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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DUMMY

77. 잠입


시현 일행이 에트나 산으로 향하던 시각,

마리오와 아일라, 라포트, 그리고 비탈레는

비탈레 파밀리아의 저택의 근처에서 차를 세우고,

다시 작전을 점검했다.


“저택을 드나드는 마피아들 중, 적절한 사람을 납치한다”

“라포트가 변신의 권능을 활용, 적진에 잠입한다”

“비밀 통로를 열어 나머지 인원을 진입시킨다”

“아일라가 아난시의 권능을 활용해 반역자 카루아나를 찾아낸다”


그렇게 찾아낸 카루아나를 제압하고,

비탈레가 다시 파밀리아의 보스에 등극하는 게 이번 작전의 개요였다.

이번 작전이 성공하면 포로가 될 카루아나는

장미십자회가 데리고 가는 것으로 정했다.


카루아나를 처형해 조직원들에게 본보기로 삼으려는 비탈레의 반발이 있었으나,

일루미나티와의 전쟁에 대비해 최대한 정보를 뽑아내야 하는 장미십자회 측에서는

카루아나라는 포로가 반드시 필요했다.


결국 장미십자회의 도움 없이는 조직을 탈환할 수 없는 비탈레가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준비를 마친 마리오 일행은 곧바로 작전을 실행에 옮겼다.

저택의 감시카메라를 피해 그늘진 곳에 숨어서 대기하고 있던 마리오는

서류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오고 있던 마피아 한 놈의 목을 졸라 기절시켰다.

그리고 근처 숲 속 은밀한 곳에 주차되어 있는 자신의 차로 끌고왔다.

차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머지 인원들은

마리오가 데려온 남자의 팔다리를 묶었다.


마리오가 데려온 마피아 조직원은 키는 작지만 다부진 몸을 가진 녀석이었다.

조직원의 얼굴을 본 비탈레는 쾌재를 불렀다.


“운이 좋네, 이 녀석은 가투소라는 녀석이야.

카루아나가 필요할 때마다 불러다 쓰는 심부름꾼 같은 녀석이지”

“그럼 지금은 카루아나의 심복 같은 느낌이려나?”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럼 이 녀석이 들고 있던 서류가방을 열어 볼까?

뭔가 확신을 줄 만한 게 있을지도?”

“그래”


일행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일라가 서류가방을 열고 안에 들어있던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장갑, 목도리, 향수, 안경 케이스, 지갑, 권총, 소음기, 보온병···”


물건이 하나씩 꺼내질 때마다 일행의 시선이 왔다갔다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나온 물건을 보고 다들 희망을 가졌다.


“이 핸드폰에는 뭔가 있지 않을까요?”


아일라가 희망찬 표정으로 스마트폰의 전원을 켰다.

그러나 카투소의 스마트폰에는 잠금이 걸려 있었다.


“당연히 이렇게 될 줄 알긴 했지만요”


아일라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비탈레가 아일라의 어깨를 밀어내며 끼어들었다.


“이 녀석 지갑에 신분증 같은 게 있을거야.

일단 생년월일부터 해서 비밀번호를 시도해 보자고”


라포트가 가투소의 지갑을 열어 신분증을 꺼냈다.


“생일은 4월 25일”

“이탈리아 해방 기념일이네”

“그럼 입력해 볼게요 0··· 4··· 2··· 5! 앗, 아니네”


일행은 다시 고민에 빠져들었다.


신분증을 통해 짐작해 볼 만한 비밀번호는 생일 정도가 유일한 듯했다.

그 때, 비탈레가 새 의견을 냈다.


“내 기억으로는 이 가투소라는 녀석

지난 달에 결혼기념일이라고 내가 선물을 보내줬었는데,

그게 아마 11월 23일이었던걸로 기억하거든?”

“그럼 1123으로 시도해보죠”

“1··· 1··· 2··· 3! 됐다!”


가투소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는 그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이 녀석, 보기와는 다르게 가정에 충실한 면이 있구만”

“그것도 그렇지만 비탈레 씨도 대단하시네요.

조직원의 결혼기념일까지 선물을 챙겨주고 날짜를 기억하시다니”


아일라가 비탈레를 칭찬하자

비탈레는 머쓱한 듯 뒤통수를 긁으며 말했다.


“비탈레 파밀리아는 나에게 파밀리아, 가족 그 자체였으니까”


자신의 조직원들을 생각하는 비탈레의 모습에,

일행은 반드시 비탈레가 조직을 되찾도록 도와야겠다고 다짐했다.


