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로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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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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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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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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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6화

DUMMY

“명심하겠습니다.”

로건은 아공간에 편지를 갈무리했다.

“모쪼록 케인을 잘 가르쳐주게. 자, 그럼 커피 얘기를 마저 할까? 뱅가드에 한 번쯤 더 팔아주면 좋겠지? 회복제 말이야.”

테드는 온화한 표정을 싹 바꾸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3천 개 정도만 더 구할 수 없냐고 묻더군요.”

“어떻게 생각하나?”

“차츰차츰 늘려야지, 달랄 때마다 넙죽넙죽 주는 건 버릇을 잘못 들이는 겁니다.”

“그렇지. 나는 1천 개만 더 주겠네. 그리고 올해는 정말 끝이야. 대신 내년에 수량을 늘리는 걸 고려해 보겠다고 하고.”

로건은 아공간에서 오크통 1개와 마법 주머니를 꺼내고는 말을 이었다.

“돈으로 받아서 자네가 챙기게. 마법 주머니에다 넣고 자네가 써.”

테드의 눈이 조금 커졌다.

“회복제 1천 개면 60만 골드입니다. 그 큰돈을 제가 관리해도 될는지요?”

“되고말고. 난 이제 돈 관리에서 손 떼겠네. 알아서 쓰고 더 필요하면 말하게나.”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실버까지 꼼꼼하게 기록하겠습니다.”

“좋지.”

로건은 즐겁게 웃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한두 수는 그냥 내다보고.

심지어 놓치는 부분까지 찾아서 슬쩍슬쩍 해놓는 테드.

어디 있다가 이제 왔는지.

테드는 꼿꼿하게 서서 말했다.

“현재 회복제의 가치는······.”


회복제.

독점 계약한 뱅가드에 넘기면 1개당 600골드.

그리고 1년에 마법서 12권 이상을 받을 수 있다.


회복제는 포션에 비하면 작은 시장이지만, 로건 혼자만 만들 수 있다 보니 상당한 부를 쌓고 있다.


또 뱅가드는 뱅가드대로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꼭 회복제 효과가 아니라도 맛으로 커피를 즐기는 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1천 골드나 하는데도.

귀족들과 부유한 자들에게는 그저 생각보다는 조금 비싼 사치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자드 왕국과의 전쟁에도 쓰여서 소문이 나고.

이젠 루덴 주변의 왕국에서까지 연락이 온다.

뱅가드의 영향력은 서열 2위인 로레인 상단에 육박하는 중.

그래서 뱅가드는 로건을 은연중에 보호했으며, 그의 일이라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모양새였다.


“······또 주변 왕국 왕실에서 매해 3천 개씩을 주문했지만, 당연히 나올 곳이 없습니다.”

“그럼 한 달에 2천 잔은 팔아줘야 어느 정도 안정을 찾겠군?”

“바로 보셨습니다.”

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알겠네. 행정관이 보내는 정보들은 계속 정리해두고.”

“예. 그런데 로건님, 정말 멀링가 영주 성에 불을 지를 생각이십니까?”

“뭐······ 꼭 그런 건 아니야. 어떤 방식으로든 빚만 갚으면 돼. 내가 입은 손해 이상으로 돈을 받아내든가. 아니면 피해를 주든가. 난 나한테 사기 치는 놈은 절대로 그냥 안 넘어간다.”

“알겠습니다. 정보 분석 철저히 하겠습니다.”


“그래. 나는 내일부터 내성 성벽을 수리할 걸세. 2달 동안 착실하게 연구해 놨지. 이제 시작할 때가 되었어.”

“용병을 써서 보조해야지요? 몇 명이나 구할까요?”

“그냥 별장에 장기 계약한 용병을 쓰면 안 되나?”

로건은 기존의 용병들을 모두 내보내고, 테드의 조언을 받아서 용병 20명을 장기 계약해 놓았다.


계약 기간은 10년.

C급 용병 5명에 D급 용병 15명이다.


이들은 모두 테드가 고르고 점찍은 용병들.

오래도록 데리고 있으면서, 용병에서 로건의 수하로 탈바꿈시킬 계획이었다.

“한창 교육 중이어서 빼기가 어렵습니다.”

“리안이 그러던가?”

“예. 한 달만 기다려 달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용병을 구해주게. 적당히.”

적당히.

상급자에게는 쉽고 하급자에게는 어려운 말.

그러나 테드는 고민조차 없이 멀링가 성에 들어갔고.

오후가 되어 용병 10명을 데리고 왔다.


모조리 F급.


단순 호위와 로건의 일을 보조하기에 고급 용병은 필요 없었다.

테드는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뱅가드에서 주었습니다. 회복제 1천 개 값은 골드로 다 받았는데, 이것을 추가로 주더군요.”

“선물이군?”

로건은 바로 상자를 열었다.


이론 마법서 1권.


훼손된 마법서.

