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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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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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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DUMMY

79. 소드 오프 샷건


카루아나에게 장악당한 비탈레 저택.

외부의 성당과 연결되어있는 비밀 통로를 통해 저택 내부에 들어오자

먼저 잠입해서 통로를 열어 주기로 했던 라포트는 석상이 되어 있었고,

한 때 비탈레의 가족과도 같았던 조직원들은

카루아나의 편에 서서 비탈레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비탈레는 카루아나를 제압하고 조직을 되찾기 위해 돌아왔지만,

마피아 보스라기에는 유약한 성격이었던 그녀에게

카루아나의 편에 붙었다는 이유로 조직원들을 쳐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총을 겨누는 조직원들의 모습을 보게 되자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미 한 차례 배신한 조직원들을 다시 자신의 밑에 받아주면서,

그 어떤 조치도 취할 생각이 없었으면서도,

그 조직원들이 자신을 믿고 따르리라고 생각했다니.

하나의 조직을 이끄는 위치에 설 사람으로서

이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이란 말인가.


비탈레는 오른손에 들린 소드 오프 샷건을 들어올리고,

자신을 얕보던 옛 조직원들이 반응하기 전, 단숨에 방아쇠를 당겼다.

비탈레의 눈 앞에서 스러지는 것은

한 때 가족이었던 사람들이 아니라,

우유부단하고 이기적이었던 지난 날의 자신이리라.


무기를 든 팔을 내리고 있던 마리오는 빠르게 상황 판단을 마쳤다.

그가 섬광과 같은 속도로 검을 휘두르자,

한낱 말단 조직원에 불과한 마피아들이 추풍낙엽처럼 날아갔다.

등 뒤에서 나타나는 조직원들은

아일라가 돌을 던져 처리했다.

음속을 넘어선 아일라의 돌팔매는

총을 들고 있다 한들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조직원들을 모두 쓰러트리자,

비탈레의 손에 들린 소드 오프 샷건의 총구는 카루아나를 향했다.

그러나 카루아나는 양 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카루아나, 당신이 내 아버지의 오른팔로서 해 왔던 일들을 생각해서 죽이진 않으마

순순히 손을 들고 무릎을 꿇어라”

“허허, 그래 이제 이 조직의 보스 자리를 내려 놓으마”


카루아나는 주머니에 꽂혀있던 양 손을 귀 옆으로 들어올렸다.

그러나 그의 손에는 조그마한 물건 하나가 들려있었다.

보석을 조각해 만든 자그마한 장식품.

곱슬머리를 한 여신이 돋을새김된 카메오(cameo).


아일라가 새된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안돼! 피해요!!”


그러나 비탈레는 그 경고에 제때 반응하지 못했다.

그녀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를 밀어내고 대신 그 자리에 선 마리오가 돌이 되어버린 덕분이었다.


비탈레가 옆으로 넘어지고, 아일라는 돌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돌린 틈을 타,

카루아나는 창고 밖으로 뛰쳐나갈 수 있었다.


비탈레는 곧바로 일어나서 카루아나의 뒤를 쫓았고,

아일라 역시 비탈레를 따라서 달려나갔다.


아일라는 비탈레를 향해 소리쳤다.


“비탈레 씨, 상대가 사용하는 건 ‘메두사’의 권능이에요!

권능이 발동하는 순간 시선을 돌리는 것만으로 피할 수 있을 거에요!”

“오케이 저 녀석이 그 능력을 쓰려는 낌새가 보이면 고개를 돌리기만 하면 되는 거지?”


아일라는 비밀 통로의 문을 부수고 창고에 진입하는 순간,

석상이 되어버린 라포트를 보고, 카루아나가 사용하는 권능의 정체를 눈치챘다.

이전에 카루아나가 가진 유물을 본 적이 있는 아테나의 증언과,

사람을 석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이라는 정보를 조합하면

카루아나가 가진 카메오에 양각된 여신이 메두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었다.

다행히도 메두사는 인간을 석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으로 유명한 만큼,

그 권능에 대처하는 방법 또한 유명했다.

그 방법이란 신화 속에서 메두사를 처치했던 페르세우스가 사용한 방법.

어떻게든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처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긴다.

상대를 쳐다보지 않고 도대체 어떻게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냐는 것이다.

아일라는 최선을 다해 달리면서도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한 생각에 잠겼다.


도망치는 카루아나와 그 뒤를 쫓는 비탈레, 그리고 아일라는 저택의 기나긴 복도를 질주했다.

