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로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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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운
작품등록일 :
2024.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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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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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DUMMY

로건은 집집마다 뛰어다니며 핸서를 찾아다녔다.

그러면서 산적들도 그러면서 정리가 되었다.

“아!”

집을 일곱 군데나 뒤지고서나 핸서를 찾았는데, 그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우두커니 있다가 로건을 쳐다보았다.

“핸서!”

“로건님.”

핸서의 목소리에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다리에 상처와 어제부터 굶은 탓이었다.


“잠시만.”

로건은 핸서의 다리 상처부터 돌보았다.

심하게 부어오른 오른쪽 다리에 포션을 붓고, 스태프의 힐링 마법을 펼쳐 계속 유지했다.

‘군터나 핸서나 한동안 푹 쉬어야 해. 우선 야영지에서라도 자리를 잡아야겠군.’

로건은 회복제도 연이어 먹였다.


“군터를 우연히 만났어. 군터는 괜찮아.”

로건은 핸서의 상처가 아물어 가는 것을 보며 군터를 만나서 여기까지 오게 된 사연을 말해주었다.

핸서는 묵묵히 듣고 있다가 로건이 베스를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그런지도 알 것 같았다.

“혹시 베스 형은 못 보셨어요?”

“베스는······ 그렇게 되었다.”

“그렇군요.”

핸서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베스를 애도하고 한편으로는 정신을 차리려는 것 같았다.


“나가요, 우리.”

“······내가 업을까?”

“아뇨. 걸을 수 있어요. 이제 견딜만해요.”

“알았어.”

로건은 핸서의 다리 상처에 붕대를 감아주고는 그를 조심스럽게 부축하며 집을 나왔다.

핸서는 십여 걸음을 걷다가 땅에 있는 산적 한 명을 가리켰다.


“두목이네요.”

“그래. 핸서, 두목 집 마당에 트롤의 피가 묻혀 있다며. 너희가 잡았잖아.”

“트롤 피는 죽은 지 한참 뒤에 뽑은 거라 못 써요. 산적들이 아깝다고 그냥 담아온 거예요.”

“그럼 군터의 검은?”

“아, 그건 있을 거예요. 두목이 되게 욕심냈으니까요. 두목의 집 지하실에 있겠죠.”

“두목 집은 어딘데?”

“산채 제일 뒤요.”

“있어 봐.”


로건은 산채의 가장 끝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서 지하실을 살펴보았다.

무기 열댓 개.

식량, 접어놓은 천막과 모포 같은 것들이 있었고, 군터의 무기도 보였다.

로건은 군터의 검만 챙긴 후 바깥으로 나왔다.


“가자.”

로건은 핸서의 손을 잡고 처음 왔던 숲 외곽으로 한 번에 이동했고.

근처에서 풀을 뜯고 있는 말을 데려와 핸서를 태우고 자신도 탔다.

그리고 쉼 없이 용병단을 뒤쫓아가서 해가 질 녘에야 군터를 다시 만났다.


* * *


로건, 군터, 핸서.

이들은 용병단을 떠나보내고 야영지에 자리를 잡았다.

로건에게 목숨을 구제받은 두 사람은 그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몸을 회복해 갔다.

그러면서 로건과 자연스럽게 끈끈한 유대관계를 쌓게 되었다.


벌써 나흘이 넘게 흘렀고 늦은 밤이 되었다.

텅 빈 야영지에 모닥불 하나.

그 위에 놓인 냄비에서는 스튜가 맛있게 끓고 있다.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세 사람은 그동안의 회포를 풀고 있었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면서 간간이 나직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곤 한다.

군터와 핸서는 고약한 의뢰인들의 얘기.

로건은 멀링가에서 있었던 일들은 얘기했다.


“테드, 리안. 케인······ 그리고 허드슨요? 로건님과 함께하다니, 부럽네요.”

핸서는 그 이름들을 몇 번 더 중얼거렸다.

로건은 속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부러우면 너도 함께하면 되지. 얘기 더 해줄까?”

“네.”

“군터씨는요?”

“네, 듣고 싶습니다.”


로건은 본론을 꺼냈다.

그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내 이름은 로건 레스터. 레스터 남작 가문의 후계자예요. 그리고 난 두 사람이 필요해요. 내 땅을 만들려고 하거든요.”

“아!”

“역시!”


로건은 복잡한 얘기는 뺐다.

앞으로 루덴 북부에 내 땅을 만들 것이고, 그 땅에는 나의 세력 즉 내 사람이 필요하다는 정도로만 일단 말했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한 건 없어요. 미리미리 사람을 모아놓으려고요.”


군터와 핸서는 약간 들뜬 표정이었다.


“전 돈은 있어요. 그런데 사람이 부족해요. 날 도와줄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 말이에요. 바로 군터와 핸서 같은 사람요.”


군터는 입가를 씩 끌어올리는 핸서를 쳐다보았다.