살펴보니 내용이 군데군데 비었다.

로건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가치는 충분하지. 이런 작은 것이 모여서 기초를 단단하게 하고 마법 위력을 늘리니까.’


* * *


다음 날.

로건은 용병 10명의 호위를 받으며 영주 성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한 내성 성벽 앞.

용병들은 행정실에서 사다리 5개를 빌려 성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크게 고칠 부분을 미리 찾아서 표시하는 것이다.

땅에서 성벽 위로.

또 성벽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와서 표시한다.

이러면 로건이 더 편하게 성벽을 고칠 수 있었다.


‘멀링가의 벽 속이라······.’

로건은 성벽 아래를 천천히 걸으며 마나를 퍼트려 주변을 훑기 시작했다.


보물이 벽 속에 있다면 반드시 마법 처리가 되었을 것이고, 마나에 반응하겠지.

마법은 영원한 게 아니다.

처음에는 완벽하게 감췄겠지만.

오랜 세월이 지났으니까 틀림없이 마법이 흐트러져서 흔적을 남겼을 것이었다.


로건은 세심하게 마나를 쏘며 벽돌 하나하나까지 살폈다.

확인한 부분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으면 흙의 원소를 성벽에 쏘아 벽돌을 튼튼하게 만들었다.

금이 가거나 파손된 벽돌을 튼튼하게 고쳤고.

나머지는 약간만 손질했다.

그렇게 시작한 작업은 정오를 넘겨서야 휴식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점심때가 되었다.

테드는 별장에서 요리할 사람 2명을 데려와 로건의 점심을 준비했다.

요리 담당인 농노들은 로건의 입맛을 잘 알아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테드의 눈에는 한심한 수준.

그는 농노 여자를 노려보았다.

“네 이년. 죽고 싶으냐?”

“예에?”

“손이 왜 이렇게 더럽지? 그 손톱의 때는 뭐야?”

여자는 음식에서 황급히 손을 뗐다.

씻는다고 씻었는데.

자신의 눈에는 때가 안 보이는데.

탕.

테드는 여자의 손길이 스쳐 간 접시를 상 바깥으로 밀어버렸다.

“떨어진 거 치워. 그리고 손 다시 씻고 와. 이번에도 더러우면 손톱을 뽑아버리겠다.”

“예! 예!”

여자는 테드의 말이 절대로 농담이 아님을 알았다.


곧 식사가 차려졌다.

소고기 스테이크, 다채로운 샐러드.

부드러운 밀 빵, 향긋한 버섯 수프.

과일과 견과류가 박힌 비스킷, 우유와 설탕을 섞은 홍차.


테드는 로건의 앞에 정갈하게 차려진 상을 내놓았다.

“부족하나마 드시지요.”

로건은 고개를 저었다.

광채가 날 만큼 깨끗한 식기들.

그리고 무슨 예술 작품을 그려놓은 듯한 플레이팅이었다.

“이게 부족한가? 별장에서 먹을 때와 별 차이도 없는데?”

“급하게 온다고 천막을 못 가져왔습니다. 지금 먼지도 그렇고, 땡볕에서 드시는 것도. 죄송합니다.”

“별것도 아닌데 무슨 죄송.”

“드시지요.”

“알겠네.”

로건은 식사를 하고.

그동안 테드는 한쪽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었다.

‘테드가 오고부터 음식이 더 맛있어졌어. 비결이 뭘까?’

로건은 지금까지 가장 잘한 일이 테드를 얻은 일 같았다.

“로건님, 커피 되었습니다. 원액 두 잔을 넣어 진하게 만들었지요. 시럽도 넣을까요?”

“아니, 그냥 주게. 그런데 자네는 식사 안 하나?”

“저는 먹고 왔습니다. 괜찮습니다.”

로건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농노들은 안 먹고?”

“어디 감히 농노가 주인과 함께 뭘 먹는단 말입니까. 별장으로 돌아가서 먹으면 됩니다.”

“배고플 텐데 그냥 먹으라고 하게.”

“안 됩니다.”

로건은 테드의 표정이 단단하고, 농노들도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러던지.”

테드는 로건이 식사하는 동안 어디론가 사라졌고.

로건이 식사를 마칠 즘 다시 나타났다.


“어디 갔다 왔나?”

“행정관에게 말해 로건님께서 쉬실 방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내일부터는 거기서 쉬시면 됩니다.”

“그 생각을 못 했군.”

“그럼 저는 저녁에 드실······.”

“자네가 저녁까지 여기 있으면 별장은 어쩌고? 내일부터는 안 와도 되네. 일찍 끝나는 날도 있을 것이고.”

“코앞에 집과 하인을 두고서 어찌.”

“내일부터는 달빛 여관에서 먹을 거야. 점심, 저녁 모두 거기서 먹으면 돼. 명령일세?”

“명······. 예.”

“하하. 오늘 저녁은 별장에서 먹을 걸세.”

