조금 더 지켜봐야 했다.


‘마법 주머니에서 뭘 꺼내 주려고 하던데 뭘까? ······뻔하지, 마법어야. 엘리자는 자신은 가진 게 마법 문자밖에 없다고 했으니까.’


사실 236자만 해도 값은 다 치른 셈인데.

그래도 주는 건 당연히 받아야 한다. 마법이니까.


‘은혜를 갚겠다고 더 주려고 하고. ······괜찮은 사람인 건 확실해. 아침에 다시 판단하면 되겠군.’


로건은 웃다가 머리를 흔들었다.


온 정신을 집중해서 실력을 올려야 할 때.

또 날이 밝는 오늘부터는 마메이드를 관찰해야 한다.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이었다.


그는 탁자에서 마법서를 뒤적거리며 기뻐했다.


‘오. 드디어 기억 마법서를 완벽하게 해석했네?’


엘리자가 236자 중에 235자를 풀이해 줬다.

모르는 마지막 1자의 마법어? 앞뒤 문맥을 살펴서 순식간에 해결되는 것이었다.


그러자 당장 패시브 드래곤의 마법 재능이 활발하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수십만 자의 기억 마법서가 완벽하게 짜맞춰지고, 재조합되면서 정밀한 톱니바퀴처럼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1단계 메모리 리딩 마법의 경지가 당장 깊어졌다.


‘그레이는 마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네? 되네. 경지가 더욱 깊어지면 마나를 가진 사람의 기억을 읽는 것도 될 것 같아. 마법사는 여전히 어렵지만 말이야.’


로건은 탁자 위를 정리하다가 웃었다.


“야야! 안 돼, 안 돼. 오지 마. 그냥 바깥에서 놀아. 지금은 할 일이 있다고. 방금 올린 경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복습해야지. 그래야 더욱 완벽하게 되거든?”


까마귀들이 마냐 샤워를 받고 싶어서 난리를 치고 있다.

그는 엘리자와 제프에게 패밀리어를 보여 주지 않았다. 의도적인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었다.


“있다가. 몇 시간만 참······ 어? 어어?”


로건은 갑자기 몸이 떨리고 심장이 크게 뛰어서 가슴에 손을 올렸다.

불안하지 않은데, 미치도록 불안한 사람의 신체 반응 같다.


“나 왜 이래? ······혹시?”


로건의 표정이 환해졌다.

파앗.

그는 즉시 락 마법을 쏘아 천막 입구를 잠갔다.

그러고는 바닥에 앉아 명상에 들었다.


‘······.’

짙은 마나가 그의 주위로 층층이 쌓이기 시작하더니, 새벽 산허리에 걸린 구름처럼 일렁거렸다.


땀 흘리며 노력한 시간.

기억 마법이 완벽하게 조화로워지자, 그것이 화려하게 폭발한 것이었다.


우우우웅!

곧 마나의 구름에 연 푸른 빛이 방울방울 맺히기 시작했다.

파앗······

파앗.

그 농도 짙은 마나의 결정체가 하나씩, 둘씩 로건의 가슴으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아!’


로건은 환희를 느꼈다.

구름은 끊임없이 마나의 결정체를 만들었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그러다가 소용돌이를 치며 대량의 결정체를 쏟아냈다. 빗발치듯 로건의 심장을 두들겼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구름은 걷히고, 마나의 폭풍에 천막 속을 떠다녔던 먼지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로건은 천천히 눈을 떴다.


‘이게······ 중급?’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패시브로 대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패시브로 대마법사 작품 유료화 일정 및 골드 이벤트 안내 NEW 3시간 전 95 0 -
공지 40~52화 수정 공지 24.09.20 912 0 -
공지 연재 시간 17:30 +1 24.08.26 22,686 0 -
» 58화 NEW +11 6시간 전 3,878 218 13쪽
57 57화 +17 24.09.22 8,167 301 14쪽
56 56화 +9 24.09.21 9,908 310 12쪽
55 55화 +14 24.09.20 11,113 329 14쪽
54 54화 +13 24.09.19 12,220 370 13쪽
53 53화 +11 24.09.18 13,319 378 13쪽
52 52화(수정) +20 24.09.17 14,631 387 14쪽
51 51화(수정) +16 24.09.16 14,955 430 12쪽
50 50화(수정) +17 24.09.15 15,753 397 12쪽
49 49화(수정) +25 24.09.14 16,392 412 12쪽
48 48화(수정) +67 24.09.13 17,315 423 12쪽
47 47화(수정) +12 24.09.12 17,628 453 14쪽
46 46화(수정) +16 24.09.11 17,988 520 12쪽
45 45화(수정) +17 24.09.10 18,906 480 14쪽
44 44화 +14 24.09.09 19,718 477 12쪽
43 43화 +9 24.09.08 20,174 539 18쪽
42 42화(수정) +15 24.09.07 20,312 490 16쪽
41 41화(수정) +22 24.09.06 20,280 470 13쪽
40 40화(수정) +13 24.09.05 20,905 498 13쪽
39 39화 +22 24.09.04 21,214 551 13쪽
38 38화 +14 24.09.03 21,421 543 13쪽
37 37화 +17 24.09.02 20,990 524 14쪽
36 36화 +17 24.09.01 21,145 492 13쪽
35 35화 +5 24.08.31 21,634 490 13쪽
34 34화 +13 24.08.30 21,774 478 12쪽
33 33화 +10 24.08.29 21,736 473 12쪽
32 32화 +13 24.08.28 21,697 48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