가투소의 스마트폰을 여는 데 성공한 아일라는 이내,

메신저 어플을 열어 카루아나와 가투소의 대화 내용을 볼 수 있었다.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시라쿠사를 통해 외부에서 들어온 협력자들과 접촉하라]

[상인들에게 보호세를 갈취하여 군자금을 확보하라]

[경찰서를 습격하여 무기를 탈취하라]

[비탈레에게 동조하는 자들은 죽여라]


비탈레는 그 내용에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마피아 조직의 합법화와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을 희망했던 비탈레와 달리,

카루아나의 행보는 시칠리아를 무력으로 장악하려는 모습이었다.


“카루아나 이 자식, 우리 파밀리아를 사병 쯤으로 생각하는 거야 뭐야?”

“한시라도 빨리 카루아나를 끌어내려야 해요”


일행은 곧바로 작전을 실행에 옮겼다.

라포트는 로키의 권능을 사용해 가투소의 모습으로 변장했다.

마리오는 가투소의 모습을 한 라포트에게 말했다.


“그럼 우리는 근처 성당의 비밀 통로 앞에서 대기하고 있을게”

“저는 내부에 잠입해서 비밀 통로를 열어드리겠습니다”


일행들이 차를 운전해 떠나가자,

라포트는 저택 내부로 들어갔다.

비탈레가 알려 준 저택 내부의 구조는 머리속에 빠짐없이 집어넣었다.

이번 작전의 생명은 속도,

카루아나가 그 사악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거나 장미십자회의 잠입을 알아차리면

이 작전은 의미가 사라지고,

일루미나티 측 병력과 장미십자회 멤버들의 전면전으로 번지게 될 것이다.


라포트가 저택의 문을 두드리자 마피아 한 명이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가투소 씨, 방금 전에 나가시지 않았나요?”

“음, 안에 두고 온 게 있어서 가지러 왔네”


라포트는 능청을 떨며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그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일루미나티에 소속되어 있던 시절,

각국 정부 요인으로 변장하여 온갖 기밀을 빼내던 공작원으로서의 능력은

마피아 조직에 잠입해 임무를 수행하는 데에도 십분 발휘되었다.


라포트는 발걸음을 재촉해 1층 구석에 있는 창고를 향했다.

창고 안의 한 쪽을 잘 살피면 지하의 비밀 통로로 향하는 계단실의 입구가

평범한 벽으로 위장되어 있었다.


라포트는 즉시 비밀통로를 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뒤통수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이게 말로만 듣던 페르소나인가? 배신자 녀석이 뻔뻔하게도 내 영역에 쳐들어왔군”


라포트는 양 손을 들고 천천히 뒤를 돌았다.

카루아나가 권총을 겨눈 채 가투소의 모습을 한 라포트를 노려보고 있었다.


78. 벤데타(Vendetta)


마리오와 아일라, 그리고 비탈레가 저택에서 멀지 않은 성당에 도착했다.

비탈레는 거침없이 성당의 문을 열어젖혔다.


성당 내부는 조용하면서도 소박한 매력이 있었다.

비탈레가 돌아보며 마리오와 눈을 마주치자 마리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가 비탈레는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다.

무시무시한 마피아 보스의 모습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엄숙한 모습과 분위기였다.

교황청과 가까운 만큼, 이탈리아 국민들의 삶에 있어

기독교는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특히 시칠리아 마피아는 그 입단식의 형식과

오메르타(omertà)라고 불리우는 행동 강령 속에서도

카톨릭 특유의 형식을 빌려 온 것을 알 수 있다.


기도를 마친 비탈레는 십자가에 다가가 그 뒤에 숨겨져 있던 상자 하나를 꺼냈다.


“그건 무엇인가요?”


아일라가 묻자 비탈레는 씨익 웃으며 그 상자 안에 들어 있던 것을 끄집어냈다.

이 성당에 숨겨져 있던 비탈레의 보물.

그것의 정체는 훌륭한 대화 수단, 총신을 짧게 잘라 낸 더블 배럴 샷건이었다.


총신을 짧게 잘라냈기에 소드 오프(sawed-off) 샷건이라는 별명으로 악명높은 이 무기는

본래 사냥용으로 사용하는 산탄총을 개조한 물건으로,

마피아들은 본래 늑대와 같은 짐승을 사냥하는 용도라는 의미로 루파라(lupara) 라고 부른다.


비탈레는 아일라의 질문에 호탕하게 웃음지으며 대답했다.


“감히 내게 총구를 겨눈 배신자 나부랭이에게 처박아 줄 선물이지. 하하하!”


마리오와 아일라는 그런 비탈레를 내버려두고 지하로 이어진 계단을 내려갔다.

