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실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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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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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DUMMY

71. 자유


일루미나티의 정식 단원이 된 리차드 라포트는

뒷세계에서 ‘페르소나’라는 이름으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러던 중, 맡게 된 임무.


카파블랑카가 페르소나를 직접 찾아왔다.


“이번 임무, 당신을 데리고 가야겠습니다”

“예? 저는 전투요원이 아닌데요?”

“그래도 나름 전투 훈련은 받지 않았습니까?”


본래 이런 큰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페르소나였다.

겉으로 드러난 페르소나의 능력은 변장 능력 뿐,

기초적인 육탄전 능력은 갖추고 있었으나,

페르소나가 투입되는 임무들은 보통 잠입과 공작 능력이었다.

이는 페르소나와 계약을 맺은 신, 로키의 의도에 따른 것이었다.

로키는 자신의 계약자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따라서 페르소나 또한 로키가 가진 다양한 권능,

불의 신으로서의 능력이나, 신을 죽이는 무기인 미스틸테인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카파블랑카가 임무에 대한 브리핑을 마치고 떠나간 후,

혼자 남은 페르소나에게 로키가 말을 걸어왔다.


“리차드, 이번 임무는 위험하다. 저들이 알고 있는 너의 능력은 변장 능력뿐이야.

그런데 전투에 대동하겠다는 것은,

이번 임무는 단순한 전투가 아닌, 다른 의도가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의도? 그게 뭘까?”

“아마 적을 납치한 후, 그 적으로 변장해서 상대의 뒤를 노리거나,

혹은 이미 적 내부에 잠입한 우리 측 인물의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거나”


어느 쪽이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장미십자회 측 인물로 변장하는 것은 큰 리스크를 동반한다.

페르소나의 권능을 사용해서 변장하더라도,

그들의 기억과 권능은 복제할 수 없다.


그런 허점 때문에 정체를 발각당한다면,

페르소나는 적의 포로 신세를 면하지 못하리라.


페르소나와 로키는 임무 개시 바로 직전까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여러 계획들을 세워 두었다.


그렇게 임무에 나서서 페르소나가 맡은 역할은,

장미십자회 측에 잠입해 뱀 신의 봉인을 풀어줄 단서를 얻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페르소나가 장미십자회 측에 잠입하기 위해 위장한 신분은

장미십자회 튀르키예 지부장, 이스마엘 귀네슈였다.

다른 에이전트들이 납치해 온 귀네슈로 변장한 페르소나는

장미십자회 측에 잠입하기 위해 복부에 상처를 만들고

아디야만의 뒷골목에서 시현을 기다렸다.


시현을 만난 페르소나는 부상당한 귀네슈를 연기하며,

장미십자회 측에서 추측하는 뱀의 정체를 캐내려고 했다.


그러나 시현의 옆에는 한 소녀가 있었다.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은발 머리에, 무척이나 아름다운 소녀였다.

그 소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로키가 페르소나의 머릿속에 직접 경고의 말을 했다.


“리차드, 상대도 우리와 같은 종류다”

“같은 종류?”

“저 소녀, 이름은 알 수 없지만, 나와 같은 신이 틀림없다.

우리 정체가 발각당할 염려가 있어”


그 때, 잠자코 있던 여신이 페르소나를 향해 질문했다.


“···그 유물 속에 봉인된 뱀의 이름을 말해줄 수 있겠는가?”


에둘러 말한 질문이지만, 페르소나와 로키는 그 즉시 전투태세를 취했다.

발각당했다.

페르소나가 투입되기 전, 카파블랑카는 이럴 때를 대비해,

시현의 집중을 흐트러트릴 만한 키워드를 몇 가지 말해주었다.


동료, 민간인, 아버지.


말을 걸어 시현의 집중을 분산시키고,

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준비를 했다.

가능하다면 미스틸테인을 사용해서 적을 제압하겠지만,

신을 죽이는 권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대상이 될 신의 이름이 필요했다.

눈 앞의 여신을 죽이기에는 아직 단서가 부족했다.

시현의 아버지에 대한 언급을 하자,

한순간, 시현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그 틈을 타 페르소나는 간신히 몸을 빼낼 수 있었다.


