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로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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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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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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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DUMMY

별장 뒤편의 연무장.

로건은 오랜만에 몸을 풀었다.

케인이 메리에게 맞은 날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린 느낌.

정신이 부산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그것을 털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파앗.

하라신의 마법 단검이 허공을 갈랐다.

상하좌우.

허공에 직선을 긋듯이 깨끗한 동작들이었다.

한창 몸을 푸는 로건.

그는 가상의 적을 앞에 두고 오랫동안 수련했다. 그렇게 한참 움직이다가 하라신의 단검을 살펴보았다.

손잡이는 손에 딱 맞고, 검날 길이는 50㎝.

중 단검쯤 되는데, 검날은 반들반들 윤이 나고 몹시 날카로웠다.

후우웅······.

마나를 밀어 넣으니 희미한 빛이 나며 살갗을 찌르는 기운이 퍼져나간다.

‘아직은 어설퍼. 날카로운 기세가 뭔가 거친 느낌이야.’

로건은 단검을 갈무리하고 활을 꺼냈다.

파악.

파악.

타원형의 연무장 지름은 30m.

저 멀리 한끝에 작은 과녁판을 놓고, 반대편 끝에서 활을 쏘았다.

궁술 기초는 군터에게 배웠기에 어려운 부분은 없다.

로건은 아쉬웠다.

게임에 접속했을 당시 마법사에게 궁술은 필요 없다고 아카드의 궁술을 삭제한 일 때문이다.

‘욕심이란······. 쯧.’

리안과 대련할 때면 자신의 단검술이 확실히 쓸만하다는 것 느낀다.

처음에는 약간 밀렸는데 이제는 막상막하.

거기에 비하면 궁술은 발전 속도가 느렸다.

리안은 발전 속도가 엄청나다며 놀라지만, 로건 자신이 느끼는 차이는 꽤 컸다.

단검술과 궁술의 차이가.

“이것만 해도 어디야.”

로건은 계속 활쏘기에 열중했다.

연달아 5대는 쉼 없이 쏠 수 있도록 하고, 목표물을 정확하게 맞힐 수 있도록.


서너 시간쯤 지났을까.

로건은 땀으로 푹 젖었다.

활을 아공간에 넣고 저 멀리 화살이 빽빽하게 꽂힌 과녁에 손을 뻗었다.

후우웅!

그의 염력이 과녁판을 끌어당기려 했다.

그러나 과녁판은 움찔움찔 떨리기만 할 뿐 로건의 앞으로 날아오지 않았다.

“흠. 멀어.”

로건은 스무 걸음쯤 앞으로 나가서 다시 염력을 펼쳤다.

마찬가지로 과녁은 날아오지 않는다.

다시 열 걸음.

다시 열 걸음.

로건은 세심하게 걸음을 옮겨가면서 과녁이 끌려오는 거리를 찾아냈다.

‘염력은 20m. 거리가 좀 더 늘어났어. 힘은······ 2톤 정도.’

로건은 클린 마법으로 몸을 깨끗하게 한 후.

서재로 돌아와서 마법서를 펼쳤다.

수련에 젖은 평화로운 일상.

비로소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 * *


며칠 뒤.

로건은 외출 준비를 마쳤다.

오늘은 멀링가의 내성 성벽을 확인하러 가는 날이었다.

성벽을 수리할 계획을 세우려고 미리 한번 가서 보는 것이다.

보통 마차를 이용하지만 오늘은 말을 타기로 했다.

늦봄이어서 날씨가 무척 좋았다.

별장 앞까지 마중 나온 리안이 고개를 숙였다.

“편안히 다녀오십시오.”

로건은 말 위에 앉아서 미소 지었다.

“그러지. 정원을 만드는 인부들 잘 통솔해 주고. 점심도 푸짐하게 주게.”

“예.”

로건은 리안에게 며칠 전부터 반존대를 하기 시작했다.

검술 실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일 처리도 능숙하게 잘한다.

또 며칠 메리, 허드슨의 일을 겪으며 지켜보니 알고 있던 것보다 머리도 좋고.

‘리안은 길로틴과 싸우면서 상처를 입었지만 결국 그를 이겼지. 이미 기사나 다름없어. 그렇다면 그만한 대우를 해줘야지.’

“수고하게.”

로건은 리안에게 몇 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을 바라보았다.

“허드슨, 가자.”

“예.”

따각.

따각.

말은 천천히, 그리고 쉼 없이 움직였다.

허드슨은 말고삐를 잡고 걸었고.

용병 한 명은 조금 앞에서 로건을 인도했다.


멀링가 영주 성 성문 앞.

경비병은 말에 탄 로건을 보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로건님.”

“오랜만이군. 혹시 행정관에게 말을 전해 들었나?”

“그렇습니다. 로건님에게는 언제든 성문을 열어주라고 하셨지요.”

“그래? 고맙군.”

로건은 허드슨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허드슨은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어 경비병의 손에 쥐여 주었다.

