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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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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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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DUMMY

리안은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요?”

“내 예상으론, 영주는 메리에게는 처음부터 보물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 같아. ‘그동안 메리에게 속았다.’ 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그러면 별장 주변에 수상한 낌새가 없었던 게 말이 되거든.”

“영주에게 메리는 가치가 없게 되니까, 찾을 필요가 없군요. 그렇기는 합니다만.”

“확실한 건 몰라. 일단 어떻게 나오는지 좀 지켜보자고.”

“예.”

“그리고 메리를 이제 처리해야지.”

“어떻게 처리할까요? 풀어달라고 난리입니다.”

“풀어줘. 영주가 메리의 재산을 다 털어갔다더라. 마무리까지 알아서 하라고 해.”

리안이 미소 지었다.

“그럼 영주는 형에 이어서 여동생까지 죽인 패륜아가 되는 거군요?”

로건은 짧게 웃고는, 아공간에서 도금 목걸이가 든 주머니를 꺼내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지금 메리의 상태는 어때?”

“조금씩 미쳐 가고 있습니다. 갇힌 곳을 싫어해서 그런 걸까요?”

“글쎄? ······완전히 미치면 고통도 모르잖아? 당장 내쫓아.”

리안의 눈이 반짝했다.

“영주 성 근처에 버리겠습니다. 영주가 아주 잘 보라고요.”

“좋지.”

로건이 도금 목걸이 주머니를 리안 쪽으로 밀었다.

“목에 주렁주렁 걸어줘라. 도적의 표적이 되게. 멀링가 도적이 그렇게 난폭하다면서?”

리안은 짧은 탄성을 질렀다.

“이러려고······. 메리는 욕심이 많아서 뺏기지 않으려고 악을 쓸 겁니다. 엄청나게 맞겠네요. 아, 그러다가 죽으면 어쩌죠? 영주에게 안 죽고요.”

로건은 코웃음을 쳤다.

“50명을 넘게 때려죽인 인간 백정이야. 쉽게 죽을 리가 있나. 그 소란이 나면 영주도 금방 알아챌 테고. 포션하고 회복제도 든든하게 먹여서 내보내. 그러면 오우거 힘줄처럼 끈질기게 버틸 거다.”

리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흠씬 두들겨 맞겠는데요? 용병 붙일까요?”

“붙여야지. 메리가 죽을 때까지 확실하게 감시해.”

“예. 그럼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그래, 수고해.”


로건은 리안을 내보내고 생각에 잠겼다.

‘멀링가의 보물은 멀링가의 벽 속에 있다? 이런 수수께끼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나은가? 그렇다면 그냥 벽을 조사하면 되는데.’

추상적인 표현일까.

은유적인 표현일까.

아니면 직접적인 표현일까.

‘어지간한 건 멀링가에서 다 해봤을 거야. 아직도 못 찾은 걸 보면 아주 꽁꽁 감춰져 있다는 뜻인데.’

멀링가의 벽.

이게 정말 담장, 집 벽, 성벽 같은 ‘벽’이라면, 마법사에게 의뢰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마법사는 비교적 쉽게 찾아내기에, 마법사가 보물을 훔쳐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숨겨 놓은 장소에 등급이 높은 보호 마법이 걸려서 못 찾아냈을 수도 있고.

‘벽이라······. 마침 잘 됐지.’

로건은 결정을 내렸다.

에반 레스터와 1년 동안 안전하게 지내는 걸 약속했고.

현재 6개월이 남았다.

이 기간에 멀링가의 보물찾기를 추가한다.

마침 행정관이 말한 3가지 조건 중에 ‘내성 성벽 보수’도 있고.

예감이 좋았다.


* * *


다음 날 아침.

로건은 메리가 영주 성 바깥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단 소식을 들었다.

‘하룻밤도 못 견뎠군.’

쓴웃음이 나왔다.

로건은 리안에게 말했다.

“허드슨 말이야.”

“예.”

“체력 단련부터 시켜.”

“검술도 가르칩니까?”

“검술은 됐다. 그냥 건강한 신체를 만들어 줘라. 오랫동안 학대당해서 몸이 많이 망가졌어. 허드슨도 언제 한번 수도의 대 신전에 보내야겠어. 애가 영 살이 안 찌네. 몸도 약하고.”

리안은 탄식했다.

“정말 독하게도 맞았더군요.”

“이제 그 정신 나간 삼촌 가족을 끌고 와. 모른 척했던 옆집 농도 가족도. 옆집은 몇 명이야? 3명?”

“3명 맞습니다. 부부와 스물세 살 된 딸이 하나 있습니다.”

“스물셋? 결혼도 안 하고 같이 산다고?”

“결혼했다가 쫓겨났지요.”

“이유는?”

“늙은 오이처럼 생겨서 쫓겨났답니다.”

“지금 다 끌고 와. 오전까지 처리하고 광산으로 보내버리게.”