그렇게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던 와중에 발 밑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쿠구궁!-


카루아나가 먼저 그 진동에 반응하여 다리를 멈췄다.

비탈레 또한 이 진동이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추격을 중단했다.

아일라가 비탈레 옆에 다가서며 물었다.


“비탈레 씨도 느끼셨나요?”


비탈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일라는 무언가 위험한 것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복도의 한 쪽 벽에 늘어선 창문들을 통해 보이는 하늘은

한 쪽 방향으로 일제히 날아가는 수만 마리의 새떼가 뒤덮고 있었다.


그 때, 저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에서 거대한 불길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머지않아 엄청난 지진이 비탈레 저택을 덮쳤다.


창문이 전부 깨져 나가고 정원의 나무들이 쓰러졌다.

건물의 벽에 금이 가는 것을 본 아일라는

방금까지 뛰어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갔다.

창고에 그대로 남아 있는 마리오와 라포트의 석상을 구해야 했다.


유럽 대륙 최대의 화산, 에트나 산이 결국 화산 폭발을 일으켰다.

그것은 헤파이스토스를 보호하기 위해 에트나 산으로 향했던

시현, 베아트리체, 아테나가 일루미나티에게 패배했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리스 신화 최악의 괴물, 제우스의 숙적.

티폰의 부활을 의미하기도 했다.


80. 티폰


신화 속에서 티폰은 최강의 존재로 묘사되었다.

올림포스 최강의 신이자 신들의 왕,

제우스마저 티폰에게 패배해 손발의 힘줄을 빼앗겼고,

나머지 신들은 모두 중행랑을 쳤다.

제우스와 함께 남아서 티폰에 맞선 신은 아테나 단 하나뿐이었다.


제우스의 번개와 포세이돈의 삼지창도 티폰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했고,

훗날 제우스가 힘을 되찾아 티폰을 퇴치하기는 하지만,

티폰이 활약하는 동안, 올림포스 산의 옥좌는 공석이었다.


에트나 화산의 동굴에서 쓰러져 있던 시현은 기절해 있다가,

천지가 뒤집히는 것과 같은 엄청난 진동을 느끼며 깨어났다.

그의 옆에 함께 쓰러져 있던 베아트리체도 마찬가지였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던 두 사람은

동굴 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뜀박질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서부터 뛰어오는 어린 소녀의 모습이 있었으니,

바로 제우스와 함께 티폰에 대적했던 전쟁의 여신, 아테나였다.

그러나 아테나의 모습은 어딘가 이상했다.

안색은 파리했고, 다급한 발걸음은 불안정하게 비틀거렸다.

아테나를 향해 달려간 시현은 아테나가 쓰러지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기울어지는 그녀의 몸을 받아낼 수 있었다.


시현의 품에 쓰러지듯 안긴 아테나는 무언가 말 하고 싶은 게 있는 듯했다.

시현은 아테나의 벙긋거리는 입술에 귀를 가져다 댔다.


“내 손에··· 받아주게···”


그 말을 끝으로 아테나는 의식을 잃었다.

시현은 아테나의 말에 따라 그녀의 손을 보았다.


마치 중독된 듯 보라색으로 물들어 핏줄이 솟아오른 그녀의 작은 손은

나무 꼬챙이 하나를 소중한 물건인 양 꼭 쥐고 있었다.


일루미나티 시절, 라포트의 물건이었으나,

튀르키예 남동부의 도시, 아디야만에서 벌어진 혈투 끝에

필호의 손에 들어갔던 무기.

신을 죽이는 겨우살이 가지.

미스틸테인이 아테나를 거쳐 시현의 손에 들어왔다.


신을 죽이는 권능을 지닌 미스틸테인은

아테나의 손에 쥐어진 상태에서도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여신의 생명력을 좀먹고 있었던 것이다.

시현은 미스틸테인을 손에 쥐고서야 깨달았다.


시현의 아버지, 성원을 대신해 오갈 데 없는 시현을 거둬 주었던,

시현을 장미십자회로 이끌어 주었던,

동료들과 스승, 그리고 시현의 뒤통수를 치고 일루미나티로 전향한,

시현의 원수, 정필호가 이 섬에 들어왔다.


시현은 아테나를 품에 안아들고 일어섰다.


“베아트리체! 헤파이스토스가 죽은 모양이야”

“이거 야단났네, 이제 곧 티폰이 부활하겠어”

“그 전에 빨리 도망가야 해!”