“아이고, 뭘 이런 걸 다 주시고요. 감사합니다.”

로건 별장의 사람들은 영주 성에 들를 때면 가끔 약을 친다.

가벼운 술 한 잔 값 정도.

그렇게 호의를 사 놓으면 쓸만한 소문을 알아서 물어다 주니 괜찮은 거래다.

메리를 죽인 범인이 영주의 병사였다는 것도 경비대에서 알려주었다.

거기에 돈을 좀 쥐여 주니 부지런히 소문을 내서, 영주가 메리를 죽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로건은 성문을 떠나 내성에 있는 행정실로 갔다.

행정실로 들어서자 여러 사람 중 한 명이 재빨리 일어나서 다가왔다.

“로건님이시지요?”

“그렇소.”

“이쪽으로 오십시오. 행정관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고맙소.”

로건은 곧 행정관과 조용한 방에서 자리를 가졌다.

“보내준 편지는 읽어 보았소. 내성의 성벽을 보수하신다고? 몬스터 토벌이 낫지 않소?”

행전관은 로건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았다.

귀찮은 걸 싫어하는 것 같던데.

‘구태여 손이 많이 가는 일을 선택한다고? 내 알 바 아니지만.’

로건은 태평하게 말했다.

“몬스터 토벌?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돌아다니기 싫소. 말이나 마차를 오래 타는 것도 못 할 짓이고.”

행정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몬스터 토벌이 더 귀찮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긴 그렇구려.”

“아는지 모르겠지만 흙의 마법을 능숙하게 다루는 마법사는 많지 않소이다. 나도 기본 정도만 알지. 그래서 흠집을 메우고 강도를 올려주겠소.”

행정관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로건이 그 비싼 보호 마법을 걸어주진 않을 것이다. 또 주기적으로 보강해야 하니, 그런 짓을 할 마법사가 아니었다.

마법으로 손질만 해도 새것보다 몇 배는 튼튼하니까 차라리 이쪽이 나았다.

“기간은 얼마나 걸리겠소?”

“넉넉잡아 넉 달? 아니, 난 게으른 사람이니까 다섯 달로 해야겠소. 조건이 영주 성 3개월 근무지만 더 일하는 거야 상관없겠지.”

로건은 기한을 최대한 늘려서 말했다.

멀링가의 벽을 조사하려면 시간이 많을수록 좋으니까.

“여름 내내 걸리겠구려. 알겠소. 내 영주님께 그리 아뢰지. 영주님께는 인사드리려오?”

로건은 정색했다.

“딱 싫소.”

행정관은 쓴웃음을 지었다.

멀링가 자작도 마법사를 만나지 않겠다고 싫은 티를 팍팍 내던데.

행정관은 내심 둘이 똑같다고 생각하면서 작은 패를 하나를 로건에게 주었다.

“내성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패요. 이 패가 아니라도 이미 말해 놓았으니까 그대를 막을 사람은 없소이다. 다만 내성의 내실로는 못 들어가오.”

로건은 패를 챙겼다.

“알겠소.”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오. 혹 영주님을 우연히라도 만나거든 따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소.”

“거참. 내가 그 정도로 경우가 없을까.”

“알겠소이다.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자유롭게 다니시면 되오. 그러면 일 끝나고 봅시다. 그전에라도 끝나면 얘기해 주시고.”

“그러지.”

로건은 돈주머니 하나를 탁자에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행정관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그것을 보았다.

“이건 뭐요?”

“뭐긴. 행정관 급료가 뭐 얼마나 되겠소? 살림에 보태 쓰시오.”

“······.”

“편의를 봐주기로 했지? 안에 거래 주문서도 들었소.”

대놓고 수작질.

행정관은 또 쓴웃음을 지었다.

“이거 정말 노골적이군.”

“그래서. 싫소?”

“싫기는?”

행정관은 냉큼 주머니를 챙겼다.


로건은 함께 온 용병과 허드슨을 행정실 앞에 남기고.

홀로 내성 바깥의 성벽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 이것도 성벽이라고. 중고가 아니라 그냥 고물이네.”

멀리서 볼 때는 그럴싸했는데 곳곳에 금이 크게 가고 이끼도 잔뜩 껴 있었다.

로건은 염력으로 몸을 띄워 내성 중간 높이까지 올라가 보았다.

사람이 사다리를 놓고 안전하게 닿을 수 있는 부분까지는 고친 흔적이 보인다.

내성 위에서 어느 정도 아래까지도 보수해 놓았고.

그러나 중간 부분은 엉망진창이었다.

‘대충하자, 대충. 너구리 영주, 뭐 이쁘다고 꼼꼼하게 고쳐 줘? 그런데 성벽 상태 정말 거지 같네.’

로건은 몸을 띄운 상태에서 내성 바깥을 돌며 연신 혀를 찼다.

“와······.”

“마법이다!”

“마법사야!”

사람들은 홀린 듯이 로건을 쳐다보았다.