샷건을 휘두르며 자아도취에 빠져 있던 비탈레도

자신이 혼자 남겨진 것을 깨닫고 서둘러 뒤를 따랐다.


“잠까안! 같이 가야지!!”


.

.

.

성당의 지하실로 내려와 휴대전화로 빛을 밝히자 보이는 것은

죽은 사람의 보금자리, 관이었다.


뒤늦게 내려온 비탈레가 설명을 했다.


“이 성당은 우리 비탈레 가문의 묘소를 겸하고 있어”

여기 앞에 있는 게 내 증조할아버지,

그 옆에 있는 게 우리 할아버지,

그리고 마지막은, 우리 아버지”


비탈레는 아버지의 관 위의 먼지를 손으로 쓸어 내며 말했다.


“아버지, 지금은 급히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다 끝나고 나면 다시 인사드릴게요”


비탈레는 아버지의 옆 자리,

바로 자신이 죽고 나면 위치하게 될 자리에 있는 타일을 들어냈다.

그러자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좁고 길다란 비밀통로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마리오가 앞장서서 통로로 들어가자,

비탈레가 그 뒤, 아일라가 마지막 순서로 통로에 진입했다.

비탈레는 자신의 무덤이 될 땅 밑으로 들어가면서

문득 어둡고, 좁고, 축축한 통로가 마치

어머니 뱃속의 아기가 태어날 때 통과하는 길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약했던 비탈레 가문의 외동딸은 이 시간부로 사라지고,

피와 화약으로 조직을 이끄는 강력한 보스 비앙코 비탈레가 태어나는 것이다.

비탈레는 자신의 손에 들린 총의 차가운 감촉과 묵직한 무게감에 만족했다.


그렇게 통로의 끝에 도달해 문고리를 돌려 보았지만,

어째선지 저택의 창고로 통하는 문은 잠겨있었다.


“이런, 라포트가 실패한건가?”

“잠시만요, 제가 한번 확인을 해볼게요”


아일라가 나서서 아난시의 권능을 사용했다.

문에 바짝 달라붙은 아일라는 문 틈 사이로 그 너머를 보다가,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아일라는 화들짝 놀라서 문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그 짧은 사이에 마주쳤던 그 시선의 주인공을 알아볼 수 있었다.


문 너머에서 이 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가투소로 변장한 라포트였다.

그 것 뿐이었다면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문 너머에 있는 라포트는 어딘가 이상했다.


저택 내부에 잠입해서 이 비밀통로의 문을 열어주었어야 할 라포트의 모습은

무미건조한 회색의 돌이 되어 있었다.


아일라는 마리오에게 소리쳤다.


“라포트 씨가 당했어요,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해요!”


그러나 통로의 입구였던 성당 방향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카루아나의 명령을 듣는 마피아 조직원들이 이 쪽을 향해 다가오는 소리였다.

마리오는 침착하게 말했다.


“다들 문에서 물러나!”


숨을 크게 들이쉰 뒤,

검을 들어올리고,

단숨에 내리쳤다.


그러자 출구를 막고 있던 문이 정확하게 반으로 나뉘며 통로가 열렸다.

그러고 나서야 일행은 그 뒤에 있던 라포트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가투소의 모습으로 변장을 한 상태였지만,

웅크린 자세에서 사선으로 위를 올려다보는 모습 그대로 굳어버린 라포트는

무언가를 보고 공포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라포트의 모습은 회색의 돌 조각상 그 자체였다.


일행이 있는 창고에 있는 것은 라포트와 장미십자회 일행뿐만이 아니었다.


“안타깝구나 배신자 비앙코 비탈레, 장미십자회의 프락치들을 데리고 오다니”

“카루아나, 이 새끼···”


앞장서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카루아나와,

총을 겨누고 서 있는 십 수 명의 조직원들이

비탈레와 장미십자회 일행을 반겼다.


일행들은 무기를 거뒀다.

그들의 목적은 카루아나 뿐,

다른 조직원들은 그저 카루아나의 협잡질에 속아넘어간 피해자들일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총을 겨눈 조직원들은 꿈에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카루아나가 조직원들을 데리고 온 이유가 그들의 무력을 동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장미십자회의 암살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인질로서의 가치 때문이라는 것을.


비탈레는 카루아나의 비겁한 모습에 빠드득 이를 갈며 한 걸음 내딛었다.

등 뒤의 장미십자회 일행들은 조직원들이 휩쓸릴까 봐 무기를 내렸지만,

비탈레는 속으로 굳은 다짐을 하고는 소드 오프 샷건을 들어올렸다.


탕!-


더블 배럴 샷건의 묵직한 한 방이 작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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