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로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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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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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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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DUMMY

그렇게 여관 주인은 죽었다.


‘일단 여기부터 떠야겠군.’


여관과 마법사와 엮여있는데 이곳에 머물 순 없는 노릇.

그리고 마법사에 대해서는 이미 결론이 나왔다.


[30년 동안 성에서 인간을 이용하여 마법 실험을 했다.

마법사들을 유인하여 그들까지 마법의 재료로 쓴다.

고로 흑마법사는 저주 마법을 연구하고 있다.]


톡.

로건은 펜을 종이에 찍었다.


“이 못된 놈.”


로건은 흑마법사와 저주를 싫어했다.

에반과 로건의 불행을 보았고.

로건의 육체와 기억은 이미 자신과 동화되어 구분이 안 되는 정도.

반쯤은 본능적인 거부 반응이었다.


‘30년이나 아무도 몰랐다고? 혹시 외부 세력이 있는 걸까?’


로건은 머리를 흔들고는 코앞의 일에 집중했다.

까마귀는 여전히 블레어 성 창틀에 앉아서 부지런히 빈방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제 방으로 들어가. 조심하고.’

푸드득.

까마귀는 작은 날갯짓 소리를 내며 방 안으로 들어갔고, 순간 연한 피비린내를 맡았다.


‘뭔가······ 어수선하군.’

로건은 방 안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별 특이 사항은 없고, 탁자 위에 놓인 열댓 권의 책이 눈길을 끌었다.

책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서, 자리를 비운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방문은 철문.

방바닥도 얼룩덜룩 불그스름하다.

방 중앙에서 철문까지 이어진 걸 보면 피.

시신을 질질 끌어서 데리고 나간 게 분명했다.


푸드덕.

까마귀는 탁자 위에 올랐다.

‘마법서? 건드리지 마!’

까마귀는 움직임을 멈추고, 책들이 어질러진 그 상태 그대로를 훑어보았다.

곧 로건은 쓴웃음을 지었다.

마법의 기초만 적은 책들.

네 실력은 자신보다 부족하니 공부나 더 하라는.

자신을 향한 그런 뜻의 도발이었다.


‘자꾸 나를 낚으려고 하네? 그럼 더 안 낚여 주지. 그런데 흑마법사라도 저주만 빼면 거기서 거기 아니겠어?’


저주.

패시브 스킬 ‘붓다의 정신 방벽’이 있는데 저주에 당할 리가.

이번에도 시스템에 의지해야 하지만 실력은 키우면 된다.

그러려고 멀링가를 떠났다.

로건은 ‘반드시 강해지리라.’고 다시금 다짐했다.


일단 부딪혀본다.

불리하면 뱅글의 마법으로 벗어난 후, 다시 놈을 노리면 될 것이다.


‘30년. 내 재능이 대단해도 저쪽은 최소 30년이야. 나보다 실력이 높겠지. 그래도 놈이 저주에 특화되었다면 할만해. 상성은 내가 훨씬 좋잖아. 못 할 싸움은 아니야.’


로건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래서는 아무것도 몰라. ······직접 가야겠군. 수고했어.’


푸드득.

까마귀는 무사히 방을 탈출했다.


* * *


로건은 고깔모자로 몸을 숨기고, 여관 마굿간으로 가서 말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어둠을 틈타 블레어 성으로 날아갔다.

뱅글의 마법은 쓰지 않았다. 거리도 가깝고, 횟수를 아껴두는 게 좋았다.


그런데 로건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블레어 성의 열린 창문.

창문에 인식 마법이 걸려있어서, 흑마법사는 무엇인가가 들어오거나 나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식 마법은 감각을 속이는 게 기본이어서, 본능이 발달한 까마귀라도 별도리가 없었다.

더구나 그레이의 수준이 높아서, 그 어떤 대단한 패밀리어라도 인식 마법을 알아채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그레이는 방에 패밀리어가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냥 까마귀를 놓아주었다.

창문에 걸려있는 락 마법을 실행시켜 문만 닫아버리면 끝인데도 말이다.

기어이 로건을 끌어들여 마법 재료로 쓰려는 것이다.


쉬이이이.

로건은 마법의 비행 속도를 높였다.


‘오늘은 1차 탐색만. 일단 분위기 좀 보자고.’


그리고 곧 블레어 성 앞에 도착해서 의문을 느꼈다.

성 입구를 지키는 경비병 2명.

선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로건은 속으로 혀를 찼다.