‘어제 핸서와 나눈 얘기를 들으신 걸까? 야영지에서 멀리 가서 얘기했는데.’


본래 군터는 자신의 검술을 가르친 로건에게 애정이 있었다.

그리고 야영지에서 치료를 받으며 그 마음이 더욱 깊어졌다.

목숨을 구해준 은혜도 갚아야 하고, 이런 마음은 핸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어젯밤 두 사람은 로건과 함께하자고 뜻을 모은 것이다.

혹시 거절당하더라도 말은 해보자고 입을 맞춰놓았는데 로건이 먼저 얘기하다니.


로건은 은근하게 말했다.

“두 사람은 주 무대가 북부니까 오린 영지 알죠? 난 오린에 자리를 잡을까 싶은데, 오린 영지 어때요? ”

“음······ 괜찮습니다.”

“그러게요. 괜찮네요.”


군터와 핸서는 마음에 들었다.

환경이 척박해도 사람들이 순박한 곳.

귀족의 권위가 거의 없는 북부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자유로운 곳.

능력만 된다면 나쁘지 않았다.

두 사람의 평가는 그렇게 테드와 달랐다.


“군터씨가 레인저 부대 만들면 어때요? 오린에는 산이 많잖아요.”

“아.”

당연히 끌렸다.

기사는 답답해서 싫고 실력도 안 된다.

그러나 레인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용병만큼이나 자유롭기도 하고.


핸서는 군터를 보며 말했다.

“실은 어제 군터 형과 얘기했었어요. 로건님과 함께하기로요. 로건님이 거절하지만 않으면요.”

로건의 얼굴은 환해졌다.

“그랬었구나. 야영지 밖으로 나간 건 알고 있었는데.”


핸서는 국자를 쥐고서 끓고 있는 스튜를 휙휙 저었다.

“산 타고 다니려면 힘들잖아요. 회복제 많이 주실 거죠?”

“하하, 회복제? 실컷 줄게. 그럼 군터씨도 함께하는 거네요?”

군터는 말없이 미소 지었다.

로건은 잠시 그들을 지켜보고는 웃으며 양손을 내밀었다.

“모두 잘 부탁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요.”

군터가 손을 잡고, 핸서도 국자를 팽개치고 다른 손을 잡았다.


* * *


다음 날.

로건은 군터와 핸서에게 자신의 현재 상황과 계획을 충분히 얘기해 주고.

두 사람의 거취를 결정했다.

군터와 핸서는 멀링가 별장에 머물기로 했다.

곧 케인과 허드슨이 대 신전에서 치료를 마치고 별장으로 돌아오면, 그들과 함께 지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군터와 핸서는 마나 연공법을 배웠다.

리안이 마나를 깨달았던 그 방법 말이다.

그러고 나니 밤이 되었다.


천막 속.

로건은 각종 마법서들을 심심풀이 삼아 뒤적거리다가 빙긋 웃었다.

‘한 열흘은 있었나?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지.’


군터와 핸서는 몸이 완전히 나아서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

일행이 없어도 그냥 출발할 것을, 마침 초저녁에 상인 일행이 야영지에 왔다.

내일 아침 이들과 함께 출발한 것이다.


‘롱포드에 도착하면 길을 서둘러야겠어. 적어도 여기서 보낸 시간만큼은 달려야겠지. 미적거리면 몸도 게을러지는 거야.’


로건은 새삼 마음을 다잡았다.

북부를 유람하러 다니는 게 아니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오린 방향으로 한참은 빠르게 올라갈 생각이었다.


그때 천막 바깥에서 군터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

“흠흠. 로건님, 잠시 얘기나 나누시겠습니까?”

“좋죠.”


자신도 군터에게 대화를 청하려고 했는데, 마침 잘 되었다.

로건은 빅토리아에 관한 얘기는 하려는 것이었다.


로건은 모닥불 앞에 앉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핸서는요?”

“일찍 잠들었습니다. 마나연공법에 매달리더니 피곤했나 봐요.”

“그래요.”

로건은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슬그머니 빅터리아의 얘기를 꺼냈다.

군터는 놀랐으나 비교적 침착하게 그 말을 들었다.

귀족인 로건이 혼자 다니는 것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랬군요. ······그럼 저와 수도의 테드 집사만 알고 있습니까?”

“네. 다른 사람들도 차차 알려줘야죠.”


수도에 있는 리안은 테드가 상황을 봐가면서 말하고.

케인과 허드슨은 공부에 집중하라고 한 1년은 지난 뒤에 얘기하기로 했다.


“핸서도 입이 무겁습니다. 상황 파악은 저보다 나은데요.”

“롱포드에서 헤어지고 나면 그때 군터가 얘기해 줘요.”

“예. 그런데 로건님, 조금 더 배웅해 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로건과 군터는 롱포드에서 헤어진다.