로건은 땅에 내려온 뒤 지나가는 사람 한 명을 붙들었다.

“혹시 영주 성 가신이오?”

젊은 남자는 잠시 허리를 숙였다가 폈다.

마법을 본 후라 두려운 맘이 컸다.

“그렇습니다. 행정실에 있지요.”

“아, 마침 잘 됐군. 행정관에게 내가 자정까지 있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전해주시오.”

“자정까지요?”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니까 거슬려서 그러오. 물론 해가 졌을 때는 내성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소. 어떻소, 가능할 것 같소?”

남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말씀드리지요.”

“내가 내성에 들리는 시간은 대중없소. 늦어도 다섯 달 안에는 끝내겠다고, 그렇게만 전해주시오.”

로건은 바로 별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동안 활동하지 않고 집에서 마법을 공부하면서.

어떤 방법으로 내성 성벽을 보수할지.

특히 멀링가의 벽 속에 있다는 보물을 어떻게 찾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 * *


영주 성을 방문한 지도 2달을 훌쩍 넘겼다.

“너구리 굴은?”

“너구리 굴이 불타는 날은 3개월 16일 남았습니다.”


너구리는 영주, 굴은 영주의 성 혹은 영주의 저택, 불타는 날은 불을 싸지르겠다는 소리다.

본래는 ‘안전 제일 몇 개월 남았습니다.’ 이렇게 말해야 하는 걸 로건이 보고 방식을 바꾼 것이다.

그렇다면 에반과의 1년 약속이 4달도 안 남은 것을 뜻했다.


“허. 벌써 그렇게 되었소? 이젠 정말 내성 성벽을 고쳐야겠군.”

로건은 마법책을 덮으며 감탄했다.

테드는 허리를 숙였다.

“로건님의 수련이 시간을 잊게 하였지요.”

“그렇군. 많은 발전이 있었지.”

로건은 새로운 집사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테드.

머리를 단정하게 넘기고 꼿꼿하게 서 있는 모습에서는 빈틈이라곤 없다.

그는 뱅가드 상단에서 구해준 노예 집사였다.

수도에서 출발하여 10일 전에 로건의 별장으로 왔는데.

유서 깊은, 그러나 몰락한 자작 가문의 행정관이었다.

테드는 3대에 걸쳐서 대대로 행정관을 지냈고, 마흔이 넘어서부터는 집사장으로 있었다.

어지간한 대소사는 앉은 자리에서 해결하는 능력.

글, 셈, 예법 등은 왕실 집사장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단다.

풍부한 경험에.

현재 나이 43세로 최전성기를 맞이한 최상급 인재였다.


‘지출이 컸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다니까.’

로건은 크게 만족했다.

불과 이틀 만에 별장의 사람들을 모조리 꽉 잡아 버리고, 수족처럼 부린다.

업무 파악도 완전히 끝난 상태였다.

“테드.”

“말씀하십시오.”

“커피 원액은 얼마나 있나? 차근차근 말해 보게.”

“현재 오크통은 총 13통. 1만 3천 개 분량입니다. 별도로 로건님이 700개 내외, 제가 507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리안과 허드슨은 얼마나 갖고 있어?”

“리안은 이번 달에 50개를 받았는데 많이 남았을 겁니다. 정말 지쳤을 때만 하나씩 쓰시더군요.”

“음······. 아끼는 것보다 훈련 때 팍팍 쓰는 게 더 이득인데.”

테트가 웃었다.

“알뜰함이 습관이 된 사람이라, 일단 그리 말씀 전하지요. 허드슨에게는 30개를 주었는데 하나도 안 썼을 겁니다.”

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안과 허드슨은 계속 발전해야 할 인재들이야. 소모품 따위 아끼지 말라고 하게.”

“예. 그리고 이건 수도에서 왔습니다.”

로건은 테드가 편지 한 장을 테이블 위에 놓자 크게 반가워했다.

“오! 케인이 잘 있는지 모르겠군?”

그는 편지를 차근차근 읽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케인의 고질병은 큰 호전을 보였다.

벌써 7할은 고쳐서 보통 사람과 별 차이가 없고, 날씨가 궂은 날에 몸이 조금 불편한 정도란다.

마음의 안정도 찾아서 최근에는 공부를 시작했다고.


로건은 편지를 내려놓으며 활짝 웃었다.

“정말 한시름 놓겠어. 병을 확실하게 뿌리 뽑을 때까지 수도에 둬야겠네. 공부도 실컷 하게 하고. 케인은 공부 욕심이 많거든, 하하.”

“케인이라면 잘 해내실 겁니다.”

테드는 수도에서 케인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케인은 뱅가드 상단이 주선해 준 집에서 혼자 살았는데, 자신이 멀링가로 떠나기 전에 서로 안면을 튼 것이다.

“잘할 거야. 암.”

테드는 미소 지었다.

“케인을 많이 신뢰하시나 봅니다.”

“케인이 집사장이오. 그의 자리는 언제나 변함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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