‘내 까마귀를 죽여서 관심을 끌었는데도 경계를 안 하고 있다고? 마법서를 늘어놓은 뻔한 어그로도 그렇고······. 머리 쓰는 건 평범한 편이야.’


이건 함정이었다.

적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려고, 경비병에게 얘기를 안 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멀리 있는 까마귀를 다시 불러들였다.

하늘 높은 곳에서 성 아래를 굽어보게 했는데, 위에서 보는 모습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평화롭달까, 따분할 지경이었다.


‘역시 함정. 오늘은 날이 아니야. 철저히······ 조사해주마!’


로건은 뱅글의 마법으로 블레어 성을 떠났다.


* * *


블레어 성 근처의 이름 모를 야산.

그는 벌써 5일째 성을 조사하고 있었다.

마법사는 까마귀는 찾을 수 있으므로, 벌레를 이용하여 성을 뒤져보았다.

비록 10분 남짓밖에 못 견디지만.


장점은 덩치가 작아서 마법의 기운을 거의 풍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법을 걸었으니 마법의 냄새는 나겠지.

그런데 자신은 전혀 못 느낄 정도였다.


로건은 은신을 유지한 채 이동 마법으로 블레어 성에 도착.

파리 등의 날벌레를 이용하여 성을 곳곳을 살펴보았다.


은신 마법은 1일 1회 20분.

벌레의 패밀리어 유지 시간은 1회에 10분 내외.

그러면 하루에 20분을 조사할 수 있고, 5일이면 대략 1시간 40분이었다.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했고.

로건은 이미 성의 구조를 다 파악했다.

정말 자세한 건 몰라도 기본적인 건 모르는 것이 없었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구성 인원은 어떻게 되고, 몇 명 정도 되는지.

왕래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그리고 로건은 패밀리어의 분 단위까지 아껴가며 교대 시간을 알아냈다. 야간 교대 시간을 말이다.


5일간의 짧은 조사였지만, 마법사는 외부 세력이 없는 것 같았다.


마법사는 블레어 성의 왕이다.

홀로 강하고, 다른 강자는 없다.

성의 사람들은 모조리 노예.

그래서 비밀이 잘 지켜지는 모양이었다.


성은 지상 4층, 지하 1층.


마법사는 4층에 있는데, 로건은 벌레에게 마법사 근처는 얼씬도 못 하게 하였다.

그림자만 봐도 물러나도록 했다.

벌레가 멀리에서 마법사를 얼핏 본 순간.

로건은 벌레가 아예 4층으로는 올라가지 않도록 했다. 벌레는 마법의 흔적이 없다시피 함에도 그만큼 조심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하에는 창고 3동과 지하 감옥 4동이 있다.


창고는 식량 창고, 와인 창고, 자물쇠가 달린 작은 창고 1개였다.


지하 감옥 4동에는 사람 3명이 잡혀 있는데.

3동에 한 명씩 갇혀 있고, 그중 한 동에는 마법사가 있었다.

마법사가 맞다.

입은 옷으로 보나, 뭔가를 웅얼거리는 모습이나.

얼굴과 눈빛에서는 굳건한 기세가 느껴진다.

또 원한에 가득 찬 모습을 보아, 조금도 기가 죽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성 조사는 여기까지. 이젠 더 나올 것도 없어.’


* * *


6일째 새벽.

로건은 이른 새벽부터 블레어 성 근처에 있었다.


항상 이 시간에 노예 3명이 짐마차를 끌고 성을 출발하여 어디론가 간다.

하루도 빠짐없이.

그래서 이들의 뒤를 밟아야 하는데 그동안 성을 조사하느라 시간을 못 내었다.

오늘에서야 짐마차를 따라가는 것이다.


패밀리어 벌레로 성을 조사한 후에는 시간이 펑펑 남는다.

그러나 주변 지리를 파악하고, 몸을 숨길 곳과 퇴로를 다양하게 봐두었다.

또 흑마법사와 어떻게 싸울지, 싸워서 밀리는 경우 등을 생각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었다.


따각.

따각.

방향은 북동쪽.

블레어 성에서 나온 짐마차, 튼튼한 짐말 두 마리가 힘차게 마차를 끌고 간다.

짐마차에 탄 노예들은 체격이 건장했다.

그러나 따로 호위는 없다.

그렇다면 마법사의 비밀 장소 혹은 또 다른 거처에 들릴지도 몰랐다.


‘높이. 더 높이 날아. 짐마차는 점으로 보여도 돼. 방향만 잘 짚어줘.’


로건은 산비둘기 패밀리어를 하늘 높이 띄우고, 아주 멀리에서 노예들을 뒤쫓았다.

