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로 대마법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제영운
작품등록일 :
2024.07.31 09:39
최근연재일 :
2024.09.16 17:3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928,126
추천수 :
20,908
글자수 :
286,331

작성
24.09.06 17:30
조회
14,898
추천
367
글자
12쪽

41화

DUMMY

“핸서? 핸서를 구해달라고요? 어딨어요?”

“헉······ 헉······.”

군터는 힘을 다했는지 숨만 헐떡였다.


후우우웅!

스태프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군터를 철통처럼 감쌌다.

그러자 곧 군터의 숨결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는 힘겹게 말했다.

“이 근처 산적의 본거지가 있지요. 핸서는 그곳에 붙잡혀 있습니다.”


로건은 군터의 팔을 잡고 미소 지었다.

“알았어요. 이제 쉬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알았죠?”

군터가 부스스 웃었다.

“로건님, 그동안 보고 싶었습니다.”

“군터? 군터씨!”

로건은 회복제를 꺼내려다 말고 정신을 잃은 군터를 살펴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느새 우르르 몰려온 용병.

그들은 로건에게 안겨있는 군터가 죽은 줄 착각했고.

살아남은 산적들을 노려보며 죽여야 한다고 소리쳤다.

‘핸서라는 남자가 산적에게 인질로 잡혀 있다.’ 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로건은 고개를 들고 오크에게서 살아남은 산적 3명을 노려보았다.

화아아아!

로건의 몸에서 일어난 써늘한 마나가 산적들을 휩쓸었다.

그 기세가 얼마나 사나운지 산적들은 한없이 휘청거렸고.

그 중 오크에게 제법 깊은 상처를 입은 산적 한 명은 오줌까지 쌌다.


로건은 군터를 땅에 내려놓고.

땅에 스태프를 꽂아서 힐링의 힘이 굳건히 군터를 지키도록 했다.

그리고는 하라신의 검을 쥐고서 뚜벅뚜벅 산적들에게 다가섰다.


“네놈들의 본거지가 어디냐. 너희 3명 중 오직 한 명만 ‘이 자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가장 먼저 말하는 놈이 살 수 있겠지?”


그러자 오줌을 싼 산적이 큰 소리로 말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싸악!

순간 예리한 바람 소리와 함께 나머지 산적 2명의 머리가 허공에 떴다가 툭 떨어졌다.

얼마나 빠르고 냉정한지.

지켜보던 용병들은 소름이 끼쳐서 말도 안 나왔다.


잠시간의 정적.

로건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아까 누군가가 용병 ‘발리’의 원수를 갚고자 산적을 찢어 죽이겠다고 했지? 누구요?”


그러자 그 말을 했던 용병이 성큼 나섰다.

상대가 공중에서 마법 지팡이를 꺼낸 마법사라는 걸 알지만 거리낌이 없었다.

“나요! 발리는 내 동생이오!”

“미안하군. 당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내가 이놈들을 죽였소.”

“모두의 원수이지! 산적놈들이 죽기만 하면 되오!”


로건은 고개를 끄덕인 후, 오줌 싼 산적을 성난 표정으로 쏘아보았다.


“본래도 살 가치가 없었는데, 군터를 이렇게 만들어? 내 사람을?”

그의 눈이 번쩍번쩍 빛을 뿌렸다.

“오직 너만 죽일지 살릴지 결정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입을 제대로 놀려라.”


“히익!”

오크에게 목을 물어 뜯겨서 많은 피를 흘린 산적.

그는 털썩 주저앉더니 몸을 벌벌거리며 입에서 피를 게워냈다.


“그 눈!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세요!”

“웃기고 있다. 난 아무것도 안 했어. 너는 그냥 너 혼자 미치고 있는 거야. 죽음의 공포에 물들어서.”


로건은 발리의 형에게 말했다.

“나는 조금 전 산적들에게 3명 중 한 명만이 살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들었소?”

“들었소.”

“나의 동료 핸서가 놈들의 본거지에 인질로 잡혀 있소. 나는 이놈을 데리고 그곳에 갈 것이오. 그래서 놈을 살려놔야 하거든. 그래서 당신은 저놈을 건드릴 수 없소.”