로건은 리안을 보내고 커피 원액을 내리고 있던 허드슨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오늘 네 삼촌 가족을 쫓아낼 것이다.”

“······.”

허드슨의 얼굴은 우울해 보이면서도 차분했다.

“왜? 마음이 아프냐?”

“아니요.”

“그것들은 네 가족이 아니야. 네 앞길에 한 톨도 도움이 안 된다. 그리고 난 그것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예.”

로건은 허드슨이 더욱 침착해지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 좋고. 리안과 오랫동안 얘기하더니 느끼는 게 많았나 보군.’

로건이 다정하게 말했다.

“곧 삼촌 가족이 별장에 도착한다. 너도 볼래?”

“아니요.”

“지금 아니면 영원히 못 보는데도? 그래도 괜찮아?”

“예.”

“알았다. 그리고 널 가르칠 선생들을 붙여주마. 한 달 동안 가르칠 것이다. 만약 선생들의 큰 칭찬을 받는다면 더 좋은 것을 가르쳐 주지.”

배움.

허드슨의 눈에 서서히 열망이 일렁였다.

“못 하겠으면 지금 얘기하고.”

“아니에요. 배우겠습니다.”

“그래. 가서 일 봐.”


별장 뒤편 연무장.

로건이 불러들인 농노들 앞에 나타났다.

그는 죄인들에게 채찍형을 가하여 반쯤 죽여 놓은 다음에 광산으로 보낼 생각이었다.

광산 일을 하면서 더 빨리 골병이 들라고.

삼촌 가족은 로건과 리안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다른 농노 3명은 한편에서 숨죽이고 그 모습을 지켜본다.

삼촌은 양손을 번쩍 들었다가 땅에 붙이기를 반복하며 용서를 빌었고.

그 가족들도 열심히 그를 따라 했다.

이미 공포에 질린 모습.

어쩌면 농노의 피에 새겨진 본능일지도 몰랐다.

“주인님! 살려주십시오!”

“요, 용서해주세요!”

“살려주십시오!”

작은아들만이 두 손을 땅에 짚고 자신을 변호했다.

“주인님, 전 허드슨을 안 때렸어요! 억울해요!”

로건은 덤덤한 표정으로 리안을 보았다.

“언제 와?”

리안은 여러 채찍과 회초리를 확인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곧······ 아, 저기 오는군요.”


용병들이 먹거리를 들고 나타났다.

용병 4명은 각자 커다란 설탕 자루, 비스킷 자루, 꿀단지. 그리고 무식하게 커다란 케이크 하나를 들고 있었다.

로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모두 수고하는군. 오늘 일 끝나면 리안이 두둑한 술값을 줄 걸세.”

용병들은 로건에게 인사한 후, 농노들 앞에 하나씩 음식을 내놓았다.


삼촌은 설탕.

삼촌의 아내는 꿀단지.

큰아들은 비스킷, 작은아들은 케이크다.


로건이 그들을 쏘아보았다.

“다 처먹어. 다 못 먹으면 죽도록 채찍으로 칠 거다.”

삼촌 가족은 일순 말을 잃었고.

로건을 쳐다보았다가, 서로를 쳐다보기를 반복했다.

“안 먹어? 그럼 맞아야지. 쳐라!”

용병들이 채찍을 놔둔 곳으로 걸어가자, 삼촌 가족이 기겁하고 먹거리에 손을 뻗었다.

삼촌이 자루를 열고 맨손으로 설탕을 퍼서 먹기 시작했다.

아내는 입구가 큰 꿀단지에 주둥이를 박고 벌새처럼 쪽쪽 빨아먹었다.

큰아들도 정신없이 씹어 삼키기 시작하고.

그러나 작은아들은 자신은 허드슨을 때리지 않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로건을 직시하며 또박또박 말했다.

“주인님. 전 잘못한 거 없어요.”

로건이 한 손을 가볍게 들며 친절하게 말했다.

“그렇구나? 알았다.”

“아! 저는······.”

“알았어, 일단 먹어. 먹고 얘기하자?”

콰득.

로건의 손가락이 오므려지고.

작은아들의 턱관절이 툭 빠지며 입이 쩍 벌어졌다.

“어어! 으, 으어?”

로건은 리안에게 고갯짓을 했다.

“먹여줘라. 쟤는 입이 크니까 어렵진 않을 거야.”

“예.”

리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나가더니, 케이크에 손을 뻗었다.

콰악.

한주먹 움켜잡아서는 그대로 작은아들의 입에 밀어 넣었다.

아들이 힘껏 반항했지만 당할 수 있을 리가 있나.

곧 서너 번도 안 되어 포기하고, 스스로 먹기 시작했다.


삼촌 가족은 곧잘 먹는다 싶더니 점점 먹는 속도가 느려졌다.

그럴 때마다 용병들이 뒤에서 채찍을 휘둘렀고.