그러다가 가볍게 놀랐다.

고블린 5마리를 만난 노예들이 손쉽게 몬스터를 정리했기 때문이었다.

그중 노예 1명이 들고 있는 단도가 눈길을 끌었다.

단도에서 번쩍이는 빛이 어찌나 불길한지, 하마터면 비둘기와의 패밀리어가 끊어질 뻔했다.

비둘기는 하늘 높은 곳에서 단도의 빛을 잠시 보았을 뿐인데도 정신이 흔들거렸다.


‘무력을 가진 노예, 본래부터 호위는 필요 없었군. 그리고 단도를 든 저놈은 마법사의 측근이다. 저런 물건을 아무나 들고 다닐 리는 없지.’


로건은 에반이 생각나서 단도를 당장 고철 덩어리로 만들고 싶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그렇게 계속 짐마차의 뒤를 밟았다.


1시간.

2시간.

로건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딜 가는 거지?’

짐마차는 이른 새벽에 나갔다가 해가 질 무렵에야 블레어 성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볼 일이 많은 줄은 알았는데, 거리까지 멀었다.


그리고 3시간.

로건은 짐마차가 목적지에 도착했음에도 잠깐 멍해졌다.


‘포도······ 농장?’


허허벌판에 대규모의 포도 농장이 나타났고.

짐마차는 농장을 관리하는 건물 몇 채 사이로 들어갔다.


섀넌 영지를 완전히 벗어난 외지 중의 외지.

사람, 동물은 물론이고 몬스터도 없는 척박한 땅이었다.


로건은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그는 척박한 땅에서 자란 포도가 좋은 와인을 만든다는 걸 알고 있었다.

땅이 척박해야 포도의 뿌리가 더 넓고 깊게 뻗어나가서 많은 양분을 흡수한다는 건 미처 몰랐지만.


‘그래. 이렇게 먼 곳에 포노 농장이 있는 이유는 알겠어. 그런데 왜 블레어 성의 노예들이 농장에······. 아!’


로건은 탄성을 터트렸다.

블레어 성 지하에는 커다란 와인 창고가 하나 있다.

그 안에는 수천 개의 와인, 또 와인 숙성 오크통이 가득하다.


노예들은 하루에도 서너 번씩은 이 창고에 들러 와인을 가져간다.

와인은 비싼 것이니 당연히 마법사가 먹겠고.

그래서 마법사가 와인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농장까지 직접 운영하다니.

그렇다면 창고의 와인은 사서 모은 게 아니라, 본인이 만든 게 틀림없었다.


‘이건 놈의 약점이 될 수도 있겠는데?’

로건은 미소 지으며 농장이 어떻게 돌아가나 살펴보았다.


농장의 규모는 어지간한 장원과 맞먹을 정도였고, 농장을 지키는 노예도 수십 명이나 되었다.


농장 곳곳에는 마나석이 박혀 있고.

블레어 성에서 출발한 노예들은 가져온 마나석과 철판을 땅 곳곳에 묻거나,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고는 한다.

철판은 분명히 마법적인 기능을 할 것이다.

즉 마법사는 마법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있었다.


이 마법의 포도는 정말 탐스럽게 생겼고,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수확이 코앞이었다.


‘와인에 대한 애정이 굉장해. 아마 마법 외에는 이게 유일한 취미겠지.’


로건은 드디어 흑마법사를 성 바깥으로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똥개도 제집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데.

성안에 별도의 함정이 없다는 걸 여러 번 확인했지만, 멀링가 마법사의 실험실처럼 또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흑마법사와 성 바깥에서 싸우고 싶었다.


구구구구.

산비둘기가 그의 어깨에 앉았다.


“이 농장만 해도 까마귀 값 10배는 나오겠군. ······어떻게 되었든 30년 네 취미가 내 손에서 끝장나는 건 기정사실이고.”


농장을 망가뜨린 다음에 와인 창고를 털려고 하면, 흑마법사는 창고를 지키려고 성에서 안 나올 수가 있다.


그러나 기습적으로 와인 창고를 털고.

그 후 농장에 불을 지르면 화가 나서 성을 뛰쳐나오리라 보았다.


* * *


포도 농장을 확인한 그 날.

그날 밤에 로건은 블레어 성에서 조금 떨어진 곳 숨어 있었다.

와인 창고를 털려는 것이다.


‘가서 경비가 어떻게 하고 있나 봐.’


그는 날벌레 2마리를 성 입구 경비병에게 보내었다.

곧 야간 교대 시간이 다가온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잠깐 살펴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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