시현은 베아트리체와 함께 서둘러 동굴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주문을 외워 아테나의 부엉이, 글라우쿠스를 소환했다.

의식을 잃고 시현의 품에 안겨있는 아테나를 본 글라우쿠스는

거칠게 홰를 치며 울부짖었다.


“부-우!”

“그래, 지금 아테나가 많이 아파. 최대한 빨리 날아 줄 수 있을까?”

“부-우! 부!


글라우쿠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시현과 베아트리체는 서둘러 부엉이의 등 위에 올라탔다.

그러자 글라우쿠스가 거대한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에트나 산의 오목한 분화구에서 불길한 검은 연기가 쉴새없이 뿜어져 나왔다.

수만 마리의 새떼가 날개를 퍼드덕거리며 날아오르는 것이 시현의 시야에 들어왔다.

시칠리아 섬의 멸망이 초읽기에 들어간 듯한 불길한 예감이 느껴졌다.


머지않아 그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비탈레 파밀리아의 저택이 시야에 들어올 때쯤,

에트나 화산의 봉우리에서 거대한 불길이 솟아올랐다.


지상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겠지만,

글라우쿠스를 타고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시현의 눈에는

어슴푸레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보였다.

하늘을 뒤덮는 시커먼 화산재 구름 사이로,

태산과도 같이 거대한 거인이 뱀의 하반신을 꿈틀거리며 그 거체를 일으키고 있었다.


시현은 글라우쿠스를 재촉해 최대한 빠르게 비탈레 저택의 정원에 착륙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 띄고 어쩌고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지금 당장 마리오 일행을 데리고 피하지 않으면,

멸망의 괴물, 티폰을 막아낼 기회조차도 얻어낼 수 없으리라.


시현은 저택 안에 있을 마리오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두어 번 울리자 건너편에서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전화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마리오의 것이 아니었다.


[시현 씨, 지금 바로 나갈 테니 바로 이륙할 준비를 해 주세요!]


전화가 끊어지고, 시현은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어 당황했다.


머지않아 시현은 저택의 창문을 뚫고 뛰쳐나오는 아일라와 비탈레를 보았다.

그녀들은 어째선지 각자 하나씩의 석상을 바닥에 질질 끌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거리가 좁혀지자, 비로소 시현은 두 석상 중 하나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이야기하자면 길어, 빨리 출발하자!”


비탈레가 재촉했고,

시현은 서둘러 글라우쿠스를 이륙시켰다.


카타니아 시 근처의 저택에서 출발한 지 30분이 채 되지 않아서,

시현 일행은 팔레르모 시 교외에 위치한 마리오 소유의 별장에 도착했다.

시현이 안고 있던 아테나를 조심스레 침대에 눕히고,

석상이 되어버린 마리오와 가투소의 외양을 한 라포트를 거실에 옮겨놓자

베아트리체가 입을 열었다.


“자, 그래서 카루아나가 가진 유물의 권능은 메두사였다. 그런 이야기겠지?”


자책감에 고개를 떨군 비탈레를 대신해서 아일라가 설명을 시작했다.


“맞아요, 우리는 비밀통로를 통해 저택에 침입해서 카루아나를 제압하려고 했는데,

카루아나가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카루아나의 부하로 변장해서 먼저 잠입해 있던 라포트가 이 상태로 발견됐고,

카루아나와 그의 부하들을 상대하다가, 마리오 씨도 당했어요”

“전부 내 잘못이야, 카루아나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레짐작해서 경계심을 풀어버렸어”


아일라의 설명에 고개를 숙인 비탈레가 덧붙였다.

베아트리체는 시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와 라포트를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으려면 ‘그걸’ 써야 할 거야”

“아아, 이거 말이지?”


시현은 외투 안쪽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미스틸테인을 꺼내 보였다.

비탈레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아일라는 희망의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든 다시 카루아나를 붙잡아서 미스틸테인으로 권능을 무력화하면!”

“석상으로 변해버린 마리오 씨와 라포트 녀석도 원래대로 돌아오겠지”


튀르키예의 아타튀르크 댐 위에서 벌어졌던 전투 당시,

마리오를 빈사의 상태로 몰아넣었던 무기, 미스틸테인이

이번에는 위기에 빠진 마리오를 구해내는 열쇠가 된 것이다.


장미십자회 일행은 다시 한 번 카루아나를 붙잡기 위한 작전 회의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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