용병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가 말했다.

“저놈을 양보하겠소. 대신 부탁이 있소.”

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발리의 형은 허리를 직각으로 숙이고 그 상태로 말했다.

“마법사님, 전 D급입니다. 원수를 갚을 능력이 없죠. 부디 산적들을 모조리 죽여주십시오. 그래야 발리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겁니다.”

“약속하오.”


로건은 다시 용병 대장에게 말했다.

“오전에 산적을 만났다면서? 혹시 죽은 산적들의 신분 패를 모으지 않았소?”

“신분 패가 있는 산적들은 다 모았습니다. 영주 성에 주면 약간이라도 보상을 받으니까요.”

“그중에 베스라는 이름이 있었소?”


그러자 용병 대장 옆에 서 있던 남자가 말했다.

“저는 글을 읽을 줄 압니다. 베스, 그런 이름의 신분 패가 분명히 있었죠.”

“베스도 나의 동료요. 여기 정신을 잃은 군터, 인질로 잡힌 핸서까지 모두 용병이지. 절대로 산적이 아니란 말이야.”


로건은 몇 초나 생각했을까, 즉시 말을 이었다.


“······핸서가 인질로 잡혀 있지. 그래서 군터와 베스가 협박을 당했고, 어쩔 수 없이 산적질을 한 모양이군. 그러다가 베스가 죽었고.”


용병들이 ‘아. 저런.’ 같은 말들로 뒤늦게 깨달았다.


“베스의 신분 패를 나에게 주겠소? 넉넉하게 보상하겠소.”

용병 대장은 고개를 까닥했다.

“드려.”

바로 옆의 용병이 작은 보따리를 뒤져서 베스의 신분 패를 꺼내주었다.


로건은 신분 패를 받았고.

허리춤에 달린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아공간에서 금화를 한 주먹 움켜쥐고 손을 빼내어, 용병 대장에게 내밀었다.

“돌려줘서 고맙소이다.”


용병 대장은 찢어지려는 입을 오므리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러자 발리의 형이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로. 절대로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 우리 용병단이 그렇게 살았어? 대장, 왜 이래?”

“야야! 찌질하게 뭐하냐?”

“맨날 사나이 타령하더니? 뭐야!”


‘이 머리에 똥만 찬 트롤들이 또! 저 주둥이를 그냥······ 맨날 나 혼자 돈 걱정이지!’

용병 대장은 용병들을 째려보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동료들의 말이 맞지요, 제가 잠깐 정신을 놨나 봅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로건은 금화를 다시 주머니에 넣고는, 용병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베스를 돈으로 보지 않아서 정말 고맙소. 행운이 있을 것이오.”


그리고는 군터의 상태를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괜찮을 것 같아.’

군터는 여전히 정신을 잃고 있지만, 얼굴에 불그스름한 빛이 돌고 표정도 편안해 보였다.

로건은 일어나서 땅에 꽂혀 있는 스태프를 뽑았다.

그리고는 오줌 싼 산적을 한쪽 팔로 번쩍 들어서 자신의 말 위에 올려놓았다.


“와, 힘으로!”

“대단하다!”

로건은 훌쩍 말 위에 오른 뒤, 주머니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를 꺼내어 용병 대장에게 던졌다.


“엇!”

“마차들 중에서 지붕 위가 비어있는 마차가 있더군. 군터를 그 위에 올리고 가시오. 내가 최대한 서둘러 뒤따라가지. 그건 그 수고비요.”

“아, 예.”

“군터는 나의 스승이오. 잘 부탁하오.”

“아! 염려 놓으십시오!”

“고맙소. 그럼 있다가 봅시다. 이랴!”

로건은 질풍처럼 말을 달려 시야에서 사라졌다.


용병 한 명이 주머니를 보며 말했다.

“대장, 뭐가 들었어?”

“응? 아마······.”

용병 대장이 주머니를 열자 누런 금화가 가득 보였다.


* * *


로건의 말은 멀링가 영지에서 고르고 고른 전투마였고.

말은 로건의 마음을 아는 것처럼 무섭게 달렸다.