임무에 실패하고 돌아온 페르소나는

카파블랑카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적에게 발각당해, 잠입에 실패했습니다”

“···뭐, 그럴 것 같긴 했습니다”

“어떤 처분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페르소나는 그 동안 임무에 실패한 인원들이 어떠한 최후를 맞이했는지 이미 여러 차례 지켜본 경험이 있었다.

생환할 가능성이 희박한 임무에 보내지거나,

여러 실험에 동원되어 폐인이 되고는 했다.


자신이 어떤 처분을 받을 지 기다리던 페르소나에게 내려진 명령은 의외의 것이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도록 하죠”


페르소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카파블랑카는 그런 페르소나를 보며 눈썹을 찡그리면서도 말을 이어나갔다.


“아타튀르크 댐에서 뱀 신의 봉인을 풀 계획입니다.

아마 푸코 교수 일행이 막으려고 할 텐데,

당신의 역할은 장미십자회 한국 지부장, 정필호의 맞상대입니다.

봉인을 해제할 때까지, 시간을 끌도록 하세요”


페르소나는 속으로 ‘그러면 그렇지’ 하며 자조했다.

정필호는 장미십자회 내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였다.

일루미나티와 장미십자회가 팽팽한 대립 구도를 이어나가는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일루미나티의 괴뢰국인 북한과 대치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한국에 잠입한 일루미나티의 공작원들을

모조리 뿌리뽑아버리는 정필호의 특출난 능력 덕분이었다.


겉으로 알려진 바로는 전투 관련 능력이 전무한 페르소나가

정필호를 상대로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사실상의 숙청이라고 할 수 있는 처사였다.


페르소나는 고개를 조아리며 물러났다.

그런 페르소나의 머리속에서 로키가 말을 걸어왔다.


“우리가 준비한 계획대로 된 것 같은데?”

“그래, 이번 임무가 끝나면 일루미나티에서 탈출해 자유가 되는 거야”


그 이후는 어렵지 않았다.

이미 한 번 마주쳤던 시현의 모습으로 변장해,

아타튀르크 댐에서 마주친 정필호와 전투를 벌였고,

할 수만 있다면 정필호를 쓰러트린 뒤,

시간의 신의 권능이 담긴 유물을 탈취하려 했지만,

역시나 최상위 실력자인 정필호를 이길 수는 없었다.


페르소나는 최선을 다해 전투하는 연기를 펼친 뒤,

패배해 쓰러지는 척을 하면서 변장의 권능을 사용했다.


페르소나가 선택한 변장의 대상은 이전에 암살했던 러시아의 젊은 정치인.

러시아를 통치하는 독재자의 요청에 따라 제거했던 인물이었다.

핵심은 죽은 이후의 모습으로 변장을 했다는 것이다.


시체로 변장한 페르소나의 권능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호흡도, 심장의 박동도, 동공 반사도 완전히 멈춘 시체 그 자체가 된 것이다.


이 시간이 지나면 장미십자회와 일루미나티가 전투를 벌이는 혼란을 틈타,

이 곳에서 멀리멀리 벗어나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페르소나가 예상치 못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정필호가 페르소나의 시체를 뒤져 미스틸테인을 빼앗아 간 것이었다.


시간이 지난 후, 변장을 해제한 페르소나는

빼앗긴 미스틸테인을 되찾기 위해 정필호의 뒤를 밟았다.


그 미행의 끝에서 목격한 것은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정필호와 카파블랑카가 접선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정필호는 카파블랑카와 악수를 하고는 태연하게 미스틸테인을 꺼내 보였다.

그 유물을 본 카파블랑카는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페르소나는 눈치챌 수 있었다.

이게 이번 임무의 정체였음을.


카파블랑카는 페르소나가 능력을 전부 보이지 않았음을 진즉에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평소와 달리 전투임무에 페르소나를 데려 온 것은,

이번 임무에서 그를 처형하기 위해서였다.


미스틸테인을 되찾겠다고 경거망동 할 때가 아니었다.

페르소나는 그 길로 튀르키예를 벗어났다.

일루미나티로 복귀하지도 않았다.


일루미나티의 공작원, 페르소나는 더 이상 없었다.

도망자 ‘리처드 라포트’만이 일루미나티를 벗어나 자유를 찾아 떠났다.


뒤늦게 라포트의 도주를 알아채고 추적해오는 일루미나티에 의해 목숨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라포트는 용케 달아나는 데 성공했다.