군터와 핸서는 롱포드에서 멀링가로 가는 일행을 구하여 별장으로 가게 돼 있었다.


“하하. 괜찮아요. 앞으로 평생 얼굴 마주칠 사이잖아요.”


군터와 핸서는 북부를 잘 알아서 같이 움직이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위험한 지역으로 들어가 몬스터를 사냥해 보고.

겸사겸사 마법 재료도 모아볼까 싶기에 함께 하기는 무리다.

대형 몬스터도 있는 세상인데, 아직 트롤과 오우거 같은 중형 몬스터도 못 만나봤다.

마법이 얼마나 통할까, 경험하고 실력을 올리고 싶었다.


“다음에 같이 해요. 군터.”

“예.”


타닥타닥.

고즈넉한 밤.

두 사람은 앞으로의 일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한창 대화하는데 문득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굉장히 거칠고 급박해서 심상치 않은 느낌이다.

군터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상인 쪽에서도 불침번을 서던 용병이 잠든 동료들을 서둘러 깨웠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리고 핸서도 잠에서 깨어 군터의 옆으로 왔다.


* * *


그들은 곧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나타난 자는 기사.

다음으로 기사 2명이 병사 40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이것만 해도 상당한데 병사 무리 한가운데에 말을 탄 마법사까지 있다.


로브와 비슷하게 생긴 여행복.

손에 든 기다란 스태프.

분명히 마법사였다.


상단의 용병 대장은 상대를 알아보려고 그들 앞에 섰으나, 마법사를 보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법사는 화가 난 표정으로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었다.


기사는 주위를 쓱 훑어보고는 용병 대장에게 말했다.

“병사들 잠자리로 상단이 자리 잡은 쪽이 괜찮겠어. 너희가 자리를 옮기겠느냐?”

“옮기겠습니다.”

“고맙군. 자리를 마련해라.”

“예!”

“예!”

병사들은 절도있게 외치고는 각자 말에서 내려 주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법사는 말에서 내려 기사와 무슨 얘기를 나누었다.


거기까지 본 로건은 몸을 돌렸다.

“군터, 전 들어갈게요. 쉬세요.”

“네, 쉬십시오.”


로건은 이세계에서 처음 본 마법사에게 호기심을 느꼈지만, 접점이 없는 사람과 억지로 만나서 무슨 대화를 하겠는가.

더구나 짜증이 잔뜩 난 사람과 말이다.


로건은 천막으로 들어가 있다가, 얼마 뒤 핸서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바깥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야?”

“혹시 아시는가 싶어서요. 저들을요.”

“아, 넌 누군지 알아?”

“네. 노크 영지의 기사와 병사예요. 병사 중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얘기하고 왔어요.”

“아, 그래.”


롱포드 영지의 남동쪽에 있는 노크 영지.

멀링가와도 비교적 가까웠다.

로건도 영지의 이름 정도는 이름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멀링가에 있는 동안 자신과 관계한 일에만 집중했던 터라 주변 영지의 자세한 사정까지는 몰랐다.


“그 병사에게 가서 물어보니까 롱포드 영지로 쳐들어간다고 하네요. 이유는 모르겠고요.”

“그럼 영지전이나 마찬가지잖아? 아무리 마법사가 있어도 그렇지, 숫자가 너무 적지 않아?”

“노크 영지의 병사는 하나같이 강해요.”

“소수 정예란 말이군. 그래도 부족할 건데······.”


어쩌면 2차, 3차 추가 인원이 파견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노크 영지에 마법사가 있었어?”

“없죠. 얘기를 나눴던 병사도 모르긴 하는데 영지 마법사는 아니래요.”

“뭐, 일단은 용병 마법사군. 정말 영지전이 맞나 본데?”

“크고 작은 영지전은 항상 있죠. 북부니까요.”

“그래, 잘 들었어. 그만 들어가 쉬어.”

“예.”


로건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병사 2명이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다.

신분 패가 없는 사람들은 당장 한쪽으로 격리된다.

상인 쪽에서 2명이 그랬다.

그동안 상단 뒤를 따라왔던 열 명의 사람들은 아예 포로로 분류되었다.

모두 롱포드의 영지민이었던 것이다.

병사들은 포로들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3명을 골라냈다.

“이놈들은 단단히 묶어놔!”

“······.”

“······.”

그들은 무력이 있는 사냥꾼 3명이었다.

사냥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몇 번이나 망설였지만, 끝내는 반항하지 않았다.

병사들은 어떻게 뿌리치고 도망칠 수 있어도 기사와 마법사는 불가능하니까.

‘뭐야?’

로건은 겁을 주려는지 인상을 쓰고 다가오는 병사를 보고는 아공간에서 스태프를 꺼내어 들었다.

그러자 병사는 바로 발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쯧, 왠지 귀찮을 것 같은데. 상인 무리고, 노크 무리고 그냥 우리끼리 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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