로건은 자신의 앞에 있는 산적의 뒤통수를 때렸다.


“어느 쪽이냐!”

“오, 오른쪽······.”

“이랴!”


히히힝!

말 고삐를 틀자 말발굽이 거세게 땅을 팠다.


그렇게 달린 지 30여 분.

막다른 길이 나타났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숲.

숲의 뒤편에는, 작은 산이 하나 있었다.


“저 산의 중턱에 산채가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말을 못 타는데······.”

로건은 산적이 가리킨 방향을 보면서 산적의 본거지를 바로 찾아냈다.

‘잘 보이네. 다행이야.’


이곳과 산의 거리가 멀지도 않은 데다가.

눈에 마나를 몰아놓으니, 목책이 둘러쳐진 곳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알았다.”

로건은 훌쩍 땅으로 내린 뒤, 대뜸 하라신의 단검을 뽑았다.


“히익! 사, 살려주십시오!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산적은 놀라 몸부림치다가 말에서 떨어졌다.


“난 그때 ‘이 자리에서’ 3명 중 한 명이 살 수 있다고 했지. 그때의 이 자리는 여기가 아니야. 장소가 바뀌었어.”

“그런 말도 안······ 아악!”


산적은 왼손의 손가락 3개를 잘렸다.

가뜩이나 오크에게 목이 물어뜯겨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살려준다고 했으면서.

산적은 억울해서 눈물이 다 나왔다.


로건은 얼음장 같은 얼굴로 말했다.

“내가 널 죽였어? 넌 아직 살아 있어. 그리고 장소를 알려준 걸로는 어림도 없다. 정말 살아가고 싶거든 그만한 대가를 내놓아야 한다.”

“대, 대가를 내면 정말 살려주시는 겁니까?”

“그렇게 살고 싶으냐?”

“예!”


로건은 표정을 풀고 부드럽게 말했다.

“난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은 아니거든? 약속해, 살려주마.”

“아!”

“대신 팔다리가 모두 잘릴 것이다. 네 머리와 몸뚱이만큼은 살려주마. 치료도 해주겠다. 그러니 팔다리가 붙어 있고 싶으면 대가를 내놔.”


그러자 산적이 벼락처럼 소리쳤다.

“산채 두목의 집 앞마당을 파면 트롤의 피가 있습니다!”

로건은 코웃음을 쳤다.

“그따위로 너의 팔다리가 멀쩡하겠냐만, 트롤? 두목이란 놈이 제법 실력이 있는 모양이군?”

“구, 군터란 사람이 잡은 겁니다. 두목이 아니고요.”


빠드득.

로건은 이를 갈았다.


이런 사연은 훗날 군터에게 물어봐도 된다.

그러나 군터가 자신을 생각해 준다고 사실을 줄여서 말한다면?

혹시 말 못 할 사정이라도 있어서 감추어 버린다면?

그는 교차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군터, 핸서, 베스. 이 세 사람의 사연을 말해라. 네가 다 알고 있다면 두 다리는 남겨주지.”

“구, 군터와 핸서, 베스는 우연히 트롤과 마주쳐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로건은 산적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산적들은 군터 일행이 트롤과 싸우고 있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

속 사정은 모른다.

아무튼 군터가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핸서와 베스는 그를 도와서 끝내는 트롤을 죽였단다.


승리.

그리고 심각한 부상을 얻었다.

군터는 배에 구멍이 뚫렸고, 핸서는 허벅지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베스는 트롤의 몽둥이에 두들겨 맞아서 등뼈가 부러질 뻔했는데, 대신 심각한 피멍으로 등 전체가 새까맣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용감했습니다. 비록 어린 트롤이었다고는 하지만 마나도 못 쓰는 용병 셋이 중형 몬스터를 잡다니요. 기적이었죠.”


산적은 로건의 눈치를 보다가 말을 이었다.


“이건 정말 저밖에 모르는 얘기인데요. 알고 있는 사람이 저 말고는 다 죽었거든요. 이 정도의 대가라면······.”


“알았다. 계속 얘기해.”