아늑한 침대는 커녕 숲 속이나 동굴 속에서 밤을 지새우면서도,

야생 동물을 사냥하거나 누군가의 농작물을 서리해 주린 배를 겨우 채우면서도,

졸졸 흐르는 차가운 시냇물이나 하늘에서 내린 빗물에 간신히 몸을 씻으면서도,

라포트는 푸른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지하에 갇혀 매를 맞으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소년은

드디어 자유를 찾아 활짝 웃을 수 있었다.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72. 뱀 괴물을 무찌르는 신들의 왕


라포트의 기나긴 과거 이야기가 그렇게 끝났다.


“···그렇게 해서 저는 시칠리아 섬에 도망쳐 온 것입니다”

“그럼 헤파이스토스 님과 만난 건?”

“로키와 같은 불의 신이시다 보니 그분께서 먼저 저에게 접촉해 오셨습니다”


시현은 에트나 화산의 동굴에서 만난 절름발이 노인을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 꿈 속에 나타났던 건? 로키의 권능 중 하나인가?”

“그거 꿈 아닙니다”


시현은 충격에 휩싸였다.

라포트는 속여서 미안하다며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당신들 근처를 배회하면서, 당신이 혼자 남을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기회를 봐서 접근한 후

접선지의 좌표를 넘기고 기절시켜서 다시 침대에 눕혀드렸죠”


···전혀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이었다.

좌절에 빠진 시현을 뒤로하고,

남은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마리오가 리더로서 회의를 진행했다.


“일루미나티가 시칠리아 마피아 조직을 장악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무장한 동조 세력이 필요했나?”

“자금줄로 삼으려는 것일지도?”


아테나와 비탈레가 한 마디씩 의견을 냈다.

베아트리체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튀르키예에서 했던 것처럼 산제물을 바쳐서

에트나 화산에 봉인된 티폰을 깨우려는 것일지도요”

“티폰을 깨우는 것이 일루미나티에게 어떤 의미이길래?”


그녀의 의견에 아일라가 의문을 제기했고,

그것에 답을 한 것은 라포트였다.


“티폰은 그리스∙로마 신화에만 등장하는 게 아니지”


자신의 착각에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던 시현을 포함한 전원의 시선이 라포트를 향했다.

라포트는 갑자기 자신에게 몰리는 시선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말을 이어나갔다.


“티폰은 근동의 인도유럽어족 신화의 영향을 받은 문화권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뱀 괴물을 무찌르는 신들의 왕’의 모티프를 충실하게 따르는 존재죠.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아사그,

바빌로니아 신화의 티아마트,

레반트 신화의 얌 과 로탄,

히타이트 신화의 헤담무, 그리고 일루얀카”


라포트는 마지막으로 언급한 일루얀카의 이름을 특히 강조하며 말했다.


“그들 모두가 대지의 신격으로 여겨지는 뱀 괴물들이고, 벼락을 무기로 삼는 폭풍의 신들에게 최후를 맞이했어요”


라포트의 말에 경청하고 있던 일동은 일루얀카의 이름이 언급되자 침음을 삼켰다.

신화라고 해 봐야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도 가장 유명한 몇 가지 이야기만 알고 있는 비탈레만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다른 이들의 심각한 표정을 살필 뿐이었다.


그러던 중 베아트리체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그렇다면 티폰이 폭풍으로 여겨지는 건 어째서야?

티폰은 대지의 신격과 관련이 깊고,

폭풍의 신들은 오히려 뱀 괴물들을 무찌른 적이잖아”

“티폰의 신화가 정립된 이후, 그리스 신화가 이집트 신화와 섞이는 과정에서

이집트 신화의 혼돈과 폭풍의 신인 세트와 동일시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돼요

세트 또한 티폰과 마찬가지로

신들의 왕으로부터 세계의 통치권을 빼앗으려고 쿠데타를 일으킨 존재죠”


이번에는 시현이 의문을 제기했다.


“대지의 신격을 지닌 뱀들을 부활시켜서 일루미나티가 얻는 게 뭐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나 같은 말단 공작원이 알고 있는 정보는 많지 않거든”


마리오가 박수를 쳐 분위기를 환기하며 말했다.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일단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았군

우리는 티폰의 봉인을 사수하고,

일루미나티에게 빼앗긴 비탈레 파밀리아를 다시 비탈레에게 돌려준다.

다들 이걸로 문제없지?”


일행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특히 비탈레는 경추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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