가족들의 얼굴은 점점 누렇게 떠갔다.

급기야 먹다가 토하기를 반복했다. 그런데도 지켜보는 사람 중 누구 하나 안색이 변하지 않는다.

오직 삼촌 가족을 구경하는 농노 3명만이 공포에 떨 뿐이었다.

로건은 삼촌 가족이 완전히 기운이 빠졌음을 보고는 손을 내려쳤다.

“쳐라!”

가족들의 뒤에 서 있던 용병들이 힘껏 채찍을 휘둘렀다.

삼촌 부부와 큰아들은 50대씩을 맞았는데, 겨우겨우 걸어갈 정도로 몸을 상했다.

그리고 작은아들은 회초리로 종아리 200대를 맞았다.

허드슨이 맞은 회초리질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수준.

그런데도 작은아들은 똥오줌을 싸고 기절하는 등 온갖 난리를 쳤다.

로건은 아무 반응이 없었고.

리안은 계속 인상을 쓰다가 한마디 했다.

“로건님, 작은아들은 더 맞아야 합니다.”

“음?”

로건은 무료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다가 찬찬히 작은아들을 살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놈의 눈빛이.’

눈동자가 쉴 사이 없이 떼굴떼굴 굴러다니는 것이 엄청나게 교활했다.

“쟤 이상한데?”

“가끔 저런 놈들이 있습니다. 저런 식으로 계속 크면 형제도 죽여버리지요. 부모, 자식도 팔아버립니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겁니다.”

“저놈이 그럴 놈이라고?”

“저도 과거에 농노였지 않습니까. 저놈은 그러고도 남습니다. 200대로는 어림도 없지요.”

“음, 몇 대나 더 쳐야 할까?”

리안은 바로 팔을 걷어붙였다.

“맡겨주십시오.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작은아들은 매를 더 맞았다.

작은아들은 이번에는 정말로 기절했고.

리안은 찬물을 부어 깨워가면서 회초리질을 했는데, 이미 횟수가 무의미했다.

작은아들의 얼굴에서 짙은 공포가 떠올랐을 때야 리안은 회초리를 거두었다.


다른 농노 가족도 벌을 받았다.

나쁜 일이 생기면 별장에 알리라고 했는데 보고도 모른척해서다.

부부와 딸은 각기 채찍 20대씩 맞았으나 쫓겨나지는 않았다.

본래 로건은 이들도 쫓아내려고 했다.

그러나 리안이 저들 가족은 허드슨을 때린 일은 보고할 거리도 못 된다고 판단했을 거라고 중재했다.

즉 방조가 죄인지 잘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쫓아내지 말자고?”

“예. 저 농노들은 이미 별장 일에 익숙해서 그냥 쓰면 편하지요. 그저 잘 모를 뿐입니다. 제가 교육을 좀 해 놓겠습니다.”

“음······. 그럼 그렇게 하든지.”

농노 3명이 리안에게 고마운 눈빛을 보냈다.

“리안, 속 시끄러워서 안 되겠어. 장원을 다 밀고 정원으로 만들어. 지금 있는 하인 3명은 내보내고 이 농노 3명에게 집안일을 시키자.”

“예.”


“길드에 의뢰해서 예법 선생, 글 선생, 셈법 선생을 구해. 허드슨에게 붙여라.”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드슨을 케인의 자리에 앉히는 거군요.”

“케인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그럴까 싶어. 케인은 귀족 가문에서 어깨 너머로 다 배웠지만 허드슨은 따로 배워야지.”

리안은 잠시 생각했다가 말했다.

“허드슨은 집사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차라리 나이 든 집사를 구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행정관을 했던 자도 좋고요. 둘 다 일을 잘합니다.”

“아.”

로건은 무릎을 쳤다.

키울 생각만 했지, 왜 완성형을 구할 생각을 못 했을까.

“그럼 허드슨은 공부만 시키면 되겠군. 뱅가드 상단에 연락해서 집사나 행정관을 했던 노예를 구해 달라고 해.”

“알겠습니다.”

“경륜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최고 중의 최고로. 나이는 오십 아래로. 지금 바로 영주 성으로 출발해.”

리안은 한쪽에 앉아서 떨고 있는 삼촌 가족을 가리켰다.

“농노들은 행정관에게 넘기고, 집사는 뱅가드 상단에 말해 놓겠습니다. 또 용병 길드에 허드슨을 가르칠 선생을 의뢰하고······. 정원을 만들 인부도 구해야지요?”

“요리를 가르칠 사람도 잠깐 구하자. 저 농노들도 배워야지. 아내와 딸에게 요리를 가르쳐.”

“알겠습니다.”

로건은 리안이 멀링가 성으로 가는 길에 행정관에게 보낼 편지를 함께 보냈다.


기사 길로틴의 죽음에 대한 보상.

그 3가지 조건 중에 ‘내성 성벽 보수’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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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10 24.09.01 15,904 38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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