“알겠습니다. 그런데 행정관이 내준 방이 좀 부실합니다.”

“그래? 그래도 행정관이 우리 일은 꽤 신경을 쓰는데?”

“신경을 쓰면 뭣하겠습니까. 그 수준이 촌구석 마을 촌장인 것을요.”

“······.”

“돌아가는 길에 달빛 여관에 가장 좋은 방을 잡아 둘 테니, 언제든 가셔서 편히 쉬십시오.”

그렇게 테드는 농노 2명을 이끌고 별장으로 돌아갔다.

“몇 번이나 말해주었건만 까마귀 고기를 먹었느냐. 다음에는 20대를 칠 것이다.”

농노 2명은 천막을 안 가지고 간 죄로 등에 채찍 10대씩을 맞았다.


* * *


점심 식사 후.

로건은 다시 성벽을 보수하면서, 마법의 흔적 즉 멀링가의 보물을 찾으려고 했다.

‘마나 소모가 생각보다는 심하단 말이야.’

오전부터 지금까지 보수했는데 제법 성과가 있었다.

성벽을 보강하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는데, 2달 동안 칩거하며 흙의 마법만 연구한 덕분이었다.

쉬지 않고 고치면 10일 정도면 보수를 끝낼 것 같다.

그러나 마나 소모 때문에 피로가 쌓이면 중간중간에 쉬어야 하니, 15일은 걸릴 것이다.


‘내성 다음에는 외성······. 그다음에는 영주의 저택 정도 조사하면 되겠지.’


투둑.

투두둑.

벽돌에 마나를 쏘자 돌 부스러기가 먼저 떨어졌다.

거기에 마법으로 흙의 원소를 때워 넣는 식.

흙의 원소로 만든 흙은 처음부터 벽돌과 같은 형질로 붙어서 마치 새것 같았다.

이것이 마법의 힘이다.

이 와중에 흙에 마법의 힘이 스며들었으니, 그냥 만든 벽돌보다 몇 배는 튼튼하고 오래 가는 것이었다.


행정관은 물론이고 영주도 크게 만족했다.

그리고 로건도 안심했다.

메리가 죽은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영주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자신을 향해 수상한 낌새를 보이지 않는다.

즉 메리가 멀링가의 보물에 대한 정보를 모른다고 판단한 것이 확실했다.

그렇다면 마음 놓고 영지 전체를 다니면서 보물을 찾아도 되리라.

‘그래서 조용히 마법을 공부하면서 2달 넘게 기다려봤지. 이제 멀링가의 비밀은 세상에서 리안과 나밖에 모른다.’


보수 3일째.

용병들은 내성 성벽에 표시를 다 한 후 계약을 종료했다.

그리고 4일째부터 로건은 혼자 성벽을 고치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7일.

9일.

그리고 13일째가 되는 날.

‘여기!’

로건은 내성 성벽 어느 지점에서 드디어 이상을 감지했다.

벽돌 몇 개에서 마나가 새어 나오고 있었는데.

너무나 희미한 마나라서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위치는 내성 뒤편.

인적이 없는 곳, 성벽이 안으로 살짝 휘어진 은밀한 곳.


감이 왔다.

뭔가를 감추거나, 몸을 피하겠다면 이곳이 최적의 위치다.

‘여기······ 여기 아니면 내성에는 없어. 여기가 맞아.’

만약 외성에 있다면 조사하는 데만 몇 달은 걸리겠고.

영주의 저택이라면 고깔모자로 몸을 감추고 찾아야 하는데, 까다로운 작업이 될 것이다.

로건은 이곳이기를 무척이나 바랐다.


* * *


달빛 여관 2층.

로건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성벽 보수 작업을 정리하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 후 명상을 통해 심장에 마나를 가득 채우고 가진 마법을 점검했다.

그리고 자정이 넘은, 달빛이 은은하게 세상을 비추는 밤.

로건은 고깔모자를 쓰고 모습을 감추었다.

여관 지붕에 오른 후 염력으로 몸을 더욱 높이 띄웠다.

그리고 시야를 멀리하여 단박에 내성 앞에 도착했다.


‘······.’

내성 성벽 위에는 드문드문 횃불이 있고, 병사들이 가끔 순찰했다.

느슨한 경비였다.

영지 전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외부에서 문제가 생기면 외성에서 바로 연락하니까.

물론 내성 안쪽은 경비가 심하겠지만, 로건이 갈 곳은 내성 바깥에 있는 성벽이었다.

로건은 염력으로 몸을 띄운 채 원하는 곳으로 조용히 다가섰다.

‘······보면 볼수록 은밀한 곳이야. 여기가 확실해.’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달빛 아래에 드러난 주변에는 어떠한 인기척도 없었다.

‘빠르게. 그리고 신중하게.’

고깔모자의 은신 마법은 하루 1번, 20분.

그 시간을 넘기기 전에 여관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목을 끌거나, 들킬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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