“저희는 지켜보다가, 중상을 입은 그 세 명을 공격해서 핸서를 사로잡았지요. 핸서를 사로잡자 군터와 베스가 검을 내려놓았고요. 그다음에는······.”

“그만.”


그렇게 핸서를 인질로 두고.

군터와 베스에게 강도질을 시켰겠지.

어쩐지 군터의 배에 붕대가 감겨 있더라니.

그리고 베스는 강도질을 하다가 오전에 상단 일행에게 죽임을 당했고.


로건은 산적을 보내고는 한숨을 쉬었다.


* * *


그는 시야를 멀리하여 실버 뱅글의 마법을 펼쳤다.

파앗.

그리고 산채의 목책 앞에 나타났다.


화아아아!

콰앙!

파이어 볼이 날아가 산채의 튼튼한 문을 박살 냈다.


화아아아!

콰앙!

콰아아앙!

파이어 핸드다.

불똥이 뚝뚝 떨어지는 화염의 손이 문 주위의 목책을 무섭게 후려쳤다.

목책은 허무하게 넘어가고.

불까지 붙어서 점점 더 범위를 넓혀갔다.


“누, 누구냐!”

“적이다! 적이 침입했다!”

“적을 막······ 으악!”

“아악!”


산적들은 몰려나올 틈도 없었다.

로건은 입구를 돌파하며 닥치는 대로 베어 넘겼다.

팔다리.

목이 피를 뿌리며 허공을 떠다녔다.


콰앙!

로건은 염력으로 나무 문을 때려 부수며 어느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다.

그는 워터 볼을 쏘아 집의 나무 벽면을 세차게 두드렸다.

콰아앙!

염력의 힘이 더해져 나무 벽이 터져나가며 사방으로 넘어졌다.


로건은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마나를 뿜으며 음성에 소리를 키워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핸서! 나 로건이야!”


산채의 집은 총 12채.

이제 겨우 첫째 집이다.

로건은 보이는 족족 산적을 베어 넘겼는데, 벌써 8명이 죽었다.


산채는 정적에 휩싸여 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목책과 집을 터트리는 마법사를 무슨 수로 막겠는가.

산적들은 그저 죽기 살기로 숨어서 요행을 바랄 뿐이었다.


“핸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패시브로 대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 17:30 +1 24.08.26 14,117 0 -
51 51화 NEW +15 16시간 전 4,936 223 12쪽
50 50화 +14 24.09.15 8,394 251 12쪽
49 49화 +18 24.09.14 9,913 287 13쪽
48 48화 +59 24.09.13 11,193 306 19쪽
47 47화 +11 24.09.12 11,887 336 12쪽
46 46화 +15 24.09.11 12,441 392 12쪽
45 45화 +15 24.09.10 13,252 370 13쪽
44 44화 +14 24.09.09 14,191 368 12쪽
43 43화 +9 24.09.08 14,719 425 18쪽
42 42화 +15 24.09.07 14,853 389 13쪽
» 41화 +22 24.09.06 14,899 367 12쪽
40 40화 +10 24.09.05 15,394 392 13쪽
39 39화 +21 24.09.04 15,798 433 13쪽
38 38화 +13 24.09.03 16,059 436 13쪽
37 37화 +15 24.09.02 15,772 416 14쪽
36 36화 +10 24.09.01 15,898 381 13쪽
35 35화 +5 24.08.31 16,293 385 13쪽
34 34화 +12 24.08.30 16,407 372 12쪽
33 33화 +9 24.08.29 16,446 368 12쪽
32 32화 +12 24.08.28 16,395 388 12쪽
31 31화 +9 24.08.27 16,465 371 12쪽
30 30화 +11 24.08.26 16,469 402 12쪽
29 29화 +4 24.08.25 16,437 366 12쪽
28 28화 +5 24.08.25 16,645 401 12쪽
27 27화 +10 24.08.24 16,909 404 12쪽
26 26화 +8 24.08.23 16,787 425 12쪽
25 25화 +7 24.08.22 16,996 409 12쪽
24 24화 +8 24.08.21 17,217 394 12쪽
23 23화 +12 24.08.21 17,283 40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